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62)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62화(161/201)
162화 회장님과의 저녁 식사
경기는 끝났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날이 밝자 서하는 은디아예와 함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검은 모자와 선글라스 착용한 기선우가 반갑게 인사했다.
“몸은 좀 어때? 푹 쉬었어?”
“나쁘지 않아요. 형은요?”
“나야 전반전만 뛰고 교체됐잖아. 별로 땀도 안 흘렸어. 그런데 그쪽은?”
은디아예가 환한 미소로 다가와 기선우에게 악수를 내밀며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스포르트 커버 대표인 메이사 은디아예입니다. 윤의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죠.”
은디아예가 한국어로 소개하자 기선우는 살짝 놀란 얼굴로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 기선우입니다.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도와주신다고 해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말했다.
“재능이 넘치는 선수들이 꿈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발 벗고 나선 겁니다. 물론 윤의 추천도 무시할 수 없죠. 윤의 안목은 축구 실력 못지않게 뛰어나거든요.”
“오, 그래요?”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지려 하자 서하가 앞으로 나섰다.
“로비에서 시끄럽게 굴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서 말해요.”
“아, 그래. 어서 들어가자.”
세 사람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시크릿 룸으로 들어갔다.
시크릿 룸에는 유럽 원정에 도움을 준 협회 관계자들과 익숙한 얼굴이 상석에 앉아 있었다.
황재협 이사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세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 어서들 와. 자! 문 앞에 서 있지 말고 여기 와서 앉아.”
세 사람은 황재협 이사의 권유를 거절하지 않고 맞은편에 앉았다.
서하는 기선우와 은디아예 사이에 앉은 채 협회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먼저 황재협 이사는 축구 협회의 해외 업무를 담당하여 해외파와 친숙한 사람이었다.
선수단 컨디션 체크에 비행기 표나 숙소를 알아봐 주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여 해외파 선수들에게 많은 지지를 얻었다.
그렇다고 국내파 선수들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유럽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을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고 각종 정보와 구단과 구단 연결을 도와주기도 했다.
인망이 높고 일처리도 깔끔해서 협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나머지 두 사람은 해외 업무 담당 직원들로 황재협 이사의 지시를 받는 이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서하와 마주 보고 앉은 40대 중반의 중년 남성.
점잖게 생긴 얼굴과 호리호한 몸을 가진 이 사람을 반드시 기억해야 했다.
‘향후 10년간 한국 축구를 좌지우지할 남자니까.’
대기업 부회장이자 구단주이며 협회장까지 겸임한 그는 한국 축구에 엄청난 영향력을 펼쳤다.
국내 리그에서는 엄청난 자금 동원력을 앞세워 스타 선수들을 끌어들여 우승 팀으로 만들었고.
유소년 정책을 대대적으로 개혁하여 토대를 만들었을뿐더러 엘리트 축구에서 벗어나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긍정적인 면도 있는 반면.
부정적인 면도 존재했다.
국가 대표 감독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혀 곱지 않은 시선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국내 리그와 연령별 대표에서는 많은 성과를 거뒀으나 유독 성인 대표 팀에서는 죽을 쑤며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끝이 좋지 않았지.’
팬들의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감독을 앉히는 고집을 부린 끝에 60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진출 실패라는 참사가 일어나자 책임지고 사퇴했다.
한국이 낳은 스타였던 서하의 부상 악몽, 선수들의 부진, 감독들의 전술 이해도 부족 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월드컵 진출 실패 앞에서는 변명이 되지 않았다.
암울한 미래를 바꾸려면 지금이 적기였다.
오늘 결과로 한국 축구의 미래가 달라질 테니까.
“윤서하 선수, 이분이 바로…….”
장우현 회장이 정중한 자세로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황 이사님, 제 소개는 제가 하겠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한국 축구 협회장 장우현입니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우현 회장의 인사말에 세 사람도 화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선우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회장님.”
“스포르트 커버의 메이사 은디아예입니다. 오늘은 윤의 에이전트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윤서하입니다. 오늘 점심 식사에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장우연 회장은 비즈니스 미소로 세 사람과 악수를 나눴다.
앞선 두 사람과 달리 장 회장은 꿀 떨어지는 시선으로 서하를 바라보며 악수를 나눴다.
처음 봤음에도 호의적인 의사를 보여 주자 살짝 어안이 벙벙했다.
‘그때는 이만큼은 아니었는데.’
서하는 떨떠름한 얼굴로 자리에 앉으며 표정을 갈무리했다.
다행히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장우현 회장은 예의의 미소로 능숙하게 대화를 주도해 나갔다.
“떠오르는 슈퍼 에이전트인 은디아예 대표님께서 오신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윤서하 선수와 처음 계약을 맺으셨다면서요? 맞습니까?”
서하가 통역해서 알려 주자 은디아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잉글랜드로 출장 왔다가 윤의 경기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죠. 물론 그 전부터 윤에 대한 소문이 축구계에 돌고 있었지만, 직접 봐야 선수의 잠재력을 알지 않겠습니까? 전 윤이 대단한 잠재력을 지닌 선수로 판단하고 바로 계약했습니다. 윤에게 대형 에이전시가 붙지 않아 행운이 따라 줬죠. 예,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은디아예의 진심이 전해지자 장우현 회장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유소년 시절에는 부모님께서 에이전트 역할을 했다고 들었는데 은디아예 대표님께서 좋은 타이밍에 들어온 거로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은디아예 대표님께서 윤서하 선수의 에이전트가 되어 주신 덕분에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습니까? 한국 축구가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주셔서 회장으로서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하하! 제게 감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 좋은 선수들을 추천받아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한국 선수들과 계약을 맺은 건 전부 윤 덕분입니다. 윤이 있었기에 제게 이런 좋은 기회가 온 것이죠.”
장우현 회장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서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서하는 왠지 모를 부담감을 받았으나 애써 빠르게 털어 냈다.
‘아, 독일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패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부담스러운 자리였으니까.
하지만 애써 견뎌 냈다.
성질이 더러운 기선우도 참고 회장의 말에 맞춰 주는 걸 보면 알 수 있듯 서하도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대표 팀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면 회장의 호의가 필요했다.
장 회장은 한 번도 보지 않은 서하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찌 되었든 이용해야 했다.
“회장님, 유머 감각이 정말 뛰어나시군요!”
가만히 앉아 있던 서하가 띄워 주자 장우현 회장은 반색했다.
“내 친구들은 나보고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
옆에 앉아 있던 기선우가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서하는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네, 아쉽게도 회장님 세대에서는 안 먹히겠지만, 저희 세대에서는 잘 먹히는 유머였습니다. 회장님, 굉장히 트렌디하시네요.”
“으하하! 내가 트렌디하다고? 크흐! 황 이사님,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한 유머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황재협 이사는 바로 짤랑거렸다.
“저희 세대보다는 이 친구들에게 잘 먹히는 걸 보니 회장님의 유머 감각이 좋다는 걸 알겠군요! 자네들도 그렇지 않은가?”
“맞습니다!”
“역시 회장님이 최고시죠! 따라갈 사람이 없습니다!”
협회 관계자들도 치켜세우자 기분이 좋아진 장우현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결 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하는 틈이 날 때마다 장우현 회장의 기분을 맞춰 주었다.
입꼬리가 귓가에 걸린 장우현 회장은 서하가 말하기만 하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했다.
똥을 금이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회장님, 식사하고 마저 이야기 나누시죠.”
“아, 그러죠. 영국이지만, 호텔이니 맛은 나쁘지 않을 겁니다. 어서들 식사부터 하시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주문한 식사가 나오자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 들었다.
회장의 말대로 맛은 괜찮았다.
기선우와 은디아예도 식사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식사가 끝나고 회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기선우가 서하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리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야, 그런 아부는 어디에서 배운 거야? 갑자기 튀어나와서 진짜 깜짝 놀랐잖아.’
‘아부면 어때요. 결과만 좋으면 됐죠.’
‘하긴 그건 그래. 지금은 과정보다는 결과지.’
‘슬슬 떡밥을 던져야 하는데 형이 언급하면 제가 바로 호응할게요.’
‘독일전 이야기 꺼낼까?’
‘아뇨. 이건 어때요?’
두 사람의 작당 모의가 끝나자마자 회장이 다시 룸으로 들어왔다.
장 회장은 자리에 앉으며 세 사람에게 물었다.
“식사는 어떻습니까? 괜찮았죠?”
“무척 맛있었습니다.”
“네,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런던에 오래 살았지만, 이런 맛집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앞으로 자주 찾아야겠어요.”
서하의 말에 장 회장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요. 다과가 나오기 전에 어제 이야기를 꺼내 올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장 회장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자 서하와 기선우는 가만히 있었다.
저절로 풀려 가고 있었으니까.
황 이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만류했지만, 장 회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지만, 결국에는 퍼질 이야기 아닙니까? 그러니 피해를 최소화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죠.”
“회장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상관없습니다만, 조 감독에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조 감독은 데려온 제가 책임지죠. 구단 감독만 하길 원하니 돌려보내면 불만은 없을 겁니다.”
황 이사는 바로 수긍했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강현 감독을 대표 팀 사령탑으로 앉힌 사람은 장 회장이었으니까.
장 회장이 책임진다면 뒷말은 조금 나오겠지만, 수습이 가능했다.
이슈를 이슈로 덮으면 됐다.
새로운 감독 물색과 선임.
장 회장은 황 이사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세 사람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훈련장에서 일어난 일들과 로커 룸에서 여러분께 했던 행동들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후우. 조강현 감독이 이런 일을 벌일 줄이야. 믿었던 발등에 도끼를 찍혔다는 느낌이에요. 정말 미안합니다.”
기선우가 바로 받아 정답을 내뱉었다.
“회장님, 조강현 감독님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저희가 부족했던 탓이죠. 믿고 따르지 못해 생긴 일이니 저희도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감독님께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서하와 기선우가 선처를 바라자 장 회장은 기특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 말해 주니 무겁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네요. 독일전을 선수들이 스스로 전술을 준비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하아. 싫다는 사람 앉히는 바람에 참.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테니 안심하세요.”
“회장님만 믿습니다.”
서하의 말에 장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동안 서하는 은디아예에게 대화 내용을 통역해 주었다.
탁.
장 회장의 잔이 테이블 위에 놓이자 시선이 집중됐다.
그는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젯밤에 많이 고민했는데. 그래요. 오늘 대화를 듣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더 벌어지기 전에 분위기를 쇄신해야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죠. 좋습니다. 조강현 감독을 다시 돌려보내고 새로운 분을 모셔 오죠. 황 이사님.”
“네, 네! 회장님, 말씀하시죠.”
“김 기술 위원장에게 이주 내로 후보들을 추려 달라고 전해 주세요. 제가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이 주는 조금 촉박합니다.”
황 이사가 난처한 목소리로 말하자 장 회장은 살짝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안 됩니까?”
“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확실하게 전하겠습니다!”
황 이사는 바로 숙였다.
장 회장이 협회에서 차지하는 절대 권력에 맞서고 싶지 않았다.
가늘고 길게 오래 가고 싶었다.
이 자리에서 즉석으로 감독 경질과 새로운 선임을 말한 장 회장의 추진력에 기선우는 서하의 팔을 톡톡 건드렸다.
기선우는 입모양으로 물었다.
‘끼어들어?’
‘제가 말할게요.’
의견 교환을 마친 서하는 조심스레 장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님, 새로운 감독님 선임하기 전에 한 분 추천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장 회장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우리 윤서하 선수가 원하는 감독님이 누군지 궁금한데요? 외국인인가요?”
“아닙니다.”
장 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한국인이라고요? 윤서하 선수는 한국인 감독과 관계가… 아! 그 친구가 있었구먼! 런던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 홍인수 감독입니까?”
“맞습니다. 저를 비롯해 선수들은 홍인수 감독님이 대표 팀 지휘봉을 잡아 주시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장 회장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홍인수 감독이라. 홍 감독, 아니지 홍 전무라면 검증도 됐고 선수들 사이에서 인망도 좋으니 괜찮은 선택이긴 하지만, 홍 전무는 감독을 원하지 않을 텐데요. 알겠어요. 제가 만나서 직접 물어보도록 하죠. 저도 홍 전무가 맡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장 회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기선우는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아했고 서하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황 이사를 비롯한 협회 관계자들도 장 회장의 결정을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라던 바였으니까.
“설득은 내게 맡겨요. 고집불통인 조강현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니까요.”
호언장담하는 장우현 회장.
하지만 장 회장은 그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홍인수 감독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