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2)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22화(121/201)
122화 일타쌍피
트레이닝 세션은 어렵지 않았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은 거의 없었고 훈련 강도가 살짝 높아졌다.
물론 서하가 느끼기에는 그렇다는 거지 다른 선수들은 지옥을 경험하는 중이었다.
“으아아아아!”
시즌 중임에도 하드 트레이닝 세션이 오전부터 진행됐다.
선수들은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어떻게든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쳤다.
소화하지 못하면 출전 제한을 받았으니 이를 악물고 뛰어야 했다.
11/12시즌을 끝으로 현장을 떠난 펫 라이스 수석 코치를 대신해 새롭게 수석 코치가 된 스티브 볼드는 강도 높은 훈련을 추구했다.
강한 체력 훈련을 추종하는 토니 콜버트 체력 코치와 호흡을 맞추니 선수들은 죽을 맛이었다.
“윤!”
반대편에서 달려온 서하는 거친 숨을 내쉬며 굴려 주는 공을 부드럽게 받았다.
곧바로 장애물 사이를 다람쥐처럼 빠르게 통과한 후 파이널 서드에서 슈팅을 가져갔다.
파비안스키가 힘차게 몸을 날려 보지만, 절묘하게 구석으로 박히는 슛을 막아 내지 못했다.
스티브 볼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하에게 박수를 보냈다.
“윤! 컨디션 좋은데?”
“감사합니다.”
“몸이 굳어 있을 줄 알았는데 잘 준비해 왔네. 자, 다음!”
스티브 볼드의 칭찬을 받은 서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이어지는 세션을 소화했다.
그러면서 동료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폈다.
고된 훈련으로 몸이 무거워 보였지만, 다들 잘 따라오고 있었다.
재활 훈련을 중인 잭 윌셔와 아론 램지도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확실히 지난 시즌의 성과가 빛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제야 자리가 잡힌 느낌이야.”
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들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어수선한 선수단 분위기만 잘 잡힌다면 이번 시즌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
서하는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으며 잃어버린 감각을 몸에 새겼다.
오른발, 왼발, 몸 부위를 가리지 않고 전달하며 점검을 마쳤다.
“윤!”
서하는 양발을 사용해 공을 부드럽게 컨트롤하며 상대를 속였다.
재차 강하게 압박이 들어오자 공을 뒤로 뺀 후 뒤꿈치로 가볍게 툭 건드려 반대편으로 패스했다.
“이야! 센스 봐라.”
“푹 쉰 거 맞아?”
“저 압박을 저렇게 풀어 나오네.”
공을 받은 카솔라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사냐의 압박을 바디 페인팅으로 속이고 서하가 보여준 일련의 동작을 그대로 보여 줬다.
주변에 있던 동료들도, 서하도 카솔라의 퍼포먼스에 깜짝 놀랐다.
카솔라는 씩 웃으며 물었다.
“윤, 방금 어땠어?”
“똑같던데? 보고 따라 한 거야?”
“응, 보니까 가능하겠더라고. 그래서 따라 해 봤어.”
밥 아저씨처럼 말하는 카솔라.
동료들은 농담을 섞인 구박을 보냈고 서하는 엄지를 척 내밀었다.
론도 훈련으로 마무리하는 선수들과 달리 공격진은 여전히 훈련 삼매경이었다.
이제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저조한 득점력으로 비난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코치들은 빈공에 시달리는 선수들을 집중해서 코칭했다.
“조금만 더 오른쪽으로 차 봐! 그래! 밑으로 좀 더. 얹히듯이!”
“슛을 가져갈 때 상체가 너무 흔들려! 중심을 잡고 차!”
“좋아! 방금 헤딩 좋았어!”
올리비에 지루와 슈테판 키슬링을 비롯해 마르코 로이스, 카를로스 벨라 등 윙어들도 자진해서 추가 슈팅 훈련에 참가했다.
다행히 슈팅 감각은 좋아 보였다.
골문 밖으로 나가는 슛은 많지 않고 유효 슈팅이 많았다.
“오!”
“와! 저걸 저렇게 넣네.”
지루의 환상적인 발리슛.
슈체스니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정교한 슈팅이 구석에 박혔다.
이에 질세라 키슬링은 니어 포스트로 잘라 들어와 헤딩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두 선수가 훈련에서 절정의 폼을 보여 주자 코치진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선수들을 체크했다.
동료들도 두 선수의 무력시위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프랑스 대 독일, 독일 대 프랑스. 비슷한 스타일이면서도 달라서 누가 주전이 될지 모르겠네.”
“어렵네. 어려워.”
아르테타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 내며 중얼거렸다.
“실전에서도 저렇게 해 주면 좋을 텐데.”
순간 동료들의 시선이 아르테타에게 쏟아졌다.
아르테타는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재빨리 해명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둘 다 잘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어. 진짜야! 믿어 달라고!”
아르테타의 해명에 서하는 슬쩍 불씨를 던졌다.
“그래서 다음 경기에 누가 선발로 나갈 것 같아?”
서하의 질문에 다들 신이 난 얼굴로 아르테타를 몰아넣었다.
“오! 그거 좋은 질문인데?”
“우리만 알고 있을게!”
“맞아! 절대 말 안 할 테니 부주장의 품격을 보여 줘!”
아르테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침묵만이 유일한 대답이었다.
* * *
쿵! 쿵! 쿵! 쿵!
로커 룸을 울리는 발 구르는 소리.
서하는 다시 경기장에 돌아왔음을 느끼며 축구화를 고쳐 신었다.
새 시즌을 맞이해 후원사에서 제공한 맞춤형 축구화는 특별한 외형을 자랑하지 않았다.
서하의 스타일에 맞게 실용에 초점을 맞춘 축구화였다.
가볍고 발에 착 달라붙는 느낌.
덕분에 새 축구화를 길들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하는 축구화에서 시선을 돌려 선수들을 바라봤다.
안필드라는 험지에 왔음에도 긴장한 기색은 없었다.
리버풀의 글러먹은 상태도 한몫했지만, 다들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당연히 자신감의 원천에는 서하가 있었다.
“윤, 몸은 좀 어때?”
“나쁘지 않아.”
서하의 대답에 동료들은 저마다 입맛에 맞는 해석을 내놓았다.
“음, 오늘은 2대0이군.”
“3대0 아니었어?”
동료들의 실없는 농담 따먹기에도 서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경기를 준비할 뿐이었다.
올림픽 결승전 이후 3주 만에 12/13시즌 리그 첫 경기 출전.
지난 시즌의 영광을 뒤로하고.
새로운 영광을 차지하기 위해.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했다.
로커 룸으로 들어온 벵거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다들 행운을 비네.”
아스날 선수들은 로커 룸에서 나와 통로에 섰다.
리버풀의 응원가가 안필드 곳곳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웅장하면서도 경건한 마음이 드는 멋진 응원가였지만, 서하는 밖으로 밀어냈다.
괜히 감화돼서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면 경기를 망칠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며 조용히 기다렸다.
“윤!”
리버풀 유니폼을 입은 금발 소년이 서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하는 피식 웃으며 손을 건넸지만, 금발 소년은 손을 재빨리 거두며 혀를 내밀었다.
“푸하하핫!”
“윤도 당했네.”
그 모습을 본 선수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키득거렸다.
서하는 화도 나지 않았다.
자신을 놀려 먹은 금발 꼬맹이의 머리를 강하게 망가뜨렸다.
다행히 금발 꼬맹이는 매우 기뻐하며 온몸을 비틀었다.
서하는 숨을 고르며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심이 신호를 보냈다.
선수들은 살짝 굳은 얼굴로 경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와아아아아아!”
멋진 밤하늘 밑으로 우렁찬 함성이 선수들을 반겼다.
아스날 선수들은 갑작스레 올라오는 긴장감을 풀기 위해 위아래로 몸을 흔들며 잔디를 밟았다.
서하는 오른발로 잔디를 먼저 밟은 후 관중석을 바라봤다.
붉은 물결이 굽이치는 모습.
다시 봐도 장관이었다.
선수들은 악수를 나눈 후 각자 진형으로 향했다.
오늘도 주장 완장을 찬 아르테타는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자자! 다들 원정이라고 해서 겁먹지 말고! 긴장은 적당히! 내가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플레이해! 감독님께서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라고 하셨으니 겁먹지 말고 밀고 나가.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플레이해야 편하니까 놈들에게 기회를 주면 안 돼. 절대로!”
서하를 비롯한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버풀이 병든 사자라 해도 완전히 이빨 빠진 맹수는 아니었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수아레즈가 아직 건재했으니까.
물론 수아레즈 하나뿐이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리버풀이 홈인데도 잔뜩 웅크렸네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네요.] [아스날의 공격을 견뎌 내려면 맞불을 놓든가, 바르셀로나처럼 볼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데 리버풀은 둘 다 쉽지 않거든요. 로저스 감독이 패스와 포지셔닝 위주의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그동안 잉글랜드 뻥축구에 길들여져 있던 팀을 단기간에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무엇보다도 로저스 감독의 축구는 아스날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거죠.] [상위 호환이죠.] [맞습니다. 볼을 잡고 패스로 풀어 나가려고 해도 아스날은 굉장히 타이트하게 전방 압박을 펼치는 팀이죠. 리버풀 선수들은 탈압박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준비해 온 플랜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요. 그러니 수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죠.] [그렇군요. 윤서하 선수가 공을 잡고 툭툭 치다가 왼쪽 측면으로 넓게 벌려 줍니다. 마르코 로이스가 쉽게 공을 잡습니다. 로이스, 측면으로 온 윤서하에게. 윤서하, 뒤꿈치로 침투하는 로이스에게! 로이스! 벗겨 내고! 슛! 레이나 펀칭! 레이나의 슈퍼 세이브입니다!] [윤서하 선수와 로이스의 연계 플레이가 오랜만에 나왔네요. 센스 넘치는 플레이와 과감한 침투에 이은 슛은 정말 멋지네요!] [오늘 윤서하 선수의 몸놀림이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3주 만에 복귀한 선수가 맞는지. 카솔라 끊어 내고 윤서하 선수에게 패스. 윤서하, 여유롭게 공을 잡고 한 바퀴 돌아서 탈압박에 성공합니다!]전반전 24분.
아직까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서하는 조급하게 굴지 않고 측면 공략에 집중했다.
그나마 우측의 글렌 존슨이 밥값은 했지만, 왼쪽은 구멍을 메꿀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엔리케는 부진했고 백업 자원들도 별반 차이 없었다.
아스날은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데 특화된 팀이었다.
서하는 중앙에서 공을 잡고 어그로를 끌다가 헐거워진 측면으로 공을 보냈다.
벨라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사냐와 함께 측면을 휘저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사냐의 크로스를 스크르텔이 헤딩으로 걷어 냈다.
“우와아아아!”
짝짝짝짝!
홈 팬들의 박수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지루가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이번에도 리버풀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그물망에 걸린 생쥐처럼 박스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슈팅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
“훈련 때 모습은 나오질 않네.”
계속해서 한발 늦었다.
땅으로 굴려 줘도 하늘로 보내도 공을 소유하지 못했다.
어쩌다 소유해도 금방 뺏기며 찬물을 끼얹었다.
서하는 반 페르시의 빈자리를 여실히 느꼈지만, 고개를 저었다.
골잡이가 제 몫을 해내지 못한다면 다른 역할로 돌리면 된다.
코너킥 상황이 되자 서하는 지루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박스 안에서 가만히 있지 말고 박스 밖으로 나와서 공을 받고 내주고 들어가.”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긍정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지루.
지루는 머리가 나쁜 선수가 아니었다.
서하의 지시대로 박스 안에서 머무르지 않고 밖으로 나와 동료들과 원터치 패스를 주고받으며 리버풀 선수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올리브! 좋아!”
“좀 더 자신감 있게 해!”
거구의 선수가 말뚝처럼 박혀 있지 않고 돌아다니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영리한 카솔라는 지루가 비워 둔 자리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가며 좋은 장면을 만들어 냈다.
조금씩 빈틈이 만들어졌다.
“윤!”
아르테타의 패스를 받은 서하는 부드럽게 왼발에서 오른발로 공을 옮겼다.
지루의 박스 밖 움직임으로 리버풀의 수비진이 흐트러졌다.
사이드에서 벨라가, 중앙에서 카솔라가 박스로 침투했고 로이스가 서하의 압박을 풀어 주기 위해 사이드로 움직였다.
서하는 바디 페인팅으로 상대를 한 차례 속였다.
그리고 공을 앞으로 움직였다.
수비수가 황급히 발을 뻗자 왼발로 오른쪽으로 툭 치고 오른발로 위로 치며 빠르게 빠져나왔다.
완벽하게 벗겨 낸 서하는 박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밖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때렸다.
두 명의 센터백 사이로 공이 소음을 내며 레이나에게 달려들었다.
레이나는 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몸을 날려 황급히 공을 쳐 냈다.
하지만 멀리 걷어 내지 못했다.
레이나는 엉금엉금 기어가 공을 잡으려고 했지만, 누군가 흘러나온 공을 건드렸다.
제라드였다.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온 제라드는 멀리 걷어 내려고 했지만, 운이 나쁘게도 지루의 얼굴을 맞혔다.
“……!”
지루는 아파할 사이도 없이 자신의 얼굴에 맞고 리버풀의 골망을 흔드는 공을 보며 환호했다.
행운의 득점을 축하해 주듯 지루의 코에서 붉은 핏물이 쏟아졌다.
일타쌍코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