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4)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34화(133/201)
134화 올드 트래퍼드 원정 (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날카로운 역습 전개에 선제 득점을 내준 아스날이었지만, 주도권까지 내주지 않았다.
베르마엘렌, 메르테자커, 코시엘니로 후방을 튼튼히 하고.
몬레알과 헤수스 나바스가 측면에서 넓게 벌려 주며 물 샐 틈이 없는 중앙에 균열을 내려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코클랭과 플라미니를 높은 위치까지 올려 공격 숫자를 늘렸다.
램지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월콧과 다른 동료 선수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 줬다.
카솔라는 서하가 해 온 역할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다른 선수였다면 가진 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팀에 민폐만 끼쳤겠지만, 카솔라는 달랐다.
서하만큼 폭발적인 힘과 팀을 위기에서 구해 내는 영웅적인 면은 없으나 다른 능력에서는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서는 부분도 있었다.
바로 세트 피스였다.
카솔라는 발을 가리지 않고 정교하고 다양한 킥을 찰 줄 알았다.
이번 시즌 무회전 킥으로 득점을 만들어 내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구해 내며 자신이 왜 아스날의 프리키커인지 증명했다.
램지가 모처럼 부드러운 터치로 좋은 찬스를 잡자 필 존스가 어깨로 밀어붙여 끊어 냈다.
삐익!
주심은 곧바로 휘슬을 불었다.
하지만 홈 팬들을 의식해선지 카드는 꺼내지 않았다.
“위치가 꽤 좋은데?”
“나쁘지 않지.”
서하는 윌셔의 말에 동의했다.
페널티 박스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 왼쪽으로 살짝 쏠려 있었지만, 직접 차도 괜찮은 거리였다.
오른발잡이가 좋아하는 위치였다.
카솔라는 공을 만지작거리다가 슬쩍 앞으로 굴려 놓고 인간 벽 너머 골문을 바라봤다.
“우우우우우우!”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카솔라는 신경 쓰지 않은 듯 호흡을 가다듬으며 공에서 물러섰다.
오늘 위기 한번 없던 데 헤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벽 위치를 조정했다.
됐다는 수신호를 보내자 긴장감이 필드 위에 흐르기 시작했다.
카솔라가 손을 번쩍 올렸다.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삐익!
아스날이 맞이한 가장 좋은 찬스.
카솔라는 천천히 달려오더니 오른발로 가볍게 공 밑을 때렸다.
공은 인간 벽을 훌쩍 넘었다.
파 포스트로 향하던 공은 점점 니어 포스트로 선회했다.
데 헤아는 위치를 잘 잡고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오우우우우우!”
탕!
아쉽게도 덜 감겼는지 골대를 맞고 라인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카솔라는 아쉬운지 머리를 감싸쥐었고 내심 기대했던 벵거 감독도 탄식하며 벤치로 돌아왔다.
아쉬운 기회가 날아갔지만, 아직 전반전은 많이 남아 있었다.
카솔라는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드리블도 하고 패스를 뿌려 주며 어떻게든 동점 골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경기는 풀리지 않았다.
답답한 흐름이 계속 이어졌다.
“필 존스 카드가 지석이 형하고 너무 잘 맞아떨어졌어.”
두 사람은 종횡무진 필드를 누비며 아스날의 공격을 방해했다.
덕분에 아스날 특유의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특히 더블 볼란치로 나온 코클랭과 플라미니가 문제였다.
“또 저러네.”
윌셔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불평을 터트렸다.
서하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패스는 문제없었다.
단지 강한 압박을 받을 때 불안정한 패스를 남발해 볼을 뺏길 뿐.
차라리 백패스로 안전하게 돌린다면 모를까.
두 사람은 전진 패스를 넣지 못하면 죽는 병에 걸렸는지 되지도 않는 패스로 상대에게 맛있는 역습을 제공했다.
물론 뺏기고 다시 되찾아오는 능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애초에 뺏기지 않았다면 불필요한 체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었다.
창조적으로 체력을 소모하는 두 사람, 서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경기 흐름을 체크했다.
‘나쁘지는 않아. 나쁘지는 않은데 경기를 뒤집을 힘이 부족해.’
월콧 대신 지루나 키슬링이 출전했다면 모를까.
나바스 카드는 완전히 실패였다.
아스날의 기존 윙어들처럼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가 부족했다.
나바스는 빠른 발, 드리블 돌파 그리고 정교한 크로스로 측면을 휘젓는 클래식 윙어였으니까.
물론 아르센 벵거 감독이 측면으로 넓게 벌려 주고 크로스를 올리라는 주문이 있었겠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울리지 않았다.
정상급 풀백인 에브라를 상대로 멋진 드리블에 이은 크로스로 박스를 타격했으나 퍼디난드가 월콧을 누르고 헤딩으로 걷어 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나오자 본인은 답답한지 한숨을 내쉬며 애꿎은 잔디를 발로 찼다.
서하는 새로운 바나나를 꺼내며 나바스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오늘 폼은 좋아. 좋은데 받쳐 줄 선수가 없어. 받쳐 줄 선수가 없으면 본인이 다른 스타일로 바꿔야 하는데 그것마저 먹히지 않는 걸 알고 있지.’
나바스는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를 못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드리블 돌파 후 중앙으로 들어와 땅볼 크로스로 박스를 타격하는 확실한 무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최고의 골잡이인 반 페르시가 있었다면 모를까.
그걸 주워 먹을 줄 아는 선수는 아스날에 없었다.
그러니 엇박자가 일어났다.
호기롭게 나선 월콧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센터백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다.
램지가 부지런히 필드를 돌아다니며 연결 고리 역할을 해 줬지만, 그게 끝이었다.
필 존스에게 막혀 박스 안으로 발도 내밀지 못했다.
“오우우우우우!”
아스날이 애를 먹는 사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빠른 역습으로 재미를 봤다.
캐릭, 필 존스 그리고 배지석이 중원을 든든하게 지켜 주자 루니는 수비 부담을 덜고 높은 위치에서 역습 전개를 주도했다.
필 존스와 배지석은 공을 탈취하면 무조건 루니에게 보냈다.
루니는 압박받기 전에 측면으로 빠르게 공을 전달했다.
루니-발렌시아-루니-반 페르시로 이어지는 빠르고 효율적인 역습 전개.
아스날은 이 역습 패턴을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막으려면 풀백인 몬레알을 아래로 내려 발렌시아를 마크하거나 루니에게 전담 마크를 붙여야 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공략하려면 카솔라에게 자유를 부여해야 했다.
몬레알을 높이 올려야 윙어로 출전한 카솔라의 발이 풀리기에 아스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전반전 44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PK를 얻어 내며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우와아아아아!”
올드 트래퍼드가 거대한 함성으로 파묻혔다.
PK 득점에 성공한 웨인 루니는 맹수처럼 멋지게 포효하며 팬들의 환호성을 끌어냈다.
동료들은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만지며 축하해 줬다.
0대2 상황에 놓이자 아스날 선수들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슈팅 개수 2개, 유효 슈팅 0개.
리그 1위 팀답지 않은 초라한 전반전 성적표였으니까.
‘전반전은 완패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변형 스리백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원 패턴 역습에 철저하게 먹히고 말았다.
후반전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터였다.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동료들과 벤치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윌셔와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스티브 볼드 수석 코치가 서하를 불렀다.
“윤, 잠시 이쪽으로.”
스티브 볼드는 팀 닥터도 불렀다.
조용한 장소로 이동한 그는 살짝 초조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몸은 좀 어때?”
“나쁘지 않아요.”
“윤, 잠시 확인 좀 할게.”
팀 닥터가 어께를 확인하려하자 서하는 볼을 긁적이며 물었다.
“메디컬 체크까지 다 했는데 여기에서 또 해요?”
“이건 그냥 간단한 테스트야. 여기. 아프진 않지?”
“네, 멀쩡해요.”
부상 부위를 눌러보던 팀 닥터는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스티브 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하를 바라봤다.
“윤, 아마 75분쯤에 투입될 거야. 후반전 시작되면 바로 몸 풀어.”
서하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더 빨리 들어갈 수는 없어요?”
“토니가 윤은 아직 몸이 올라오지 않아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다음에 출전시키라고 했어. 나와 감독님도 동의했지.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좋지 않아.”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죠.”
“맞아. 그래서 준비가 끝난 잭부터 내보내고 윤, 너는 당겨서 쓰려는 거야. 토니가 알면 게거품을 물겠지만, 감내해야지.”
“전 준비됐어요. 출전할게요.”
서하가 강한 의지를 드러내자 스티브 볼드는 안도하며 등을 가볍게 두드려 줬다.
“윤, 고마워.”
“고맙긴요.”
합의를 끝낸 세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층 밝은 얼굴로 로커 룸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침묵이 내려앉은 로커 룸 분위기에 입 하나 뻥끗하지 못하고 각자 자리로 향했다.
서하는 슬쩍 주변을 살폈다.
선수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위험한데.’
평소라면 주장인 베르마엘렌이 분위기를 주도했겠지만, 오늘 그는 대역죄인이었다.
역습을 지연시키지 못하고 성급한 태클로 PK를 내주며 팀을 패배의 수렁에 빠지게 만들었으니까.
지금도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으니 멘탈이 완전히 나간 듯싶었다.
그럼 주장단이 나서야 하는데 현재 로커 룸에는 주장단이 없었다.
부주장 미켈 아르테타 부상.
바카리 사냐 부상.
토마시 로시츠키 부상.
‘최악이야.’
메르테자커와 코시엘니도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다들 눈치 보기 바빴다.
서하는 속으로 나설까 말까 고민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모양새가 좋지 않지.’
누군가 총대를 메고 앞으로 나서면 그때 거들어 줘야 했다.
어린 선수가 나서면 자칫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었으니까.
지난 시즌의 경험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에 서하는 참았다.
베테랑인 플라미니가 나선다면 좋은 그림이 만들어질 텐데.
‘화풀이만 해 대네.’
자신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연신 씩씩거렸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 있던 어린 선수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갔다.
이대로 후반전에 출전한다면 참사를 피하기 어려웠다.
반전이 필요했다.
모두가 진심으로 원하고 있을 때.
로커 룸 문이 열리며 아르센 벵거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벵거 감독은 선수들의 시선을 받아 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45분 동안 고생 많았네.”
선수들의 어깨를 짓누르던 압박을 조금 덜어 주는 한마디였다.
벵거 감독은 선수들을 한 명씩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전반전은 상대가 완벽한 승리를 거뒀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후반전이 남아 있네. 후반전 45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네. 그럴 역량이 있고 나는 자네들을 믿으니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벵거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감을 조금 되찾았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정도로는 분위기를 바꿀 수 없었으니까.
“후반전은 약간의 변화를 줄 걸세. 마티유.”
“네, 감독님.”
“자네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후반전에는 오른쪽 풀백으로 뛸 거야.”
순간 플라미니의 얼굴이 찡그려졌지만, 이내 마지못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오른쪽 풀백에서 뛸 선수가 없었으니까.
벵거 감독은 고맙다는 말을 건네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베르마엘렌으로 향했다. 베르마엘렌은 자신의 처지를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줘서 고맙네. 잭, 후반전에 들어갈 준비 하게.”
“알겠습니다.”
이미 전반전 끝나기 전부터 몸을 풀고 있던 터라 윌셔의 출전은 모두가 예상했던 수순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역습은 주로 우리의 왼쪽을 노렸고 나초가 높이 올라가면서 넓은 공간을 코클랭과 토마스가 메꿀 수밖에 없었지. 나의 치명적인 실수였네. 역습을 예상했음에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으니 말일세.”
잠시 숨을 돌린 벵거 감독은 목소리로 선수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니 후반전은 만회하고 싶네. 이제 우리는 왼쪽 측면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거야. 왼쪽으로 선수들을 쏠리게 만드는 거지. 오른쪽 측면이 비면 산티가 반대편으로 빠르게 전환해 줘야 해. 그리고 나바스, 자네가 박스 안으로 넣어 줘야 해. 할 수 있겠나?”
나바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좋네. 이걸로 만회 골을 터트리면 나는 동점 골과 역전 골을 노릴 새로운 카드를 꺼낼 걸세.”
아스날 선수들은 당연하다는 듯 서하에게 시선이 쏠렸다.
서하는 볼을 긁적였다.
미적지근한 반응에 벵거 감독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 부담 가지지 말고 우리가 잘하는 플레이, 약속된 플레이를 떠올리게.”
“알겠습니다!”
선수들의 힘찬 대답에 벵거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