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3)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23화(122/201)
123화 두 번의 요행은 없다
꽉 막혔던 혈을 뚫는 행운의 골.
우연히 얻어걸린 골이지만, 양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세리머니 장인인 지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코피를 소매로 거칠게 닦아 냈다.
“으아아아아!”
홈 팬들에게 달려가 포효했다.
홈 팬들은 쌍코피를 줄줄 흘리며 과격한 세리머니를 펼치는 지루를 괴상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야유를 퍼부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했다.
두 구멍에서 핏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오는 광경은 두 번 보기 힘든 명장면이라는 걸.
동료들이 뒤늦게 달려와 지루를 붙잡고 소리쳤다.
“올리브! 너 코피 흘리고 있어!”
“미친 자식! 뭐 하는 거야! 어서 치료부터 받아!”
동료들이 지루를 뜯어말리고 있을 때 서하는 주심에게 다가가 의료진 호출을 요청했다.
주심은 흔쾌히 수락했다.
코피를 흘리며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은 별로 좋은 장면이 아니었으니까.
지루의 쌍코피 세리머니는 의료진이 들어오고 나서야 끝이 났다.
“윤! 윤!”
서하는 벵거의 부름에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달려갔다.
벵거는 서하가 다가오자 어깨에 손을 올리며 지시를 내렸다.
“리버풀의 측면 공격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너무 측면 공략을 고집하기보다는 중앙도 활용해야 하네.”
“알겠습니다.”
“카솔라가 너무 왼쪽 측면으로 쏠려 있으니 중앙으로 좀 더 들어와서 플레이하라고 말해 주고 풀백들에게 적극적으로 크로스를 시도하라고도 전해 주게.”
“알겠습니다.”
벵거는 서하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준 후 벤치로 돌아갔다.
서하는 동료들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한 후 자리로 돌아왔다.
주심이 새로운 공을 가져오는 사이 서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제라드를 바라봤다.
“운이 나빴지.”
사실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제라드는 아스날과 만나면 프리미어 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명장면을 뽑아 냈다.
지난 시즌에는 헛발질로 실점을 제공하고 이번에는 지루의 인생 골을 만들어 주고.
이젠 징크스로 자리 잡은 듯했다.
삐익!
지루가 밖에서 치료받는 동안 경기는 재개됐다.
한 명이 부족한 아스날은 소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볼을 돌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리버풀이 강하게 전방 압박을 건다면 까다로웠겠지만, 로저스의 리버풀은 평화를 사랑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실점 전과 똑같이 플레이했다.
“윤! 측면으로!”
아르테타의 외침에 서하는 볼을 질질 끌지 않고 측면으로 보냈다.
정확하게 사냐의 발 앞에 떨어지는 공, 사냐는 힘을 들이지 않고 공을 받아 전진했다.
“급하게 할 필요 없어! 우리가 한 명 더 적으니 천천히 해!”
사냐는 무리하지 않았다.
리버풀 선수들이 앞을 가로 막자 뒤로 공을 돌렸다.
카솔라가 내려와서 받아 줬다.
카솔라는 툭툭 공을 치다가 아르테타에게 넘겨주고 올라갔다.
아르테타는 다시 서하에게.
세 명의 미드필더는 호흡을 맞추며 아스날은 지루가 들어올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
“우우우우우우!”
“이게 축구냐! 엿이나 처먹어!”
“계집애들처럼 볼 돌리지 마!”
홈 팬들의 야유에도 아스날 선수들을 꿋꿋하게 볼을 돌렸다.
이대로 마무리 지어도 아스날로서는 나쁠 것이 없었으니까.
서하는 지난 시즌처럼 공간과 공간 사이로 움직이지 않았다.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보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지루가 없었음에도 빈틈이 보이면 어김없이 찔러 줬다.
지금처럼 말이다.
서하가 중앙에서 두 명을 상대로 볼을 키핑하다가 감각적인 힐 패스로 카솔라에게 패스했다.
“막아!”
카솔라는 제라드가 몸을 날려 막기 전에 박스 밖에서 그대로 중거리 슈팅을 가져갔다.
레이나는 황급히 몸을 날려 공을 골대 밖으로 걷어 냈다.
“오우우우우우!”
카솔라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서하에게 엄지를 내밀었다.
이후에도 아스날은 계속해서 리버풀을 몰아붙였다.
흐르는 볼을 잡은 코시엘니는 지체하지 않고 측면으로 보냈다.
측면으로 치우쳐져 있던 아르테타는 공을 받은 즉시 원터치로 서하에게 내줬다.
서하는 압박 받기 전에 사이드로 달리던 몬레알에게 공을 보냈다.
몬레알은 발등으로 받은 후 로이스에게 패스했다.
오랜만에 공을 잡은 로이스가 멋지게 사이드로 공을 몰았다.
“너무 나가지 마! 자리 지켜!”
하지만 로이스가 잠시 멈추고 몬레알이 로이스 뒤로 뛰어 들어가자 글렌 존슨은 몬레알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풀백인 글렌 존슨이 몬레알에게 붙으면서 로이스 앞에 루카스 레이바가 막아섰다.
로이스는 하프 스페이스를 향해 조금씩 공을 드리블했다.
레이바는 뒤로 주춤거리면서도 서하의 위치를 신경 썼다.
그도 그럴 것이.
서하의 위치가 매우 절묘했다.
로이스에게 온전히 신경을 쓰는 순간 서하에게 중거리 슈팅이 열렸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서하에게 시선이 뺏기게 되는 순간 로이스의 플레이에 탄력을 받는다는 점이다.
“후우.”
로이스은 순간적으로 중앙을 파고드는 카솔라를 발견했다.
툭.
가볍게 공을 굴려 줬다.
조 알렌이 발을 뻗어 막아 내려 했지만, 카솔라는 왼쪽으로 공을 툭 건드리며 속도를 줄였다.
다시 조 알렌이 몸을 돌려 막아섰지만, 카솔라는 슬쩍 다가온 서하와 원터치 패스를 주고받았다.
툭. 툭.
단 두 번의 패스로 리버풀의 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센터백들은 다급히 카솔라를 막아 보려고 했지만, 카솔라가 조금 더 빨랐다.
순식간에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온 카솔라는 슈팅을 가져가는 페이크 모션으로 스크르텔을 무력화시켰다.
“……!”
슈팅 각도가 열렸다.
하지만 카솔라는 보다 완벽한 찬스에 놓여 있는 로이스에게 패스를 내줬다.
오프사이드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로이스는 왼발로 공을 툭 찍어 반대편 골문으로 보냈다.
골키퍼가 손을 뻗으려 했지만, 역동작에 걸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출렁!
“우와아아아아아!”
두 번째 골이 터졌다.
로이스는 동료들의 팔을 뿌리치고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골프 스윙 세리머니를 펼치며 자신의 시즌 첫 번째 골을 자축했다.
벵거는 멋진 작품으로 득점을 만들어 낸 아스날 선수들을 향해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서하-몬레알-로이스-카솔라-서하-카솔라-로이스로 이어지는 멋진 패스 워크에 이은 골은 오늘 경기 명장면 중 하나였다.
리버풀 선수들은 전의를 상실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르테타는 기뻐하는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자자! 아직 경기 안 끝났어! 다들 집중하자! 집중!”
경기 재개에 맞춰 콧구멍에 휴지를 쑤셔 박은 지루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잔디를 밟았다.
서하는 지루의 움직임에 따라 위치를 조정하는 리버풀의 수비를 보며 다시 측면으로 공을 보냈다.
“여전히 단단하네.”
체력이 떨어질 시간대라 수비와 미드필더 간격이 벌어질 법도 했지만, 집중력이 대단했다.
지루가 들어오자 제라드는 정신을 차렸는지 동료들을 강하게 다그치며 위치를 잡아 줬다.
벨라의 스루 패스를 제라드가 예측하고 커팅했다.
“빠르게 압박해!”
벨라가 제라드에게 달려들었다.
제라드는 전진 패스를 넣지 못하고 골키퍼에게 백 패스를 했다.
아스날의 압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루가 맹렬하게 달려들자 레이나는 급하게 걷어 낼 수밖에 없었다.
흐르는 공은 아스날의 차지였다.
수아레즈가 달려갔지만, 미리 자리를 선점한 메르테자커가 공을 잡고 안전해서 공을 돌렸다.
허무한 표정으로 공을 바라보는 수아레즈, 서하는 박수를 보냈다.
“나이스 플레이!”
“전반전 얼마 안 남았으니까 다들 끝까지 집중해!”
오늘 리버풀의 노림수는 명확했다.
측면을 내주더라도 중앙으로 밀집해 블록을 형성하고 아스날로부터 공을 탈취해 빠르게 역습을 펼치는 전략.
선 수비 후 역습에 충실했다.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역습할 힘이 없다는 게 문제지.”
수아레즈? 좋은 선수는 맞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르테타와 메르테자커에게 꽁꽁 묶여 공을 터치조차 못 하는데 뭘 할 수 있을까?
조력자가 필요한데 조력자가 되어 줄 제라드는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하락세였다.
이번 시즌에 합류한 조 알렌은 빌드 업에 강점이 있을 뿐 찔러 주는 패스에는 약했다.
윙어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전부 폐급이었으니까.
리버풀의 사정을 헤아려 줄 필요는 없지만, 벤치에 앉아 있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로저스 감독이 뭔가 짠했다.
관중석에 앉은 홈 팬들도 승리를 기대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공격다운 공격은 해 보지도 못하고 얻어맞기만 했으니까.
2대0이라는 스코어는 그 결괏값이었다.
아스날은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하지만 전반전 내내 이어진 측면 공략도 효과가 다했는지 리버풀 선수들이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풀백들은 지루의 머리를 겨냥한 크로스를 철저하게 차단했다.
물론 하프 스페이스 공략은 여전히 잘 통했다.
벨라와 로이스, 카솔라의 침투 그리고 서하의 예측하지 못한 패스까지.
리버풀의 풀백과 미드필더들에게 치명적인 고민을 안겼다.
“공간이 비었잖아!”
“중앙! 중앙을 막으라고!”
풀백들이 더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여 준 이후에야 리버풀은 아스날의 공세를 버텨 낼 수 있었다.
코피 이후 몸놀림이 좋아진 지루가 멋지게 백 헤딩을 시도했지만, 레이나의 품에 안겼다.
“아오오오오!”
서하는 탄식하는 지루에게서 시선을 돌려 전광판을 바라봤다.
전반전 43분.
경기를 마무리할 시간대였다.
리버풀은 자기 진형에서 공을 돌리며 시간을 보냈다.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아스날이 아니었다.
“올리브! 강하게 압박해! 윤! 벨라! 안으로 들어와서 같이 압박해 줘! 끝까지 해! 끝까지!”
벵거의 열정적인 지시를 무시할 선수는 없었다.
지시를 받은 선수들은 리버풀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순차적으로 포위망을 좁혀오자 리버풀 선수들은 떠넘기기 급급했다.
공을 잡고 돌던 제라드는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하기도 했으며 조 알렌은 모두를 속이는 패스로 실점을 제공할 뻔했다.
“더 강하게 밀어붙여!”
“사이드! 사이드로 밀어!”
아슬아슬하게 공을 뺏기지 않고 지켜 내는 리버풀.
아스날은 노련하게 측면으로 밀어붙였다.
로이스와 함께 압박해서 공을 따낸 서하는 바로 역습으로 전개하려 했지만, 리버풀은 재빠르게 수비를 재정비했다.
지루의 활발할 움직임에도 리버풀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수비 간격이 벌어지지 않았다.
“수비 준비는 잘해 왔네.”
서하는 중앙으로 끌고 올라와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았다.
정규 시간은 모두 지나고.
추가 시간 2분이 주어졌다.
“전반전 마무리하자!”
아르테타의 외침에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솔라와 짧은 패스를 주고받았다.
어느새 지루의 콧구멍을 막고 있던 휴지는 보이지 않았다.
코 주변에 굳은 핏자국이 군데군데 보일 뿐이었다.
서하는 공을 잡고 주변을 살폈다.
리버풀을 잔뜩 웅크렸고 아스날 선수들은 이대로 마무리할 생각인지 걸어 다녔다.
서하도 마음을 접고 이대로 전반전을 마무리하려던 찰나.
몬레알이 사이드를 타고 달렸다.
로이스가 순간적으로 풀백 뒤로 돌아가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
서하는 기다렸다는 듯 왼발로 툭 찍어 풀백과 센터백 사이로 공을 떨궈 줬다.
로이스가 글렌 존슨과의 몸싸움을 이겨 내고 공을 차지했다.
하지만 완전히 벗겨 내지 못했다.
글렌 존슨은 비틀거리며 로이스의 앞을 막아섰다.
로이스는 그를 앞에 두고 공을 툭툭 건드렸다.
“마르지뉴!”
서하의 외침을 들은 로이스는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서하에게 패스했다.
공을 받자마자 조 알렌이 어깨를 들이밀며 달려들었다.
“으윽.”
꽤 충격을 받았지만, 괜찮았다.
넘어지지 않고 밸런스를 잡은 후.
공을 앞으로 굴리며 리버풀의 골문을 바라봤다.
리버풀 선수들의 사이로.
레이나와 눈빛이 마주친 순간.
서로의 생각이 덩굴처럼 얽혔다.
두 번의 요행은 필요 없었다.
서하는 오른발로 단 하나의 루트.
그 틈으로 공을 강하게 때렸다.
발등에 제대로 얹히지 않았다.
하지만 느낌은 살아 있었다.
허공으로 뜬 공은 리버풀 선수들을 빠르게 지나 니어 포스트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깔끔한 홀인원처럼.
리버풀의 골망을 흔든 두 번째 골은 서하의 오른발 끝에서 나왔다.
12/13시즌 리그 첫 번째 득점.
서하는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