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7)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27화(126/201)
127화 최고의 복수 (1)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1경기가 모두 끝났다.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은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다.
강팀들은 약팀들을 학살하며 착실하게 승점 3점을 가져갔고 약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승점을 헌납할 수밖에 없었다.
아스날은 5대1 대승을 거뒀고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대0 신승을 거두며 프리미어 리그의 자존심을 살렸다.
반면 안타까운 경기도 있었다.
죽음의 조에 들어간 맨체스터 시티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2대3으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우승 후보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줬다곤 하나 패배 하나가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기에 맨체스터 시티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맨체스터 시티가 더 힘을 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에서 떨어진다면 리그에 집중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지난 시즌보다 전력을 알차게 보강했던 터라 치열한 선두 경쟁이 펼쳐질지 모른다.
그것만은 사양하고 싶었다.
서하는 경기 결과를 한쪽으로 치우고 맨체스터 시티 분석 자료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이틀 후에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리그 5라운드 경기가 잡혀 있었으니까.
“역시 전력이 좋아졌네.”
페르난지뉴, 야야 투레의 단단한 중원 라인업과 테베즈, 아구에로, 에딘 제코의 화려한 공격진.
마법사, 다비드 실바의 깔끔한 플레이 메이킹까지.
확고한 주전이 없는 풀백 라인이 약간의 불안 요소지만,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폭발력이 좋았다.
레알 마드리드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 이유도 맨체스터 시티의 막강한 화력 덕분이었으니까.
서하는 아스날의 수비로 맨체스터 시티의 화력을 버텨 낼 수 있는지 비교했다.
지난 시즌과 다르게 이번 시즌 아스날의 수비는 철벽을 자랑했다.
몬레알-코시엘니-메르테자커-사냐로 이어지는 포백 라인은 한층 더 단단해졌고 이를 보호하는 아르테타의 지능적인 수비는 물이 올라 있었다.
5경기 1실점이라는 짠물 수비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약점이 없는 건 아니야.”
아스날 포백의 약점은 주력.
양 풀백들의 주력은 준수한 편이나 센터백들의 발이 느리다는 점이 약점이었다.
물론 코시엘니가 아주 발이 느린 건 아니지만, 파트너인 메르테자커는 유명한 느림보였다.
그래서 아스날을 상대하는 팀들은 메르테자커 쪽으로 역습을 전개하거나 뒷공간을 노려 왔다.
지난 시즌에 유독 실점이 많았던 이유였다.
“지금은 다르지.”
아스날도 맞고만 있지 않았다.
메르테자커의 약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장치들을 마련했다.
파트너인 코시엘니와 베르마엘렌의 적극적인 뒷공간 커버.
공격 시 아르테타를 센터백 사이로 내려 공간을 최소화.
슈체스니의 광역 수비까지.
메르테자커가 가진 약점이 지워지고 장점만 드러내자 아스날은 공격만큼 수비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 주게 됐다.
물론 맨체스터 시티에게도 통할지 두고 봐야겠지만, 서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으니까.”
홈이든 원정이든 상관없었다.
공을 가장 많이 소유하고 경기를 주도하는 팀은 아스날이었다.
상대를 구석으로 몰아넣다가 공격이 실패하면 전방 압박을 가하는 데 능했다.
이때 맨체스터 시티의 불안한 포백 라인이 약점이 될 수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혈전을 펼친 맨체스터 시티, 몽펠리에를 두들긴 아스날.
체력 싸움으로 가도 문제없었다.
오히려 체력 싸움으로 몰아가는 편이 아스날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코칭 스태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두고 봐야 했다.
원정 경기에다 리그 선두가 걸린 터라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선수들에게 지시할 수 있었으니까.
“슬슬 준비해야겠네.”
소파에서 일어나니 마침 파커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서하는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 * *
영국 런던 콜니.
코칭 스태프의 지시하에 아스날 선수들은 푸른 잔디 위를 가볍게 뛰어다니며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훈련 강도는 높지 않았다.
경기 감각 유지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은 얼굴을 찌푸리지 않은 채 훈련을 즐겼다.
코시엘니가 슬쩍 말을 걸어왔다.
“윤, 오늘 훈련 끝나고 우리 집에서 저녁 먹을래?”
“나야 좋지. 그런데.”
“당연히 널 위한 식단은 준비해뒀지. 샐러드와 생선 위주였지?”
서하는 장애물 사이로 공을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코시엘니는 공을 받아 가볍게 머리 위로 올린 후 세 번 정도 트래핑을 가져갔다.
다시 서하에게 돌려주자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공교롭게도 다들 프랑스 출신 선수들이었다.
‘다행히 파벌로 번질 조짐은 보이질 않네.’
대체로 선수들 성향이 온화해서 그런지 주도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좋은 성적도 한몫했다.
물론 지난 시즌 파벌 싸움으로 번진 이유가 부진한 성적 때문인 걸 생각하면 언제든지 화합이 깨질 위험도 존재했다.
주장단이 중심을 잘 잡아 준다면 큰 문제로 번지지 않겠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몽펠리에전에서 대활약한 지루가 주전 스트라이커로 낙점되면서 키슬링이 후보로 밀려났으니까.
프랑스와 독일이 마찰을 빚을 수도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램지가 다가와 서하의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
기나긴 재활 끝에 피치로 돌아온 램지는 요즘 서하의 주변을 맴도는 선수들 중 한 명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프림퐁과 료가 껌딱지처럼 달라붙었다면 이번 시즌은 램지가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프림퐁은 지난 시즌 막바지에 장기 부상을 당해 재활 중이고 료는 위건으로 임대를 떠났던 터라 램지가 타이밍 좋게 들어왔다.
서하는 살갑게 구는 램지를 싫어하지 않았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였다.
분위기 메이커는 물론 필드에서는 연결 고리 역할에 최적화된 선수였으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롤로! 나도 가도 돼?”
“물론이지! 대환영이야!”
코시엘니는 램지의 합류를 무척 반겼다.
특정 세력에 속하지 않는 램지였던 터라 친하게 지낸다면 분명 도움이 될 선수였으니까.
준비한 훈련 세션이 끝나고.
마무리는 스트레칭이었다.
트레이닝 코치는 직접 선수들의 자세를 고쳐 주며 불량한 학생들을 잡아냈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올리브! 발 방향이 틀렸잖아. 집중해! 집중!”
“집중할게요!”
지루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발 위치를 바꿨다.
이에 트레이닝 코치는 지루의 등을 앞으로 꾹 눌러 줬다.
지루의 입에서 찰진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루였지만, 기분이 좋은지 헤실거렸다.
반면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는 키슬링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이내 풀고 동료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훌훌 털어 버렸다.
“뭐, 괜찮겠지.”
서하는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양 손으로 발가락을 잡았다.
서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닿지 않았는데 갑자기 손에 잡히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키가 컸나.”
서둘러 신체 검사를 받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품으며 스트레칭을 마무리했다.
* * *
[사랑하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프리미어리그 2012-13시즌 리그 5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대 아스날 경기 중계를 맡은 HBS 스포츠의 캐스터 김윤하입니다.] [해설 심훈기입니다.] [자! 드디어 오늘이네요.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 아스날과 아쉽게 우승을 놓친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 많은 축구 팬들이 기대한 경기인데요. 심 위원님은 오늘 경기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우선 양 팀의 전력 차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로 인한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고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해 스쿼드에 무게를 더했죠. 솔직한 심정으로는 승패를 예상하기 어렵습니다만, 저는 조심스레 아스날 승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오! 역시 윤서하 선수가 있는 아스날을 고르셨군요! 여론을 의식하신 걸까요?] [하하하! 뭐, 그런 것도 없지는 않지만, 이번 시즌에 윤서하 선수가 보여 준 퍼포먼스를 맨체스터 시티가 막아 낼 수 있느냐? 이걸 생각해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단 말이죠. 또한 아스날에는 윤서하 선수만 있는 게 아니죠!] [맞습니다. 마크로 로이스, 산티 카솔라 선수들도 무섭죠.] [지난 시즌보다 파괴력이 떨어졌지만, 카를로스 벨라도 건재하고 최근에 골맛을 맛 본 지루의 폼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아스날의 화력이 너무 막강해요. 풀백들의 공수 밸런스도 좋아서 뚜렷한 약점이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맨체스터 시티는 이런 아스날을 홈에서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요?] [주도권을 쉽게 내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스날은 자신들이 경기를 주도했을 때, 정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팀이거든요. 맨체스터 시티는 전반전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이는 아스날의 압박을 견뎌 내고 아스날의 높은 수비 라인을 노리는 방향으로 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어렵죠.] [지금 아스날의 짠물 수비 지표가 나오는데요. 와! 정말 놀랍네요! 몽펠리에전에서 프리킥 골을 헌납한 걸 제외하면 필드골 실점이 없어요!] [이게 바로 이번 시즌 달라진 아스날이죠! 반 페르시의 이탈로 화력은 조금 줄었을지 모르나 지적받던 수비 약점을 지우면서 공수 밸런스가 훨씬 좋아졌거든요.] [맨체스터 시티가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정말 답답하겠네요.] [얼마 전에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는 과정과 결과 모두 챙길 것이다. 아스날은 세계 최고의 팀이 될 준비를 마쳤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아스날의 축구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실리도 챙기는 팀으로 거듭났다는 걸.]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겠다는 아르센 벵거 감독의 의지가 잘 드러나는 인터뷰였고요. 자! 드디어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오! 카메라가 윤서하 선수를 비춰 주네요. 역시 오늘 경기의 주인공이 누군지 잘 알고 있어요. 영국 방송국이 뭘 좀 아네요!]Blue moon
You saw me standing alone
Without a dream in my heart
Without a love of my own
맨체스터 시티의 응원가인 블루문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서하는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과 차례대로 악수를 나눴다.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그대로 나왔다.
아스날도 선발 라인업에 약간의 변화를 줬을 뿐, 몽펠리에전에서 뛴 선수들이 그대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조 하트와 악수한 서하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동료들과 아스날 진형으로 향했다.
양 팀에게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리그 1위와 리그 2위 싸움.
서로 무승부는 원하지 않았다.
승패가 결정되길 원했다.
양 팀 사령탑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치열한 입담을 주고받으며 승리를 자신했고.
주장들도 승리를 향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상대 팀을 깎아내렸다.
지난 시즌부터 얽히고설킨 관계로 변모한 양 팀의 경기는 주심의 힘찬 휘슬과 함께 시작됐다.
“우와아아아아아!”
홈 팬들의 우렁찬 함성 속에.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공을 뒤로 돌리지 않았다.
전방으로 길게 때려 넣었다.
앞으로 쏠린 아스날 선수들은 재빨리 뒤로 돌아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코시엘니가 자리를 잘 잡고 헤딩으로 공을 떨궈 주며 소유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공을 받은 몬레알은 다비드 실바가 강하게 압박하자 뒤로 돌렸다.
“빠르게 걷어 내!”
아르테타의 외침에 슈체스니는 공을 멀리 걷어 내며 맨체스터 시티의 전방 압박에서 벗어났다.
초반부터 양 팀이 치열하게 주도권 싸움을 벌이자 거친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치고 치이고 바닥에 구르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오늘 주심은 관대했다.
주심이 정당한 몸싸움으로 간주하자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툼은 계속 이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하는 드리블로 탈압박을 시도하지 않고 원터치 패스로 풀어 나갔다.
아르테타에게 공을 돌려줬을 때. 램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윤! 조심해!”
서하는 높게 발이 들어오는 야야 투레의 태클을 간신히 피하며 잔디 위에 착지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공이 떠났음에도 뒤늦게 태클을 시도한 야야 투레를 매섭게 노려봤지만, 야야 투레는 별 일 아니라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났다.
“후우.”
서하는 길게 심호흡했다.
성질을 죽여야 했다.
이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짧은 순간을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자신에게 있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참아야 했다.
복수는 승리로 갚아 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서하는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윤!”
동료들이 받는 압박을 풀어 줬다.
터치는 길게 가져가지 않았다.
받으면 즉시 사이드나 압박 받지 않는 동료에게 넘겨줬다.
램지에게 공을 받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지루를 보고 롱 패스를 시도하려 했던 서하는 야야 투레의 거친 파울을 피하지 못하고 밀려 넘어졌다.
쿵!
동작을 크게 가져가다 밀려 넘어졌던 터라 넘어지는 대비가 조금 늦어 어깨가 먼저 바닥에 닿았다.
끔찍한 고통이 전신으로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