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2)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52화(151/201)
152화 갈라타사라이 원정 (2)
램지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홈 팬들이 몰려 있는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치며 팔을 쫙 벌렸다.
“*********!”
“엿이나 처먹어!”
그 모습을 본 홈 팬들은 연예인을 만난 듯 격한 반응으로 화답했다.
여기저기서 욕설이 난무하고 이물질이 날아왔음에도 램지는 고작 이거냐며 입꼬리를 씰룩였다.
일명 썩은 미소.
안전 요원들은 당장이라도 경기장으로 난입하려는 성난 관중들을 막느라 애를 먹었다.
이대로 계속 내버려둔다면 경기가 중단될 수도 있는 긴박한 분위기까지 올라왔다.
서하는 램지를 강제로 일으켰다.
“이쯤 하면 됐잖아. 어서.”
“알겠어. 안 하면 되잖아.”
램지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으며 코너 에어리어에서 멀리 떨어졌다.
주장 완장을 찬 아르테타는 사고를 친 램지에게 다가가 가볍게 뒤통수를 때리며 주의를 줬다.
“한 번 더 이런 행동하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알았어?”
램지는 멋쩍은 표정을 지며 뒤통수를 긁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르테타가 원정 경기에서 상대 팀을 자극하지 말자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아르테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램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래도 잘했어. 멋진 골이었어.”
램지는 씩 웃으며 이번 골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입을 털었다.
동료들은 램지의 자랑에 그저 무의미한 웃음으로 돌려주었다.
호응해 주는 순간 경기가 끝난 후에도 시달리게 될 테니까.
동료들이 대충 받아 주고 진형으로 돌아가자 먹잇감을 찾던 램지는 혼자 걸어가는 서하를 발견하고는 거머리처럼 착 달라붙었다.
서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 골에서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완벽한 타이밍에 박스 안으로 쇄도하는 램지를 보고 공을 굴려 준 것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공이 굴러가는 속도를 조절하고 김영원의 눈을 속인 사람은 본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램지는 서하의 목을 감싸며 씩 웃었다.
“윤! 정말 고마워!”
“고맙긴. 네가 잘 넣은 거야.”
“나만 잘해서 넣었겠어? 서로 호흡이 좋아서 넣은 거지! 아무튼 네가 한 일에 대해 너무 덤덤하게 말하지 말고 좀 기뻐해 봐.”
서하는 알겠다고 말하며 귀찮게 구는 램지를 멀리 떨어뜨렸다.
아르테타는 다시 달라붙으려는 램지의 목덜미를 잡으며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이제 전반전 초반이야! 다들 들뜨지 말고 집중해야 해! 이럴 때일수록 더욱 냉정하게, 상대가 거칠게 나오더라도 받아치기보다는 골로 눌러 주자. 다들 무슨 말인지 알지?”
“쟤들 아직 안 죽었으니까 확인 사살 하라는 말이지?”
로이스가 농담을 던지자 동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아르테타도 무거운 분위기로 만들 생각이 없는지 로이스의 말에 호응해 줬다.
“그런 셈이지. 아무튼 몸조심하고 관중을 도발하는 짓은 하지 마.”
“왜 날 보는 거야?”
램지가 억울한 표정을 짓자 아르테타는 구박을 주며 집중하자는 말을 끝으로 자리에 돌아갔다.
서하도 자리를 잡고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을 바라봤다.
이른 시간에 얻어맞아서 그런지 여전히 눈빛이 살아 있었다.
베테랑 선수들 중심으로 무너지려 했던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하의 플레이를 막지 못한 김영원은 억울한 표정이었지만, 그 상황에서는 잘 대처한 편이었다.
단지 램지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좋았고 발등에 제대로 걸렸고.
무슬레라가 손을 쓰기 힘들었다는 점이 김영원에게는 불행했을 뿐.
“잘 이겨 내겠지.”
서하는 김영원에게서 시선을 돌려 필드 전체를 바라봤다.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의 위치가 눈을 거쳐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4-3-3에 가깝게 서 있는 모습.
공격 전개의 핵심이 될 스네이더르의 위치를 올려 쓰겠다는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의도대로 잘 풀릴지는 직접 부딪혀 봐야 알 터.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자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이 공을 뒤로 쭉 뺐다.
“우와아아아아아!”
갈라타사라이 팬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홈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선수들은 아스날의 강한 전방 압박을 어떻게든 이겨 내려 애썼다.
“킴! 뒤로 빼!”
셀추크 이난의 외침에 김영원은 서하의 압박을 이겨 내지 못하고 무슬레라에게 패스했다.
무슬레라는 수아레스의 압박을 발재간으로 벗어나며 여유롭게 사이드로 공을 넘겼다.
에마뉘엘 에부에가 가슴으로 공을 받아 전진하자 로이스가 황급히 달려와 막아섰다.
길이 막힌 에부에는 다시 뒤로.
센터백은 다시 무슬레라에게.
계속해서 압박을 풀어 나오지 못하고 위험을 자초하자 파티흐 테림 감독이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와 소리쳤다.
“그냥 멀리 걷어 내!”
불안하게 공을 주고받지 않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갈라타사라이 공격수들은 체격이 좋고 공중 볼 경합에 능했으니까.
하지만 아스날도 마냥 밀리는 팀이 아니었다.
신장이 큰 메르테자커는 공중 볼 경합에 일가견이 있었고 코시엘니도 무기력하게 당하는 수비수가 아니었다.
따내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물고 넘어져 세컨드 볼을 동료들에게 넘겼다.
“나이스 커트!”
메르테자커가 헤딩으로 떨궈 주자 램지가 날름 주워 먹었다.
공중 볼에서는 약간 밀렸으나 세컨드 볼 싸움은 아스날이 완승을 거뒀다.
최전방과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워낙 벌어져 있던 터라 세컨드 볼 싸움에서 힘을 내 줘야 할 스네이더르는 사실상 없는 선수나 마찬가지였다.
산책을 나온 듯 설렁설렁 뛰어다니다가 어쩌다가 공이 오면 백 패스만 해 댔으니까.
갈라타사라이의 암덩이 그 자체.
인테르에서 보여 준 스네이더르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스타의 몰락이었다.
갈라타사라이가 요행을 바라는 사이, 아스날은 차근차근 빌드 업을 쌓으며 오른쪽 사이드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유기적인 패스에 풀백으로 출전한 리에라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이드는 토로시디스에게.
하프 스페이스는 카솔라와 램지에게 계속해서 공간을 허용하며 슈팅 기회를 제공했다.
앞에서 막아 줘야 할 셀추크 이난과 펠리페 멜루가 서하의 다양한 플레이에 농락당했던 터라 리에라를 신경 써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실점을 틀어막고 있는 이유는 한 사람 덕분이었다.
“하아. 하아.”
“킴! 킴! 킴! 킴!”
오늘 김영원의 집중력과 판단력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서하의 플레이를 예측하지 못한 것 이외에는 완벽한 수비로 아스날의 집요한 공격을 막아 냈다.
카솔라의 컷백을 예측하고 슬라이딩 태클로 막아 낸다든가.
램지의 킬 패스를 차단하고.
수아레스의 뒷공간 침투를 넘어지면서 공을 밖으로 걷어 냈다.
몸도 아끼지 않았다.
서하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맨몸으로 맞서며 동료들의 투지까지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서하는 공을 맞고 쓰러진 김영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형, 괜찮아?”
김영원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황급히 들어온 의료진은 몇 가지를 체크하고는 벤치에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서하는 안도하며 자리로 돌아가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손질했다.
수아레스가 서하에게 다가와 혀를 내둘렀다.
“저 친구, 한국인이지?”
“응, 런던 올림픽 우승 멤버야.”
“어쩐지 뚫기 어렵더라. 내 움직임을 어떻게 알고 대처하는지 어휴! 상대하기 진짜 싫다.”
수아레스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김영원은 인생 경기를 펼쳤다.
당연히 홈 팬들은 김영원의 이름을 연호할 수밖에 없었다.
김영원이 아니었다면 전반전이 다 흘러간 지금, 5대0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오오오오! 킴! 킴! 킴! 자랑스러운 갈라타사라이의 사나이! 키이이이임! 아무도 뚫을 수 없지!”
즉석에서 만든 찬트까지.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김영원은 토로시디스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발끝으로 걷어 냈다.
짝짝짝짝짝!
“킴! 킴! 킴! 킴!”
홈 팬들은 박수와 함께 김영원을 연호하며 아스날 선수들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타깃은 굴욕을 안겨 준 램지였다.
딱 징계를 받지 않을 정도로 절묘한 줄타기를 선보이며 램지의 신경을 긁어 댔다.
그러자 단점인 투박한 터치가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다.
공을 탈취한 셀추크 이난은 빠른 역습을 이어 나갔다.
다행히 아르테타와 센터백들이 빠르게 수습했던 터라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서하는 오늘 들고 온 전략이 잘 먹히지 않자 살짝 답답해졌다.
1대0으로 리드 중임에도 분위기나 흐름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수정이 필요했다.
“오른쪽은 안 되겠네.”
벤치에서 로이스와 카솔라가 위치를 바꿔 가며 오른쪽을 흔들어 봤음에도 김영원이 굳건하게 지켰다.
갈대처럼 흔들리던 리에라도 아스날의 공격 패턴에 적응했는지 조금씩 잘 따라붙고 있었다.
여전히 수비 위치를 상실하고 공간을 내주는 건 같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라붙는 것만으로도 공격에 지장을 주었다.
조금만 더 뚫으면 될 것 같은데.
계속해서 미련을 가지다가 김영원의 철벽 수비에 막혔다.
매몰 비용이 크고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니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평소대로 하면 될 것 같은데.”
“윤! 벤치에서 너 부르는데?”
수아레스의 말에 서하는 공이 잠시 멈춘 사이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다가갔다.
벵거 감독은 서하의 어깨를 감싸며 빠르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6분 정도 남았으니 남은 시간에는 오른쪽으로만 보내지 말고 다양한 방향에서 흔들어 보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수아레스에게 뒷공간으로 뛰어가는 움직임만 가져가지 말고 앞으로 나와서 받아 주고 나가는 플레이를 좀 더 늘려야 한다고 전달해 주게.”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을 축였다.
갈증이 살짝 해소되자 답답했던 마음도 조금은 사라졌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서하는 동료들에게 전달 사항을 알려 줬다.
벵거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선수는 없었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뿐이니까.
멈췄던 공이 굴러가고.
전반전 남은 시간도 이제 5분밖에 남지 않았다.
추가 시간은 1분 정도.
양 팀 선수들은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지칠 대로 지친 김영원도 동료들을 독려하며 위치를 잡았다.
확실히 갈라타사라이의 수비진은 견고했다.
리에라가 죽을 쑤는 상황에서도 센터백의 판단과 위치 선정, 미드필더들의 활동량과 커버 그리고 무슬레라의 선방으로 아스날의 맹공을 버텨 냈다.
“오우우우우우!”
서하의 로빙 스루 패스를 받은 로이스가 슈팅을 가져갔으나 무슬레라의 정면으로 향했다.
로이스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서하를 향해 엄지를 내밀었다.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광판을 바라봤다.
“아직 시간은 충분해.”
한 골로는 부족했다.
더 많은 골이 필요했다.
서하는 3선으로 내려와 받은 후 빠르게 공을 몰고 올라갔다.
스네이더르가 접근했지만, 서하는 속도를 올려 떨쳐 냈다.
의욕이 없는 스네이더르는 바로 붙지 못하고 서하를 보내 줬다.
툭툭. 툭툭툭.
조금씩 길게 차며 중앙선을 넘어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알틴톱이 주춤거리며 막아섰다.
서하는 무리하지 않고 램지에게 내주고 알틴톱의 시야에서 벗어나 사이드로 슬쩍 움직였다.
“윤!”
알틴톱이 램지에게 시선을 뺏긴 사이, 램지는 역으로 서하에게 패스를 보냈다.
약간 길었던 터라 가슴으로 공을 받은 서하는 에부에가 앞으로 나와 막아서자 중앙으로 갈 듯 공을 컨트롤했다.
에부에가 반응을 보이자마자 다시 안으로 컨트롤해 가랑이 사이로 집어넣었다.
“……!”
에부에가 몸을 움직이려 했을 때.
서하는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툭. 툭툭.
곧바로 알틴톱이 막아서자 페인팅 모션으로 시간을 뺏은 후 페널티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니어 포스트로 바짝 붙여 주는 크로스가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떨어졌다.
“마이 볼!”
수아레스가 점프하려 했으나 무슬레라가 먼저 나와 손으로 쳐 냈다.
“우와아아아아!”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환호도 잠시, 아스날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카솔라가 흘러나온 공을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시켰다.
아쉽게도 중거리 슈팅은 다시 한번 무슬레라의 환상적인 선방에 가로 막히고 말았다.
다시 흘러나온 공.
박스 밖에서 공을 잡은 서하는 박스 안을 빠르게 살폈다.
빈 공간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만들어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후우.”
서하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반대편 리에라의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토로시디스의 타이밍에 맞춰 로빙 스루 패스를 넣어 줬다.
“어? 뒤에! 뒤에 막아!”
김영원의 외침에 리에라가 황급히 토로시디스에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토로시디스는 강인한 피지컬로 이겨 내며 오른발로 강하게 때렸다.
탕!
니어 포스트 상단을 강하게 때리는 공.
워낙 힘이 실리고 빨랐던 터라 무슬레라조차 팔을 뻗지 못했다.
그저 라인 안으로 떨어지는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툭, 데구루루.
공은 천천히 구석으로 굴러갔다.
출렁!
이윽고 골망을 건드렸다.
“우와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원정 팬들의 환호성이 들려옴과 동시에 홈 팬들의 탄식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