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3)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53화(152/201)
153화 두려움은 없다
삐익! 삐익! 삐이익!
경기 종료 휘슬 소리에 아스날 선수들은 가쁜 숨을 내쉬며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경기 스코어는 5대0.
압도적인 승리였다.
전반전에 아론 램지, 바실리스 토로시디스의 득점으로 앞서나간 아스날은 후반전에도 흐름을 잃지 않고 갈라타사라이를 두들겼다.
초반부터 흔들렸던 측면을 시작으로 수비 라인 전체가 흔들렸고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김영원도 버티지 못하고 휩쓸려 나갔다.
세 번째 골의 주인공은 수아레스였다.
경기 내내 수비에 꽁꽁 묶여 잠잠했던 수아레스는 갑자기 무너진 틈을 타 맛있게 요리해 버리며 굶주렸던 배를 채웠다.
연이어 네 번째, 다섯 번째 골도 성공시키며 챔피언스 리그 데뷔 첫 해트 트릭을 기록했다.
수아레스는 눈치를 보지 않고 공을 따로 챙기는 여유까지 부리며 갈라타사라이 팬들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아르테타가 다가와 서하를 격하게 안으며 등을 강하게 때렸다.
“윤! 정말 고생 많았어!”
“그냥 내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너도 참 변하질 않네. 오늘 혼자 4골을 만들어 준 녀석이 그렇게 말하면 재수 없는 거 알아?”
아르테타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묻자 서하는 말없이 씩 웃었다.
두 사람은 피식거리다가 카메라가 다가오자 서둘러 정리했다.
“잠깐! 방금 운이 좋았다고 말하려고 했지?”
“오, 미켈은 나를 너무 잘 알아.”
“패턴이 뻔하잖아. 억울하면 축구할 때처럼 다양한 패턴으로 말해 보라고. 난 간다?”
아르테타가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네며 동료들에게 다가가자 서하는 머리를 긁적이다 헤실 거리는 수아레스와 가볍게 포옹했다.
“윤! 오늘 경기는 정말 잊지 못할 거야! 내 생애 최고의 날이 될 거라고!”
호들갑을 떨어 대는 수아레스를 본 서하는 딱히 말을 건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말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꼬리를 흔들어 대는 수아레스를 동료들에게 떠넘겼다.
카메라가 수아레스와 서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안방에서 대패한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들은 죄인이었다.
관중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3대0이 되었을 때부터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하더니 4실점, 5실점이 나오자 더는 버티지 못하겠는지 자리를 떠났다.
“*********!”
“나가 뒤져!”
감독과 코치진은 성난 관중들의 등쌀을 이기지 못하고 빠르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남은 관중들은 타깃을 변경했다.
경기장에 남은 선수들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이물질을 투척하기 시작했다.
경기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아스날 선수들은 눈치를 보다가 갈라타사라이 선수들과 악수할 때는 최소한으로, 빠르게 끊고 맺은 후 피치 위를 빠져나갔다.
괜히 불똥이 튀면 손해였으니까.
경기장을 빠져나온 서하는 로커 룸으로 들어가지 않고 잠시 통로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램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윤, 여기서 뭐 해? 안 들어가?”
“누구 좀 기다리려고.”
“아, 코리아? 알겠어.”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램지는 좋은 시간을 보내라는 말을 건네며 무리로 합류했다.
잠시 후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이 어두운 낯빛을 띠며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은 서하가 통로에서 기다리고 있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김영원을 말하자 다들 납득한 얼굴로 지나갔다.
선수들이 지나가고 잠시 후 김영원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통로로 들어오고 있었다.
서하는 그를 불렀다.
“형.”
“응? 너 안 가고 여기서 뭐 해?”
“아까는 잠깐 마주치고 끝났잖아. 워낙 경기장 분위기가 험악해서 말이지.”
김영원은 서하와 가볍게 포옹을 나누며 말했다.
“얌마! 그게 네 탓이라고는 생각 안 해 봤어? 네가 너무 잘해서 애들이 그냥 무너진 거잖아.”
“나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야.”
“퍽이나. 경기장 분위기를 보고 공을 돌리던 게 누군데.”
서하는 들켰냐는 농담을 던졌다가 김영원에게 헤드록을 당했다.
결국 항복을 외친 후에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그래서 뛰어 본 소감은 어때?”
“확실히 다르더라. 리그와는 전혀 달라. 챔피언스 리그라는 대회가 주는 압박감도 상당했고 또 아스날이 강하다는 말만 들었지 무기력하게 털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와! 볼을 차는 게 다르더라. 템포도 빨라서 따라가기 벅찼고. 많은 걸 배웠다고 해야 하나. 그냥 벽을 느꼈다.”
진심이 담긴 목소리였지만, 서하는 김영원의 마음이 꺾이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도전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좋은 마음가짐이었다.
지금은 최대한 많은 경기를 경험해 보고 다양한 선수들을 상대해 보면서 기량을 발전시킬 시기였다.
그러다 보면 그의 드림 팀인 바르셀로나 입성도 가능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굉장히 이루기 힘든 꿈이겠지만 말이다.
“갈라타사라이로 오길 잘했어.”
“난 형이 만족했으면 됐어.”
“그러냐. 아참! 우리 다음 주에 런던에서 만나는 거 알지?”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이게 성사될 줄 몰랐어.”
“나도 마찬가지야. 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독일 대표 팀이 수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거든. 그래서 단톡방에서 엄청 난리 났었잖아.”
“내가 듣기로는 독일 축구 협회에서 먼저 제의했다던데?”
“그랬나. 아무튼! 다음 주에 런던에서 보자고. 나 런던 가면 맛난 거 사 주냐?”
김영원이 은근히 기대하는 눈빛으로 묻자 서하는 씩 웃었다.
“포케 사 줄게.”
“포케? 아 맞다! 부모님 가게가 엄청 유명했지! 우원이, 선우, 천량이가 런던 명물이라면서 꼭 먹어 봐야 한다고 그렇게 자랑하던데. 이번에 가면 먹어 봐야겠다.”
“맛은 너무 기대하지 마. 실망하게 될지도 몰라.”
“그러냐. 아! 나 빨리 돌아가야겠다. 지금 로커 룸 분위기 개판일 텐데 너하고 계속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좋은 말은 안 나올 거 아냐.”
“알겠어. 어서 가 봐.”
“오케이. 다음 주에 보자!”
서하는 갈라타사라이 로커 룸으로 뛰어가는 김영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믹스트존으로 향했다.
서하가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들이 달려들었다.
‘참 한결같은 사람들이네.’
* * *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을 5대0 대승으로 장식한 아스날은 2차전을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2월에 남은 경기는 캐피탈 원 컵 결승전, 스완지 시티와의 경기였다.
올해 첫 트로피의 주인이 가려지는 중요한 경기.
전문가들은 아스날의 우승을 예측했으나 스완지 시티는 만만치 않은 팀이었다.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리그 9위를 달리고 있었고 승점도 착실히 쌓았던 터라 유로파 리그 진출권과도 멀지 않았다.
물론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스완지 시티의 전술은 아스날의 하위 호환이었으니까.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와 볼 점유율을 중시하는 전술, 프리미어 리그 팀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술이었지만, 가장 잘 녹이고 발전시킨 팀이 아스날이었다.
– 우리도 트로피 하나 가지고 싶었는데 하필 왜 너희냐? 왜 아스날을 만나냐고. 하아.
기선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탄을 들은 서하는 피식 웃었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올라오더라고. 나도 스완지 시티가 올라올 줄 몰랐어. 첼시한테 질 줄 알았거든.”
– 뭐, 운이 좀 따라 줬지.
“으음, 시간 지연 플레이가?”
– 야! 너도 그 상황이었으면 볼 보이처럼 행동했을걸? 내 말이 틀려 아니야? 어서 맞다고 해!
“난 실력으로 꺾어 줬지.”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와 말투.
기선우는 기가 막힌 듯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 그래! 네 똥 굵다! 굵어! 됐냐?
“형, 농담인데 왜 진지하게 받아들여. 기강 잡는 거야?”
– 하면, 네가 잡힐 놈이냐?
“아니, 그럴 리가.”
서하가 당당하게 말하자 기선우는 크게 한 숨을 내쉬다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화제를 가져왔다.
– 아침에 뜬 대표 팀 명단 봤어?
서하는 당연히 봤다고 말하며 마우스를 움직여 대표 팀 소집 명단 기사를 빠르게 찾아 클릭했다.
달칵 소리와 함께 새 페이지가 펼쳐지며 선수 명단이 쭉 나왔다.
FW : 김진욱(울산), 박재영(릴), 진우원(뉴캐슬)
MF : 구재칠(아우크스부르크), 기선우(스완지 시티), 김보영(카디프 시티), 윤서하(아스날), 손호민(레버쿠젠), 신영민(알 자지라), 이천량(볼턴 원더러스)
DF : 김영원(갈라타사라이), 김진희(알 사일리야), 이종수(알 사드), 장연수(FC 도쿄), 김장수(울산), 윤석형(전남)
GK : 장소룡(수원), 김영국(울산)
유럽 원정 명단은 총 18명으로 대부분 유럽 무대나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이 소집되었다.
런던 올림픽 주역들을 주축으로 기존 국가 대표 선수들이 합류한 모양새였다.
‘애초에 런던 올림픽에 소집된 선수들이 국가 대표 선수들이었으니 이상한 그림은 아니지.’
서하는 지난 명단과 현재 명단을 비교해 봤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이 기점이 되었는지 작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김영원의 유럽 무대 진출이었다.
소집된 수비수들 중 유일하게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였다.
런던 올림픽의 주전 수비였던 김장수와 윤석형도 충분히 유럽 무대를 두드릴 수 있는 자원이었으나 겨울 이적 시장보다는 안전하게 여름 이적 시장을 택했다.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팀과 리그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으니까.
– 독일 대표 팀 명단 봤냐? 보고 진짜 한숨만 나오더라.
“아직 안 봤어. 지금 볼게.”
– 인마, 이런 건 재깍재깍 봐야지!
서하는 대충 얼버무리며 독일 대표 팀 명단을 확인했다.
FW : 미로슬라프 클로제(라치오), 마리오 고메즈(바이에른 뮌헨)
MF : 일카이 귄도안(도르트문트), 사미 케디라(레알 마드리드),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커(바이에른 뮌헨), 메수트 외질(레알 마드리드),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마르코 로이스(아스날), 토니 크로스(바이에른 뮌헨), 마리오 괴체(도르트문트)
DF : 마르셀 슈멜처(도르트문트), 베네딕스 회베데스(샬케), 마츠 훔멜스(도르트문트), 필립 람(바이에른 뮌헨), 페어 메르테자커(아스날), 제롬 보아텡(바이에른 뮌헨)
GK :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 팀 비제(베르더 브레멘)
영광의 시대를 보낼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시즌 중이었음에도 주축 선수들을 A매치에 소집한 걸 보면 독일 축구 대표 팀이 이 경기를 얼마나 갈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재미있겠네.”
– 넌 재미있다는 말이 나오냐?
“그럼, 울까?”
– 아니야. 됐다. 내가 너 우는 꼴은 보기도 싫으니까. 아, 나 훈련장 갈 시간이다.
“스완지 시티 훈련 강도 높네?”
– 아스날을 상대로 맞춤형 전술을 준비했으니 기대하라고. 모레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훈련 잘 받고 그때 봐. 후우.”
독일 대표 팀과 경기.
미래에는 한국이 독일을 잡으며 기적을 썼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현재 한국은 우승 후보였던 스페인과 브라질을 꺾은 팀이었다.
다크호스를 넘어선 떠오르는 신흥 강자, 괜히 유럽 축구 협회에서 한국과 A매치를 성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한국의 명성과 가치는 굉장히 높아진 상황이었다.
“기대되네.”
신형 전차라 해도 직접 부딪히고 겪을 뿐 두려운 마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