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8)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58화(157/201)
158화 폭탄이 떨어지다
전반전 초반 경기 흐름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국은 스테로이드를 빨았는지 초반부터 강한 전방 압박으로 독일을 꽤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독일은 침착하게 개인 기량으로 풀어 나왔으나 한국은 끈질겼다.
“공 빠르게 처리해!”
“뒤에! 뒤에 조심하라고!”
거머리처럼 착 달라붙어 독일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압박의 중심에는 이번 시즌 폼이 좋은 4인방이 있었다.
박재영을 중심으로 손호민, 진우원 그리고 구재칠은 미친 활동량으로 압박을 가했다.
“압박해! 더 빠르게! 앞에!”
“돌아서지 못하게 막아!”
“사이드! 사이드로 보내!”
압박하는 방식과 조직력은 이미 런던 올림픽 때 증명된바.
정교하고도 그물망처럼 촘촘했다.
압박할 때는 진우원과 박재영이 센터백을 마크하고 구재칠과 손호민이 사이드와 중앙을 마크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기선우가 올라와 압박을 가하자 독일의 빌드 업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서하에게 꽁꽁 묶인 크로스는 경기장에서 완전히 삭제됐고 외질은 김장수의 거친 플레이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서하는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주심 주머니에서 카드가 안 나오니까 적극적으로 달라붙어! 형! 사이드! 나이스 커트!”
흐름이 점점 이상하게 흘러갔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을 향해 달려갔음에도 독일은 제대로 된 유효 슈팅 한 번 만들어 내지 못했다.
세트 피스에서 클로제의 헤딩슛이 한 번 나왔을 뿐.
그마저도 김영원이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방해하며 유효 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좋아! 이렇게만 해!”
이종수는 후배들을 격려하며 위치를 계속해서 잡아 줬다.
한국의 센터백들은 무리하지 않고 무조건 서하에게 공을 보냈다.
서하는 센터백 사이로 들어와 공을 돌리며 독일의 전방 압박을 무력화했다.
중앙으로, 사이드로 자유자재로 공을 보내며 착실하게 빌드 업을 쌓아 나갔다.
“쫄지 마! 빠르게 공을 돌려!”
서하의 외침에 한국 선수들은 착실하게 공을 빠르게 처리했다.
한 박자 빠르게 공을 돌리자 독일 선수들이 펼친 압박은 흐물거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독일의 2선 자원들은 수비 스킬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외질은 수비 가담 제로에 활동 반경도 좁았고 크로스는 공격에 재능이 있으나 수비는 글러먹었다.
그나마 게겐 프레싱에 익숙한 괴체 정도가 괜찮았으나 압박은 팀적인 움직임이었다.
혼자 작게 그물망을 쳐 봤자 유유히 빠져나갈 뿐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
“대한민국! 짝짝! 짝짝짝! 대한민국! 짝짝! 짝짝짝! 대한민국! 짝짝! 짝짝짝!”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한국인의 응원과 독일을 싫어하는 영국인들의 응원이 합쳐지자 마치 홈경기를 치르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결정적으로 이곳은 런던이었다.
작년 여름에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약속의 땅.
당연히 한국 선수들이 임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퍽!
“아악!”
진우원은 슈바인슈타이거를 거칠게 밀어내며 공을 빼앗아 센터백 사이로 침투하는 박재영을 보고 빠르게 패스했다.
박재영이 깔끔한 터치로 공을 받아 훔멜스와 속도 경쟁을 선택했으나 더 이어지지 못했다.
삐익!
주심이 반칙을 선언했다.
“아니 이게 왜 반칙인데! 살짝 밀었는데 넘어진 거라고!”
진우원은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했으나 주심은 단호했다.
진우원도 강하게 맞서지 않았다.
형식적인 반응을 보여 줬을 뿐.
빠르게 자리로 복귀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발생하자 독일 선수들은 꽤 당황한 눈치였다.
친선 경기임에도 한국이 독하고 마음먹고 나오자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오히려 한국이 점점 흐름을 가져가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서하야!”
그 중심에는 서하가 있었다.
서하는 정교한 빌드 업으로 독일의 압박을 가볍게 이겨 냈다.
“오우우우우!”
TV에서 보던 퍼포먼스를 눈으로 직접 본 팬들은 서하의 아슬아슬한 탈압박에 놀라워하면서도 환호를 질렀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서 달라붙는데도 유유히 살아 나오는 여유로움.
도저히 만 17살이라고 볼 수 없는 예술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와! 저게 가능한 거였어?”
“독일 애들 아무것도 못 하는데?”
서하는 기선우와 짧은 2대1 패스로 무력화했다.
“헉!”
무기력하게 가랑이 사이를 내준 크로스의 입에서 바람 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서하는 순간적으로 뒷공간을 파고드는 손호민을 보고 롱 패스를 보냈다.
서하가 공을 잡았을 때부터 람의 뒷공간으로 움직이던 손호민은 손쉽게 람의 뒤를 점할 수 있었다.
툭툭.
퍼스트 터치가 영 별로라 공이 멀리 나갔으나 먼저 출발한 손호민은 람의 추격을 속도로 이겨 냈다.
툭. 툭. 툭.
사이드를 완전히 파괴하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가라! 독일 놈들을 끝장내!”
“손! 손! 손!”
손호민은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방향을 틀었다.
엄청난 속도로 페널티 박스 앞까지 도달한 손호민은 보아텡을 두고도 긴장하지 않았다.
호기롭게 승부를 걸었다.
툭. 툭툭.
속도를 살짝 죽이고 잔발을 치며 보아텡의 움직임을 살폈다.
역시 분데스리가 최고의 센터백답게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속도가 조금만 죽어도 빠르게 달려들어 공만 쏙 빼내 올 선수였다.
분데스리가에서 겪어 본 선수들 중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수비수.
제롬 보아텡은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손호민은 벽에 가로 막혀 좌절하지 않았다.
열심히 비디오를 돌려 가며 보아텡의 습관이나 움직임을 자세히 분석했다.
플레이 스타일이 맞물려 천적 관계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손호민은 자신의 컨디션과 자신감을 믿었다.
서하의 조언도 힘이 되어 주었다.
‘그러므로 오늘은 뚫는다!’
툭.
골대와 가깝게 공을 툭 치자 보아텡의 발이 성큼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반대편으로 공을 몰자 재빠르게 따라왔다.
리그에서와 달리 거리를 두고 공격을 지연하는 선택.
순간적으로 손호민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정말 서하의 말대로잖아?’
보아텡은 손호민의 속도와 방향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손호민의 최고 장점인 슈팅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정확히는 손호민이 뭘 하든 막아 낼 수 있다는 자신감.
보아텡은 오만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그 오만함을 꺾을 수 있었으니까.
손호민은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공을 몰았다.
골대에서 점점 가까워졌으나 슈팅 각도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손호민이 과감하게 슈팅 모션을 가져가자 보아텡은 육중한 몸과 발을 뻗었다.
완벽한 태클 타이밍.
“그럴 줄 알았지!”
손호민은 접고 오른쪽으로 공을 몰아 보아텡의 태클을 피했다.
“……!”
보아텡의 표정은 안 봐도 뻔했다.
놀라거나 당혹스럽거나.
손호민은 잡생각을 버리고 노이어의 위치를 확인한 후 오른발로 니어 포스트를 향해 강하게 때렸다.
반박자 빠른 타이밍에 슈팅을 가져가자 살짝 역동작에 걸린 노이어가 팔을 쭉 뻗었다.
탕!
골포스트를 맞고 굴절되어 골망을 흔드는 공.
명백한 득점이었다.
손호민의 선제 득점이 이른 시간에 나오자 경기장은 광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득점을 확인한 손호민은 환한 미소로 코너 에어리어를 향해 달리며 양 팔을 쭉 펼쳤다.
플래그와 가까워지자 힘차게 뛰어올라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한국인, 영국인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손호민의 이름을 연호했다.
“손! 손! 손! 손! 손! 손!”
손호민은 감격스러운 얼굴로 하트 세리머니를 펼치다가 달려온 동료들에게 둘러싸였다.
축하를 가장한 손바닥 찜질이 손호민의 몸을 두들겼다.
당연히 서하도 빠지지 않았다.
이럴 때가 아니면 손호민을 때릴 기회는 흔치 않았으니까.
“아파! 아프다고! 살살 때려!”
온몸을 비틀며 저항했음에도 동료들은 웃으면서 축하해 줬다.
서하는 동료애가 넘치는 팀을 보며 조금씩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어쩌면 오늘 경기를 이길 수 있다는 자그마한 희망.
물론 방심은 금물이었다.
전차는 한 번 피격당했다고 그 자리에 멈추는 물건이 아니었다.
강철판이 너덜너덜해져도 기어코 굴러가는 고철 덩어리였다.
분데스리가를 잘 아는 구재칠이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아직 경기 안 끝났어! 흐름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니 방심하지 말고 집중하자!”
박재영도 한마디 거들었다.
“전력은 우리가 열세야.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지금까지 해 온 대로 하자. 알겠지?”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했다.
문을 걸어 잠그기보다는 수비를 중심으로 하되 뒷공간을 계속해서 노리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다.
박재영이 미끼가 되고 손호민과 진우원이 있는 사이드로 보내 역습을 전개하는 간단한 전술.
세부 전술은 런던 올림픽 때 만들어 뒀던 터라 호흡은 문제없었다.
“다들 동의하지?”
“나쁘지 않네. 애초에 우리가 생각한 흐름은 아니지만, 계획대로 가는 편이 나아.”
“맞아. 변수를 줄 필요는 없어.”
“서하야, 넌 어떻게 생각해?”
“저도 형들 말에 동의해요. 전반전 초반처럼 강한 전방 압박을 걸기 어려우니 수비를 정비한 후 빠르게 역습을 전개한다면 독일도 쉽게 뒷공간을 비워 두지 못할 거예요. 그럼 우리에게 기회가 또 생기는 거죠.”
“좋아. 힘들겠지만, 다들 좀만 더 기운 내자.”
빠르게 논의를 끝내고 주심의 눈치를 받으며 한국 진형으로 돌아오려고 할 때.
가만히 앉아 있던 감독이 걸어 나와 이종수와 기선우를 불렀다.
두 사람은 감독의 지시를 거부하지 않고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달려갔다.
감독은 전술판을 들이밀며 두 사람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감독의 입이 움직일수록 두 사람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뭐라고 하는 거야?”
“왠지 불안한데.”
“그냥 가만히 있지. 갑자기 왜 나서는 거야?”
선수들의 불만에도 감독은 제 할 일을 마쳤다는 듯 두 사람을 돌려보내며 벤치에 앉았다.
이종수와 기선우는 굳은 얼굴로 선수들에게 다가왔다.
박재영이 서둘러 입을 움직였다.
“감독님이 뭐라고 하셨어?”
“하아. 어처구니가 없어서.”
“뭔데 그래? 빨리 말해 봐.”
“버스 세우래.”
기선우가 거의 체념한 듯 말하자 다들 할 말을 잃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종수는 허탈하게 웃었다.
“독일 상대로 한 골 넣었으니 전원 수비하라신다. 언제까지냐고 물으니까 경기 끝날 때까지.”
“아니! 미친 거 아니야?”
“리그에서는 닥공을 그렇게 좋아하는 양반이 여기서는 닥치고 수비만 하라고? 와! 시발! 진짜 욕 나오게 하네.”
“야! 들을 가치도 없어! 그냥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가자!”
선수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박재영은 서하를 바라봤다.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의 전술 지시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분명 독일에 비하면 열세가 맞지만, 한국의 공격 전개는 런던에서 증명된 바 있었다.
아무리 승리가 중요하다고 해도 지키는 싸움은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상대가 독일이라면?
‘바짝 독이 오른 상태일 텐데. 공격권을 계속 내줬다가는 독일에게 끌려갈 위험이 너무 커.’
박재영을 아예 2선으로 내려서 수비로만 쓴다면 차라리 벤치로 불러들이고 수비수를 한 명 투입하는 편이 현실적일 거다.
하지만 감독은 현 라인업으로 전반전 공세를 견뎌 내길 원했다.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했다.
독일은 밀집 수비를 깨뜨리는 데 도가 튼 강팀이었으니까.
맨몸으로 포격에 노출당한 한국은 동점에 역전 골까지 내줄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선수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감독의 지시를 거부했다.
“압박해! 더 빠르게!”
“장수형! 사이드! 좋아! 나이스!”
“사이드로 길게 때려!”
한국이 고슴도치 전략으로 나오자 독일도 닥치고 공격을 펼치려던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손호민에게 뒷공간을 계속 찔리니 굉장히 아팠기 때문이다.
보아텡이 사이드로 조금 이동해 람의 뒷공간을 봐주면 박재영이 슬그머니 벌어진 중앙 공간 사이로 침투했으니.
수비 라인을 올릴 수 없었다.
결국 독일을 평상시 경기 운영으로 돌아와 차근차근 빌드 업을 해 나갔다.
한국 선수들은 전반전 초반처럼 강하게 전방 압박하지 않았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독일도 전방 압박에 적응한 상황이었으니까.
한국의 경기 운영이 나쁘지 않았으나 벤치에서는 난리가 났다.
수석 코치가 선수들에게 내려가라는 지시를 내렸음에도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일 뿐, 무시했다.
30분이 지나고 40분이 다됐음에도 지시가 먹혀들지 않자 조강현 감독이 벤치를 박차고 나왔다.
그는 얼굴이 벌겋게 변한 채 선수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 새끼들이 내 말을 무시해! 니들이 그렇게 잘났어! 어?”
경기장에 폭탄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