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79)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79화(178/201)
179화 낭만을 꿈꾸다
삐익! 삐익! 삐이익!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려 퍼지자 원정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미 홈 팬들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경기 종료 전에 침울한 얼굴을 한 팬들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부끄러운 경기력에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모든 부분에서 완패했으니까.
아스날 선수들은 눈치를 보다가 동료들과 가볍게 포옹과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며 조용히 넘어갔다.
괜히 적지에서 주인 행세했다가는 돌을 맞을지도 몰랐다.
레알 마드리드라 조용히 넘어갔지 거친 팬 문화를 가진 팀들이었다면 난입 사태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악동인 수아레스도 웃기만 할 뿐 격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윤, 정말 고생 많았어.”
“다 같이 고생했지.”
“오늘 MOM은 역시 윤이려나. 어떻게 매번 받는 것 같아.”
“너도 많이 받았으면서. 왜 나한테만 그래? 시기하는 거야?”
서하가 핀잔을 주자 수아레스는 킥킥거리다가 등을 강하게 때리고 멀리 도망갔다.
굳이 쫒아갈 필요는 없었다.
곧 제 발로 다가올 테니까.
“로커 룸에서 갚아 주면 되지.”
서하는 동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눈 후 풀이 죽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과 악수를 나눴다.
“여어.”
“윤.”
모드리치와 만난 서하는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포옹을 나눴다.
물론 모드리치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서하의 포옹을 거부하지 않았다.
“루카, 표정이 많이 안 좋네.”
“윤,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난 두 골밖에 안 넣었어.”
“네가 두 골이나 넣어서 우리가 이렇게 된 거 아니야. 하아! 감독이 우리한테 또 지랄할 거야. 로커 룸에 들어가기 싫어지네.”
우울한 얼굴과 목소리로 말하자 서하는 카메라가 다가온다는 말과 함께 위로의 말을 건넸다.
“괜찮아. 넌 네 역할을 다 했잖아. 감독도 뭐라고 하지 않겠지.”
“너 봉쇄하는 거? 솔직히 나는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애초에 전제부터가 틀려먹었는데 뭐. 수비 전술까진 괜찮았는데 아예 공격 본능을 제거할… 아니다. 카메라 왔네. 윤, 런던에서 보자! 그때는 좀 살살해. 제발.”
“봐서. 아참, 유니폼 교환할까?”
카메라가 돌아다니자 모드리치는 슬쩍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서는 좀 그렇고. 들어가서.”
“알겠어. 다음 주에 런던에 오면 내가 저녁 살게.”
“스페인 음식으로 부탁해. 영국 음식은 영 입에 안 맞아.”
모드리치가 서하의 곁에서 떠나자 곧바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다가왔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서하가 손을 잡자 그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윤, 다음 시즌에 보자. 꼭.”
호날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는 바로 사라졌다.
서하는 난처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카메라를 슬쩍 바라봤다.
호날두의 말이 카메라를 통해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퍼졌을 터.
꺼져 가던 불씨를 다시 지폈다.
“쓸데없는 짓을 했네.”
입장이 살짝 난처해졌으나 푸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가볍게 말해 주면 되니까.
“윤! 팬들에게 인사하자!”
아르테타의 외침에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리에 합류했다.
아스날 선수들은 원정까지 와 응원해 준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는 경기장을 걸어 나왔다.
벤치에 가까워지자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던 벵거 감독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하에게 말을 건넸다.
“윤, 오늘 고생 많았네. 들어가서 푹 쉬게.”
“감사합니다.”
긴 말은 필요 없었다.
마음은 서로 전해졌을 테니까.
서하는 코칭 스태프가 건넨 수건으로 땀을 닦아 내고는 믹스트존에 들어섰다.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져 나오고 기다렸다는 듯이 인터뷰어가 질문을 던졌다.
“윤! 오늘 경기 승리 축하드려요! 승리하신 기분은 어떤가요?”
“어려운 원정 경기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어 기쁘네요. 운도 조금 따라 줬지만,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두 골을 넣으셨는데 해트 트릭이 아쉽지 않았나요?”
“아쉽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이겠죠. 욕심은 있었지만, 중요한 경기였기에 팀의 승리가 더 우선이었습니다.”
“마르코 로이스의 폼이 좋지 않았는데 다음 경기에서도 영향을 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마르지뉴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입니다. 오늘은 조금 운이 안 좋았을 뿐이죠. 곧 기운을 차리고 우리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올 겁니다.”
“오늘 라파엘 바란의 퍼포먼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반전 초반에는 쉽게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안정되는 모습을 보고 생각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비밀이라 이해해 주세요. 결론은 바란은 좋은 선수입니다. 향후 몇 년 내로 뛰어난 선수가 될 겁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와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셨는데 직접 제의를 받은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서하는 잠시 타이밍을 끊고 기대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기자들을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딱히 의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번호도 교환하지 않았는걸요.”
“윤,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 뛰고 싶다고 말한 게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경기 전에도 말했듯이 전 아스날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제가 제 의지로 팀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 * *
[대이변! 아스날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4대0으로 완파!] [완벽하고 압도적인 경기력,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 [아르센 벵거 감독,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온 덕분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미켈 아르테타, ‘원 팀, 원 스피릿. 이것이 아스날의 성공 요인.’ [조세 무리뉴 감독, ‘우리는 운이 없었고 아스날은 운이 좋았다. 다만 윤을 봉쇄하겠다는 내 생각은 틀렸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윤, ‘난 아스날을 떠날 생각이 없어. 제안은 모두 거부.’]– 윤은 신이야. 찬양받아야 마땅해!
└ 경기장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였지. 윤은 자신을 증명했어.
└ 증명, 증명, 언제까지 증명해야 해? 이미 그는 최고의 선수야!
└ 실력은 모두가 인정해. 하지만 그가 더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더 나은 커리어가 필요하지. 물론 나는 가까운 미래에 리오넬 메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 오늘 경기는 감독들의 역량 차이에서 끝났지. 심각하게 말이야.
└ 보스는 선수들을 믿고 자기들이 가장 잘하는 걸 들고 나왔어. 반면 무리뉴는 선수들을 무시한 데다 분위기를 망쳤지.
└ 네 의견에 동의해. 어떤 선수가 그를 위해 뛰고 싶어 하겠어?
– 무리뉴는 이제 끝났어. 빨리 짐을 싸서 나가줬으면 해.
└ 더 추해지기 전에 나가줘.
– 아스날의 승리를 예견했다는 댓글들이 보이네? 분명 경기 시작 전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압도적으로 이길 거라고 했는데 말이지.
└ 솔직히 다들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를 생각했을 거야. 선수들 면면만 놓고 보면 질 수 없었거든.
└ 아스날을 아직도 약팀으로 보는 애들이 많네. 작년 바르셀로나 경기를 본 애들은 약팀이라고 말 못 할 텐데.
└ 10명에서 뛴 아스날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비긴 경기? 그건 진짜 기적이었지.
└ 윤을 알린 경기 아닌가?
└ 맞아! 혼자서 중원을 압도했지.
└ 메시도 칭찬했잖아. 아스날에 미친 선수가 있다고.
– 레알 마드리드는 가망성이 없네. 챔피언스 리그 우승도 멀어졌어.
└ 아마도. 이번 시즌 아스날은 홈에서 패한 적이 없거든.
└ 올해 아스날은 무패지.
└ 4골 차를 어떻게 뒤집어? 아스날이 호구도 아니고 불가능해.
– 아스날 수비 좋더라. 괜히 리그 최소 실점 팀이 아니던데.
└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최소 실점을 달리고 있을 거야.
└ 맞네. 3실점밖에 안 했어.
– 앞으로 윤을 봉쇄하겠다는 팀은 나오지 않겠네. 오늘 경기로 또 증명했잖아.
└ 오늘 플레이를 보니 봉쇄보다는 최대한 공을 터치하지 못하도록 막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 물론 쉽지 않겠지.
└ 윤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니까.
– 아스날이 4강 진출이라… 도대체 몇 년 만이지?
└ 10년 전에 결승전까지 올라가 보고 그 뒤로 16강과 8강을 오갔을 거야. 아마도?
└ 08-09시즌에 4강까지 갔었어.
레알 마드리드를 4대0으로 꺾고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아스날은 기세를 몰아 노리치를 대파했다.
이로써 리그 2연패까지 두 발자국만 남겨 두게 되었다.
프리미어 리그 출범 이후 2연패는 없던 터라 팬들은 역사적인 기록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랐다.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스스로 미끄러진다면 다음 경기에서 리그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다만 팬들은 원하지 않았다.
역사적인 기록은 홈에서.
박제가 될 팀으로 지긋지긋한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되어 주길 원했다.
아스날 팬들의 바람과 달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굉장히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조기 우승까지는 이해했다.
우승 확률도 높을뿐더러 팀이 한 번만 삐끗해도 끝이었으니까.
하지만 박제는 허락할 수 없었다.
아스날의 역사적인 기록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이 새겨지는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했다.
가장 심플한 건 역시 패배.
하지만 안타깝게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경기들을 모두 이겼다.
사실 아스날을 제외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막을 팀은 없었다.
FA컵을 제외하면 모든 대회를 조기 마감했던 터라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도 쉬웠다.
구멍으로 지적됐던 중원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티아고 알칸타라를 영입하며 메꿨으니 전력도 좋은 편이었다.
퍼거슨 감독의 지도와 선수 구성만 보면 우승이 이상하지 않았다.
단지 아스날이 아웃라이어일 뿐이었다.
“이제 7경기, 아니지 챔피언스 리그와 FA컵 결승전을 생각하면 11경기가 남았나.”
어느새 12/13시즌 종료도 한 달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한 시즌이 끝나면 선수들은 휴식에 들어가고 구단과 에이전트들은 바쁜 시기를 보낸다.
수천억의 돈이 오가고 인적 이동이 일어나는 여름 이적 시장.
성급한 몇몇 언론사는 이번 여름 시장에서 어떤 선수가 빅 클럽으로 이적하고 방출될지 기사를 쏟아 내고 있었다.
의외로 서하의 기사는 적었다.
레알 마드리드전이 끝나고 믹스트존에서 했던 인터뷰 덕분인지 레알 마드리드와의 연결 고리가 쏙 들어갔다.
이외에도 줄곧 연결되던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도 끊겼다.
서하는 축제 분위기인 아스날 팬 포럼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아스날 종신 선언이 컸나 보네.”
원 클럽 맨.
과거에는 꽤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사례였으나 현재는 멸종 위기 상황에 놓여 있었다.
구단 간 교류가 많이 일어나고 부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수들의 간 이동이 잦아졌으니까.
당장 아스날도 원 클럽 맨을 찾으려면 먼 과거로 가야 했다.
2002년에 은퇴한 토니 아담스가 가장 최근에 달성한 원 클럽 맨이었으니까.
이제 막 프로 세계에 발을 디딘 선수가 생각하기에는 조금은 벅찬 꿈이었다.
한곳에서 오랫동안 뛰는 선수는 수많은 도전과 유혹을 견뎌 내야 했으니까.
하지만 서하는 이미 많은 곳을 떠돌아다닌 경험이 있었다.
영국을 떠나 독일, 스페인, 프랑스, 체코 등을 전전하다가 반짝 스타로 마감한 지난 삶.
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길을 가 보고 싶었다.
“낭만도 나쁘지 않잖아?”
선수 생활의 마지막 종착역.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후회 없는 결정이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