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0)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30화(129/201)
130화 아스날의 고질병
다음 날.
서하는 팀 닥터와 함께 대학 병원을 찾았다.
부기, 압통, 피하 출혈 여부를 확인한 후 방사선 검사에 들어갔다.
골절 여부와 조직 손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방사선 검사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깨 염좌네요. 다행히 인대 파열은 아니지만, 그 주변 조직에 미세한 손상이 보이네요. 그마저도 크게 심해 보이진 않습니다. 한 달간 치료를 받으며 상황을 지켜보다가 괜찮으면 바로 재활 훈련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네요.”
의사의 소견을 들은 팀 닥터는 안도하면서도 끝까지 경기를 뛴 서하를 미련하다는 듯 바라봤다.
서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부상을 참고 뛴 결과, 기가 막힌 역전승을 거뒀으나 예상대로 이탈을 피하지 못했으니까.
“수술보다는 푹 쉬면서 부상 부위에 하루 10분에서 20분 동안, 4회 정도 얼음찜질을 실시해 주면 됩니다. 부기 정도는 심하지 않으니 이틀 정도면 가라앉을 겁니다. 부기가 가라앉으면 온찜질로 바꿔 주시면 되고. 그래도 통증이 계속 이어진다면 MRI 검사로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들었지? 통증 숨기면 안 돼.”
“네, 치료도 열심히 받을게요.”
팀 닥터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당분간 개인 훈련 금지.”
“물론이죠.”
“분석 자료 보는 것도 금지야. 치료에 집중해서 빠르게 재활 훈련에 들어가는 걸 목표로 하자.”
당근과 채찍을 제시한 팀 닥터.
서하는 자신을 너무나도 잘 아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서하의 미소를 본 팀 닥터는 얼굴을 찌푸렸다.
“뭐가 좋다고 실실 웃어?”
“그냥요.”
“하아. 내가 더 말해서 뭐 하겠어. 어서 치료부터 받자.”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료실을 나와 치료실로 들어갔다.
치료는 무척 간단했다.
어깨에 수건을 올려두고 얼음찜질 팩을 올려 주면 끝이었다.
“어때? 아프진 않지?”
“괜찮아요.”
서하는 평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얼음찜질 팩을 바라봤다.
‘정말 다행이야.’
몸에 칼을 댄 순간 최소 두 달 결장은 각오해야 했으니까.
사실 한 달 아웃도 아쉬웠으나 맨체스터 시티의 기세를 꺾고 리그 선두를 지켰다면 나쁘지 않은 교환이라 생각했다.
여기에 덤으로 야야 투레의 시즌 아웃 소식은 서하에게 큰 위로가 돼 주었다.
야야 투레가 팀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서하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승리했다면 살을 주고 뼈를 취했다며 정신 승리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역전패를 당하며 승점 3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이중으로 쓰라린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으니 맨체스터 시티가 이 사태를 수습하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지도 모른다.
서하는 강력한 경쟁자가 오랫동안 헤매 주길 바랐다.
그래야 손쉽게 2연속 리그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 테니까.
팀 닥터는 냉동실에서 얼음찜질 팩을 가져오며 TV 전원을 켰다.
서하의 시선을 느낀 팀 닥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냥 조용한 건 싫거든. 혹시 방해가 된다면.”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팀 닥터는 고맙다고 말하며 얼음찜질 팩을 새것으로 갈아 주며 한 손으로는 리모컨을 조종했다.
음성이 나오기도 전에 채널을 돌리는 컨트롤이 훌륭했다.
단편적인 장면만 보고도 어떤 프로그램인지 파악하는 능력은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어 보였다.
서하가 신기한 듯 바라보자 팀 닥터는 씩 웃었다.
“사십에 터득한 능력이지. 혼자서 오래 살다 보면 자연스레 터득하니 배우고 싶으면 결혼하지 마.”
“결혼 안 하셨어요?”
“으음. 뭐, 했는데 이혼했지.”
“죄송해요.”
“죄송할 게 뭐 있어.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새로운 인연은 만나는 게 인생사인데. 그런데 윤, 넌 여자 친구 없어?”
“주변에 친한 여자애가 없어요.”
“학교에도?”
서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나마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전부 남자인 걸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안타깝게도 없네요.”
팀 닥터는 측은한 눈빛으로 서하를 바라보며 채널을 돌렸다.
“한창 만나고 다닐 나이인데.”
“살다 보면 인연이 있겠죠.”
“늙은이처럼 말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들이대란 말이야. 솔직히 네가 고백하면 거절할 여자애들은 없을걸? 외모, 훌륭하지. 돈? 앞으로 많이 벌 거고. 명성도 높고. 축구도 잘하는데 마다할 얘가 있을까?”
“으음, 그렇겠죠.”
서하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자 팀 닥터도 더는 권유하지 않았다.
유해 보여도 은근히 고집이 세다는 걸 모르지 않았으니까.
물론 1군에 올라오기 전에 인성이 좋지 않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였다.
오래 전 일을 사적인 자리에서 꺼낼 만큼 두 사람의 관계는 끈끈하지 않았다.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
팀 닥터는 자신과 서하의 취향에 맞는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리모컨 컨트롤을 끝냈다.
서하가 관심을 보이자 팀 닥터는 리모컨을 테이블에 두고 푹신한 의자에 편안히 앉았다.
[드디어 프리미어 리그 5라운드 경기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경기들이 많았죠?] [그렇습니다.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고 많은 득점을 주고받은 경기도 있었으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경기도 있었죠! 이것이 축구라는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프리미어 리그 5라운드가 치열한 라운드였다는 거겠죠. 자! 현재 프리미어 리그 순위가 나오고 있네요!]프리미어 리그 순위
1. 아스날 5승 0무 0패
2. 맨시티 4승 0무 1패
3. 맨유 3승 2무 0패
4. 첼시 3승 1무 1패
5. 에버튼 2승 3무 0패
6. 토트넘 2승 2무 1패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인 아스날이 리그 5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어제 아스날에게 역전패를 당한 맨체스터 시티가 4승 1패로 2위에 머무르고 있네요.] [3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반 페르시의 결승골로 숙적 리버풀을 잡아내며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첼시와 에버튼도 각각 스토크 시티와 스완지를 잡아내며 좋은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고 토트넘도 최하위인 QPR을 간신히 잡고 분위기를 반전시켰죠.]두 사람은 진지한 이야기에 농담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방송을 풀어 나갔다.
팀 닥터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얼음찜질 팩을 갈아 주며 다시 앉았다.
“윤, 재미있어?”
“나름 볼만해요.”
“내가 분석 코치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저 두 사람, 분석은 나쁘지 않더라고.”
“자주 시청하시나 보네요?”
팀 닥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 재방송으로만 봐.”
[오늘 주목할 경기는 아! 역시 이 경기군요! 바로!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 경기입니다!] [많은 축구 팬들이 관심을 가졌던 경기죠. 경기 시작 전부터 양 팀 감독들이 날선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고 선수들도 상대 팀을 의식하는 발언으로 재미를 줬죠.] [경기 내용도 드라마틱해서 정말 재미있었죠!] [양 팀은 경기 초반부터 아주 격렬하게 맞붙었습니다. 수비 라인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며 중원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양 윙어들을 좁혀 썼죠. 다비드 실바와 사미르 나스리의 위치를 보시죠.] [오! 안으로 좁혀 들어와서 중원 힘 싸움에 가담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하지만 아스날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중원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윤은 중앙에서 측면으로 이동해 공을 받아 숨통을 트이게 해 줬죠. 윤의 움직임이 굉장히 재미있는데 측면으로 이동하지 않을 때는 아르테타의 위치로 내려와 공을 받아 주고 측면으로 연결시켜 맨체스터 시티의 압박을 풀어 줬습니다. 자료 화면을 보시죠.] [확실히 다르네요. 미켈 아르테타가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면 윤이 아르테타 위치로 내려와 풀어 주는 움직임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두 사람은 침을 튀겨 가며 서하를 칭찬했다.
부끄러워진 서하는 채널을 돌리고 싶었지만, 리모컨은 이미 팀 닥터의 손에 있었다.
“환자는 가만히 있어.”
칭찬 세례를 늘어놓던 두 사람은 다시 경기로 돌아와 중요 포인트를 찍으며 날카로운 분석력을 보여 주었다.
서하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포인트를 콕콕 짚어 내기도 했다.
그 예로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 간격이었다.
뒷공간을 노출하더라도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 간격을 잘 유지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탈압박을 성공하더라도 줄 곳이 마땅치 않았던 초반을 생각하니 맨체스터 시티가 경기 준비를 정말 잘해 왔다는 걸 느꼈다.
[동점 골에 역전 골까지 넣으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 낸 윤의 부상 소식은 아스날로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패배한 맨체스터 시티도 중원의 핵심인 야야 투레를 잃으며 상처뿐인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제 생각에는 맨체스터 시티가 좀 더 타격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시즌이라면 모를까. 이번 시즌 아스날은 스페인 국가 대표인 산티 카솔라를 영입해 미드필더진에 무게를 더했거든요. 윤이 빠진 두 경기를 보더라도 산티 카솔라의 활약이 정말 대단했다는 걸 모르진 않을 겁니다.] [확실히 윤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우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채워 주긴 했죠.] [반면 맨체스터 시티는 야야 투레를 대체할 선수가 없죠. 스콧 싱클레어나 하비 가르시아 모두 야야 투레만큼의 중앙 장악력을 보여 주지 못하거든요.]“윤, 넌 어떻게 생각해?”
“나름 일리가 있어요.”
“아쉽지는 않고?”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저들의 말대로 지난 시즌이었다면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겠지만, 이번 시즌은 달랐다.
전술 적응도 나쁘지 않고 선수들의 화합도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스쿼드는 신뢰감을 높여 줬다.
서하는 팀을 걱정하지 않았다.
무리해서 복귀하기보다는 완벽하게 몸을 만들고 복귀하는 데 신경 써야 했다.
어깨는 자칫 잘못하면 습관성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니까.
팀 닥터는 덤덤하게 바라보는 서하를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너랑 대화하다 보면 17살 먹은 소년이 맞나 싶어. 매번 놀란단 말이지.”
“그래서 싫으세요?”
“싫긴. 당연히 좋지. 고집은 있어도 내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잖아. 나이 처먹고도 못 알아듣는 놈들을 생각하면 네가 낫지.”
서하는 팀 닥터가 말하는 선수들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아무튼 이틀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마. 부모님하고 네 에이전트에게 전화해서 계속 체크할 거야.”
“알겠어요.”
* * *
부기가 가라앉고 손상된 조직도 전부 아무는 데 2주 정도 걸렸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 속도에 의사도 팀 닥터도 놀라워했다.
몸에 이상이 없자 서하는 바로 재활 훈련에 들어갔다.
가벼운 구보를 시작으로 점점 훈련 강도를 높여 갔다.
재활 코치는 재미없는 재활 훈련을 꿋꿋하게 견뎌 내는 서하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윤, 넌 진짜 난놈이다.”
“빨리 복귀하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한 세트 더 반복할까요?”
“뭐, 네가 괜찮다면야.”
“바로 가죠.”
서하는 팔 힘을 사용해 고무 밴드를 천천히 당기고 풀었다.
어린 선수가 정확한 자세로 재활 훈련을 소화하자 재활 코치는 머리를 긁적이기만 했다.
건드릴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훈련을 소화해 낸 서하는 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낸 후 물로 목을 축였다.
“요즘 팀 분위기는 어때요?”
“뭐,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지. 알잖아, 네가 빠지고 나서 팀 성적이 어떤지.”
“그렇죠.”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으로 아스날의 경기 전적을 확인했다.
캐피탈원 컵 3라운드 코벤트리전 2대1 승리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으나 리그 6라운드 첼시전에서 1대2 패배로 주춤거렸다.
사냐의 경고 누적 퇴장으로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9월을 마무리하고 10월 첫 경기인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2차전이 열렸다.
상대는 올림피아코스.
지난 시즌 맛있는 먹잇감으로 신나게 사냥했던 팀이지만, 서하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그래도 아스날은 아스날이었다.
웨스트햄 원정 2대0 승리.
노리치 원정 1대0 승리.
풀럼 홈 1대1 무승부.
샬케를 홈에서 2대1 짜릿한 역전승으로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QPR전에서 로테이션을 돌렸다가 0대1 패배를 당했으나 리그 선두 자리는 굳건하게 지켜 냈다.
10월 마지막 경기인 캐피탈원 컵 4라운드에서 레딩을 멋지게 잡아내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결론적으로 서하가 빠진 한 달 동안 아스날은 5승 2무 2패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정말 좋은 흐름이지만, 팀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부상자가 너무 많아.’
아스날은 이번 시즌도 부상 병동을 피해 가지 못했다.
공격진에서는 핵심 선수인 카를로스 벨라와 마르코 로이스가 각각 한 달과 3주 아웃을 끊었고.
미드필더진에서는 유리 몸의 대명사 토마시 로시츠키, 미켈 아르테타가 두 달간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수비진에서는 바카리 사냐와 바실리스 토로시디스가 한 달 아웃을 끊으며 오른쪽 풀백이 문제로 떠올랐다.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있었지만, 아직 팀에 완벽하게 녹아들지 못했던 터라 아르센 벵거 감독의 고민이 커져 가고 있었다.
“윤, 네가 워낙 잘 따라와서 더는 재활 훈련을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럼.”
“재활 훈련은 오늘까지 하고 내일부터는 훈련장으로 출근하면 돼.”
서하는 애타게 기다렸던 말이 재활 코치의 입에서 나오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