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59)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59화(158/201)
159화 파국
조강현 감독의 외침은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물론 관중석에 앉은 사람들에게도 들렸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선수들은 굳은 표정을 지었고 관중들은 의아한 얼굴로 조강현 감독을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경기 흐름은 굉장히 좋았다.
안정적인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으로 독일이 편안하게 공세를 펼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독일 선수들은 한국의 단단하면서도 조직적인 압박 수비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오히려 빠른 역습 전개로 추가 실점이 나올 뻔했다.
전반전에 완승을 거뒀는데도 감독은 왜 선수들을 비난하는 걸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아? 다 들어오라고! 박재영! 손호민! 너희들 위치가 거기야? 아니잖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감독.
테크니컬 에어리어 밖까지 나가서 선수들을 다그치자 대기심이 달려와 감독을 만류했다.
조강현 감독은 대기심의 팔을 뿌리치려 했으나 카드를 우려한 코치들이 간신히 벤치로 데려갔다.
경기가 잠시 중단된 상황.
“뭐야? 감독 왜 저래?”
“몰라. 무슨 일 있나?”
독일 선수들은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듯 저마다 이야기를 나눴고 한국 선수들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무슨 상황이 궁금했던 필립 람이 손호민에게 다가와 물었다.
“손, 무슨 일이야?”
“뭐, 마음에 안 드나 봐.”
“경기를 이기고 있는데 마음에 안 든다고? 감독은 완벽한 경기를 원하는 건가?”
“그럴지도?”
손호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감독과 선수들 관계가 좋지 않다는 걸 외부인에게 알려 봤자 좋을 건 없었으니까.
기선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로커 룸에 들어가면 지랄하겠지?”
“어쩔 수 없지. 듣는 척하고 후반전도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우리 계획대로 경기하면 돼.”
“하긴 뛰는 건 우리니까.”
“형, 우선 이겨 놓고 뒷일은 나중에 생각해. 그게 마음 편해.”
“덜 지랄했으면 좋겠는데.”
서하는 벤치를 슬쩍 바라봤다.
조강현 감독은 물병을 발로 걷어차며 분통을 터뜨렸고 코치들이나 벤치에 앉은 선수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소란이 일단락되자 박재영은 박수를 치며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마지막까지 집중해! 힘들다고 걷지 말고 최선을 다해 뛰어! 우원아! 옆에! 좋아!”
한국 선수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독일의 공세를 버텼다.
독일도 무리해서 빈 공간으로 공을 넣지 않았다.
볼을 빠르게 굴리면서 한국 선수들을 끌어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영악했다.
센터백들을 압박하기보다는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들을 강하게 마크해 빌드 업을 차단했다.
서하는 호흡을 고르면서도 빠르게 주변의 움직임을 살폈다.
막바지로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 독일 선수들은 섣불리 공을 앞으로 보내지 않았다.
‘이대로 마무리할 생각인가.’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
무의미한 공세로 체력을 소모하기보다는 후반전을 기약하는 편이 좋은 선택이었다.
독일에게는 아직 공격 카드가 많이 남아 있었으니까.
주심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전반전 종료를 선언했다.
삐익! 삐익! 삐이익!
전반전은 한국의 판정승이었다.
독일을 상대로 선제 득점에 성공했고 공세를 잘 버텨 내면서도 역습 전개를 펼쳤다.
뿐만 아니라 종종 볼을 점유하며 독일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음에도 한국 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모두가 아는 파국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 * *
빈 휴지통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뒹굴었다.
선수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말해 봤자 싫은 소리가 더 늘어날 뿐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조강현 감독이 선수들의 속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감독 넌 짖어라, 난 한 귀로 듣고 흘리겠다는 생각.
끝까지 자신을 무시하는 선수들의 태도에 열불이 뻗쳤다.
“야! 내가 우스워 보여? 어! 감독 지시를 병신 취급하고 지들 마음대로 플레이하니까 좋았냐고!”
“…….”
“하긴 내가 우습게 보였겠지. 해외에서 뛴다고 아주 그냥 기고만장해져가지고 감독은 눈에도 안 보이는 거지. 야! 박재영! 네가 한번 말해 봐! 내 말이 틀려?”
“…….”
“이야! 이제는 감독 말에 대답도 안 하시겠다? 아주 잘나신 분이야. 하긴 유럽에서 뛰다가 국내를 벗어나 본 적도 없는 감독이 지시를 내리니 얼마나 기가 차겠어. 그렇지? 내 말이 맞지?”
“그건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래서 내 지시를 개무시하고 니들 멋대로 뛴 거 아냐. 맞잖아! 내가 전반전에 뭐라고 했어? 전원 수비하라고 했어. 안 했어?”
“…….”
“새끼들아, 했냐고 안 했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무시했어? 아니, 누가 무시하자고 말했어? 말해 봐. 누가 그러자고 했어?”
조강현 감독이 계속해서 몰아붙이자 보다 못한 축구 황재협 이사가 그를 만류했다.
“조 감독님, 너무 화내지 마시고요. 선수들도 감독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싶어서 그렇게 했겠습니까? 독일 애들이 공을 가지고 경기를 주도하다 보니 자연스레 올라온 거죠.”
“황 이사님, 제가 감독 대행이지만,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아! 물론 괜찮습니다. 하시죠.”
“잘못한 애들 계속 쉴드 쳐 주면 버릇 나빠져요. 따끔하게 혼을 내 줘야 나쁜 버릇이 사라지지.”
황재협 이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선수들 얼굴을 살폈다.
자존심이 많이 상한 얼굴.
선수들은 눈빛으로 감독을 비난했으나 조강현 감독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코웃음 치며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다.
“전임 감독이 애들을 감싸고 돌았으니 대표 팀이 이 모양 이 꼴이 됐지. 그래서 쫓겨난 거고. 야, 눈 안 깔아? 니들이 뭘 잘했다고 눈을 치켜떠?”
조강현 감독은 계속해서 선수들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후반전에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교체하겠다며 엄포를 늘어놓았다.
후반전 내내 버스를 세우겠다는 전략, 선수들은 불만이 많았으나 황 이사를 비롯한 축구 협회 관계자들이 달래 주었다.
“내가 정식 감독이었으면 내 말을 안 따르는 놈들? 절대 안 뽑았어. 내 밑에서 뛰어 본 애들은 잘 알 거야.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말이지. 그러니 불만 있으면 지금 말해. 당장 빼 줄 테니까.”
“아니, 조 감독님.”
황재협 이사가 다급히 말렸으나 조강현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황 이사님, 우리 솔직해져 봅시다. 국내에서 경기할 수 있는데도 유럽까지 와서 경기한 이유가 뭡니까?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일정 때문이 아닙니까? 제 말이 틀렸습니까?”
황재협 이사는 애써 웃는 얼굴로 조강현 감독의 팔을 강하게 잡으며 말했다.
“조 감독님,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우선 나중에, 예? 나중에 이야기합시다. 자자! 다들 푹 쉬고.”
“아직 안 끝났습니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 운이 따라 준 거 아닙니까.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잘해서 딴 게 아니란 겁니다. 상대가 스스로 넘어져서 딴 거죠!”
조강현 감독의 폭탄 발언에 선수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격분했다.
조용히 듣던 서하도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이런 취급한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참지 못하고 나서려할 때 기선우가 서하의 어깨를 강하게 눌렀다.
기선우는 고개를 저었다.
‘넌 안 돼.’
서하는 아니라며 저항하려 했으나 기선우가 한발 빨랐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감독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오! 스완지에서 뛰는 기선우, 그래, 네가 왜 가만히 있나 했다. 어차피 뻔한 말을 늘어놓겠지만, 어디 한번 네 생각을 들어 보자.”
황재협 이사는 기선우에게 고개를 저으며 그만하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기선우는 그만두지 않았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은 선수들과 ‘감독님’, ‘코치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만들어 낸 성과물입니다. 물론 운도 따라 줬겠지만, 실력이 없었다면 조별 예선에서 떨어졌을 겁니다. 자랑스러워 할 업적을 이런 식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단어를 강조하는 기선우.
당연히 가만히 있을 조강현 감독이 아니었다.
“야! 어딜 감히 훈수질이야! 내가 네 친구야? 어! 감독이 우스워? 우습냐고, 새끼야!”
“감독님을 우습게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저 잘못된 생각을 정정해 드린 것뿐입니다.”
기선우가 꼿꼿이 바라보며 말하자 조강현 감독은 머리가 아픈지 만지작거리다가 소리쳤다.
“하아, 머리야.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야! 기선우! 너 이리 와 봐. 이리 오라니까!”
황재협 이사는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려 하자 재빨리 개입했다.
“하하! 아직 경기 안 끝났으니 다음으로 미루고 다들 후반전에 집중하자! 알겠지? 조 감독님! 그러지 말고 빨리 나오세요. 어서요!”
조강현 감독은 보채는 황재협 이사의 팔을 뿌리치지 못하고 선수들에게 통보했다.
“후우, 좋아. 기선우, 나한테 불만 많지? 그러니 넌 빠져. 장연수! 바로 들어갈 준비해! 후반전은 스리백으로 간다. 구재칠! 넌 내려와서 윤서하하고 중원에 서고. 박재영! 구재칠 자리로 내려와. 손호민! 너 한 번만 더 올라가면 바로 빼 버릴 테니까 수비 가담해. 알겠어?”
“…….”
“대답!”
“…….”
“아니, 이 새끼들이!”
선수들이 대답하지 않자 다시 열이 뻗친 조강현 감독이 길길이 날뛰었으나 코치들과 협회 관계자들에게 이끌려 로커 룸을 나갔다.
조용해진 로커 룸.
선수들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선우는 조강현 감독이 있던 자리를 향해 빈 물병을 던지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버러지 같은 새끼.”
손호민은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빈 물병을 주워 쓰레기통에 넣었다.
신호탄이 되었는지 선수들은 조강현 감독을 성토했다.
“지가 뭐라고 지랄이야!”
“런던 올림픽 금메달이 운이라고?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우리 전반전처럼 해?”
“스리백으로 가능하긴 하냐?”
“오늘 교체 선수 5명 아니야? 11명이 전부 태업하면 다 바꾸지도 못할 텐데 조 감독이 잘도 그러겠다. 저거 겁주는 거야.”
“맞아. 그냥 무시해.”
“그런데 선우 자리 어떻게 하냐.”
한바탕 쏟아낸 기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 앉았다.
“나도 몰라! 그래도 서하가 빠지는 것보다는 낫지.”
“서하가 왜?”
“내가 눈치 못 챘으면 서하가 지랄했을 거야. 서하가 후반전에 빠진다? 그냥 대패지.”
선수들은 기선우의 말을 반박하지 못했다.
전반전은 서하가 지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차라리 감독에게 찍힐 거면 내가 찍히는 게 낫다 생각해서 나섰어. 나였으니 여기서 끝났지. 얘가 나섰으면 수습도 안 됐을걸?”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슬슬 나가야 하니까 준비하자. 연수야, 몸은 풀었어?”
박재영의 물음에 장연수는 고개를 저었다.
“못 풀었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감독이 뛰라는데.”
“갑자기 뛰면 근육이 놀랄 수 있으니까 천천히 뛰어. 공 최대한 많이 줄 테니까 적응 좀 하고.”
“알겠어요.”
“서하야, 역습 가능하겠어?”
“가능은 한데 감독이 엄포를 늘어놓은 이상 섣불리 움직이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공격수를 빼고 수비수를 투입하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구재칠이 헛웃음을 흘렸다.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니야?”
“으음, 가능할 것 같은데.”
“조 감독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아무튼, 후반전 초반은 지켜보자. 독일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안전하게 볼 처리 하고. 체력도 최대한 아껴. 누구 덕분에 후반전에 급격히 떨어질 수 있으니까.”
“오케이.”
“시간 됐다. 나가자.”
선수들은 로커 룸에서 나와 통로를 따라 경기장으로 향했다.
서하는 시끄럽게 떠들어 대며 애써 삭막한 분위기를 떨치려는 선수들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분노, 불안, 혼란, 깨진 신뢰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으니까.
이대로 후반전에 나간다면 아마.
기선우가 서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씩 웃었다.
“네가 굳어 있으면 어떻게 하냐? 표정 풀어.”
“미안.”
“미안하면 독일 잡아. 그러면 용서해 줄 테니까. 감독이 나 째려 보네. 나 간다. 열심히 해.”
기선우는 서하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며 벤치로 향했다.
“후우. 어떻게든 비벼 봐야지.”
언제나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서하는 축구화를 고쳐 신고 경기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