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70)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70화(169/201)
170화 스포트라이트
인천 국제공항.
입국 수속을 마친 서하는 은디아예보다 한발 앞서 짐을 챙겨 입국 수속을 밟았다.
서하가 여권을 내밀고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조용히 지나가고 싶다고 말하자 직원은 흔쾌히 부탁을 들어줬다.
심사를 마치고 일반인들에 섞여 나오자 엄청난 인파가 입구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사람 왜 이렇게 많아?”
“오늘 연예인이라도 오나?”
“윤서하? 오늘 윤서하 와?”
“지금 뉴스 보니까 오늘 도착 예정이라고 되어 있네.”
“그런데 우린 프랑스에서 온 건데. 왜 저렇게 모여 있는 거야?”
일반인들은 놀람과 당황한 얼굴로 끝없이 펼쳐진 인파에 혀를 두르며 지나갔다.
‘은디아예의 말을 듣길 잘했네.’
종이나 팻말에는 ‘윤서하’라는 이름이 필수 요소로 들어가 있었다.
아스날 유니폼을 입거나 국가 대표 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부터 제 손보다 큰 카메라를 가져와 설치한 사람들도 꽤 많았다.
좋은 자리에는 방송국에서 온 사람들도 보였고 런던에서 본 낯익은 기자들도 보였다.
분장이 완벽했는지 알아보는 이들은 없었다.
결정적으로 런던이 아닌 파리에서 온 사람들이 나왔던 터라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았다.
서하는 모자를 더욱 깊숙이 눌러쓴 채 입국한 사람들에게 묻혀 있는 듯 없는 듯 걸어갔다.
“윤서하는 언제 오는 거야?”
“한두 시간 후? 런던에서 출발했다니까 그 정도 걸릴 거야.”
“윤서하 사인 받으려고 학교까지 쨌는데 못 받으면 진짜 억울할 것 같아.”
“윤서하 여자 친구 있나?”
서하는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용히 빠져 나와 입구가 잘 보이는 라운지에서 기다렸다.
1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음에도 서하는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2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으니까.
“아. 전화해야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주섬주섬 꺼내고는 집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고 나서야 정겨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설거지 담당이자 포케 사장인 윤종석의 목소리였다.
-어, 도착했냐?
“네, 방금 한국에 도착했어요. 혹시 주무시고 계셨어요?”
-이제 막 잠들려고 했어. 무심한 네 엄마는 꿈나라로 갔지만 말이야. 아무튼 잘 도착했으니 됐고 네 작은아버지하고 이모들한테 연락해. 만나는 건 어려워도 연락은 할 수 있잖아.
“네, 바로 할게요.”
-그래, 다치지 않게 몸 조심하고. 카타르가 약 팀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우리 아들이 잘할 거라 믿는다.
“알겠어요. 푹 주무세요.”
짧은 통화를 마친 서하는 멋들어진 의자에 앉아 시간을 죽였다.
친척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거야 숙소에 가서 해도 늦지 않았다.
“아. 깜빡했네.”
서하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냈다.
동료들에게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고 형들에게는 톡을 보냈다.
먼저 한국에 와 있던 형들에게서 톡이 쏟아졌다.
서하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피식피식 웃었다.
[손호민] 여! 막내 왔냐? 왔으면 재깍재깍 톡을 보내란 말이야. [나]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무슨 막내 타령이야. 형, 어디야? 한국은 도착했겠고. 벌써 파주?손호민은 증거라면서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서 상체 운동하는 사진들을 보내 줬다.
서하는 대충 사진들을 훑어본 후 감상평을 남겼다.
[나] 형 개못생겼네. [손호민] 잘생겼다고 유세 떠냐? [나] 누가 얼굴 말했어? 근육 말했지. [손호민] 아 난 또 얼굴 말하는 줄. 야, 저녁에 소고기 먹을래? [나] 형이 사는 거지? 그럼 감. [손호민] 나보다 잘 버는 녀석이 삥을 뜯으려고 하네. 진짜 너무한다. 너무해. 됐고 내가 보내 주는 주소로 6시까지 와라. [나] 역시 형밖에 없다니까. [손호민] 알겠으니까 형들한테는 말하지 마. 그 형들 나 털어먹겠다고 벼르는 중이거든 ㅋㅋㅋㅋ [나] 당연하지. 형들 몫까지 내가 싹 털어먹을 거야. [손호민] 그런데 너 식단 조절하는 거 아니었어? 소고기 괜찮아? [나]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적당히 먹어 주면 괜찮아. 형이랑 다르게 내 성장판은 아직 안 닫혔거든. [손호민] 지랄하네 ㅋㅋㅋㅋㅋ 나도 아직 안 닫혔거든?서하는 손호민이 알려 준 주소를 복사해 대표 팀 형들에게 보내자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박재영] 호민이가 소고기 산다고? 감당할 수 있겠어? ㅋㅋㅋㅋ [기선우] 손호민 딱 기다려. 황금 지갑 거덜 내러 간다. [진우원] 내가 사 달라고 할 때는 그렇게 빼더니 ㅋㅋㅋㅋㅋ 오늘 날 잡았다. 평원가든이라고 했지? 오늘 매출 장난 아니겠는데? [김영원] 형들 다 온대? ㅋㅋㅋㅋㅋㅋㅋ 호민이 큰일 났네. 나? 당연히 참석이지! [김장수] 어 ㅋㅋㅋㅋㅋ 가능하지. 훈련 끝나고 바로 올라감.동네방네 소문을 낸 서하는 손호민의 톡을 보며 피식 웃었다.
[손호민] 형이 이번에 득점 보너스를 받았다. 이 말이야. 뭐, 네가 알려 준 슈팅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니 고마워서 사 주는 거니까. 진짜 형들한테 말하지 마. [나] 알겠어. 이따 봐. [손호민] ㅇㅋ연락을 끝낸 서하는 다시 시간을 하염없이 보내다가 입구에서 정장을 입은 채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은디아예를 발견했다.
서하와 다르게 은디아예는 정체를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나왔다.
서하는 헛웃음을 흘렸다.
“뭐야. VIP 통로로 나올 것처럼 말하더니 저렇게 당당해도 돼?”
1년 전이었다면 은디아예는 아무도 몰랐겠지만, 이제는 달랐다.
서하 대신 인터뷰도 많이 하고 한국 언론에 노출된 전적이 화려했던 터라 모르는 이들이 없었다.
몇 걸음 떼지도 않아 은디아예를 알아본 기자들이 대거 출몰했다.
“어? 뭐야? 은디아예?”
“은디아예? 은디아예는 윤서하 에이전트잖아! 아니! 윤서하는 어디 가고 에이전트만 나타났어?”
“이거 파리행 비행기 아니었어?”
“설마, 우릴 속인 거야?”
갑자기 소란이 일자 공항 직원들이 진정시키려 했으나 기자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송곳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빠져나가려는 은디아예에게 소리쳤다.
“Where is Yoon?”
계속된 질문에 은디아예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피식 웃었다.
“He is already in Korea.”
“윤서하 한국에 와 있었어?”
“뭐야. 그럼, 진짜 속은 거야?”
기자들이 당황하는 사이.
은디아예는 다시 선글라스를 착용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I’m really sorry. I have an important schedule, so I’ll do an interview later. Thank you.”
은디아예가 속사포로 말하고는 유유히 빠져나가려 하자 기자들은 벙찐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 판단은 누구보다도 빨랐다.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으니까.
“야, 쟤가 뭐라는 거야?”
“와! 자기는 바쁜 일정이 있어서 먼저 가 봐야 한다고 하는데?”
“뭐야! 이거 우리를 개무시하는 거잖아! 당장 잡아! 쟤 인터뷰라도 따야 해! 못 하면 우린 죽어!”
“저 새끼가 윤서하를 빼돌린 거야? 이런 미친 새끼가!”
기자들의 성화에도 은디아예는 모르는 척 일관하며 보안 요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빠져나갔다.
서하는 멀리서 바라보다가 서둘러 약속 장소인 주차장으로 향했다.
은디아예보다 앞질러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말끔하게 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서하를 발견하자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스포르트 커버 한국 지부 팀장 주성근이라고 합니다. 윤서… 흡! 하하!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이에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저 차에 타시고 캐리어는 제게 주세요!”
서하는 캐리어를 넘기며 물었다.
“바로 숙소로 가나요?”
“네. 대표님께서 먼저 출발하라고 하셨으니 바로 호텔로 이동하면 됩니다. 조수석에 타시죠.”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수석에 앉았다. 은디아예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감당하지 못할 일을 벌이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조용히 나오겠지.”
하지만 은디아예는 서하의 예상과 달리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 * *
“좋습니다. 그럼, 정확히 10분을 드리죠. 사전에 없던 인터뷰니 짧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휴우, 감사합니다.”
은디아예의 허락을 받아온 기자는 안도하며 무리로 돌아왔다.
“김 기자! 대표가 뭐래? 하겠대?”
“네, 10분 준대요.”
“지가 뭐라고 비싸게 구는 거야.”
이마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중년 기자의 말에 옆에 있던 젊은 기자가 팩트를 가져왔다.
“신 기자님, 스포르트 커버 대표면 스포츠 에이전시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회사 아니에요?”
“그래서 내가 무릎이라도 꿇어야 한다는 거야? 뭐야?”
“한국 축구 협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한국 선수들의 유럽 이적을 도와주는 협약이라고 했나.”
김 기자의 말에 신 기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찌푸린 표정을 말끔히 펴며 씩 웃었다.
“아군이었구먼!”
“신 기자님은 한결같으시네요.”
“크흠! 됐고!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다들 뭐 해? 빨리 빨리 준비하자고!”
기자들은 말을 하는 즉시 행동으로 즉각 실천했다.
한국인들의 준비성은 대단했다.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당연히 인터뷰에 응할 줄 알고 휘황찬란한 세트장을 미리 만들어 두었고 정면은 전부 카메라로 도배되어 있었다.
“워우! 엄청나네.”
은디아예는 혀를 내둘렀다.
서하를 향한 한국인들의 진심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축구에 미친, 정확히는 국가 대표 축구에만 미친 나라라는 말을 서하에게 들었음에도 이처럼 비정상적인 모습은 처음이었다.
신기한 건 여자 팬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절반 이상이 서하와 또래로 보이는 소녀들이었으니까.
은디아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김 기자와 공항 직원의 안내를 받아 세트장 중심에 섰다.
“미스터 킴, 민감한 질문은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녹음기와 스마트폰이 잔뜩 놓이고 마이크 테스트까지 마치자 은디아예는 진행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리 순서를 정해 둔 기자들이 한 명씩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윤서하 선수와 같이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은 이유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김 기자가 옆에서 통역을 해 주자 은디아예는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입을 움직였다.
“먼저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부상 우려에 컨디션이 좋지 못했기에 최대한 배려해 주고자 먼저 들여보냈습니다.”
김 기자는 동료들과 모여든 팬들을 위해 땀을 뻘뻘 흘려 가며 열심히 통역해 줬다.
기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고?”
“부상 의심이면 안 되는데.”
“윤서하가 이번 시즌에만 벌써 38경기 뛰지 않았어?”
“그렇게 많이 뛰었다고? 중간에 부상도 있지 않았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자 은디아예는 김 기자를 바라봤다.
혹시 잘못 통역한 게 아니냐며 물어봤지만, 김 기자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인터뷰 진행이 안 되자 보다 못한 공항 직원이 은디아예에게 다시 물어봤다.
은디아예는 복사 붙여 넣기 하듯 똑같이 대답했다.
그러자 공항 직원이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통역해 줬다.
“부상당한 게 아니라 부상 우려로 컨디션 회복 차 한국에 먼저 들어왔다고 하네요.”
“뭐야? 통역이 잘못된 거였어?”
“김 기자, 토익 900점이라면서? 그거 하나 제대로 통역 못 해?”
동료들의 성토에 김 기자는 재빨리 머리를 박고 내려왔다.
은디아예 통역은 제대로 통역해 준 공항 직원이 맡게 되었다.
다시 인터뷰가 시작되고 은디아예는 최대한 사실적으로 정보를 전달했다.
대부분은 서하에 관한 질문들이 줄을 이었다.
“윤은 월드 클래스 반열에 들어갈 잠재력을 갖춘 선수입니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동나이대보다 훨씬 나은 퍼포먼스와 커리어를 갖추고 있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윤이 제 첫 번째 선수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니다.”
“윤에게 여자 친구가 있냐고요? 하하하! 학교도 잘 안 가고 주변에 여자가 없는데 어떻게 여자 친구를 만납니까? 근거 없는 헛소문입니다.”
“언제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지 질문하셨는데. 이미 작년에 훌륭한 팀들에게서 이적 제의를 받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는 유수의 팀들에게서 말이죠. 하지만 윤은 아스날에 남겠다고 했습니다. 유스 시절부터 함께해 온 팀을 버릴 수 없다며 아스날이 제안한 재계약에 바로 도장을 찍었죠!”
그 외는 대부분 한국 선수에 관한 이야기였다.
서하를 비롯한 한국인 고객들을 꽤 보유한 은디아예는 성실하게 대답해 줬다.
“장수 킴의 유럽 진출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전할 마음이 있느냐가 중요하죠.”
“영원 킴은 더 높은 무대에서 뛸 수 있는 선수입니다. 훌륭한 선수고 적응력도 좋은 편이죠.”
“미스터 리? 제가 아직 한국 축구를 알아 가는 단계라 아쉽지만, 누군지 잘 모르겠군요. 기회가 된다면 K리그를 관람하며 좋은 선수들을 찾아낼 생각입니다.”
찰칵! 찰칵! 찰칵!
은디아예는 슬쩍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1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은디아예는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들었다.
은디아예는 고민하는 척 표정을 짓다가 열정적으로 손을 흔드는 청년 기자를 지목했다.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질문을 던졌다.
“윤서하 선수가 리오넬 메시를 뛰어넘을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통역을 들은 은디아예는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지금의 퍼포먼스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높은 확률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축구에는 불가능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