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81)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81화(180/201)
181화 생존왕 위건
FA컵 준결승전.
아스날의 홈에서 경기가 열렸다.
조금 전 다른 경기장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맨체스터 시티를 3대1로 꺾고 결승전에 올라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스날 선수들은 지긋지긋하게 달라붙는 라이벌 팀에 혀를 찼다.
어차피 리그 우승은 막기 어려우니 FA컵 우승이라도 빼앗아서 트레블을 이루지 못하게 하려는 고약한 심보였으니까.
웸블리 스타디움에 먼저 가서 아스날을 기다린다는 웨인 루니의 말에 아스날 선수들은 웃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스날은 올해 단 한 번도 패배를 허락하지 않는 팀이었다.
위건이 천신만고 끝에 준결승전까지 올라왔다 해도 그들은 강등권과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세르주 그나브리를 임대하면서 분위기를 쇄신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위건의 핵심 선수로 발돋움한 세르주 그나브리는 오늘 경기에 나설 수 없었으니까.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위건이 아스날을 이길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아르테타는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빠르게 분위기를 수습했다.
“다들 방심하지 마. 여기까지 올라온 팀들은 모두 저력이 있는 팀이야. 무시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해.”
메르테자커가 바로 말을 받았다.
“미켈 말이 맞아. 우리가 지금까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던 이유는 어떤 경기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야. 대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때가 위기의 순간이니 다들 명심해 줬으면 해.”
“알겠어.”
“당연히 방심 안 하지!”
“난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고!”
느슨했던 로커 룸 분위기가 다시 팽팽하게 조여지자 선수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살짝 어렸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
아스날 선수들은 준비한 전술과 플레이들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되새기며 로커 룸을 나섰다.
* * *
홈 팬들의 환호성과 함께 축구공이 움직였다.
위건 선수들은 시작하자마자 뒤로 공을 돌리며 아스날 선수들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아스날 선수들은 이를 알고도 초반부터 강한 전방 압박에 나섰다.
아스날의 압박에 위건 선수들은 당황하지 않고 길게 걷어 냈다.
팀 자체가 빌드 업보다는 선 수비 후 역습에 특화된 팀이었기에 걷어 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공을 잡은 베르마엘렌은 두 손을 내리 누르며 템포를 늦추자는 신호를 보냈다.
무리해서 위건의 저 단단한 수비를 뚫기 보다는 가볍게 잽을 날려 보며 약점을 찾아야 했다.
아스날은 약점을 지닌 팀들을 기가 막히게 잘 포착하는 팀이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서하가 있었다.
베르마엘렌에게 공을 받은 서하는 위건의 중앙부터 흔들었다.
오랜만에 선발 출장한 로시츠키와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전진했다.
윙어로 출전한 션 말로니가 달려와 압박하려 하자 서하는 급브레이크를 밟은 후 두 번의 상체 페인팅으로 속이며 반대편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오우우우우!”
멋진 탈압박이 나왔음에도 서하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위건의 수비가 생각보다 단단했기 때문이다.
공을 뒤로 돌리며 공간을 찾기 위해 애썼다.
몇 걸음 걷기도 전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 제임스 맥아더가 달라붙었다.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강렬한 눈빛, 부담스러웠으나 늘 있던 일이었다.
서하는 수비 범위에서 벗어난, 경계선에 살짝 걸쳐서 공을 받아 다시 돌려주며 돌파를 시도했다.
“윤!”
하지만 월콧의 스루 패스는 맥아더에게 읽히며 커트당했다.
그의 파트너 조르디 고메스가 재빨리 공을 잡아 전방으로 연결했다.
아루나 코네가 엄청난 피지컬로 베르마엘렌을 찍어 누르며 헤딩으로 공을 따냈으나 코클랭이 먼저 세컨드 볼을 차지했다.
“프랭 !정말 잘했어!”
“급하게 갈 필요 없어! 천천히!”
굉장히 오랜만에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위건은 선수 선발부터 범상치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오는 제임스 맥카시를 오른쪽 윙백으로 보내고 풀백인 미야이치 료를 왼쪽 윙백으로 출전시켜 비대칭적인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수비 시는 조금 더 변칙적이었다.
션 말로니와 칼럼 맥마나만을 아래로 쭉 내려 사이드를 보호했고 스트라이커로 나온 아루나 코네까지 아래로 내려 완전히 수비로 내려 썼다.
빗장을 걸고 단단히 지키는 데 중점을 둔 수비였다.
덕분에 아스날은 이런 수비를 공략하는 데 애를 먹었다.
위건은 아스날 선수들에게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파이브백 앞으로 다섯 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공간을 빠르게 차단했다.
답답할 때마다 한 번씩 사용했던 로빙 스루 패스 타이밍도 나오지 않았다.
골키퍼와 센터백들의 사이가 굉장히 좁았으니까.
서하는 생존왕으로 명성을 날렸던 위건의 저력을 몸소 느꼈다.
전반기에 만났을 때는 무력한 모습만 보여 주며 탈탈 털렸으나 오늘은 달랐다.
어설픈 공격보다는 끈끈한 수비로 아스날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쉽지 않겠어.”
전반전 20분이 넘어가도록 유효 슈팅 하나 나오지 않았다.
발목 부상으로 치료를 받는 수아레스를 대신해 선발 기회를 잡은 키슬링은 열심히 뛰어다녔으나 영향가가 없었다.
장점인 신장은 위건의 센터백들에게 눌렸고 속도도 느린데다 오랫동안 뛰지 못해 경기 감각을 잃어 미스 플레이들이 많이 나왔다.
서하는 키슬링의 고립을 풀어주고 싶었으나 위건의 조직적인 수비를 맨몸으로 뚫을 수 없었다.
확실히 스리백을 사용하는 위건은 포백을 사용했을 때와 다르게 선수들 시너지가 좋았다.
위건 미드필더들의 장점은 수비와 활동량이었다.
빌드 업이 약했던 터라 중앙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역습을 전개하는 공격 방법이 어울렸다.
아르테타는 공을 잡고 소리쳤다.
“사이드로 돌려!”
하지만 사이드도 쉽지 않았다.
오늘 료는 미쳐 있었다.
몬레알과 로이스의 움직임과 플레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두 선수의 연계를 효율적으로 잘 막아 냈다.
서하는 사이드로 이동해 살짝 풀어 주긴 했으나 다시 중앙으로 이동하면 꽁꽁 묶였다.
“위건의 핵심 선수로 활약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료는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틀어막으며 로이스가 중앙으로 파고드는 플레이가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아스날이 즐겨 사용하던 공격 루트가 하나 지워졌다.
왼쪽 측면도 상황은 비슷했다.
제임스 맥카시는 전문 윙백이 아니었음에도 월콧과 사냐가 전진하지 못하도록 잘 막아 냈다.
경기가 전반전으로 답답했다.
이럴 때 수아레스가 있었다면 공격 루트가 하나 더 생겼을 텐데.
서하는 아쉬움을 감추며 차분하게 기다렸다.
아무리 수비가 단단하다고 한들 90분 내내 완벽할 수 없었다.
기계가 아닌 이상 빈틈은 있었다.
‘빈틈을 찾아내 활용할 수 있다면 답답한 흐름을 바꿀 수 있어.’
하지만 서하와 달리 아스날 선수들은 답답함을 풀고자 막무가내로 중거리 슈팅을 가져갔다.
월콧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오우우우우우!”
홈 팬들은 탄식을 쏟아 냈다.
브리티쉬 코어 중 하나인 월콧이 잘해 주길 기대했으나 이번 시즌 월콧은 기대 이하였다.
30경기에 나와 3골 1도움.
지난 시즌에 비하면 공격 포인트가 확연히 낮아진 수치였다.
계약 기간을 일 년 앞둔 상황에서 최악의 폼을 보여 준 그였기에 오늘 경기가 정말 절실했다.
경쟁 상대인 벨라와 나바스보다 나은 점을 보여 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시즌에는 위건에서 에이스 놀이를 하는 세르주 그나브리에게 후보 자리마저 빼앗길 테니까.
서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월콧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플레이 해. 지금 너무 급해. 슛보다는 공 몰아줄 테니까 자신감 가지고 1대1 돌파를 시도해 봐.”
“알겠어.”
하지만 월콧은 돌파에서도 강점을 드러내지 못했다.
월콧이 무색무취가 되자 자연스레 사냐도 죽을 수밖에 없었다.
사이드가 완전히 꽉 막혀 버렸다.
주도권을 쥐고 있었음에도 아스날의 공격이 효율적이지 못한 이유였다.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해결사뿐이었다.
서하는 끊임없이 공간을 찾고 공을 받아 돌려주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이번 시즌 잔부상으로 시즌을 날려 먹은 로시츠키는 이전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지 못했으나 그래도 날카로운 감각은 살아 있었다.
서하가 만들어 준 공간을 완벽하게 활용하며 첫 번째 유효 슈팅을 만들어 냈다.
오랜만에 관중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좋아! 이렇게 가 보자고!”
아르테타는 동료들을 다그치면서도 할 수 있다며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단 한 번의 슈팅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아스날은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후방에 머물던 아르테타가 올라와서 사이드를 풀어주자 로이스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로이스는 료의 거친 압박을 밀어내고 몬레알을 지렛대로 사용해 특유의 드리블로 돌파했다.
그리고 박스 바로 앞에서 멋진 감아 차기로 득점을 노렸으나 위건의 골키퍼, 조엘 로블레스의 미친 선방에 가로막혔다.
“와! 저게 안 들어가?”
로이스는 아쉬움을 삼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으나 자신감을 되찾은 듯 적극적으로 뛰어다녔다.
활기를 되찾아 가는 아스날.
전반전은 무득점으로 끝났지만, 나쁘지 않았다.
빠듯한 일정에 약간 로테이션을 돌렸음에도 이 정도면 괜찮았다.
위건 선수들이 워낙 많이 뛰어다니며 압박하고 수비에 가담했던 터라 체력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타이밍을 캐치하고 빈틈을 파고든다면 득점은 어렵지 않았다.
기다리면 시간은 아스날의 편.
연장전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후반전에 승부를 내야 했다.
괜히 체력을 낭비할 필요 없었다.
아스날은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후반전도 주도권을 쥔 채 계속해서 위건을 흔들었다.
사이드로 돌렸다가 다시 중앙으로, 중앙에서 사이드로 끊임없이 체력을 소모시켰다.
서하는 위건 미드필더들의 압박 속에서도 굳건히 공을 지켜 내며 거친 몸싸움을 이겨 냈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압박을 풀어 나가지 않았다. 동료들을 이용해 압박을 풀어 나갔다.
후반전 60분.
슬슬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굼뜰 시간이었다.
벵거 감독은 바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로시츠키와 키슬링을 빼고 카솔라와 지루를 투입했다.
아스날이 공격에 변화를 주자 위건도 선수를 바꿔 주었다.
지루가 서하에게 다가와 전술 변화를 알려 왔다.
“윤! 감독님이 크로스도 섞어 달라고 하셨어.”
“우리가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는 패턴만 보여 주니 다른 방식의 공격도 가져가라는 거지?”
“맞아.”
지금 상황에서는 크로스 공격도 나쁘지 않았다.
키슬링의 플레이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으나 잘한 점은 있었다.
바로 끊임없이 센터백들을 괴롭히며 체력을 빼놓은 일이었다.
지루의 포스트 플레이라면 위력을 더해 줄 수 있었다.
지루 투입 이후 아스날은 하프 스페이스 공략 이외에도 크로스를 구사하며 공격에 변화를 주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위건 선수들은 당황했으나 생각보다 크로스 공격을 잘 견뎌 냈다.
지루가 헤딩 경합을 잘해 줘도 이를 받아 줄 선수가 없었다.
서하는 박스 안 침투보다는 밖에서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데 주력했고 다른 동료들은 위건 선수들에게 막혀 침투 타이밍이 늦었다.
하지만 크로스 공격은 꽤 위협적이었다.
“오우우우우!”
사냐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지루가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또다시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선제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공이 지루의 머리에 연결되는 장면은 많았던 터라 자연스레 아스날은 크로스 비중을 높였다.
벵거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로 로이스를 빼고 크로스에 능한 헤수스 나바스를 투입했다.
자연스레 월콧이 중앙으로 옮겨가고 나바스가 측면으로 이동했다.
서하도 사이드로 밀어주고 박스 안으로 침투해 크로스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윤!”
나바스가 니어로 바짝 붙여 주자 앞으로 잘라 들어온 서하가 헤딩슛을 가져갔으나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오며 득점에 실패했다.
아쉬워할 시간이 없었다.
“오른쪽으로!”
다급히 세컨드 볼을 차지 위해 양 팀 선수들이 달려들었다.
위건 센터백인 안톨린 알카라스가 머리를 먼저 들이대며 공을 걷어 내는 듯했으나 맞은편에서 달려온 월콧과 그대로 충돌했다.
쿵!
굉장히 큰 충격음이었다.
월콧의 발과 충돌한 알카라스는 그대로 잔디에 쓰러졌다.
서하는 심각한 상황임을 파악하고 재빨리 벤치를 향해 소리쳤다.
“의료진! 의료진 들어와!”
그러자 주심도 정신을 차리고 위건 의료진에게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사이 센터백인 폴 샤르너가 알카라스의 입을 열고 혀가 목구멍을 막지 못하도록 잡았다.
월콧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라 하자 위건 선수들과 동료들이 위로해 주었다.
고의적인 행동이 아니었으니까.
샤르너의 응급 처치와 의료진 덕분에 다행히 알카라스는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주심은 뒤늦게 월콧에게 레드카드를 주며 퇴장을 명령했다.
월콧은 항의하지 않았다.
아스날 벤치도 침묵했다.
그저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월콧을 위로할 뿐이었다.
아스날이 한 명 적은 상황.
알카라스가 빠진 자리는 미드필더인 벤 왓슨이 들어오며 메꿨다.
“다들 집중해! 분위기 잡아!”
아르테타의 외침에 선수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후반전 85분과 숫자 차이는 곧바로 문제점을 드러냈다.
득점을 위해 공격적인 교체를 감행했던 아스날은 플레이에서 꼬여 버렸다.
이를 놓칠 위건이 아니었다.
아루나 코네와 맥마나만의 빠른 역습 전개에 베르마엘렌의 실수까지 겹치며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아스날의 골망이 흔들린 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