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6)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56화(155/201)
156화 네가 희망이다
첫날 훈련이 끝나고 기선우는 대표 팀에서 영향력 있는 선수들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모았다.
축구 신동이라 불렸던 박재영.
분데스리가를 평정 중인 구재칠.
스완지 돌풍을 이끄는 기선우.
골 넣은 수비수로 유명한 이종수.
부동의 오른쪽 풀백 김장수.
대한민국 넘버원 골키퍼 장소룡.
그리고 한국의 미래인 서하까지.
총 7명의 선수가 부름에 응했다.
방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났던 터라 근황 이야기도 나누며 무거운 분위기를 걷어 냈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유럽 진출을 꿈꾸는 김장수는 서하에게 조언을 구했다.
“형에게 관심을 가지는 구단이 어딘데요?”
“으음. 이거 말해도 되나.”
“장수 형, 우리끼리 이야기하는 건데 그냥 시원하게 말해 봐.”
“맞아! 우리가 어디 가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아니잖아.”
박재영과 구재칠이 옆에서 부추기자 김장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서하는 부담을 덜어 주기로 했다.
“다 말하지 말고 우리가 알만한 구단 몇 개만 말해 봐요. 저희 에이전시도 같잖아요.”
“하긴 네 덕분에 유럽 진출이 수월해졌으니 숨겨서 뭐 하겠냐. 우선 분데스리가 소속 팀은 세 군데인데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하고 베르더 브레멘 그리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야.”
생각지도 못했던 팀들이 언급되자 다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장수는 만 26살, 한국 나이로는 28살이 되는 선수였다.
유럽 구단들은 아시아 선수들을 데려올 때 어린 선수를 선호하거나 확실하게 검증된 선수가 아니라면 나이를 먹은 선수를 데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김장수의 해외 이적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게 웬걸?
여기저기서 관심이 쏟아졌다.
김장수는 여전히 머리를 긁적거리며 살짝 부끄러운 얼굴로 말했다.
“서하 덕분이지. 다들 내 나이를 듣고 꺼림칙하게 생각했거든. 그래서 마음이 꺾일 뻔했는데 와! 에이전트가 정말 유능하더라. 확실한 근거를 들어서 구단들을 설득했더라고.”
“영원이도 엄청 좋다고 칭찬하던데 나도 에이전시 갈아탈까?”
“재영이 형은 괜찮지 않아? 릴에서 잘 풀렸잖아.”
박재영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나 아스날 갈 수 있었는데 에이전트가 릴을 적극 추천해서 가지 못한 거야.”
“진짜? 서하하고 같이 뛸 수 있었다고? 대박!”
“와! 미친! 그 에이전트 뭐야? 왜 아스날을 거절한 건데!”
선수들의 성토에 서하는 가만히 앉아서 침묵했다.
은디아예를 통해 아스날이 처한 상황을 박재영의 에이전트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스날이 아니라 릴로 가서 잘 풀렸지만, 박재영은 정말 아쉽다는 듯 연신 물을 들이켰다.
‘재영이 형 기량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수아레스를 밀어내기는 어렵지.’
서브 자리도 쉽지 않았다.
올리비에 지루와 슈테판 키슬링을 밀어내고 벵거의 관심을 받으려면 웬만한 노력으론 부족했다.
엄청난 행운이 따라 줘야 했다.
다시 돌아와서.
김장수는 분데스리가 팀들 외에도 다른 리그 팀들을 언급하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서하야, 네가 보기에는 어느 팀이 가장 나랑 잘 맞을 것 같아?”
“형이 끌리는 팀은 어디예요?”
“으음, 내 드림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지.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아쉽지만 말이야. 아무튼 지금 끌리는 팀은 도르트문트야. 생각보다 적극적이기도 하거든.”
“도르트문트라.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은데요? 현재 도르트문트는 확실한 라이트백이 없어요. 정확히는 주전은 있는데 장기 부상을 당해서 영입이 필수거든요.”
서하의 말에 김장수는 살짝 벙찐 얼굴로 말했다.
“와… 에이전트가 했던 말하고 완전 똑같아! 맞아! 다른 구단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데 도르트문트가 주전 입성이 훨씬 쉽다면서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더라고. 이런 기회는 흔하지 않다면서 말이야.”
“절대 흔하지 않죠. 아무튼 장수 형이라면 클롭 체제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형 특기인 왕성한 활동량에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보여 준다면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을 리가 없거든요.”
“어… 그런가?”
“좀 더 자신감을 가지세요. 형 실력 완전 쩔어요.”
김장수는 피식 웃으며 서하의 등을 가볍게 때렸다.
“인마! 형한테 쩔어가 뭐야. 쩔어가. 아무튼 뭐, 고맙다. 유럽 진출은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발이라도 걸쳐 볼 수 있게 됐어.”
“제가 한 게 뭐가 있어요. 다 형이 잘해서 그런 거죠.”
훈훈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겪은 썰을 풀어 줬다.
골키퍼인 장소룡과 한국에서만 뛴 김장수를 제외하면 전부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던 터라 다들 이야기에 공감해 줬다.
“서하야, 넌 어땠어?”
“맞아! 넌 어릴 때부터 영국에서 축구했잖아. 불편한 건 없었어?”
서하는 재미있는 썰을 풀어 주길 기대하는 시선들을 저버리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딱히 큰 사건은 없었는데 아! 유스 시절에 있던 일인데요. 경기 중에 제게 인종 차별 한 녀석이 있었거든요.”
“영국도 심했구나.”
“그래서 우선 해트 트릭으로 경기를 이겨 놓고 끝날 때쯤에 공을 뺏는 척하면서 등으로 주심의 시야를 가리고 발로 정강이를 가격했죠. 아팠는지 많이 울더라구요.”
“응?”
다들 할 말 잃고 가만히 있었으나 서하는 신경 쓰지 않고 썰을 더 풀었다.
“굉장히 어렸을 때였어요. 그날따라 애들이 하도 거칠게 태클해서 짜증 났거든요. 그래서 8골을 넣으니 그때부턴 울먹이더라고요. 더 넣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그만하라고 해서 넣지 못했죠.”
“어…….”
반응이 나쁘지 않자 서하는 살짝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생각난 김에 하나 더 이야기하면 주심이 저에게만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서 패스하는 척하면서 낭심을 때린 적도 있죠. 그때 미소를 싹 지어 줬어야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쉽네요.”
“푸하하하하! 이거 미친놈이네.”
“완전 개또라이잖아.”
“유스 시절에 개차반이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진짜였어?”
다들 한마디씩 내뱉자 서하는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은 아니에요. 1군에 올라와서 카드는 몇 번 받아 봤지만, 아직 퇴장을 당한 적은 없어요.”
“알았어. 믿어 줄게.”
분위기도 풀어졌겠다.
비밀을 하나둘씩 풀어놓자 거리가 부쩍 가까워진 그들은 오늘 모인 목적으로 주제를 옮겼다.
주동자는 기선우와 서하였으나 책임자는 가장 선임인 박재영으로 정해졌다.
박재영은 후배들이 만들어 준 자리를 무거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하며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 줬다.
그는 헛기침을 몇 번 내뱉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새로운 감독님을 빠르게 모시려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상의하기 위해 모였으니 다들 자유롭게 말해 줘.”
오늘 참석자 중 유일한 국내파인 장소룡은 주변을 눈치를 보다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조강현 감독님은 나쁜 사람이 아니야. 구단에서 이룬 업적도 그렇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좋거든. 다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김장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장소룡의 의견에 동의했다.
“맞아. 본인이 원해서 대표 팀 감독을 맡았다면 열심히 했겠지만, 등 떠밀려서 했는데 의욕이 있으시겠어? 얼마 전에 인터뷰에서도 자신에 대한 기사를 쓸 때 부정적으로 써 달라고 했을 정도잖아.”
“경질을 원하는 거지.”
“대표 팀 감독 자리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도 아닌데 책임감조차 없으면 어떻게 해?”
“전술 준비도 안 하고 불만만 많고 선수들을 강압적으로 다루는 데다 세트 피스 준비도 안 하는데 우리가 뭘 믿고 따라?”
“사실상 태업이지.”
“그러니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분위기가 점점 격해지자 박재영이 나서서 중재했다.
“자자! 다들 진정하고 우리가 대표 팀을 위해, 또 더 나아가서는 감독님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거잖아. 혹시 좋은 생각 있어?”
다들 기선우와 서하를 바라봤다.
기선우는 슬쩍 서하를 바라봤다.
서하는 쏟아지는 시선들을 즐기며 입을 움직였다.
“두 가지가 있어요.”
“오! 두 개나 있다고? 진짜야?”
“역시 똑똑하니 머리가 잘 돌아간다니까.”
“빨리 말해 봐. 빨리!”
서하는 성가시게 구는 형들을 달래 줬다.
“부작용이 많지만,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과 느리지만, 부작용이 적은 방법이 있는데 어떤 것부터 말할까요?”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부터.”
기선우의 말에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하게 설명했다.
“선수단이 행동으로 보여 주는 거죠. 지금의 감독은 의욕도 없고 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감독이 맡아 주길 간절히 원한다는 기자 회견을 열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거죠. 동시에 축구 협회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대화를 나눠야 해요.”
“윗선의 심기에 최대한 거슬리지 않게 넘어가려면 그래야겠지.”
박재영이 심각한 얼굴로 말하자 서하는 정확하다며 말을 이었다.
“그 전에 독일전에서 대패해야 해요. 물론 이 상태론 대패는 확정이라 어렵지 않은 조건이지만.”
“여기저기서 비난이 쏟아지겠지.”
“감독의 등을 찌른 놈들이라며 자비 없는 녀석들이라고도 하겠고.”
“해외파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입혀지겠지.”
다들 썩 내켜 하지 않는 듯했다.
역대 한국 축구 대표 팀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듯 감독과 선수들의 갈등은 줄곧 존재했다.
수면 위로 드러나느냐 마느냐에 차이가 있지 없던 적은 적었다.
그렇기에 서하가 제시한 방법은 과격하다 못해 파격적이었다.
유교 국가인 한국에서 선수단이 단체로 거부한다?
감독의 언행들이 알려진다고 해도 대중들은 항명한 선수단에 지지를 보내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비난하는 그림은 좋지 않았으니까.
박재영이 손뼉이 한 번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래서 다른 방법은 뭐야?”
“각설하고 말하자면 홍인수 감독님을 국가 대표 팀 감독님으로 모시는 거죠.”
서하의 말에 다들 난색을 보였다.
“으음, 홍인수 감독님을?”
“홍 감독님이 하시려고 할까?”
“행정가로 일하려고 하실 텐데.”
“홍 감독님은 원하지 않을걸? 독이 든 성배라는 걸 아시잖아.”
“맞아. 올림픽 감독도 원해서 온 자리가 아닌데 대표 팀 감독까지 맡으면 엄청 싫어하실 텐데.”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하지만 예상했던 바였다.
실제로 홍인수 감독은 현장보다는 행정가로서 능력을 발휘한 축구인이었으니까.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엄청난 인기를 받았음에도 지휘봉을 내려 두고 축구 협회로 들어가 해외 업무를 담당하는 중이었다.
일처리도 깔끔하고 잡음이 나오지 않아 능력이로나 인성으로나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었다.
그런 분을 국가 대표 팀 사령탑으로 모시자고 말하니 다들 부정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박재영도 마찬가지였다.
“서하야,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다른 방법은 없어?”
“몇 가지 조건만 달성하면 어렵지 않아요.”
서하가 뜻을 굽히지 않자 구재칠이 나서서 물었다.
“나도 홍인수 감독님이 맡아 주면 좋지.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현장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실 거야. 금메달도 자신이 지도해서 따낸 게 아니라 선수들 덕분이라며 감독 자질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에 오시려고 할까?”
“축구를 사랑하시는 홍 감독님께서도 현재 한국 축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걸 모르시지 않을 거예요. 자칫 잘못하면 월드컵 8연속 진출이 무산될 상황에 놓여 있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러니 저희가 움직이면 망설이지 않고 수락하실 거예요.”
“어떻게 움직이겠다는 건데?”
기선우의 물음에 서하는 검지를 올려 하늘을 가리켰다.
“높으신 분과 접촉해야 해요.”
“설마… 회장님 말하는 거야?”
“네.”
“미친! 아니, 회장님과 어떻게 만나? 우리가 만나 달라고 해서 만나 주실 분이 아니잖아.”
“맞아! 나라도 안 만나 주겠다.”
하지만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가능해요.”
“가능하다고? 어째서?”
“며칠 전에 회장님께 연락이 왔어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다들 벙찐 표정을 지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박재영이 모두의 궁금증을 풀어 주기 위해 나섰다.
“회장님이 왜?”
“한번 만나서 가볍게 식사하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실 작년부터 만나자고 했었는데 제가 워낙 바빠서 시간이 맞지 않았거든요. 뭐, 일이 잘 풀리면 다음 달부터 홍인수 감독님을 사령탑으로 부를 수도 있는데. 형들이 홍인수 감독님을 움직여야 해요. 그러니까.”
박재영은 조용히 서하를 불렀다.
“서하야.”
“네, 형.”
서하의 두 어깨에 손을 올리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네가 우리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