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77)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77화(176/201)
177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2)
함성으로 가득 찼던 경기장이 침묵으로 물들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승리를 확신한 경기에서 이렇게 빨리 실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까.
“우와아아아아!”
원정 팬들은 침묵으로 가득한 경기장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었다.
적은 숫자였음에도 선제 득점의 주인공,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이에 화답하듯 수아레스는 원정석으로 달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동료들은 수아레스에게 다가가 축하를 건네면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평소처럼 압박만 했는데 골이 들어가는 게 말이 돼?”
“수지가 득점하는 데 10초도 안 걸리지 않았어? 최단 시간 득점 기록 아니야?”
“몰라! 아무튼 다들 집중하자! 경기 시작한 지 1분도 안 지났어! 이럴 때일수록 집중해야 해!”
“미켈 말이 맞아. 레알 마드리드는 동점 골을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있는 팀이야. 방심해서는 안 돼.”
아르테타의 말에 서하가 호응해주자 동료들도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수아레스는 싱글벙글 웃으며 서하의 옆구리를 툭툭 쳐 댔다.
“윤! 윤! 내 칩 슛 어땠어? 멋있었지? 그렇지?”
“그 상황에서 최고의 판단을 내렸지. 칩 슛이 아니었다면 카시야스가 막았을 거야. 잘했어.”
“흐흐. 역시 나야. 나라고.”
“수지, 너무 풀어지지 마.”
서하의 타박에도 수아레스는 기분이 좋은지 씩 웃으며 넘겼다.
“나도 알고 있어. 딱 지금만 즐기고 다시 집중할 거야.”
서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잡고 레알 마드리드 진형을 바라봤다.
역시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보니 당황한 선수들은 많지 않았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라파엘 바란도 기운을 꽤 차린 얼굴.
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눈동자는 숨길 수 없었다.
‘집중해서 공략해야겠어.’
주심이 휘슬을 불자 호날두가 다시 뒤로 쭉 공을 돌렸다.
아스날 선수들은 빠르게 레알 마드리드 진형으로 넘어가 전방 압박을 걸었다.
수아레스가 빨빨거리며 알론소를 압박하자 알론소는 라모스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이를 예상한 서하가 곧바로 라모스에게 붙자 라모스는 전진 패스를 넣을 수 없었다.
결국 다시 뒤로 돌렸고 카시야스는 압박 받기 전에 길게 걷어 낼 수밖에 없었다.
메르테자커는 벤제마보다 한 발 앞서 헤딩으로 공을 따내며 코시엘니에게 떨궈 줬다.
“나이스 커트!”
“천천히 해! 급할 필요 없어!”
레알 마드리드는 압박이 강한 팀이 아니었다.
수비 가담이 적은 호날두와 외질을 동시에 기용한 터라 아스날은 여유롭게 공을 돌리며 천천히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경기 주도권을 쥔 아스날은 아르테타를 중심으로 조금씩 전진하며 레알 마드리드를 몰아넣었다.
벤제마와 카예혼이 강하게 압박을 넣었으나 효율적이지 못했다.
두 선수만으로는 부족했다.
팀 전체가 함께 나서야 했으나 호날두와 외질은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다.
서하는 슬쩍 아래로 내려와 주변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공 줘!”
램지가 공을 건네주자 외질이 앞을 가로 막았다.
서하는 가볍게 상체 페인팅만으로 외질의 압박을 벗겨내며 오른쪽으로 공을 몰았다.
왼쪽은 모드리치와 카예혼의 압박이 생각보다 심했던 터라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오른쪽을 공략하는 편이 오늘의 키 포인트였다.
서하가 오른쪽 중앙으로 공을 몰았음에도 호날두는 사이드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동료들에게 수비를 전가하는 행동이었으나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
역습 시에 호날두가 높은 위치에 있으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활발하게 오버래핑을 나서던 사냐는 벵거 감독의 주문대로 오버래핑을 자제했다.
호날두의 연인을 자처하듯 시야에 두고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생각보다 빈 공간이 없네.”
확실히 레알 마드리드는 레알 마드리드였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팀답게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모드리치와 알론소는 탁월한 수비 위치 선정으로 서하가 활약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했다.
이럴 때 풀어 주는 수아레스는 라모스의 마킹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측면도 레알 마드리드의 풀백들이 자리를 잘 잡아서 뚫으려면 약간의 출혈이 필요해 보였다.
물론 이는 라인을 완전히 내렸기에 나올 수 있는 수비였다.
주도권을 내주되 블록 수비로 위험 지역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무리뉴 감독의 생각.
아스날이 무리해서 뚫는 순간.
공을 탈취해 빠른 역습으로 뒷공간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그렇다면 의도대로 따라 줄 필요가 없었다.
“윤!”
서하는 무리하지 않고 램지에게 내주며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다시 나와 받아 주고 돌아가며 레알 마드리드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괜찮아! 계속 돌려!”
“쟤들이 나올 때까지 안전하게 해! 좋아! 마르지뉴! 뒤로!”
로이스는 사이드에서 강하게 압박 받자 안전하게 공을 뒤로 돌렸다.
몬레알은 카예혼이 달려오자 코시엘니에게 패스하며 공을 뺏기지 않았다.
“좋아! 우리가 앞서고 있으니까 무리할 필요 없어! 뒤로 돌려!”
아스날은 계속해서 찔러 봤다.
중앙으로 공격을 전개하기보다는 사이드를 통해 풀어 나가려 했다.
조금의 허술함도 보이지 않는 숨이 막힐 듯한 수비.
하지만 선수들은 인내했다.
여기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레알 마드리드의 홈 경기장이었다.
아스날은 급하지 않았다.
선제 득점도 했겠다, 주도권도 쥐고 있으니 안전하게 플레이하며 승리를 거머쥐는 결과가 베스트였으니까.
전반전 15분이 넘어가고 20분이 넘도록 양 팀의 슈팅 숫자는 1개였다.
유일한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는 행운을 누린 아스날은 공격할 마음이 없다는 듯 레알 마드리드가 문을 열고 나와 주길 기다렸다.
홈 구장에서 빗장을 걸고 손님을 맞이하지 않으니 들어갈 마음이 싹 사라지는 건 당연지사.
지루한 경기에 느린 경기 템포가 시간을 잡아먹자 홈 팬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우!”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지고 욕설이 난무했다.
아스날 선수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향했다.
재미없는 경기를 보려고 비싼 티켓값을 낸 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쏟아지는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벤치에서 묵묵히 기다렸다.
아직 경기 플랜은 무너지지 않았고 시간은 많이 남았다.
호전성이 짙은 아스날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공을 뒤로 돌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서하가 활약할 수 없는 무대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경기장을 넓게 쓴다 한들 경기장을 좁게 만들면 장점이 사라지는 법.
서하가 눈에 띠는 활약이 없는 걸 보더라도 전략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었다.
아스날 공략은 서하를 봉쇄하느냐 마느냐, 여기에 달려 있었으니까.
물론 이걸로 승리 플랜을 잡았다고 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많은 팀이 이런 식으로 플랜을 짜 왔으나 서하를 막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도 서하를 완벽하게 봉쇄하지 못했으니까.
“선수들도 답답할 테고.”
아까 전부터 호날두의 얼굴은 짜증으로 가득했다.
오늘 경기에서 공을 잡아 본 기억이라고는 킥할 때뿐이었으니까.
호날두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레알 마드리드 벤치를 노려봤다.
그의 시선이 향한 사람은 역시 무리뉴 감독이었다.
차라리 엘 클라시코처럼 치고받고 거칠게 싸움을 건다면 아스날을 찍어 누를지도 몰랐다.
하지만 무리뉴는 뭐에 꽂혔는지 아스날은 통하지 않는다며 선 수비 후 역습을 강요했다.
그리고 결과는 참혹했다.
전반전 26분, 스코어는 0대1.
원정 경기도 아니고 홈이었다.
홈에서 지고 있는데 수비라니.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아스날의 패스 미스가 한 번 나와 모처럼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이 나온 것을 제외하면 위협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호날두가 욕심을 안 부렸으면 정말 위험했겠지.”
사냐가 호날두를 사이드로 몰아넣고 시간을 지연시킨 덕분에 아스날 선수들이 수비 자리로 들어와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호날두는 속도로 사냐를 벗기려 했으나 서하의 깔끔한 슬라이딩 태클로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이후에도 기회가 나올 법하면 호날두가 날려 먹으며 템포를 죽이자 참다못한 무리뉴 감독이 뛰쳐나와 윽박질렀다.
하지만 호날두는 지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했다.
무리뉴 감독이 벤치에 앉아 어이가 없다는 웃음을 흘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며 재미있는 장면을 남겼다.
어느새 전반전도 40분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경기를 마무리하는 시간대.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단 한 개의 슈팅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굴욕적인 기록이었다.
“윤!”
아르테타의 패스를 받은 서하는 몸을 반 바퀴 움직여 카예혼의 압박을 부드럽게 떨쳐 냈다.
연이어 외질까지 두 번의 짧은 터치와 상체 페인팅을 섞어 벗겨 내자 홈 팬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윤! 윤! 윤! 윤! 윤!”
야유만 쏟아 내던 홈 팬들의 변화에 서하는 살짝 당황했다.
“뭐야?”
목소리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진심으로 자신의 선수라 여기는 듯 서하를 응원했다.
서하는 재빨리 램지에게 패스하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중앙으로 이동하자 곧바로 모드리치가 바짝 따라붙었다.
빠져나갈 공간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서하는 램지에게 패스해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빈틈은 만들어 내면 그만이었다.
서하가 움직이자 2선 선수들의 기민하게 움직였고 빈틈은 더욱 크게 벌어졌다.
“줘!”
램지는 서하를 믿고 패스했다.
툭. 툭툭.
서하는 부드럽게 반의 반 바퀴를 돌아 반대편으로 공을 뒤로 빼내 모드리치에게서 역동작을 이끌어 냈다.
모드리치가 허우적거리며 멈추는 사이, 서하는 다시 움직여 하프 스페이스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알론소가 옆에서 달려와 강하게 몸으로 밀쳤다.
“으윽.”
꽤 강한 충격이었다.
서하는 우스꽝스럽게 잔디를 구르며 공 소유권을 잃어버렸다.
모드리치는 재빨리 공을 잡고 사이드로 뿌리려고 했으나 주심은 반칙을 선언했다.
삐익!
알론소는 굉장히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항의했으나 주심은 고개를 저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반칙이었다.
서하는 모드리치가 건넨 손을 잡고 일어났다.
“고마워.”
“…….”
모드리치는 옅은 미소를 짓고는 재빨리 지웠다.
서하는 유니폼을 툭툭 털며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을 바라봤다.
멀면 멀고 가까우면 가까운 굉장히 애매한 거리였다.
냉정하게 보면 직접 슈팅은 어렵고 한 번 거쳐서 가야 했지만, 마음은 슈팅으로 향했다.
서하 뒤로 카솔라가 다가왔다.
“윤, 우리가 준비한 세트 피스 여기서 써먹어 볼까? 마침 그 위치라 괜찮을 것 같아.”
“…반대편 하프 스페이스로 보내서 중앙으로 바로 찌르는 거? 해 볼 만한 시도 같아.”
서하는 마음을 꺾고 카솔라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키커는 카솔라.
서하는 반대편 하프 스페이스가 아닌 선수들과 부대끼는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서하를 강하게 의식했다.
이건 의도한 바였다.
이 세트 피스에서 서하의 역할은 맛있는 미끼였다.
라모스가 서하를 잡아먹을 것처럼 바라보며 다가와 뒤에서 팔로 몸을 강하게 감쌌다.
서하는 손으로 라모스를 손가락을 하나씩 뜯어내며 뿌리쳤다.
하지만 라모스는 집요했다.
움직이지 못하게 해 주겠다는 듯 막아섰다.
두 사람은 언쟁만 벌이지 않을 뿐 몸으로 거칠게 대화를 나눴다.
서하는 라모스와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주변을 살폈다.
반대편 하프 스페이스에는 아르테타가 있었고 후방에는 사냐와 몬레알이 있었다.
박스 바로 바깥에 양 팀의 선수들이 모여 있었다.
호날두는 당연히 없었다.
역습을 준비하려는 듯 바깥으로 빠져 있었다.
카시야스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벽 위치를 잡아 줬다.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아르테타의 의식하는 선수는 아르벨로아 한 명, 거리가 조금 있을 뿐 가까운 편은 아니었다.
카솔라가 손을 들자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삐익!
카솔라는 천천히 달려와 벽을 넘길 듯 방향을 잡았으나 왼발로 바꿔 차 반대편으로 길게 보냈다.
아르테타가 달려간 그 자리로 공이 뚝 떨어졌다.
카시야스가 다급히 나와 슈팅 각도를 좁혔으나 아르테타는 아르벨로아와 카시야스 사이로 공을 밀어 넣었다.
“……!”
카시야스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바라봤다.
라모스를 떨쳐 내고 몸을 힘껏 날려 헤딩슛을 가져가는 서하의 모습에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 순간 골망이 흔들렸다.
아스날의 두 번째 골.
다시 한번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침묵이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