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7)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7화(16/201)
17화 분위기 반전(2)
“프림퐁! 집중해!”
“네!”
프림퐁은 코치가 던진 공을 받아 보기 좋게 앞으로 굴렸다.
나쁘지 않은 퍼스트 터치.
자신감이 붙은 프림퐁은 공을 몰아 고깔들 사이를 정확한 드리블로 돌파했다.
속도는 평균 이하였음에도 코치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촘촘하게 세워진 고깔들에 걸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이었으니까.
툭! 툭툭툭! 툭툭!
마지막 고깔을 통과한 프림퐁은 골대를 바라봤다.
골대는 폴란드의 세컨드 골키퍼, 우카시 파비안스키가 지켰다.
초조한 눈빛으로 오른쪽 골대 구석을 향해 노려본다.
파비안스키는 프림퐁의 눈빛을 읽고 슬쩍 발을 옮긴다.
몸을 날릴 준비는 끝났다.
프림퐁은 서하가 알려줬던 슈팅을 떠올리며 오른발로 강하게 공을 때렸다.
가르쳐준 대로 차니 공이 발등에 제대로 걸렸다.
파비안스키가 다급히 몸을 날리며 손으로 쳐내려고 했지만, 골대에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망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1군에 올라온 이후로 처음으로 골망을 흔들자 프림퐁은 어벙한 표정을 짓다가 환호성을 질렀다.
“이야호! 드디어 넣었다!”
“정말 잘했어!”
“자세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니 좋은 슈팅이 나왔어.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
“감사합니다!”
코치들은 프림퐁의 득점을 축하해주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은 프림퐁은 곧장 서하에게 달려왔다.
서하는 피식 웃었다.
“거 봐. 내가 하라는 대로 차니까 잘 됐지? 기분은 어땠어?”
“공이 발에 얹힌 느낌?”
“제대로 찼네. 그렇게 차면 돼.”
자신감을 되찾는데 가장 좋은 방법 득점이었다.
시무룩하며 눈치를 보던 프림퐁은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리저브 팀에서 보여준 어리숙한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저러다가 다치면 안 될 텐데.”
“윤! 네 차례야.”
“네!”
코치의 부름에 서하는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자리에 섰다.
멀리서 날아온 공이 불규칙하게 잔디에 닿았다가 튀어 올랐다.
서하는 왼쪽 뒤꿈치로 툭 흘렸다.
공은 직각으로 치솟았다가 서하의 어깨를 살짝 스치며 가슴을 타고 부드럽게 내려왔다.
묘기에 가까운 트래핑에 동료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진짜 예술이다.”
“어떻게 저게 되지?”
가슴을 타고 내려온 공.
서하는 왼발로 툭 건드렸다.
공은 앞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고깔은 전부 15개.
공을 몰고 좁은 고깔들 사이를 통과해야 한다.
서하는 첫 번째 고깔을 앞에 두고 오른발로 굴렸다.
그 즉시 상체를 살짝 숙였다.
무게 중심을 낮추고 빠르게 두 발을 사용해 고깔 사이를 통과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최소한의 터치로 공을 몰며 프림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고깔들을 지나갔다.
툭툭! 툭툭!
거칠게 차는 듯하면서도 섬세함이 담긴 드리블.
‘너무 신을 냈나.’
무릎에 살짝 무리가 왔다.
서하는 멈추지 않고 마지막 고깔을 건드리지 않은 채 통과해냈다.
슬쩍 앞으로 보니 파비안스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막아내겠다는 듯.
그의 얼굴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서하는 심리전을 걸어오기 전에 오른발로 공을 건드려 차기 좋게 만들었다.
파비안스키는 움찔 거린다.
바로 지금!
반 박자 빠르게 공의 정면을 왼발로 강하게 때렸다.
프림퐁과 똑같은 코스로 날아오자 파비안스키는 망설이지 않고 오른쪽 구석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상황.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공은 장갑을 지나가 상단 구석 깊숙이 박혔다.
출렁!
이번에도 골망이 크게 흔들렸다.
“와! 미친! 방금 궤적 봤어?”
“완전히 노리고 찼어.”
“올해 올라온 애들 장난 아니네.”
서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코치의 칭찬을 받으며 자리로 돌아왔다.
오늘도 몸 상태가 매우 가벼웠다.
이 감각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개막전 스타팅 멤버로 나설지 모른다고 생각하자 서하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데뷔 시즌 개막전 스타팅.
나쁘지 않은 목표다.
프림퐁은 서하의 등을 가볍게 때리며 씩 웃었다.
“윤! 멋진 드리블에 이은 멋진 골이었어.”
“고맙다.”
“료! 뭐해! 컴 히얼!”
이방인처럼 맴돌던 미야이치 료는 프림퐁의 부름에 살짝 기쁜 표정을 지으며 슬그머니 다가왔다.
사실 진작 챙겨줬어야 했는데 팀 분위기가 개판이라 눈치를 보고 있었다.
서하는 어색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는 료의 등을 가볍게 때리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영어 가능하지?”
고개를 젓는 료.
의사소통이 어려우니 무리에 끼어들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지난 회 차에서는 어디를 가든 통역사를 데리고 다니며 영어를 배우지 않았다.
배우려는 의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 된다.
유럽 무대에서 공을 차고 싶다면 그 나라 언어는 필수였다.
“료.”
“?”
“You have to learn English. Did you listen to me carefully?”
다행히 료는 서하가 말한 의미를 깨닫고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Yes, I’ll learn.”
발음이 좀 뭉개졌지만, 배우려는 의지는 있으니 다행이었다.
영어를 배우고 동료들과 어울린다면 적어도 외롭진 않을 테니까.
땀을 적당히 흘렸던 오전 훈련이 끝이 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선수들은 삼삼오오로 모여 어떤 음식이 나올지 이야기를 나눴다.
벵거는 의미심장한 미소로 서하를 보다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오늘 점심은 구단에서 ‘특별히’ 공수해온 음식이니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석해주었으면 하네.”
“예외는 없습니까?”
파브레가스의 질문에 벵거는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예외는 없네. 이미 도착해 있거든.”
코치들은 미리 준비한 돗자리들을 잔디 밖 바닥에 쭉 펼쳤다.
그리고 커다란 볼을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선수들.
훈련장 밖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트럭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럭 차고가 열리자 리오넬라와 김미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 앞에는 각 종 야채와 과일, 삶은 계란과 신선한 연어를 담은 통들이 놓여 있었다.
벵거는 씩 웃으며 선수들에게 말했다.
“구단에서 여러분들을 위해 런던의 유명 가게인 Islington‘s poke에 연락해 특별한 음식을 준비했으니 마음껏 들게나.”
“오오! 이슬링턴 포케라니!”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잖아!”
“사람이 워낙 많아서 엄두도 못 냈는데!”
“나 여기 가봤는데 진짜 맛있어!”
“맞아. 내 여자 친구도 여기 가보고 싶다고 엄청 졸라댔었는데.”
런던 사람들이 줄을 서더라도 먹는다는 핫플레이스.
그 가게를 자신들을 위해 통째로 빌렸다고 하니 기뻐하는 건 당연했다.
“아 참. 이 말을 잊고 있었군. 이슬링턴 포케의 주인은 윤의 부모님이라네. 윤이 아니었다면 빌리지 못했을 거야. 윤의 부모님은 우리 구단의 빅 팬이거든.”
벵거의 말이 끝난 즉시 선수들의 시선이 서하에게 쏠렸다.
서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부모님이 오늘 특별한 일이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직접 오실 줄은 몰랐어.”
“와! 윤이 이슬링턴 가게 주인의 아들이었다니! 난 몰랐어!”
“신고식을 제대로 치르는데?”
“윤! 이거 어떻게 먹는 거야?”
“먹고 싶은 종류를 골라 볼에 담으면 돼. 그리고 특제 비빔 소스를 뿌려주면 끝이야.”
“간단하네?”
“간단하지. 그리고 영양 밸런스도 훌륭해서 한 끼 식사로 좋아.”
첫날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지 않은 선수들이 친근하게 다가오자 서하는 그들의 대화에 기꺼이 어울려주었다.
팀의 막내가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자 경험 많은 선수들은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다.
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방관하고 있었으니까.
서하는 그들의 변화를 눈치 챘음에도 나서지 않았다.
역할은 여기까지였으니까.
다들 마음에 들어할 때 료 혼자만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연어를 담았다.
프림퐁이 대구회를 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료, 왜 그래?”
“후리가케. 와사비 없어.”
그 말을 들은 김미선은 피식 웃으며 구석에서 히라가나가 적힌 작은 봉지를 건넸다.
“자! 후리가케. 와사비와 쇼유노 요코니 아리마스.”
그녀의 입에서 유창한 일본어가 나오자 류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후리가케를 받았다.
“때, 땡큐.”
“유어웰컴.”
특별한 점심 식사 이후 훈련장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주장단이 직접 돌아다니며 새로 영입한 선수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선수들을 챙겼다.
“훈련 끝나고 우리 집 콜?”
“콜!”
“우리 아들이 말이야.”
바람직한 변화였다.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사라지자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훈련장으로 변해갔다.
작은 러시아인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동료들에게 장난을 치며 광대 1이 되었고 프림퐁은 광대 2 포지션을 잡고 놀림을 받았다.
점점 원 팀이 되어가자 서하는 자신에게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발끝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시야가 점점 넓어졌다.
“좋아! 윤! 몸싸움 피하면 안 돼!”
선수들과 직접 부딪히며 부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거친 몸싸움을 피하기만 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
적응해야 했다.
서하는 알렉스 송을 두고 몸을 현란하게 움직이며 무게 중심을 무너뜨린 후 슬쩍 찍어 올렸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알렉스 송과 수비진을 넘어 반 페르시의 왼발에 제대로 걸렸다.
논스톱으로 슈팅을 가져가자 골문을 지키던 슈체스니는 반응하지 못하고 득점을 내주고 말았다.
반 페르시는 서하를 가리키며 건치를 드러냈다.
“윤! 좋아! 그렇게만 해!”
“내 패스 좋았어?”
“당연하지! 어떻게 내 움직임을 알아채고 넣어줬냐?”
“그냥 보이던데?”
코치들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꼼꼼히 체크했다.
30명의 선수들 중 독일 원정 명단에 포함되는 숫자는 23명.
서하는 자신 있었다.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는 단연코 자신이었다.
그 외 다른 사람이 있다면 연습 경기에서 득점 행진을 이어나가는 반 페르시 정도.
물론 그의 득점 상당수는 서하가 떠먹인 결과물이었다.
반 페르시는 아이스박스에서 물병을 꺼내 서하에게 건넸다.
“자.”
“고마워.”
“다음에도 잘 넣어줘.”
“그럴게.”
반 페르시와의 호흡은 중요했다.
아스날의 주포이기도 했지만, 11-12시즌은 그의 해라고 해도 전부는 아니었으니까.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완벽한 스트라이커일 텐데.’
서하는 달라진 미래가 그의 발목을 붙잡는 일은 없길 바랐다.
반 페르시가 없는 아스날은 미래가 없었다.
서브 스트라이커로 영입한 마루앙 샤막은 기량 자체가 별로고.
니콜라스 벤트너는 기량도 별로지만, 인성 자체도 별로다.
‘곧 임대를 떠날 녀석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은 채 반 페르시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축구는 곁다리고 관심 분야를 서로 주고받았다.
“네가 게임을 정말 잘한다며?”
“뭐, 진적은 없지.”
“이야! 자신감이 대단한데? 그럼, 다음에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집에 가족 있지 않아?”
반 페르시는 걱정하지 말라며 동료들과 친목을 다지는 일에는 가족들이 신경을 안 쓴다고 말했다.
“그럼, 초대해준다면 갈게.”
“흐흐흐! 좋아. 아주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어.”
서하는 다른 게임이면 몰라도 축구라면 질 자신이 없었다.
막말로 가장 약한 팀을 고르고 반 페르시에게 강한 팀을 줘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실력이었다.
그래도 적당히 봐주기로 했다.
반 페르시는 쓸데없는 곳에서 자존심이 강한 선수였으니까.
“윤, 혹시 탁구 칠 줄 알아?”
그 말이 왜 안 나오나 했다.
서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잘은 못해.”
“내가 가르쳐줄 테니 배워볼래?”
반 페르시는 눈을 반짝거리며 가까이 다가왔다.
역시 탁구 광팬다운 모습이었다.
서하는 흔쾌히 수락했다.
“가르쳐준다면 사양하지 않을게.”
“역시! 뭔가 잘 통한단 말이야.”
반 페르시와 좋은 관계를 맺은 서하는 다른 선수들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핵심 선수들인 시오 월콧, 제르비뉴, 아론 램지, 토마시 로시츠키, 로랑 코시엘니, 토마스 베르마엘렌, 바카리 사냐 등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들은 서하의 실력을 칭찬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지만, 선수들의 관계라던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사적인 정보도 함께 담겨 있어서 꽤 쏠쏠했다.
“윤! 감독님 호출!”
램지의 부름에 서하는 훈련장을 떠나 감독실로 향했다.
감독실에 들어가니 벵거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윤, 자리에 앉게.”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스몰토크를 주고받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난 번 선물은 잘 받았네. 덕분에 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어. 모두 자네 덕분이네.”
“전 그저 부모님께 말씀드린 것밖에 없는 걸요.”
벵거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네와 대화할 때는 뭐랄까. 베테랑 선수들보다 까다롭고 어렵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하하하! 그런가요.”
“아무튼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
“부모님께 전해드릴게요.”
“좋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독일 원정 이야기를 해보지.”
“네.”
“사실 자네를 두고 코치진들의 의견이 갈렸네.”
서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기서 떨어진다면 벤치에도 앉지 못하는 신세가 될 확률이 컸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상자들이 속출하겠지만, 서하의 목표는 개막전 스타팅이었다.
어부지리보다는 실력으로 자리를 따내고 싶었다.
“수석 코치는 기존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쪽이고 체력 코치는 자네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
벵거는 의견이 거의 반반으로 갈린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의견이 빠졌다.
바로 사령탑의 의중이었다.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 말인가?”
“네.”
벵거는 싱긋 웃었다.
“굳이 말하자면…자네에게 기회를 주자는 쪽이지. 난 재능 있는 친구들을 좋아하거든.”
“그렇다면.”
“윤, 쾰른행 비행기에 탄 걸 진심으로 축하하네.”
지난 회 차에서는 참여조차 하지 못했던 프리시즌 명단.
변화는 바람을 일으켰고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