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4)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54화(153/201)
154화 최악의 감독
경기 장소는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
챔피언십 리그 소속 팀인 풀럼의 홈구장이었다.
축구 협회에서 어떻게 대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독일 대표 팀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칠지가 더 중요했다.
한국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다가올 A매치 경기를 무척 기대하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의 뽕이 아직 가시기도 전에 유럽의 한 국가, 강팀으로 분류되는 독일과 A매치 경기가 잡히자 분석글이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현재 독일 대표 팀은 황금기다!]축구 팬을 자처한 지 15년 된 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레 풀어 보려고 한다.
솔직히 독일 대표 팀과 A매치 경기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보다 강팀, 그러니까 FIFA 랭킹 높은 팀들과 경기를 가지려면 돈을 주고 데려와야 했기 때문에 이번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국가 팀들이 한국 축구 협회에 먼저 제의를 했다?
예전이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중략)
헤비 팬들은 독일 국가 대표 팀 명단을 본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혀 올 것이고 라이트 팬들은 아마 감이 잘 안 올 거다.
분데스리가 최고의 팀인 바이에른 뮌헨 소속 선수들이 많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우리에게 익숙한 메르테자커와 로이스가 명단에 들어간 걸 보면서 쉽지 않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솔직히 언급한 두 선수의 퍼포먼스는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최상위권에 위치한 선수들이니까.
아스날 팬들은 알 거다.
특히 마르코 로이스, 진지하게 정말 진지하게 우리가 막아 낼 수 있을까?
한국 대표 팀의 전력이 좋아졌다고 해도 수비는 글쎄다… 김영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와서 독일 선수들을 언급하기 전에 독일이 전술을 펼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독일 대표 팀의 색깔은 조직력이다.
스타플레이어를 통해 경기를 풀어 나가기보다는 강한 피지컬과 우수한 조직력을 앞세워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는 팀이 독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예전에는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아힘 뢰프 감독 부임 이후 패스 축구를 접목시키면서 완전체 팀으로 탈바꿈했다.
스페인의 티키타카, 잉글랜드의 선 굵은 축구,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팀이 바로 독일이다.
한마디로 약점이 크게 보이지 않는 팀, 독일이라 할 수 있다.
(중략)
정말 다 잘하는 선수들이지만, 몇몇 선수만 언급하겠다.
<미로슬라프 클로제>
클로제를 모르는 사람은 어디 가서 축구 본다고 이야기하지 마라.
독일이 낳은 최고의 골게터 중 하나이자 월드컵에서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많은 골을 넣은 선수다.
물론 지금은 나이를 먹어 기량이 내려온 지 꽤 됐지만, 국가 대표 팀에서는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 주고 있다.
준수한 피지컬과 뛰어난 공간 침투 능력, 빠른 발로 수비수를 따돌리는 데 특화된 선수다.
월드컵에서 헤딩으로 골을 많이 넣어서 고공 폭격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건 옵션이다.
플레이 영상들을 올렸으니 한 번씩 보기를 바란다.
<메수트 외질>
그냥 말이 필요 없다.
독일 대표 팀의 플레이 메이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걸 보면 어떤 선수인지 알 거다.
물론 윤서하처럼 경기를 지배하는 스타일이라고 보기 힘들다.
활동 반경이 좁고 찬스에 주력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이런 스타일이 통하는 이유는 레알 마드리드도 그렇고 독일도 그렇고 퀄리티 높은 동료들이 있기에 가능한 플레이다.
평가가 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윤서하의 플레이를 보면 내가 왜 외질의 단점을 부각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거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선수임은 분명하다.
한국 수비가 워낙 약해서… 탈탈 털릴 확률이 높으니까.
마르코 로이스는 다들 잘 알 테니 넘어가고.
토마스 뮐러…실질적인 독일의 에이스라고 보면 된다.
개소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뮐러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동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데 도가 튼 선수다.
무엇보다도 공간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매우 지능적이고 딱히 전술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는 선수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설명하기 굉장히 어려운 선수,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선수 1순위가 뮐러다.
뮐러를 막느냐. 막지 못하느냐.
아마 여기서 결과가 달라질 거다.
(중략)
런던 올림픽 금메달은 정말 대단한 성과다.
윤서하의 하드 캐리, 원맨쇼를 잘 받아먹은 동료들이 훌륭했다.
솔직히 우리가 최전방과 미드필더에서는 독일에 꿀릴 게 없다고 생각한다.
진우원 프리미어 리그 득점 4위.
박재영 리그 1 득점 2위.
손호민 분데스리가 득점 4위.
윤서하 프리미어 리그 득점 3위, 어시스트 1위.
기선우하고 구재칠도 소속 팀에서 정말 잘하고 있고 정면 승부는 어렵더라도 한 방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딱 하나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다면 감독인데… 정식 감독 언제 오냐?
– 와! 진짜 정성이 담긴 분석이다. 님 평소에 경기 다 챙겨 보심?
└ [작성자] 웬만하면 3대 리그 경기들은 다 챙겨 보는 편. 물론 누렁이처럼 다 퍼먹지는 않고 빅클럽 경기들 위주로 보는 편임.
– 글 잘 읽었음. 추천해 드림.
└ [작성자] 땡큐! 복 받을 겨.
– 토마스 뮐러가 좋은 선수는 맞는데 에이스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아? 2선에서 경기를 풀어 줄 선수가 있어야 더 잘하던데?
└ [작성자] 확실히 그런 느낌은 있는데 독일 2선이 외질, 로이스, 괴체임. 뮐러가 활약할 여지가 충분히 있음. 토니 크로스도 올라와서 플레이해 줘도 되고.
– 다시 보니 독일 소집 명단 미쳤네. 죄다 바이에른 뮌헨이야 ㅋㅋㅋㅋㅋㅋㅋ
└ 레알 마드리드도 있음ㅋㅋㅋㅋ
└ 난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 그냥 라인 쭉 내리고 뒷공간으로 때려 넣으면 되지 않아?ㅋㅋㅋ
└ 맞아. 독일 센터백들 주력이 빠른 편은 아니야. 우리가 내리면 쟤들은 무조건 올릴 텐데. 그때 기회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
– 얼마 전에 손호민이 도르트문트 개털었는데. 해트 트릭한 거 기억들 하냐?ㅋㅋㅋㅋㅋ
└ 모르면 축구 본다고 하지 말아야지 ㅋㅋㅋㅋ
– 독일 예상 선발 라인업 있냐?
└ 신문에서 가져옴.
클로제
외질-로이스-뮐러
슈바인슈타이거-케디라
회베데스-후멜스-보아텡-람
노이어
└ ㅇㅇ 이게 정배네.
└ 크로스는 어디다 팔아먹었냐? 그리고 느그 로이스가 왜 중앙이야. 개빠가 여기에도 있네.
└ 요즘 폼이 불안한 외질을 빼고 로이스를 왼쪽에 배치고 중앙에 크로스 넣어야지 않아?
└ 내가 안 했어. 기자 망상임.
– 우리는 라인업 예상은 없냐?
└ 여기 있음.
진우원
손호민-구재칠-이천량
기선우-윤서하
윤석형-김영원-이종수-김장수
장소룡
└ 윤서하를 3선에 쓴다고? 그러면 공격이 좀 아쉽지 않아?
└ [작성자] 윤서하를 내리지 않으면 저 자리에 들어갈 선수가 없음. 신영민 정도인데 신영민은 윤서하처럼 못 해 줌. 윤서하 커버 범위도 넓고 3선 플레이에 능해서 역습할 때 기점 역할 잘해 줄 듯.
– 수비 너무 불안하다. 특히 오른쪽 괜찮은 거 맞아?
└ 김장수 런던 올림픽에서 존나 잘했는데? 다음 시즌에 무조건 유럽 간다고 인터뷰함.
└ 그거야 올림픽이잖아. 독일 공격 막을 수 있냐고 물은 거임.
└ [작성자] 김장수가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수비에만 집중하면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해. 윤서하도 오른쪽으로 배치해서 밸런스도 맞고. 난 이 라인업이 괜찮다고 봐.
서하는 흥미로운 분석글과 댓글들을 보며 방에서 나왔다.
하품을 쩍쩍 하며 거실로 나오자 윤종석이 식탁에 샐러드와 잡곡밥을 내려놓으며 씩 웃었다.
“아들, 이제 일어났어?”
“아침에 운동 다녀왔다가 잠깐 눈 붙였더니 그렇게 됐어요.”
“그러게 적당히 하라니까.”
“루틴이잖아요.”
서하는 의자를 빼고 앉았다.
윤종석이 미지근한 물이 담긴 잔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마시고 어서 잠 깨. 드레싱은?”
“괜찮아요.”
서하는 깔끔하게 비운 잔을 내려놓고 포크를 집어 들었다.
아삭하게 씹히는 양상추가 신선해서 나쁘지 않았다.
윤종석도 밥과 국을 가져온 후 자리에 앉았다.
“몇 시까지 가야 해?”
“12시라 아직 시간은 넉넉해요.”
“아빠가 오늘은 가게 안 나가는데 훈련장까지 데려다줄까?”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형들이 놀려요.”
“아쉽네.”
윤종석은 묵묵히 포크를 놀리는 아들의 얼굴을 슬쩍 살폈다.
어느 때와 같이 무덤덤하고 감정이 절제된 얼굴.
국가 대표 팀 첫 소집에 긴장하거나 걱정하는 기색은 없어 보여 다행이었다.
때로는 부모에게 의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혼자서도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모습도 괜찮았다.
너무 오랫동안 쳐다본 걸까.
방울토마토를 입으로 가져가던 서하와 순간 눈이 마주쳤다.
서하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서하야, 뭐, 사과 더 줄까?”
“괜찮아요. 이거면 충분해요.”
다시 조용해진 테이블.
윤종석은 괜찮은 것과 별개로 사실은 아들의 차분한 모습이 여전히 낯설기만 했다.
불과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불같은 성격에 승부욕이 굉장히 강한 아이였다.
경기장에서 사고도 많이 치고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심과 언쟁도 벌였으며 동료들과 불화는 패시브였다.
구단에서도 서하의 불같은 성질을 교정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도 잔디를 밟는 순간 회까닥 돌아 버리니 두 손 두 발 든 지 오래였다.
몇몇 코치는 서하가 스타성이 있다며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장에서 벗어나면 조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로 돌아왔으니까.
하지만 아이는 변했다.
리저브 팀을 거쳐 1군에 입성하면서 성격이 180도 달라졌다.
나이 많은 선수들과 부대끼며 훈련받고 경기를 뛰자 깨달음을 얻었는지 욱하는 성질이 사라졌다.
놀라운 변화라고 해야 할까.
윤종석은 고개를 저었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현재가 더 중요하지. 아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잖아.’
아들의 재능을 의심하지 않았다.
월반에 월반을 거쳐 구단 최연소로 프리미어 리그 데뷔전을 기록한 아이였다.
창창한 미래, 넘치는 재능.
물론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윤종석은 아스날의 황금 세대 주축이자 한국 축구의 핵심으로 우뚝 선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서하는 흐뭇한 미소로 자신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네가 국가 대표 팀에 처음으로 소집된 게 신기해서 그래.”
“그래요? 신기할 게 없는데.”
소집이 당연하다는 의문도 잠시,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확인하니 은디아예가 보낸 메시지였다.
[메이사 은디아예]윤! 10분 후에 도착하니 미리 나와 있어요.
“누구야? 에이전트야?”
“네, 곧 도착한대요.”
서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빈 그릇을 싱크대에 넣었다.
방으로 들어가 짐을 넣은 가방을 메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대표 팀 첫 소집일.
조금은 기대되고 설렜다.
대표 팀이 주는 무게감은 클럽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으니까.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훈련장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선수들의 표정은 썩어 있었고 대행 감독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이제 막 훈련장에 도착한 서하에게 말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사는 녀석이 제일 늦게 도착하는 건 뭐냐? 하도 주변 사람들이 띄워 줬더니 네가 뭐,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알아? 하여간 해외에서 뛰는 놈들은 지들이 잘난 줄 안단 말이지. 뭐 해? 어서 옷 갈아입고 오지 않고.”
그제야 서하는 형들이 왜 최악의 감독이라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존중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