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9)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49화(148/201)
149화 이상한 날
순풍을 탄 배가 대양을 가르듯.
아스날은 압도적인 경기력과 폭발력으로 상대를 찍어 눌렀다.
FA컵 5라운드 블랙번전 3대0, 상승세를 탄 아스톤 빌라를 5대1로 꺾으며 무패 행진을 달렸다.
아스날의 승리는 당연했고 패배는 항상 상대 팀의 몫이었다.
팀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풀려도 너무 잘 풀렸으니까.
새로 합류한 수아레스도 밝고 긍정적인 팀 분위기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리버풀에 있을 때는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자신이 무언가 해결해야 했다면 아스날은 아니었다.
꾸역꾸역 공을 잡고 플레이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면 알아서 공이 발밑으로 굴러왔으니까.
어깨가 가벼워진 수아레스는 슈팅도 때리고 때로는 미끼가 되어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 주며 다채로운 플레이를 보여 줬다.
수아레스의 이런 플레이는 아스날이 추구하는 축구에 잘 어울렸다.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인 공격수.
뛰어난 축구 지능을 지녔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3경기 6득점 2도움.
상대 팀이 리버풀, 블랙번, 아스톤 빌라라 살짝 객관적인 판단이 떨어질 수 있겠지만, 폭발적인 득점력은 아스날에 필요했던 마지막 퍼즐이었다.
“스트라이커의 역할은 마무리지.”
서하는 문득 수아레스의 바르셀로나 시절을 떠올렸다.
리오넬 메시보다 위대했던 시즌도 있었고 메시가 없을 때는 수아레스의 독무대였다.
한 시즌에 60득점을 넣었던 선수.
지금도 훌륭한데 전성기 때 함께 뛰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까?
생각만 해도 정말 행복했다.
이는 서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팬들은 수아레스의 영입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누리고 있었다.
– 잭 윌셔? 좋은 선수지. 하지만 루이스 수아레스만큼은 아니야.
– 수아레스는 신이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신이지!
– 난 그의 퍼포먼스를 보고 한눈에 반했어! 리버풀전 해트 트릭은 내 인생 최고의 장면일 거야!
– 드디어 우리에게도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생겼어! 이제는 반 페르시가 그립지 않아!
└ 반 페르시가 누군데?
└ 맨유에서 뛰는 친구야. 얼마 전에 루이스에게 득점왕 선두를 뺏긴 그 친구.
└ 아! 맞다! 그랬었지! 내가 잠시 잊고 있었어! 하하하!
– 루이스의 합류로 지난 시즌처럼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 주고 있어! 이건 정말 고무적이지!
└ 우리가 원했던 모습이라고!
– 얼마 전에 윤도 그런 말을 했잖아. 수아레스와 함께 뛸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고. 우리도 마찬가지야! 두 사람의 플레이를 볼 때마다 행복하다고!
– 난 루이스도 대단하지만, 윤이 더 놀라워.
└ 맞아! 지난 시즌에는 반 페르시와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호흡을 보여 줬는데 루이스와 이렇게 빨리 멋진 호흡을 보여 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
└ 윤이 가진 엄청난 재능 중 하나야. 선수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프로세스가 굉장히 빠르거든. 그래서 수아레스가 선호하는 플레이에 맞춰 준다고 저번에 언급했어.
└ 와! 그게 가능한 건가?
└ 가능하지.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걸?
– 이번 시즌 진짜 기대된다!
└ 난 리그 우승보다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 더 간절해.
– 고 아스날! 고 아스날!
팬들의 댓글을 읽으며 피식 웃던 서하는 강한 진동을 느끼고는 서둘러 메시지를 확인했다.
재미있게도 수아레스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루이스 수아레스]윤! 오늘 휴일인데 뭐 해? 집에 있지? 그럼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위잉!
[루이스 수아레스]윤, 아직 자는 거 아니지? 내 메시지 읽었을 거야! 맞지?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위잉!
[루이스 수아레스]바쁜 척하지 말고. 어서 답장해 줘. 네가 있어야 한단 말이야.
수아레스가 안달 난 이유는 입단식 이후 일정이 바빠서 선수단 환영식이 뒤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원래는 2월 말쯤에 일정이 잡혔는데 아쉽게도 서하는 A매치 차출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스날에서 서하가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파티에 서하가 참석하지 않으면 그림이 무척 이상했다.
수아레스도 그걸 원하지 않았다.
“파티 할 거면 어제 알려 주지.”
하지만 이해했다.
어제 휴가라고 통보했으니까.
서하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바로 가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답장을 보내자마자 수아레스에게서 재답장이 날아왔다.
[루이스 수아레스]역시 올 줄 알았어! 5시까지 오면 돼! 널 위한 식단도 따로 준비해 뒀고 시간 되는 친구들 다 불렀어! 미켈이 널 데리고 오겠다니까 늦지 않게 준비 잘 하고 나와!
서하는 알겠다고 답장을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스트레칭을 해 주고 근육을 살살 만져 줬다.
그러다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었다.
“슬슬 움직여 볼까.”
서하의 식사는 언제나 같았다.
생선구이와 신선한 야채 그리고 적당한 양의 잡곡밥.
원래는 잡곡밥이 없었으나 트레이너가 탄수화물 보충이 필요하다며 밀가루보다는 잡곡밥을 권했다.
덕분에 즐길 거리가 조금 늘었다.
가끔 별미로 계란프라이를 잡곡밥에 얹어 먹기도 했는데 소금 간만 했는데도 굉장히 폭발적인 맛이었다.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싹 돌았다.
하지만 냉장고를 연 순간 서하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 오늘도 연어네.”
연어는 정말 맛있는 생선이었지만, 어느 음식이라도 자주 먹으면 질리는 법이다. 예외란 없다.
서하는 속으로 불평불만을 쏟아 내면서도 손질된 연어를 꺼냈다.
샐러드용 야채와 용기에 담긴 잡곡밥도 밖으로 꺼냈다.
가장 먼저 잡곡밥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리고 손질된 연어를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려 구웠다.
남는 시간에는 집게로 샐러드를 꺼내 용기에 담고 직접 만든 과일 드레싱을 위에 뿌려 줬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2분 30초 정도.
전자레인지가 다 돌아갔다고 신호를 보내면 바로 꺼내지 않고 연어 상태를 확인했다.
“으음, 낫 배드.”
바로 불을 꺼주고 노릇하게 구워진 연어를 접시 위에 올렸다.
일주일에 한 번만 먹어 줘도 정말 맛있게 먹었을 텐데.
거의 매일 아니면 이틀에 한 번 먹다 보니 불곰이 된 기분이었다.
서하는 조리된 음식들을 식탁 위에 올린 후 예쁘게 배치했다.
마음에 들게 배치하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찰칵!
사진을 확인한 후 베스트 사진을 트레이너와 은디아예에게 보냈다.
두 사람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트레이너]윤! 점심 맛있게 먹고 오늘도 파이팅! 아! 저녁에도 사진 보내는 거 잊지 마!
[메이사 은디아예]바로 SNS 관리자에게 전달해서 게시하라고 할게요! 아참! 윤, 요즘 팔로워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이걸 보면 진작 만들었어야 했는데. 윤이 괜히 고집을 부려서 얼마나 아쉬운지 모르겠다니까요. 아무튼! 오늘 휴일이니 푹 쉬고 내일은 제가 훈련장까지 데려다줄게요!
서하는 대충 답장을 보낸 후 포크로 샐러드의 중심부를 공략했다.
맹렬한 공세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초록빛 장벽들.
포로로 전락한 그들은 단숨에 무자비한 포식자의 입 속으로 삼켜졌다.
아삭. 아삭. 아삭. 아삭.
서하는 잘게 씹으며 슬쩍 자신의 SNS를 확인했다.
SNS 관리자의 일처리 솜씨는 매우 빨랐다.
점심 식사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실시간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 개수와 팔로워 수.
굶주린 하이에나일까.
고작 점심 식사 사진 두 장에 굉장히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슬쩍 댓글을 확인하니 언어도 제각각이었다.
가장 많은 언어는 한국어였다.
– 와! 진짜 리스펙한다. 매일 이런 음식만 먹고 축구한다고? 난 절대 못 할 듯.
– 최고가 되고 싶으면 독해져라.
– 윤서하가 잘하는 이유가 있네.
– 진짜 이번 A매치가 기대된다!
– 윤서하 선수! 독일전 기대할게요!
-오늘도 파이팅!
– 저 독일전 직관해요! 오늘 런던으로 갑니다!
– 윤서하 개잘생겼어.
그다음으로는 영어였다.
반응은 한국 사람들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대부분 아스날 팬들이 몰려와 관심을 쏟아 냈고 다음 경기도 잘 부탁한다며 응원하는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이외에도 일본어, 스페인어 등 해외 축구 팬들이 댓글을 달았다.
연어를 깨작깨작 씹으며 댓글을 읽던 중 알림들이 왔다.
띠링! 띠링!
친구를 맺어 둔 동료들이었다.
mikelarteta : 윤이 해 준 연어 스테이크 먹어 봤는데 끝내주게 맛있었어! 또 먹고 싶어지네.
ryo381 : 윤을 따라 식단 관리 해 보는 중인데 너무 힘들다. 이걸 어떻게 매일 한 거야?
aaronramsey : 역시 마이 베스트 프렌드! 오늘도 파이팅!
p_mertesacker : 다음에 나도 부탁할게! 그런데 우리 집에는 언제 놀러 올 거야?
luissuarez9 : 윤! 정말 맛있어 보인다! 네가 직접 요리한 거야?
santicazorla : 오늘도 잘 봤어! 다음에도 사진 부탁해!
서하는 피식 웃었다.
그냥 후보정이 잘된 사진인데 칭찬해 주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동료들의 SNS 게시판을 보면서 식사하니 금세 시간이 다 갔다.
시간을 버리는 데는 이만한 게 없었다.
“내가 이래서 안 한다니까.”
서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빈 접시와 용기를 설거지했다.
은디아예의 끈질긴 설득으로 SNS 계정을 만들었으나 직접 관리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일상 사진이 담김 게시물을 올려 이미지를 구축하기로 합의를 마쳤다.
SNS 어플을 설치한 이유는 계정 관리가 잘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검수는 필수였으니까.
서하는 물기를 털어 내고 자리에 앉아 분석 자료를 확인했다.
[갈라타사라이 전력 분석 보고서]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도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던 터라 철저하게 분석해 둬야 했다.
갈라타사라이는 유럽 변방 리그에 소속된 팀이나 만만하게 볼 팀이 아니었다.
조별 예선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안방에서 잡아낼 정도로 조직력이 끈끈한 팀이었다.
“원정은 몰라도 안방에서는 호랑이지.”
서하는 자잘한 내용은 다 넘기고 중요한 정보들만 눈에 담았다.
터키 쉬페르리그 1위.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2위.
겨울 이적 시장에서 웨슬리 스네이더르와 디디에 드록바 영입.
기존 자원들의 활약.
생각보다 전력이 탄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잡은 이유가 있네.”
물론 예전부터 안방에서 잘 잡아내긴 했지만 말이다.
서하는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과 약점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원정 경기였기에 더욱 집중했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2차전 홈에서 갈라타사라이에서 지옥을 선사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아스날은 안방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으니까.
수아레스 합류 후 폭발적인 경기력을 발휘했던 터라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오른 상황이었다.
오죽했으면 터키 언론에서조차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에게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뛰라고 말했을까.
이해 가는 멘트였다.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던 서하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15시 34분.
슬슬 씻고 준비해야 했다.
수아레스의 집은 서하의 집과 거리가 있었던 터라 걸어가려면 넉넉하게 40분 전에 나가야 했다.
물론 운동 삼아 걸어가면 먼 거리는 아니었다.
“문제는 사람들이지.”
이제 서하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아 곤란할 때가 많았다.
꾸준히 해 오던 산책은 루틴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고 가게도 되도록 가지 않았다.
영업에 방해될 테니까.
다행히 가까이에 사는 아르테타가 픽업해 주기로 했던 터라 스타의 삶은 겪지 않아도 됐다.
서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성인 언제 되려나. 면허도 따고 차도 사고 싶은데. 돌아온 건 좋은데 아직 어린애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어서 너무 불편하네.”
식사부터 나이까지.
이상하게도 입에서 불평 불만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