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3)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33화(132/201)
133화 올드 트래퍼드 원정 (1)
11월 첫째 주 경기.
프리미어 리그 11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아스날.
리그 2위와 1위의 맞대결로 많은 축구 팬의 시선이 올드 트래퍼트에 집중됐다.
1위를 유지하거나 뺏기거나.
오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한 양 팀의 감독들은 부드러운 말로 상대 팀을 칭찬하면서도 은근슬쩍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기 전 인터뷰에 참석한 서하는 기자들의 예쁨을 독차지하며 온갖 질문들을 받아야만 했다.
“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복귀 경기를 가지게 되었는데 심정이 어떤가요?”
“딱히 이렇다 할 심정은 없습니다만, 리그 1위가 걸린 경기이니 최선을 다해 팀의 승리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 경이 윤을 영입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훌륭한 감독이신 알렉스 퍼거슨 경의 제안은 정말 감사하지만, 아스날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런던 생활에 충분히 만족합니다.”
“구단과 재계약 문제로 꽤 긴 시간 동안 줄다리기를 해 왔는데 어떤 조건에서 양보가 쉽지 않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서하는 구단 관계자를 바라봤다.
구단 관계자는 고개를 저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전문가들과 팬들 사이에서 아스날의 전술이 바르셀로나의 전술과 비슷하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확실히 양 팀의 전술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후방 빌드 업을 중시하고 유기적인 패스로 중원 장악력과 높은 볼 점유율을 선호하고 풀백들의 공격적인 가담,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까지. 닮은 점이 많죠. 하지만 분명 다른 점도 있습니다. 아스날은 강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 팀이 준비해 온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아 내죠. 아스날 경기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높은 위치에서 볼을 탈취해 빠르게 역습을 전개하는 장면들이 꽤 많습니다. 바르셀로나도 전방 압박을 사용하지만, 저희처럼 조직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죠.”
무척 긴 설명이었지만, 기자들의 손은 쉬지 않고 바삐 움직였다.
한순간 조용해진 분위기를 틈타 눈치를 보던 한국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윤서하 선수와 배지석 선수의 코리안 매치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으신데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실 생각이십니까?”
영양가도 없는 질문에 서하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요. 평소에도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 특별히 주고받을 말은 없을 것 같네요. 서로 좋은 경기를 펼치자는 말만 할 것 같아요.”
모처럼 좋은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기회를 날려 버린 한국 기자들을 뒤로 다시 영국 기자들이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서하는 차분한 목소리로 성실히 대답하며 기자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켰다.
구단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통보했다.
기자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며 서하의 눈에 들려고 노력했다.
서하는 가장 앞자리에 앉은 엘리스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엘리스는 눈빛으로 고맙다는 신호를 보내며 맡은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윤은 지난 인터뷰에서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공언했는데 지금도 생각에 변함이 없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전 지난 시즌이 아스날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갈망해 온 우승컵을 들어 올렸기 때문이죠. 덕분에 이번 시즌도 어려운 경기를 잡아내고 꾸역꾸역 승점을 쌓아 올리며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어요. 제가 빠졌음에도 말이죠. 전 아스날이 강팀이라고 생각해요. 우승할 자격이 있는 팀들 중 하나고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팀이죠. 아마 제 의견이 틀렸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흔들리지 않고 나아간다면 분명 결과는 뒤따라올 테니까요.”
* * *
[사랑하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프리미어 리그 11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 경기를 중계를 맡은 HBS 스포츠의 캐스터 김윤하입니다.] [해설 심훈기입니다.] [심 위원님, 오늘 얼굴이 굉장히 밝으신데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하하하! 그런 건 없습니다. 그저 오늘 경기가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돼서 웃은 것뿐입니다.] [확실히 1위 결정전이 재미있긴 하죠. 그것도 라이벌인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면 어우! 축구 팬이라면 심장이 벌렁거려도 이상하지 않죠!] [맞습니다. 저도 지난주부터 계속 기다려 온 매치이기도 했고 또 우리 윤서하 선수의 복귀 경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이라는 걸 아르센 벵거 감독이 직접 밝혔거든요. 물론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후반전에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재미있게도 배지석 선수는 오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스날 킬러라는 별명을 가진 배지석 선수가 오늘도 명성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자, 드디어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윤서하 선수를 비춰 주네요. 하하하! 벤치에서 시작하는 윤서하 선수의 모습이 조금 어색하네요. 껌을 씹고 있는 건가요? 아! 바나나네요.]서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발 라인업을 확인했다.
웨인 루니-반 페르시
배지석-필 존스–캐릭-발렌시아
에브라-에반스-퍼디난드-하파엘
데 헤아
포메이션은 4-4-2였지만, 웨인 루니는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하지 않았다.
세컨드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는 역할로 중원까지 내려와 공을 전방과 좌우 측면으로 배급해 주었다.
덕분에 반 페르시는 수비 부담을 덜고 루니는 자신의 다재다능한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필 존스였다.
‘역시 영감님이네.’
센터백인 필 존스를 과감하게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보내 아스날의 막강한 공격력을 막아 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필 존스를 센터백으로 내려 스리백으로 단단하게 수비 라인을 구축하거나 아니면 상대의 플레이메이커를 전담 마크로 붙이는 수 등 다양한 용도로 써먹을 수 있었다.
배지석이 긱스나 나니 대신 출전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공격은 부족하더라도 수비와 밸런스가 좋은 배지석을 측면에 배치해 아스날의 공격을 억제하고.
반대편인 발렌시아를 통해 빠르게 역습하겠다는 의도였다.
발렌시아가 허리 통증으로 제 폼이 아니라지만, 오늘 준비해 온 전술은 굉장히 날카로웠다.
맨유의 창끝이 반 페르시라 그런지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이에 맞서는 원정 팀 아스날의 선발 라인업도 나쁘지 않았다.
시오 월콧
카솔라-램지-나바스
코클랭-플라미니
몬레알-베르마엘렌-메르테자커-코시엘니
슈체스니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아스날은 평소보다 약한 선발 라인업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먼저 주전 스트라이커에 변화가 있었다.
올리비에 지루가 몸살감기.
슈테판 키슬링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기회를 받지 월콧이 선발로 출장했다.
‘원 톱에는 어울리지 않는데.’
서하는 월콧의 스트라이커 기용을 회의적으로 바라봤으나 그 자리에 들어갈 선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고육지책인 셈이다.
산티 카솔라와 헤수스 나바스가 윙어로 나오고 활동량이 많은 램지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오면서 2선은 나름 밸런스를 갖췄다.
문제는 3선이었다.
이번 시즌 리그 첫 선발 출장인 프랑시스 코클랭과 체력과 활동량만 많은 마티유 플라미니가 짝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거 괜찮을까.’
올해 처음으로 아르센 벵거 감독의 결정에 의문을 가졌다.
물론 두 사람의 시너지가 아예 없진 않았다.
둘 다 수비형 미드필더다 보니 수비에서 활약할 여지가 있었다.
‘반 페르시를 의식한 거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반 페르시의 퍼포먼스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었으니까.
그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르센 벵거였기에 틀어막는다는 선택지는 충분히 고려해 볼 만했다.
하지만 문제는 빌드 업이었다.
아스날에서 중원에서 빌드 업을 해 준 선수는 미켈 아르테타였다.
하지만 부상으로 빠지게 되면서 빌드 업에 문제가 생겼다.
벵거 감독은 이를 카솔라로 메꿨으나 오늘 경기에서는 윙어로 올리면서 후방에서 안전하게 볼을 운반할 힘이 부족해졌다.
코클랭과 플라미니 모두 볼을 앞으로 전달하는 능력은 없었다.
열심히 뛰어다니고 공격을 차단하는 데 능할 뿐이었다.
‘코시엘니를 우측 풀백으로 배치한 것도 문제야.’
의도는 단순했다.
우측 풀백에 믿을 선수가 없으니 코시엘니로 땜빵하겠다.
이것뿐이었다.
스리백은 터무니없는 소리고.
몬레알을 중앙으로 시프트시켜 안전하게 후방 빌드 업을 만든다는 전술은 아직 이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전술이었다.
‘인버티드 풀백은 아직 멀었지.’
선발 라인업을 보면 볼수록 아쉬웠다.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곤 하나 자신과 윌셔 모두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까지 올라와 있었다.
둘 중 한 사람만 출전시켰다면 걱정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옆에 앉아 있던 윌셔가 묻자 서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는 바나나 껍질을 봉지에 넣었다.
잠시 묵념을 가진 후.
주심이 휘슬을 불자 우렁찬 함성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우와아아아아아!”
전반전 초반부터 양 팀 선수들이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치열한 탐색전을 벌였다.
활동량이 많은 선수들이 나오니 다이내믹한 장면들이 평소보다 많이 나왔다.
여기에 나타났다가 저기에 나타났다가 볼을 뺏고 다시 뺏는 장면이 나오자 경기 분위기는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서하의 걱정과 달리 아스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밀리지 않고 패스 플레이로 풀어 나갔다.
역시 왼쪽 윙어로 출전한 산티 카솔라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카솔라는 측면에 있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공을 받아 주고 돌려주며 중원 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싱겁게 끝났네.”
“주도권 싸움?”
“어. 카솔라가 중앙으로 움직이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발을 빼고 있잖아. 전선이 뒤로 물러났어.”
마치 미련이 없다는 듯.
쭉 물러나 수비 라인을 갖췄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와 성을 내며 선수들의 위치를 일일이 잡아 줬다.
그러자 굉장히 타이트한 수비 라인이 완성됐다.
물샐 틈이 없는 수비 라인.
확실히 준비가 잘되어 있었다.
아스날이 어떤 방식의 공격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강점을 발휘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프 스페이스를 틀어막았네.”
“너무 타이트한데? 저길 어떻게 뚫어? 사이드로 벌려 줘야 할 것 같은데.”
윌셔가 혀를 내두르며 말하자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료들이 어떻게 풀어 가는지 바라봤다.
카솔라와 램지가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어떻게든 뚫어 보려 애를 썼지만, 상대는 흔들리지 않았다.
틈을 내주지 않으니 볼 돌리기밖에 할 일이 없었다.
간혹 카솔라가 박스 안으로 넣어 줬지만, 월콧과 호흡이 맞지 않아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몬레알과 나바스의 크로스도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월콧과 램지는 공중 볼 경합에 장점을 지닌 선수들이 아니었다.
자연스레 볼을 따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역습으로 이어졌다.
“측면으로 유도해!”
시끄러운 관중들의 목소리를 뚫고 베르마엘렌이 고함을 질렀다.
코클랭은 몬레알이 돌아오기 전에 지연시킬 생각으로 발렌시아를 계속해서 측면으로 몰아넣었다.
발렌시아는 코클랭의 의도대로 따라 주다가 순간적으로 중앙으로 치고 나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코클랭은 허우적거리며 균형을 잃고 발렌시아에게 완벽한 공간을 내주고 말았다.
툭. 툭툭.
중앙으로 공을 몰고 나오는 발렌시아를 저지하기 위해 베르마엘렌이 나섰다.
그러면서 반 페르시와 루니의 위치를 확인했다.
다행히 메르테자커와 플라미니가 잘 붙어 있었다.
자신감을 얻은 베르마엘렌은 과감하게 발을 뻗었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왼쪽으로 공을 돌렸다.
“……!”
고개를 돌리자 루니가 플라미니를 따돌리고 공을 받은 후 원터치 패스를 가져가고 있었다.
베르마엘렌은 황급히 몸을 돌려 페널티 박스로 달렸다.
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골 냄새를 맡은 반 페르시는 메르테자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루니의 패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시켰다.
반대편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
슈체스니는 역동작에 걸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스날의 골망이 출렁이자 올드 트래퍼드에 함성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아!”
선제 득점의 주인공이 된 반 페르시는 두 손을 번쩍 들기만 할 뿐, 친정 팀을 위해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서하는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