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0)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50화(149/201)
150화 타지에서 만난 반가운 선수
“생각보다 춥진 않네?”
“이스탄불이 런던보다는 남쪽에 있잖아. 몰랐어?”
“난 터키가 북쪽에 있는 나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이건 상식이라고.”
아스날 선수들은 갈라타사라이 홈 구장인 람스 파크에서 적당히 몸을 풀며 잡담을 나눴다.
몸을 푼 선수들은 코치들의 지시하에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 강도는 높지 않았다.
어제 저녁에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던 터라 체력과 컨디션 점검을 간단하게 한 후 론도 훈련으로 마무리했다.
15분 간 휴식이 주어지자 스티브 볼드 수석 코치가 서하에게 다가와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물었다.
“윤, 발등은 어때? 괜찮지?”
“괜찮아요. 전혀 문제없어요.”
“좋아. 감독님께 말씀드릴 테니 통증 느끼면 바로 바로 말해.”
“물론이죠.”
스티브 볼드는 안도하며 서하에게 몇 가지 전달 사항을 전달해 주고 다른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걱정이 많으시네.”
“그야 한동안 부상자가 없다가 갑자기 늘어나서 그렇지.”
로이스가 물병을 입에 가져가며 말하자 옆에 있던 카솔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윤도 크게 다칠 뻔했잖아.”
“마지막에 발 빼서 괜찮은데.”
서하의 중얼거림을 들은 로이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넌 안 다쳤지만, 토마스가 다쳤잖아. 토마스 말고도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경기에 못 나오니 코치들이 걱정하는 거지.”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 훈련 도중 경합 과정에서 베르마엘렌과 충돌이 일어나 가벼운 타박상을 입는 장면이 나왔다.
다행히 서하는 훌훌 털고 일어났지만, 베르마엘렌은 충돌 이후 발을 잘못 디뎌 발목이 삐끗했던 터라 두 달 넘게 결장해야 했다.
가뜩이나 센터백이 부족한 아스날이었기에 베르마엘렌의 부상은 심각하게 다가왔다.
코시엘니와 메르테자커 둘 중 한 명이 다치는 날에는 가용할 자원이 없었으니까.
세바스티안 스킬라치는 없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그의 기량은 아스날에서 뛰기 매우 부족했으니까.
아무튼 한동안 부상 악령에 시달리지 않았던 아스날은 2월에 들어서 다시 부상 병동을 가동했다.
마티유 플라미니, 토마스 베르마엘렌, 바카리 사냐, 슈테판 키슬링, 보이치에르 슈체스니 등이 3월 이후에 돌아올 예정이었고.
토마시 로시츠키는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이 이상 선수들이 부상을 당한다면 아스날의 우승은 점점 어려워질 수 있었다.
코치진은 어느 때보다도 선수들의 몸 관리에 예민해져 있었다.
“윤, 녀석들이 거칠게 나올 확률이 높으니 부상 조심해.”
“산티, 걱정해 줘서 고마워.”
카솔라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씩 웃었다.
“윤, 오늘도 갈라타사라이가 4-4-2를 들고 나올까?”
“아마? 지금까지 결과가 좋았으니 그대로 들고 나올 확률이 높긴 한데 예상 선발 라인업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단 말이지.”
로이스와 카솔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갈라타사라이의 예상 선발 라인업을 확인했다.
일마즈 – 드록바
스네이더르-이난-멜루-알틴톱
리에라-김영원-세미 카야-에부에
무슬레라
지난 조별 예선과 최근 리그 경기에서 사용하는 포메이션 그리고 선수 선발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분석한 라인업이었다.
서하는 아스날 분석 팀을 칭찬해 주고 싶었다.
굉장히 유사하게 뽑아냈으니까.
“이렇게 나오면 미드필더들 조합이 이상하지 않아? 다들 중앙 지향적이잖아.”
“맞아. 우리처럼 말이지. 윤, 넌 어떻게 생각해?”
카솔라와 로이스는 의견을 주고받은 후 서하를 바라봤다.
서하는 턱을 긁적이며 두 사람의 의견에 동의한 후 갈라타사라이가 노리는 바를 말했다.
“투 톱 선수들을 보면 알 수 있어. 부락 일마즈와 디디에 드록바는 강한 피지컬로 상대 수비수를 압도하는 공격수들이지. 물론 일마즈는 전통적인 클래식한 9번이고 드록바는 육각형에 가깝지만. 아무튼, 갈라타사라이는 이들의 신체 능력을 이용할 거야.”
“길게 때려 놓은 후 세컨드 볼을 노릴 생각이구나.”
“그럴 확률이 높아.”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까?”
세 사람은 잔디를 밟으며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꿀맛과도 같던 휴식이 끝나고.
아스날은 남은 시간을 슈팅과 패스 훈련으로 보냈다.
점검 차원에 가까운 훈련이었다.
자투리 시간도 전부 소모하자 코치들은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자자! 다들 서둘러! 이제 자리 내줘야 해!”
선수들은 훈련 도구들을 챙겨 잔디를 빠져나왔다.
서하는 동료들과 함께 경기장을 나오던 중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어? 서하야! 진짜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지?”
“형, 매일 톡으로 연락하는데 뭘 오랜만이야. 그런데 얼굴 탔네? 정말 열심히 뛰었나 봐?”
서하가 씩 웃으면서 놀리자 김영원은 가볍게 옆구리를 때렸다.
“짜샤! 동생이 되어 가지고 형을 놀리고 있어. 아무튼 반갑다!”
“나도 반가워.”
서하는 동료들에게 먼저 가 보라고 말한 후 근황 토크를 이어 나갔다.
“형, 어때? 유럽 오니까?”
김영원은 ‘터키가 유럽인가’라는 말을 내뱉으며 부지런히 입을 움직였다.
“확실히 다르더라. 일본에 있을 때는 뭔가 압박감이 덜했는데 여긴 압박감도 그렇고 경기 템포도 장난 아니야. 홈 팬들은 얼마나 극성인지. 어휴! 솔직히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좀 애를 먹었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번 시즌 주전 수비가 되었잖아. 난 형이 다음 시즌에 되어서야 주전 먹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서하가 살짝 띄워 주자 김영원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흐! 뭐, 운도 좀 따라 줬지. 갑작스레 주전 센터백이 시즌 아웃 되는 바람에 기회를 잡았거든. 내가 데뷔전을 무난하게 소화해서 그런지 감독님께서 계속 경기에 내보내더라고. 난 거기에 부응했고 말이야.”
“갈라타사라이 감독이 파티흐 테림이었지? 어때?”
“친절하시고 좋은 분이셔. 가끔 불같이 화낼 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로커 룸에서 그렇고. 아! 훈련 강도가 엄청 높아. 내 축구 인생에서 그렇게 빡센 훈련은 처음이었어.”
김영원은 짧은 기간에 어떤 훈련을 했는지 세세하게 말했다.
“와! 형, 적응력 진짜 좋네. 첫 시즌에 주전도 먹고 훈련도 잘 따라가고. 그러니 감독이 형을 주전으로 기용하지.”
“다 네 조언 덕분이지! 아! 그리고 네가 연결해 준 에이전트 실력도 좋더라. 고객 만족 최우선이 뭔지 제대로 보여 주던데?”
“내가 말했잖아, 은디아예는 선수 생각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그땐 솔직히 못 미더웠는데 계약이 빠르게 진행되고 일하는 솜씨 보니까 저절로 믿게 되더라고.”
서하는 올림픽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은디아예에게 김영원을 소개해줬다.
새로운 에이전트를 찾고 있던 김영원은 서하의 소개로 은디아예를 런던에서 만난 다음 날 스포르트 커버와 계약을 맺었다.
유럽 진출은 여유롭게 진행됐다.
여름 이적 시장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2012년 말까지 일본에서 뛰고 겨울 이적 시장에 진출을 노렸는데 예상보다 인기가 많았다.
런던 올림픽에서 스페인, 브라질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명성과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소 실점을 달성한 주전 수비수들의 몸값이 치솟았고 그중 대한민국 수비의 핵심이었던 김영원은 빅 리그 클럽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김영원이 유럽 진출을 선언하기 무섭게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에버튼, 뉴캐슬, 아스톤 빌라 등 중상위권 팀에서 오퍼가 들어왔고.
분데스리가에서는 샬케, 레버쿠젠, 함부르크, 하노버.
라리가에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세비야, 에스파뇰.
세리에는 볼로냐, 아탈란타, 파르마, 피오렌티나.
그 외에도 중소 리그에서 많은 오퍼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의외였다.
유럽 변방 리그인 터키, 갈라타사라이의 오퍼를 받아들였으니까.
“난 형이 바로 프리미어 리그에 올 줄 알았는데.”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대표가 그러더라고. 많은 연봉보다는 주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팀을 선택한 후 천천히 단계를 밟고 올라가는 편이 훨씬 안정적일 거라더라. 그 말을 듣고 팀들을 좁혔지. 그러니까 몇 팀 안 남더라.”
“그 팀들이 레버쿠젠하고 갈라타사라이였구나.”
김영원은 구단 관계자가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레버쿠젠에 호민이가 있어서 좀 끌렸는데 왠지 한국 선수가 있으면 내가 그 나라에 문화와 언어에 집중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한국 선수들이 없는 팀을 골랐지.”
“잘 생각했어. 갈라타사라이가 나쁜 선택은 아니지. 오히려 더 괜찮을걸? 챔피언스 리그도 경험하고 경험 많은 유럽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불태우는 팀이라 형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거야.”
“안 그래도 겨울 이적 시장 동기생인 드록바하고 친해. 스네이더르는 아직 몇 마디 안 했지만, 곧 친해질 예정이고.”
중국으로 갈 운명이었던 김영원이 드록바와 스네이더르를 언급하자 서하는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김영원은 유럽 무대에서 통할 기량을 가진 선수였다.
중국으로 가지 않고 정강이가 부러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형, 선수들하고 소통은 돼?”
“뭐, 완전 잘되는 건 아닌데 영어로 소통하니까 통하긴 하더라. 아! 맞다! 구단 관계자가 우리 둘이 사진 찍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사진 한 장 괜찮지?”
서하는 갈라타사라이 관계자가 김영원에게 보낸 신호를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그거 구단 SNS에 올릴 거지?”
“아마 그럴걸? 요즘 너 엄청 핫하잖아. 며칠 전부터 구단 관계자가 엄청 부탁했거든.”
“잠시만. 나도 물어볼게.”
구단 관계자에게 물어보기 무섭게 바로 허락을 받았다.
오히려 겨울 이적 시장 막바지를 뜨겁게 달궜던 김영원이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양 팀의 구단 관계자들이 빠르게 집합했다.
서로 의견을 나눈 후 곧바로 두 사람은 갈라타사라이 앰블럼이 박힌 벽 앞에 나란히 서서 밝은 미소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급하게 구한 여벌의 유니폼을 교환했다.
김영원은 서하의 사인이 담은 아스날 홈 유니폼을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이야! 경기 끝나고 유니폼 교환 안 해도 되겠다.”
“형은 누구랑 할 생각이야?”
“나? 당연히 루이스 수아레스지!”
“오! 인기 많은 매물이네. 알겠어. 내가 수아레스한테 말해 둘게.”
“진짜? 역시 서하밖에 없다니까! 다른 놈들은 드록바 사인 가지고 싶다느니 하는데.”
서하는 입꼬리를 쓱 올렸다.
“대신 형을 공략하라고 할게.”
“아니, 서하야, 좀 봐줘라.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매몰차게 버릴 수가 있냐? 나 말고 오른쪽 공략해. 오른쪽. 끌리지 않아? 너네 선수였던 에부에도 있잖아.”
김영원의 애원에도 서하는 꿋꿋하게 밀고 나갔다.
“형이 열심히 막으면 되잖아.”
“막말로 그게 되겠냐? 우리가 계속 밀릴 텐데? 게다가 내가 리에라 녀석의 뒷공간을 계속 커버해 줘야 하는데. 수아레스에 월콧에 너까지 막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고생해야 하는 거냐?”
김영원이 언급한 로베르트 리에라는 본래 윙어였지만, 풀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한 선수였다.
그렇기에 포지션에 익숙하지 않아 수비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다.
물론 공격력은 나름 괜찮았지만.
오늘 공격에 나설 일은 많지 않을 예정이었다.
아스날은 상대가 약팀이라고 판단한 순간 주도권을 꽉 쥔 채 가둬 두고 무자비하게 팼으니까.
갈라타사라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튼, 설렁설렁해도 우리가 힘드니까. 적당히 실력 발휘해.”
“빠르게 골 넣고 생각해 볼게.”
“끝까지 형을 기만하네. 알겠어. 나 훈련해야 되니까 경기 끝나고 못다 한 이야기하자.”
두 사람은 가볍게 포옹을 나눴다.
서하는 갈라타사라이 앰블럼이 박힌 트레이닝복을 입은 김영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잘 어울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