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19)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19화(118/201)
119화 개막전
아스날은 커뮤니티 실드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서하가 빠진 상황에서도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던 터라 팬들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우려했던 최전방 공백은 지루가 멀티 골을 뽑아내며 완벽하게 대체했음을 알렸다.
교체로 출전한 키슬링도 나쁘지 않은 몸놀림으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 주며 합격점을 받았다.
결론적으로는 서하가 없는 아스날이 결코 약팀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 경기였다.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를 2대0으로 꺾고 커뮤니티 실드 우승!] [아르센 벵거 감독, ‘윤의 부재는 아쉽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 많은 걸 얻을 수 있어서 기쁘다.’] [도메스틱 트레블의 영광은 이번 시즌에도 이어 가나? 아스날 2연속 리그 우승이 보인다!]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 윤, 해외 여행은 사치! 휴가는 런던에서!]서하는 커뮤니티 실드 경기 자료들을 확인하고 분석했다.
확실히 아스날은 강해졌다.
중원과 2선 조합이 환상적이었다.
마르코 로이스, 산티 카솔라, 카를로스 벨라, 미켈 아르테타, 토마시 로시츠키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맨시티 중원을 찍어 눌렀다.
새롭게 합류한 페르난지뉴는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고 야야 투레는 번뜩이는 플레이를 보여 줬으나 동료들과 호흡이 맞지 않았다.
나스리와 다비드 실바도 폼이 덜 올라왔는지 오락가락했다.
전체적으로 조직력이 덜 다듬어진 모습이라 아스날이 손쉽게 공략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띠는 선수는 역시 카솔라네.”
벵거볼 이해도가 굉장히 높았다.
끊임없는 무브먼트와 패스워크.
그리고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과 뒷공간 침투까지.
딱 벵거가 원하는 인재였다.
“괜히 클럽 레코드를 깨면서까지 데려온 게 아니지.”
카솔라는 양 윙포워드뿐만 아니라 지루와 좋은 연계 플레이를 보여 주며 계속해서 휘저었다.
보급형 이니에스타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훨씬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 줬다.
워낙 의욕적으로 플레이해선지 후반전에는 방전됐지만, 커뮤니티 실드는 카솔라의 쇼케이스였다.
팬들의 앞에서 서하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꿨으니까.
서하는 카솔라의 플레이를 계속해서 돌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군더더기가 없네.”
모든 움직임에 근거가 있었다.
패스와 드리블 모두 깔끔했고 동료들과 호흡이 정말 좋았다.
그래선지 정말 기대가 됐다.
카솔라의 플레이를 돌려보던 서하는 정지 버튼을 누르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때마침 파커에게서 문자가 왔다.
서하는 챙이 있는 검은색 모자를 쓰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
“윤! 여기야!”
파커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부르자 서하는 서둘러 조수석에 탔다.
서하가 안전벨트를 매자 파커는 부드럽게 페달을 밟았다.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저야 푹 쉬었죠. 파커는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지. 그래도 지금은 거의 마무리돼서 야근은 안 하고 있어.”
다크서클이 눈 밑에 짙게 자리 잡은 모습을 본 서하는 살짝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윤, 그렇게 보지 마. 몸이 상한 만큼 돈은 많이 벌었다구!”
“여자 친구는요?”
파커는 우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기어를 내렸다.
“얼마 전에 헤어졌어.”
“저런. 안타깝네요.”
“후우. 만날 시간이 있었어야지. 집에 들어갈 시간도 없는데. 뭐,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더 좋은 사람 만날 거예요. 파커는 잘생겼잖아요!”
“윤, 고마워. 역시 너밖에…….”
파커는 슬쩍 서하를 바라봤다.
서하가 입꼬리를 씰룩이자 가볍게 꿀밤을 때렸다.
“이야! 눈치 하나는 빠르시네.”
“윤, 어른 놀리면 못 써.”
“파커, 여자 소개해 드려요?”
“얼굴 예쁘냐?”
서하는 말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 줬다.
주방에서 열심히 재료를 손질하는 리오넬라가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며칠 전에 식당을 찾았을 때 리오넬라로부터 괜찮은 남자들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받았던 터라 첫 번째 타자로 파커를 골랐다.
‘리오넬라 정도면 훌륭하지.’
금발에 주근깨가 살짝 있지만, 그 정도는 흠이 아니었다.
평소에는 화장을 하는 편이 아니라서 풋풋한 학생처럼 보였다.
하지만 화장하면 굉장히 매력적이고 성숙한 여인으로 돌변했다.
오죽했으면 서하의 아버지가 누구냐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주방에서 일했던 터라 아직까진 유명세를 타진 않았지만, 그것도 조만간이었다.
단골손님들 사이에서 리오넬라의 외모가 오르내리고 있었으니까.
“파커?”
신호에 걸리자 파커는 바로 고개를 돌려 사진을 확인했다.
“…나쁘지 않네. 나이는?”
“올해 23살이에요. 파커하고 5살 차이죠. 참고로 대학생인데 아버지 가게 직원으로 채용돼서 작년에 휴학했어요.”
“어? 나 Islington‘s poke 자주 가는데 이런 아름다운 여성분을 본 적이 없어.”
“주방에서 일하거든요.”
“아! 그래서 못 봤구나.”
“아무튼 어떻게 할래요? 콜?”
“당연히 콜이지!”
호기롭게 외치는 파커.
서하는 바로 리오넬라의 연락처를 알려 줬고 파커는 연신 입꼬리를 씰룩이며 리오넬라의 연락처를 저장했다.
“리오넬라는 교제 경험이 없어요. 공부하고 일하느라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소식이네.”
“나머지는 파커가 알아내요. 다 알면 재미없잖아요.”
파커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도착해 있었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린 후 조용히 경기장에 입장해 예약한 자리에 앉았다.
“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
12/13 프리미어 리그 개막전 홈경기라 그런지 경기 시작 전부터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홈 팬들은 다시 시작된 긴 레이스에 들뜬 표정을 지었다.
서하는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한 채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당연히 알아보는 팬들이 여럿 있었다.
“오우! 윤! 윤 맞죠?”
머리가 벗겨진 털보 아저씨의 외침에 서하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이런 맙소사! 윤이라니!”
“윤! 사랑해요!”
“윤! 괜찮다면 사인하고 사진 가능할까요?”
서하는 흔쾌히 수락했다.
“물론이죠. 대신 여기 계신 분들만 해 드릴게요. 곧 있으면 경기 시작이라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걱정하지 말아요! 소문 안 내요! 이봐! 다들 들었지?”
“한 줄로 서! 질서 지키자고!”
서하는 파커에게서 펜을 받아 빠르게 유니폼에 사인하고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이름과 등 번호를 마킹하지 않은 유니폼에도 사인했다.
“윤! 윤! 제 아이가 정말 윤을 좋아해요! 자, 토미, 윤을 만나고 싶다고 했잖니. 어서 말해 보렴.”
“윤, 다음 경기는… 나오죠?”
서하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대답했다.
“이번 주까지 휴가니까 다음 경기에는 볼 수 있을 거야. 사인은 어떻게 해 줄까?”
“바지에요.”
“응? 바지? 뭐, 좋아.”
서하는 짧은 시간 동안 팬 서비스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뒤늦게 안전 요원이 다가왔지만, 이미 팬 서비스를 끝낸 후였다.
파커는 고생한 서하에게 물을 내밀었다.
“윤, 선발 라인업 봤어?”
“네, 봤어요.”
“어떨 것 같아?”
파커의 질문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서하는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히 우리가 이기겠죠.”
“역시 그렇겠지?”
“이 라인업으로는 질 수 없어요.”
서하는 아스날의 선발 라인업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루
로이스-카솔라-벨라
아르테타-램지
몬레알-코시엘니-메르테자커-사냐
슈체스니
‘이번에는 어떻게 되려나.’
저번에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고도 0대0 무승부를 거둬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라인업이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 경기력도 올라왔고 팀 전술도 달랐다.
‘당연히 경기 결과도 달라지지 않을까?’
상대는 지난 시즌 14위를 기록한 선더랜드, 커뮤니티 실드 우승으로 좋은 출발을 알린 아스날이 질 일은 없었다.
서하는 무한 긍정 회로를 돌리며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 초반부터 아스날은 거칠게 선더랜드를 몰아붙였다.
카솔라와 로이스가 휘젓고 지루와 벨라가 마무리하는 그림이 나오자 선더랜드 수비가 크게 흔들렸다.
“오우우우우우!”
서하는 박수를 보내며 선수들의 몸놀림을 확인했다.
개막전 경기라 그런지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빼야 하는데 지난 시즌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지 플레이에서 급한 게 느껴졌다.
단 한 사람, 카솔라는 예외였다.
적응할 시간은 필요 없다는 듯 경기장을 훨훨 날아다녔다.
선더랜드가 버스를 세웠음에도 무한 스위칭과 연계 플레이로 뚫어 내려고 노력했다.
“저 친구 정말 잘하네.”
파커의 말에 서하는 피식 웃었다.
안드레이 이니에스타, 후안 마타, 다비드 실바, 이스코 등 내로라하는 2선 자원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실력을 지닌 미드필더였다.
거액에 주고 데려왔다지만, 말라가가 재정 위기를 겪지 않았다면 3배는 더 주고 데려왔어야 했다.
서하는 카솔라와 함께 뛴 경기들을 떠올렸다.
두 시즌 동안 함께한 시간은 잊지 못할 기억들이었다.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아스날의 황금기를 연 세대.
두 사람은 그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하자 아스날의 황금기는 귀신같이 몰락했다.
부상 복귀 부상 복귀를 반복하던 서하는 팀을 떠나고 카솔라도 부상으로 2년 동안 필드를 밟지 못하다가 팀을 떠났다.
‘이번에는 다를 거야.’
빈약했던 스쿼드는 제법 탄탄해졌고 두 사람을 받쳐 줄 선수들이 존재했다.
마르코 로이스, 카를로스 벨라 등 기존에 없던 선수들이 합류하거나 떠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가능했다.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번야말로 이뤄 내겠다고 다짐하며 경기를 관람했다.
아직 스코어는 0대0.
전반전도 막바지로 향하는 시간대에 접어들었다.
아스날은 공세를 멈추고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마지막 공세 타이밍을 점검했다.
아르테타는 선수들에게 소리치며 경기를 조율했다.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후방에서 파이널 서드까지 아름답고 부드럽게 연결됐다.
“아오! 진짜 미치겠네. 왜 저걸 놓치는 거야!”
“저 새끼 완전히 첩자 아니야?”
“프랑스 리그 득점왕이라며!”
팬들은 거리낌없이 불만을 터트렸다.
서하를 힐끔 힐끔 쳐다보는 시선들도 굉장히 많았다.
그럴 때마다 서하는 난감했다.
프리시즌 때는 멀티골을 뽑아내던 선수가 정작 시즌이 시작되더니 이런 마무리를 보여 줄 줄은…….
‘당연히 생각했었지.’
올리비에 지루는 그런 남자니까.
동료들이 숟가락으로 떠먹여 줘도 전부 뱉어 내길 반복하는 남자.
서하도 많이 당했던 터라 좋은 감정이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정말 미친 듯이 싸웠으니까.
로이스의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지루가 허공으로 날려 보내자 팬들은 폭발했다.
벌써 단독 득점 기회만 네 번째, 네 번 모두 날려 먹은 지루는 여전히 당당했다.
탄식 또 탄식했다.
그 모습을 본 서하는 자신도 모르게 본심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진짜 면상 한 대 치고 싶네.”
옆에서 파이를 잘라 먹던 파커는 깜짝 놀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들은 사람은 없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서하에게 조언했다.
“윤, 동료에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알아요. 알아.”
하지만 몇 분 후.
벨라의 패스를 받은 지루가 헛발질로 기회를 놓치자 파커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Fuck! ****! ****! ****!”
서하는 파커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다.
주변의 시선을 느낀 파커는 그제야 잘못을 깨닫고 황급히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팬들은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피식 웃거나 오히려 동조했다.
부끄러움을 느낀 파커는 서하가 입을 열려고 하자 먼저 말했다.
“윤, 네가 하려는 말, 제발 그만둬. 부탁이야.”
“어, 뭐, 그러죠.”
전반전 추가 시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판박이처럼 흘러가는 경기.
서하는 불길함을 느꼈지만, 애써 고개를 흔들며 떨쳐 냈다.
‘후반전은 다르겠지.’
몬레알의 크로스가 지루의 머리에 맞고 골대 위를 크게 벗어났다.
서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