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8)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8화(17/201)
18화 에이전트
서하는 조용히 감독실을 나와 복도를 거닐며 벵거가 들려준 비하인드 이야기를 곱씹었다.
“베닉 아포베가 떨어지고 내가 대신 발탁된 거였다니.”
코치들의 반대가 이해됐다.
베닉 아포베는 아스날이 기대하던 스트라이커 유망주였다.
하지만 임대를 전전하다가 결국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며 그저 그런 선수로 남게 됐다.
“그래도 다른 구단으로 임대를 떠나게 됐으니 서로 윈윈이지.”
상심해 있을 베닉 아포베를 어떻게 달래줄까 고민하다가 훈련장에 도착했다.
훈련장 옆 관계자 섹션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서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사람은?”
덩치가 좋고 젊은 흑인 남성이 선수들의 에이전트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설마 했는데 거리를 좁히니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로 메이사 은디아예였다.
“에이전트나 통역사들만 출입하는 공간인데 어떻게 들어갔지?”
은디아예는 비즈니스 미소를 장착한 채 약간 과장된 손짓으로 적당히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구단 관계자들도 그를 선수의 에이전트 중 한 명이라 생각했는지 내쫒지 않았다.
서하는 볼을 긁적였다.
“오늘 아침에 연락받았을 텐데 직접 찾아온 걸 보면 어지간히 급했나 보네.”
여유로운 얼굴과 미소로 에이전트들과 말을 섞는 은디아예.
역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했던가.
철저하게 이득을 취하는 무리 사이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서하가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메이사 은디아예는 덤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살짝 초조한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재미있네.”
“윤! 감독님이 뭐래?”
프림퐁이 뒤에서 달려들자 서하는 슬쩍 몸을 피했다.
“별 이야기 없었어.”
“아닌 것 같은데.”
“윤! 족구하자!”
“좋아.”
베르마엘렌의 부름에 서하는 프림퐁을 떼어놓고 바로 합류했다.
오후 훈련은 선수들에게 자율을 부여했다.
대신 조건을 걸었다.
강도 높은 훈련과 개인 훈련은 일절 금지.
선수들이 흥미를 느끼고 감각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것.
여기에 가장 어울리는 훈련은 역시 족구만한 게 없었다.
그리고 서하는 날아 다녔다.
팀의 모든 공격 포인트를 책임지며 화려한 묘기를 선보였다.
서하의 강한 발리슛을 가까스로 받아낸 프랑스인 로랑 코시엘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로랑, 이걸 막아내네.”
“젠장. 윤, 적당히 좀 해.”
“승부에 적당히가 어디에 있어?”
정확하게 구석으로 찌르는 날카로운 서하의 공격이 까다로웠다.
심리 싸움도 대단했다.
어떻게 하면 받기 힘든지 다 알고 있다는 듯 집요하게 괴롭혔다.
결국 코시엘니는 주저앉았다.
“그래, 네가 다 해먹어라.”
서하는 피식 웃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
서하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후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는 늘 그랬듯이 파커가 마중 나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의 옆에 다른 사람이 함께 있었다.
서하를 발견한 메이사 은디아예는 활짝 웃으며 한걸음에 달려왔다.
학창 시절에 운동을 했는지 몸이 굉장히 좋았다.
“윤!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나는 메이사 은디아예라고 해. 네 아버지께 연락을 드렸는데 기억…”
하지만 파커에게 가로막혔다.
“누구신데 윤에게 접근하는 겁니까? 어서 물러나세요!”
파커의 위협에도 은디아예는 미소를 유지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윤의 새로운 에이전트가 될 사람입니다. 명함이 어디에 있더라. 아! 여기 있습니다.”
파커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명함을 빼앗다시피 가져가 천천히 글자를 읽었다.
“스포르트 커버? 처음 듣는데.”
“아, 신생 에이전시라 잘 모르실 겁니다. 한 달 전에 영업 허가가 나왔거든요.”
“신생? 아니! 윤이 왜 신생 에이전시와 이야기를 나눕니까?”
“오늘 아침에 아버님께 허락받고 프랑스에서 바로 넘어왔습니다.”
“미스터 윤이 허락했다고요? 윤! 이 사람 말이 사실이야?”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이에요. 집으로 찾아올 줄 알았는데 훈련장까지 찾아오실 줄은 몰랐지만요.”
은디아예는 씩 웃었다.
“첫 고객이 되실 분인데 한 시라도 빨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혹시 불편하십니까?”
“그럴 리가요. 열정이 보여서 좋은 걸요.”
“하하하! 나이도 젊은데 열정이 없으면 시체죠. 역시 마음에 듭니다. 제 첫 고객으로 최고예요!”
파커는 서하를 만류했다.
“윤, 너는 아직 어른이 아니야. 부모님과 대화를 나눠본 후 결정해야 한다고.”
“그렇죠.”
“그러니 오늘은 돌려보내고 다시 약속을 잡아. 부모님과 함께.”
서하는 파커의 말을 끊고 은디아예를 지그시 바라봤다.
“파커가 그렇다는데요?”
“그래도 상관없긴 합니다만, 제 경쟁자가 워낙 힘이 넘쳐서 몸부림을 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군요. 윤! 5분만 시간을 주시죠.”
“5분이요?”
“네, 5분 안에 당신의 마음을 훔쳐보도록 하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큰소리치는 은디아예.
서하는 호기심이 동했다.
어떻게 자신을 설득시킬 건지 정말 궁금했다.
“알겠어요.”
“윤!”
“괜찮아요. 바로 계약하겠다는 말은 아니에요.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요.”
“알겠어. 당신! 이상한 술수를 부리면 구단에 연락해서 접근 금지 조치를 할 거야!”
“미스터 파커, 걱정하지 마세요. 이래 보여도 전 프랑스에서 꽤 유명한 인사입니다. 프랑스 축구 역사상 최연소로 에이전트 면허를 딴 사람이거든요.”
파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은디아예는 바로 증거를 보여주었다.
“말도 안 돼!”
“그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은 소중한 고객님이 될 분께 어필할 시간이니 물러나주시죠.”
파커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두 사람의 공간이 만들어지자 은디아예는 처음부터 강한 포부를 밝혔다.
“윤, 제 목표는 젊고 재능을 가진 젊은 친구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온전히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그렇군요.”
“또한 아프리카 축구의 훈련 개발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지 조사하며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
단순히 자신의 꿈과 비전을 밝히는데 그친다면 정말 실망이었다.
자신과 계약하면 좋은 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알려줘야 흥미가 동할 텐데.
에이전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은디아예는 봉사 정신을 강요했다.
서하는 그의 이상에 어울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저 듣기만 했다.
이제 주어진 시간도 1분밖에 남지 않았다.
서하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은디아예는 씩 웃었다.
“제 이야기가 재미없긴 하죠?”
“아뇨. 무척 흥미로웠어요.”
“하하하! 제가 윤이었으면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겁니다.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었다고 말이죠. 우선 사과부터 하겠습니다.”
“갑자기 사과를요?”
은디아예는 고개를 숙였다.
“허락도 구하지 않고 함부로 당신을 시험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은디아예는 상체를 바르게 피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사실 윤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습니다. 한국에서 살 때부터 지금까지 말이죠.”
“그렇군요.”
“윤을 알면 알아갈수록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선수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에 비례하여 인성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퇴장 숫자를 비롯해 동료들을 무시하는 사건들까지. 다른 건 몰라도 이 점이 매우 우려스럽더군요.”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훈련장에 잠입하신 거군요?”
“네, 제 첫 고객이 될 선수가 인성 논란이 생기면 앞으로 제 비전을 펼치는데 있어서 굉장히 큰 차질을 빚을 테니까요.”
서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우려할 만했다.
자신이 축구장 안이나 밖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을 보여준다?
은디아예는 다른 선수들을 신경 쓰지 못하고 오로지 그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신생이라 직원들도 없고 혼자 감당해야 했으니까.
서하는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제 첫 고객이 될 분은 저의 회사의 얼굴이 되어줘야 합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논란이 적은 인물이어야 하죠.”
“그래서 면접은 합격인가요?”
은디아예는 씩 웃었다.
“네! 윤은 훈련장에서 팀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루할 텐데도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셨습니다. 당연히 합격입니다!”
서하는 본말이 전도된 기분이었지만, 은디아예를 상향 조정했다.
경험이 적었음에도 큰 그림을 그리고 치밀하게 움직이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제가 거부한다면요?”
“눈물을 줄줄 흘리며 프랑스로 돌아가야겠죠. 그 전에 윤의 꿈을 들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부상당하지 않고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 이게 제 꿈입니다.”
“오! 생각보다 소박한데요?”
“가능하다면 트로피도 많이 들어보고 말이죠.”
“우승은 운이 따라줘야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은 꿈입니다. 윤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제 첫 고객이 되어준다면 말이죠!”
자신감 넘치는 말을 끝으로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모했다.
은디아예는 후련한 얼굴로 서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윤이 절 선택하지 않더라도 원망하지 않을게요. 대신 제 고객이 되지 않을 걸 후회하도록 열심히 유럽을 누비고 다닐 겁니다.”
서하는 그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마음가짐이 좋네요. 그렇다면 수수료는 5%로 해도 될까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은디아예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 진심입니까?”
“부모님은 제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하셨으니 아마 제 결정에 따라주실 거예요. 아무튼 수수료는 5% 가능하죠?”
“물론입니다! 당연히 되고말고요! 아니, 제 첫 고객이시니 3%로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남는 게 없잖아요.”
은디아예는 씩 웃었다.
“남는 게 없다뇨. 윤이 제 고객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데요! 두고 보십쇼! 조만간 기사가 하나 나갈 겁니다!”
“어떤 기사요?”
“프랑스 축구 역사상 최연소로 에이전트 면허를 딴 메이사 은디아예와! 아스날의 신성으로 떠오른 윤! 축구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다! 자! 어떻습니까?”
“뭐, 나름 괜찮네요.”
미래에 슈퍼 에이전트가 될 스포르트 커버의 메이사 은디아예.
서하는 그의 첫 번째 선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