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0)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20화(119/201)
120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전도 전반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높은 볼 점유율, 아름다운 공격 과정 그리고 부실한 마무리.
삼박자가 묘하게 잘 어우러지자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오! 미치겠네!”
“왜 저걸 못 넣는 거야!”
“하느님, 맙소사!”
로이스가 두 명을 벗겨 내고 슈팅까지 가져갔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득점에 실패했다.
믿었던 로이스마저 해결하지 못하자 팬들은 불안에 떨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설마 우승 징크스인가.”
“제발 윤을 데려와 줘!”
로이스는 경기가 풀리지 않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너무 급해. 조급함을 버리고 집중해야 할 때인데.’
물론 선수들의 마음은 이해했다.
이번 시즌 강등이 유력한 팀을 상대로 골을 뽑아내지 못했으니까.
다들 압박감에 쫓기고 있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골문 앞에서 흔들릴 수밖에.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전술에 변화를 줘서 상대가 대처하기 어렵게 해야 하는데.’
전반전과 후반전 전술은 복사 붙여 넣기 한 듯 똑같았다.
공격 전개, 템포,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나마 카솔라가 창의적인 공격 전개로 위협을 가할 뿐이었다.
서하는 벤치를 슬쩍 바라봤다.
사이드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은 있었지만, 아직은 조용했다.
파커는 초조한지 입술을 깨물며 서하에게 말을 걸었다.
“윤, 어떻게 해야 돼?”
“제가 직접 뛰는 것도 아닌데 뭘 어떻게 해요. 그냥 이기길 기도해야죠.”
서하는 퉁명스럽게 말하며 다시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스날의 공격은 점점 무뎌지기 시작했다.
윙백들의 움직임은 읽힌 지 오래.
벨라와 로이스의 움직임도 막히자 전체적으로 답답해졌다.
“익숙해진 거지.”
사람은 학습하는 동물이었다.
아스날의 공격에 학습된 선더랜드 수비수들은 너무나도 쉽게 공격을 막아 냈다.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공격이 너무 단조로워.”
자연스레 움직임도 둔해졌다.
득점이 나오지 않으니 의욕은 꺾이고 무의미하게 공을 돌리는 장면이 자주 잡혔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지루였다.
득점 기회를 수도 없이 놓친 지루는 멘탈이 나갔는지 단순한 압박조차 벗어나지 못했다.
커뮤니티 실드에서 보여 준 사냥 본능은 상실한 지 오래였다.
선더랜드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나약한 동물로 전락해 버렸으니까.
“변화가 필요해.”
답답한 흐름을 바꿔 줄 변화.
하지만 후반전 20분이 넘도록 벤치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벵거는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와 선수들에게 큰 그림을 제공할 뿐.
나머지는 선수들에게 맡겼다.
저 방식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도메스틱 우승으로 증명했으니까.
“하지만 카솔라에게 많은 임무가 주어졌지.”
카솔라는 벵거가 지시한 임무들을 완벽하게 수행해 냈다.
창의적인 공격 전개, 탈압박, 템포 조절, 연계 플레이, 역습 저지 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카솔라는 서하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퍼포먼스를 보여 주며 팬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오오오! 우리에게는 카솔라가 있지! 에스파냐에서는 산티 카솔라! 오오오!”
팬들은 즉석에서 만든 찬트를 부르며 카솔라를 열렬히 응원했다.
서하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안정적이고 깔끔하게 플레이하며 아스날의 공격을 이끌었다.
“오우우우우!”
환상적인 드리블 이후 카솔라는 왼발로 공을 감아 찼으나 골대를 살짝 비껴 나갔다.
조금만 더 감겼다면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완벽한 슈팅이었다.
이후에도 번뜩이는 패스와 움직임으로 좋은 기회를 만들어 냈다.
지루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카솔라의 퍼포먼스는 10점 만점을 줘도 부족했다.
“구단에서 비싼 금액을 주고 데려온다고 했을 때 의아했었는데 지금 보니 알겠어.”
“카솔라요?”
“어, 저 친구는 재능이 있어.”
“당연히 있죠. 그러니까 말라가가 재정 위기 터졌을 때 돈 좀 있다는 클럽들이 달려 들었잖아요.”
“맞아. 솔직히 처음에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전혀 비싸지 않아. 너무 싸게 데려왔어.”
파커는 식어 버린 사과 파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하지만 맛이 별론지 요상한 표정을 지으며 혀로 음식물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목구멍으로 넘겼다.
“물 드려요?”
“땡큐.”
서하는 파커에게 물병을 건네면서 두 사람 사이를 드리블로 빠져나가는 카솔라의 플레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재능이 넘치는 선수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에게 적응 기간은 필요 없었다.
늘 하던 대로 마음껏 필드를 휘저으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동료들의 컨디션이 좋았다면 공격 포인트를 올렸을 텐데.
“마르지뉴도 그렇고 산쵸도 후반전이 되더니 맛이 갔네.”
무리하게 드리블을 치다가 뺏기고 스루 패스를 남발해 댔다.
지루가 멀쩡했다면 두 사람의 플레이에 도움을 줬을 테지만.
오늘 지루는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에 대처하지 못했다.
좋은 말로는 신중하게, 나쁘게 말하면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카솔라의 기가 막힌 스루 패스가 지루의 발밑으로 전달됐다.
하지만 지루는 완강히 거부했다.
기억에 남을 만한 헛발질로 득점 기회를 날려 먹었다.
“********!”
“달팽이만 처먹어서 그런지 균형 감각이 존나게 좋네! ****!”
“당장 너희 나라로 꺼져!”
“역시 프랑스 새끼들은 도움이 안 돼요! 득점왕 출신 맞아?”
카솔라는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르는 지루를 보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마음이 꺾일 법도 했지만, 꿋꿋하게 개미처럼 부지런히 움직였다.
카솔라가 열어 준 공간을 아르테타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만들었지만, 골대를 맞고 밖으로 나갔다.
팬들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오우우우우!”
후반전 30분이 지났음에도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망부석처럼 움직이지 않던 벵거가 고개를 흔들며 벤치로 돌아갔다.
벤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늦지 않았어.”
벵거는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여 준 지루를 빼고 경쟁자인 슈테판 키슬링을 투입했다.
그러면서 벨라를 헤수스 나바스로 바꿔 주며 클래식한 경기 운영으로 변화를 줬다.
일명 뚝배기 전술.
질 좋은 크로스를 공급해 키슬링의 높이를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교체였다.
선더랜드의 수비수들이 높이에서 밀리지는 않았지만, 키슬링은 왜 자신이 분데스리가에서 이름을 날렸는지 첫 번째 헤더로 증명했다.
“이거지! 바로 이거라고!”
“네 힘을 보여 줘!”
키슬링은 지루처럼 겁을 먹지 않고 과감하게 플레이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
공을 향한 집착을 드러내며 파워풀한 투지를 보여 줬다.
그러자 침묵했던 로이스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두 독일인의 퍼포먼스가 어우러지자 굳건하게 저항하던 선더랜드 선수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뒤에! 뒤에 막아!”
“집중해! 머리 조심하라고!”
오른쪽 사이드에서 나바스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날아오자 선더랜드 수비수는 몸을 날려 걷어 냈다.
교체 이후 다시 흐름을 잡은 아스날은 파상 공세를 펼쳤다.
지금까지 무색무취였던 램지가 박스를 타격하는 플레이를 보여 줄 정도로 기세가 좋았다.
“좋아! 그렇게 하라고!”
아르테타는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으며 부주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선더랜드도 교체를 통해 변화를 주고자 했으나 한번 흐름을 탄 아스날을 막지 못했다.
“오우우우우!”
짝짝짝!
키슬링의 활약을 눈이 부셨다.
선더랜드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체력이 남아도는 키슬링을 저지하기 위해 선더랜드 센터백들은 집중 견제와 마크에 들어갔다.
거친 플레이로 기를 죽이려고 했으나 키슬링은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쟁자가 감독의 눈에 벗어난 지금,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시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더 과감하게. 더 난폭하게.
열정을 쏟아부었다.
팬들은 키슬링의 열정을 싫어하지 않았다. 열렬히 반겼다.
경기 분위기가 과열로 치닫고 있었지만, 벵거는 기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 과감한 수를 던졌다.
“미켈! 좀 더 올라가!”
벵거는 아르테타를 전진 배치해 공격에 힘을 실어 주었다.
영리한 아르테타는 벵거의 기대에 120% 부응했다.
좋은 위치 선정으로 흘러나온 공을 독차지하며 선더랜드의 역습을 저지하는 동시에 공격 흐름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어느덧 후반전 40분이 흘렀다.
이제는 결과를 보여 줘야 했다.
초조한 분위기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잠식해 가고 있었다.
파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경기장을 바라봤다.
주변에 있던 팬들도 마찬가지.
다들 초조한 눈빛으로 외쳤다.
“제발. 제발. 제발.”
“맨체스터 놈들은 이기고 있다고… 누가 좀 넣어 줘!”
팬들의 간절한 바람은 선수들도 느끼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선더랜드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선더랜드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오뚝이처럼 계속해서 일어났다.
결국 벵거는 마지막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몬레알을 빼고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를 투입했다.
양 사이드에서 양질의 크로스를 올려 키슬링에게 몰아주는 극단적인 공격 전술이었다.
그동안 벵거 축구에서는 볼 수 없던 아름답지 못한 축구였다.
하지만 그만큼 개막전 승리는 중요했고 이어지는 일정을 생각하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할 수 있어!”
“넣을 수 있다고! 다들 힘 내!”
팬들은 간절한 바람을 담아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아스필리쿠에타의 크로스.
키슬링이 두 센터백들 사이에서 튀어나와 머리에 가져갔다.
아쉽게도 골키퍼 정면이었다.
선더랜드 골키퍼는 안전하게 공을 잡아 시간을 끌었다.
“우우우우우우!”
야유가 쏟아졌음에도 골키퍼는 여유로운 얼굴로 지연시켰다.
결국 주심이 카드를 꺼냈다.
골키퍼는 겸허히 수용하며 공을 내려놓고 시간을 끌어 댔다.
키슬링이 달려들자 그제야 멀리 걷어 냈다.
정규 시간이 끝이 났다.
이제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뿐.
“3분인가.”
모두가 영웅을 원했다.
아스날을 구원할 새로운 영웅.
지난 시즌에는 반 페르시와 서하가 영웅으로 활약했지만, 오늘 경기에는 두 사람이 없었다.
영웅이 출현할 환경은 충족한 상황.
서하는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도 선수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아스필리쿠에타의 패스를 받은 로이스는 다시 카솔라에게 내줬다.
“슛!”
“슛 해!”
사방에서 훈수들이 쏟아졌지만, 선수들은 꿋꿋하게 이겨 냈다.
로이스는 사이드에서 카솔라와 1대1 패스를 주고받았다.
선더랜드 선수들이 공을 따라 움직이다가 순간적으로 비틀거렸다.
로이스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비틀거린 선수와 풀백 사이로 키슬링의 머리를 바라보며 공을 욱여넣었다.
“……!”
“뭐 해! 잡아!”
로이스의 발에 맞춰 키슬링은 한 걸음 앞으로 달려가 선더랜드 센터백을 힘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머리를 살짝 돌렸다.
잘 맞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느낌은, 느낌은 좋았다.
모두가 키슬링의 머리에서 떠난 공을 바라본다.
빠르게 허공을 가르는 공.
골키퍼가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선더랜드의 골망이 흔들린다.
“우와아아아아아!”
팬들은 오랫동안 참아온 기쁨을 한 번에 분출해 냈다.
“좋아! 진작 이렇게 했어야지!”
“어우! 프랑스산 새끼가 없어서 속이 다 시원하네!”
“독일산 고공 폭격기 가 보자고!”
선제 득점의 주인공 키슬링은 거구의 몸을 이끌고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아스날의 앰블럼을 가리키며 포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