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66)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66화(165/201)
166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겨울이 지나고 프리미어 리그에는 봄이 찾아왔다.
계절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찬바람이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리그 열기는 뜨거웠다.
[아스날의 선두 굳히기! 리그 우승까지 단 4승!] [아스날을 추격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승리 또 승리뿐!] [주장 완장을 찬 윤, ‘영광스러운 기회를 준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뛰겠다.’] [리그 우승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알렉슨 퍼거슨 경,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웨인 루니, ‘아스날은 강력한 팀이지만, 우리도 가능성은 충분해.’]하지만 리그 컵 우승을 거머쥔 아스날은 거칠 것이 없었다.
최대 라이벌 구단인 토트넘 원정에서 3대1로 대파하고 에버튼을 홈에서 1대1로 비겼으나 FA컵 8강에서 강적, 첼시를 간신히 잡아내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FA컵 준결승 상대는 위건.
서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12/13시즌 FA컵 우승 팀이 바로 위건 애슬래틱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FA컵 우승을 하고도 강등당하는 아픔을 겪었으나 어찌 되었든 우승은 우승이었다.
무려 맨체스터 시티를 잡고 우승했으니 기분이 찜찜했다.
서하는 남은 일정을 쭉 확인했다.
3월에 남은 일정은 3경기.
챔피언스 리그 16강 갈라타사라전, 리그 두 경기가 잡혀 있었다.
16일부터 30일까지 A매치 기간이라 꽤 타이트한 일정이었다.
A매치 상대는 진작 정해졌다.
크로아티아 친선전과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카타르전.
크로아티아는 좋은 팀이었기에 스파링 상대로는 손색이 없었다.
이 시기의 카타르는 귀화 선수들이 적었기에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다만 한국 국가 대표 팀은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감독의 부재.
정확히는 전 감독을 경질하고 데려온 조강현 감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조강현 감독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며 또다시 공석이 되었다.
한국 축구 팬들은 독일을 이긴 명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자 큰 충격을 받았으나 대표 팀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나 기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강현 감독과 선수들의 갈등은 작년부터 이어져 왔었으니까.
물론 독일전에서 조강현 감독이 선수들을 욕하는 장면이 TV에 나왔으나 생각보다 반향이 적었다.
“독일을 이겼으니 해프닝으로 넘긴 거지.”
유럽의 강호인 독일을 꺾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값진 결과였으니까.
사령탑 부재로 돌아와서.
조강현 감독의 사임 이후 축구 협회는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다음 날 바로 기자 회견을 열어 최대한 빨리 대표 팀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가 지났음에도 선임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한국 대표 팀 감독 없이 예선전 치르나? 오리무중에 빠져.] [조강현 감독의 사임 이후 새 감독을 데려오겠다던 축구 협회, 약속 지킬 수 있을까?] [대표 팀 감독 후보에 오른 울산의 김희관 감독, ‘제안 받은 적이 없어.’] [국내 감독? 해외 감독? 이러다가 골든 타임이 지나간다!] [전 서울 감독 세놀 귀네슈와 터키에서 접촉한 협회 관계자? 협상 테이블 차렸나?] [장우현 축구 협회 회장, ‘조금만 기다려 달라.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최선을 다하는 중.’]한국 대표 팀 사령탑 자리가 독이 든 성배라는 자리라는 걸 모르는 축구인은 없다.
하지만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임은 분명했다.
감독 부재 기간이 길어지자 욕심을 내는 국내 감독들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축구 팬들은 외국인 감독 선임을 간절하게 바랐으나 한국으로 오려는 외국인 감독은 많지 않았다.
있더라도 연봉이나 주거, 환경 등 조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미 움베르트 코엘류,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 실패를 경험했던 터라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언론의 호들갑과 팬들의 기대와 달리 축구 협회에서는 외국인 감독을 일절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오랜만에 선수들의 선호와 축구 협회의 선호가 맞아 떨어졌던 터라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타깃이 움직이지 않을 뿐이지.”
장우현 회장이 삼고초려까지 하며 마음을 돌리려 했으나 홍인수 감독은 정중히 거절했다.
국내 선수들이 직접 찾아가 부탁하고 해외 선수들이 문자와 메시지를 보내 부탁했음에도 미동조차 없었다.
서하도 시간을 내서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거절이었다.
자신의 능력은 별 볼 일 없다며 런던 올림픽 금메달은 선수들이 스스로 쟁취한 힘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정말 안 하시려나.”
원래 역사와 다르게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엄청난 명성과 업적을 달성했던 터라 감독 제안이 오면 바로 받을 줄 알았으나 오히려 더 신중해졌다.
지금의 명성을 해치지 않고 행정가의 길을 걸으며 업적을 쌓는다면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으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이었다.
홍인수 감독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타입이라 판단이 어려웠다.
역으로 대표 팀 감독 욕심이 생겨 간을 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홍인수 감독 부임설이 돌았을 때 팬들의 선호도 높은 편이었다.
대중의 관심을 신경 쓰는 감독이라 좀 더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서하는 하루라도 빨리 홍인수 감독이 부임하길 바랐다.
올해 전반기에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들이 있던 터라 감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였으니까.
위잉! 위잉! 위잉!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리자 서하는 발신인부터 확인했다.
이제는 뉴캐슬의 희망이 된 진우원이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진우원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하야!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인데 호들갑이야.”
-뉴스 좀 보… 어라? 우리가 말 놨었냐? 왜 어색하게 느껴지지?
서하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들을 제외하면 전부 말을 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장 친한 진우원과 말을 놓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장난쳤으면 응징해야 하는 법.
서하는 역으로 윽박질렀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해? 무슨 일인지부터 말하고 차차 따져.”
평소에 차분한 서하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자 당황한 진우원은 말을 더듬거렸다.
-어? 어 그, 그래. 알겠어.
“형, 나 훈련장 가야 해. 빨리.”
-알았어. 어젯밤에 홍인수 감독님이 대표 팀 감독직을 수락하셨대! 4년 계약에 오늘부터 일을 시작하시겠다고 하셨어! 지금 선수들한테 전화를 돌리고 있다니까 조만간 너한테도 전화가 갈 거야.
“뭐, 예상대로네.”
-인마! 뭘 예상대로야. 기억 안 나? 며칠 전부터 나한테 전화해서 감독님이 계속 거절하시면 어떻게 하냐고 징징거렸…….
서하는 종료 버튼을 눌렀다.
더 들어 봤자 듣기 싫은 소리가 나올 테니까.
잠시 창문 너머를 낡은 건물을 바라보던 서하는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변수는 없었네.”
불안? 그건 걱정이었을 뿐이었다.
애초에 한국 축구 협회에서는 조강현 감독 다음 감독으로 홍인수 감독을 생각하고 있었다.
월드컵 4강 신화에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감독이었으니 국가 대표 팀 감독으로도 손색이 없었으니까.
물론 일찍 써먹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으나 선수들이 직접 회장에 부탁하는 그림이 무척 예뻤다.
예산도 아끼고 협회가 애지중지 키우는 사람인 데다 팬들도 납득할 인사라 최고의 패임은 분명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홍인수 감독의 전술이었다.
정확히는 무전술에 가까웠다.
뻥 축구에다 빠른 윙어들을 갈아 넣는 전술이 다였으니까.
올림픽에서는 서하를 중심으로 볼 점유율 축구를 잘 써먹었으나 홍인수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먼 훗날이 되어서야 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바뀌지만, 지금은 초보 감독이지.”
물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 홍인수 감독을 데리고 월드컵 8강까지 올려 둔 사람이 자신이었다.
무전술, 부진에 빠진 박재영, 진우원 그 외 공격수들, 자동문으로 전락했던 수비수들.
서하의 하드 캐리가 아니었다면 조별 탈락이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하의 개입으로 미래가 완전히 변했다.
아스날로 이적하지 않은 박재영은 프랑스 리그에서 날아다녔고 진우원은 뉴캐슬에서 주전 스 트라이커들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자 기회를 잡고 포텐을 터트렸다.
손호민은 키슬링 이적으로 1년 더 빠르게 레버쿠젠으로 이적하여 돌풍의 중심이 되었다.
이외에도 김영원은 갈라타사라이로, 윤석영과 김장수도 유럽 무대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로 얻은 경험.
특히 네이마르가 이끄는 브라질을 4대0으로 꺾은 경험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자신감은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되었고 활약으로 이어졌다.
이번 시즌 코리안 리거들의 활약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의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가능할지도 몰라.”
월드컵 4강 신화를 넘어 월드컵 우승, 세계 축구의 역사를 다시 쓰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달성하고 싶었다.
마지막 종착역이었으니까.
그 전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부터 이뤄야겠지만, 자신 있었다.
서하는 런던행 비행기를 탄 김영원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격하게 반겨 줘야겠는걸.”
한 사람의 꿈을 짓밟을 시간이다.
* * *
승부의 추는 기울어진 지 오래.
1차전에서 0대5로 대패를 당했던 갈라타사라이는 런던 원정에서 설욕하기 위해 온몸을 비틀었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스날은 공격적으로 나온 갈라타사라이의 뒷공간을 철저하게 공략했다.
수아레스는 5분도 되지 않아 선제 득점을 기록하며 갈라타사라이의 의욕을 꺾어 버렸다.
김영원은 절묘한 타이밍에 침투하는 수아레스를 놓쳐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물론 김영원의 실수는 맞지만, 1차적으로 서하를 마크하지 않은 중원이 문제였다.
서하를 자유롭게 두면 안 된다는 걸 1차전에서 학습하지 못했는지 너무 프리하게 뒀다.
오늘 선제 득점 주인공, 수아레스는 활짝 웃으며 서하에게 달려와 안겼다.
“윤! 진짜 최고의 패스였어! 달콤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
“볼에 뽀뽀하지 마! 남자한테 받기 싫다고!”
서하는 안간힘을 다해 수아레스의 볼 뽀뽀를 막아 냈다.
매몰차게 거부당했으나 수아레스는 개의치 않은 듯 씩 웃었다.
“윤! 오늘 해트 트릭도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하고 싶으면 해. 공 줄 테니까.”
“흐흐흐! 기대할게!”
수아레스의 자신감은 과언이 아니었는지 그야말로 미친 퍼포먼스를 보여 줬다.
서하가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을 끌어당기면 수아레스가 뒷공간을 탈탈 털었다.
“우와아아아아아!”
선제 득점이 나온 지 10분도 되지 않아 두 번째 실점이 나왔다.
당연히 갈라타사라이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우선 나가야 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으려면 나가서 골을 넣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아스날은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서하와 카솔라가 버티는 중원은 강한 압박이 통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끝까지 해 보려는 의지는 칭찬해 주고 싶네.”
이번 시즌 마지막 챔피언스 리그 경기였기에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뛰어다녔다.
아스날도 이에 화답하려는 듯.
세 번째 득점을 만들어 냈다.
이번에도 서하의 발끝에서 시작한 득점이었다.
서하의 롱 패스를 받은 로이스가 드리블로 뚫고 박스 안으로 침투한 후 컷백으로 내준 걸 카솔라가 왼발로 멋지게 마무리했다.
아스날의 득점 루트 중 하나였다.
전반전 30분 만에 3골을 먹힌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의 의욕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김영원도 고개를 숙였고 갈라타사라이 벤치도 침묵했다.
원정 팬들도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경기장을 바라봤다.
서하는 씁쓸함이 가득한 갈라타사라이 진형을 보며 중얼거렸다.
“승부는 승부니까.”
몇 골을 넣든 먹히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했다.
축구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통용되는 말이었다.
그리고 기록은 세울 수 있을 때 세워야 했다.
챔피언스 리그 합산 최다 스코어가 코앞으로 다가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