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86)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86화(185/201)
186화 이블 지니어스 (2)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리베리는 쓰러졌고 서하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는 리베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며 달려왔다.
이미 주변은 난장판이었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서하에게 달려들어 거칠게 항의했고, 아스날 선수들은 서하를 보호하기 위해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건 퇴장감이야! 뒤에서 고의로 등을 찍었다고!”
“볼 경합 과정에서 일어난 거야! 고의는 없었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지금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고의로 한 게 아니잖아! 경기가 거칠어지다 보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있는 거 아냐?”
“뭐?”
양 팀은 목소리를 높이고 몸을 밀치며 신경전을 펼쳤다.
몇몇 선수들이 나서서 만류했으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다.
오늘의 패배는 임팩트가 달랐다.
꿈의 무대에 설 수 있느냐. 여기서 좌절하고 시즌을 종료하느냐.
두 번의 기회는 없었다.
주어진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양 팀의 신경전이 끝나질 않자 주심은 기어코 카드를 꺼냈다.
바이에른 뮌헨에선 가장 거칠게 몸싸움을 벌인 뮐러와 보아텡이 옐로카드를 받았다.
아스날은 토로시디스와 로이스가 옐로카드를 받았다.
공평하게 두 장을 받았으나 아직 주심의 판정은 끝나지 않았다.
주심은 의료진을 통해 리베리의 상태를 체크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
약간의 타박상이 남았을 뿐.
리베리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심은 서하에게 다가가 카드를 꺼냈다.
“오우우우우.”
다행히 옐로카드였다.
레드카드까지 나올 수 있던 상황이었으나 고의는 없다고 판단했는지 관대한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다시 주심에게 달려들었다.
“이건 아니야! 분명 일부러 그랬다고! 왜 퇴장이 아닌 건데!”
하지만 주심은 고개를 저었다.
서하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공감하면서도 볼 경합 상황에서 일어난 사고였다며 판정 번복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도 더는 항의하지 않았다.
불만을 삭이며 여전히 가만히 있는 서하를 한 번씩 노려봤다.
서하는 담담히 바라볼 뿐이었다.
먼저 시작한 쪽은 그쪽이었다.
거친 플레이로 크고 작은 견제를 계속 넣었으니까.
경기가 잠시 중단된 사이.
프림퐁이 다가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윤, 괜찮아? 다친 건 아니지?”
“괜찮아. 정말로.”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서하는 손을 휙휙 내저으며 귀찮게 구는 프림퐁을 쫓아냈다.
“아?”
고개를 돌리자 성난 얼굴로 노려보는 리베리와 눈이 마주쳤다.
죽일 듯이 노려보는 먹잇감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한 대 얻어맞았다고 엄살을 부리는 모습을 보니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옐로카드를 받았던 터라 거친 플레이를 자제해야 했다.
여기에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견제도 생각해야 했다.
“짜증 나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고개를 거칠게 흔들어 잡생각들을 털어 냈다.
지금은 경기에 집중해야 했다.
잠시 화를 누그러뜨리고 어떻게 경기를 풀어 나가야 할지 방향을 명확하게 정해야 했다.
실점 이후 양 팀의 신경전.
치즈 두 장과 세 장이 적립된 상황에서 서하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관대한 판정은 한 번뿐이었다. 두 번은 없었다.
“지금 승부를 보기에는 일러.”
여전히 더러운 성질머리가 온몸에 구석구석에 박혀 있었지만, 판단력은 흐려지지 않았다.
승부는 후반전으로, 지금은 추가 실점 없이 전반전을 마쳐야 했다.
“괜찮아. 이상한 짓 안 해.”
서하는 걱정해 주는 동료들에게 괜찮다는 말로 둘러댔다.
지금은 괜찮다. 지금은 말이다.
주심은 서둘러 휘슬을 불었다.
삐익!
바이에른 뮌헨은 공을 뒤로 돌리며 아스날 선수들을 끌어들였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테크니컬 에이어리어로 나와 소리쳤다.
“압박하지 말고 뒤로 물러서게!”
전방 압박을 펼치려던 아스날은 즉시 지역 수비로 나섰다.
아스날이 가드를 올리고 버티자 바이에른 뮌헨은 슬쩍 찔러 봤다.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정석적인 수비로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을 잘 막아 냈다.
서하도 아래로 내려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슈바인슈타이거가 반대편으로 뿌려 주려 하자 서하는 미리 앞으로 나가 차단했다.
화들짝 놀란 슈바인슈타이거는 황급히 뒤로 공을 돌렸다.
아르테타가 손뼉을 치며 외쳤다.
“윤! 방금 수비 좋았어!”
서하는 피식 웃어 주고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바이에른 뮌헨이 중앙에서 공을 가지고 놀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아스날은 서하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 턴을 잘 막아 내며 추가 실점 없이 전반전 중반을 넘겼다.
중간에 사소한 몸싸움이 살짝 있었지만, 다행히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다.
어느덧 전반전 36분이 지났다.
양 팀은 눈치를 보며 탁구를 치듯 공수를 주고받았다.
1차전과 다르게 2차전은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아닌 실리를 추구했다.
주도권을 적절하게 내주고 상대를 안으로 끌어들인 후 역습을 가져갔다.
프림퐁은 공을 몰고 사이드를 돌파하는 리베리에게서 태클로 공을 빼앗았다.
“좋아! 나이스 커트!”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프림퐁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다시 재차 압박을 가해 공을 멀리 걷어 냈다.
짝짝짝짝짝!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관중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아스날도 상황은 똑같았다.
수아레스의 뒷공간 침투와 서하의 로빙 스루 패스는 이미 많이 알려진 공격 루트였다.
보아텡은 수아레스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앞에서 차단했다.
“오우우우우우우!”
이외에도 공격을 주고받았으나 서로의 수를 읽은 양 팀 감독이 신중한 경기 운영으로 선회하자 역습이 잘 먹히지 않았다.
한 번의 실수가 치명타로 이어질 수 있던 터라 과감하게 앞으로 나서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주도권에 미쳐 있던 아스날도 양보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라인을 올리고 무조건 공격을 외쳤다가 추가 실점을 내준다면 경기 흐름이 급격히 기울 수 있었으니까.
한껏 달아올랐던 전반전은 급속도로 냉각되며 차분해졌다.
공격 템포가 완전히 느려지자 팬들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양 팀 선수들은 알고 있었다. 아니, 피부로 느꼈다.
전반전은 전초전이고 후반전이 진짜 전쟁의 시작이라는 걸.
첫 포문은 서하가 열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공을 잡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서하가 폭발적인 속도를 내기 전에 반칙으로 끊어 내려고 했다.
“어?”
하지만 생각한 속도보다 서하의 드리블 속도는 훨씬 더 빨랐다.
크로스를 벗겨 버린 서하는 중앙선을 넘어 상대 진형을 파고들었다.
슈바인슈타이거가 유니폼을 잡아당겨 끊어 내려 하자 서하는 팔을 거칠게 휘둘러 떨쳐 냈다.
속도가 조금 줄어들었으나 위력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람이 안으로 좁혀 들어와 서하를 사이드로 몰아내려 했으나 몸으로 밀어붙여 넘어뜨렸다.
“우와아아아아아!”
후반전이 시작되고 서하의 폭발적인 드리블이 터져 나오자 홈 팬들은 열광했다.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서하는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온몸에서 피가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으나 간신히 제어했다.
여기서 더 나아갔다가는 이성을 잃고 저 단단한 벽에 들이박을 게 뻔했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서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순간적으로 드리블 방향을 바꿨다.
마르티네즈가 황급히 몸을 틀었으나 역동작에 걸렸다.
하체가 무너졌음에도 마르티네즈는 끝까지 서하를 물고 늘어졌다.
서하는 짜증 섞인 몸짓으로 마르티네즈의 팔을 거칠게 뿌리쳤다.
제 팔에 얼굴이 맞았는지 나지막한 비명을 뿜으며 넘어졌다.
나가떨어진 적을 살필 정도로 서하의 마음은 자비롭지 않았다.
아직 거대한 장벽이 남아 있었다.
보아텡과 단테 그리고 노이어.
하나같이 거목들이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그런 감정은 단 한 번도 품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박스까지 두 걸음.
이번에는 단테가 먼저 나왔다.
툭. 오른쪽으로 한 번.
툭툭. 왼쪽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단테가 반응을 보이며 발을 뻗자 서하는 보아텡에게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공을 차 놓고 달렸다.
속도 싸움은 언제나 이겨 왔다.
“젠장!”
단테는 서하를 따라잡지 못했다.
기어코 공을 차지한 서하는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온 노이어를 바라봤다.
판단력은 훌륭했다. 슈팅 각도가 제법 많이 좁혀졌으니까.
하지만 서하는 개의치 않았다.
“그 정도로는 안 되지!”
오른발로 부드럽게 퍼스트 터치로 공을 컨트롤해 왼발 앞으로 굴리고 몸을 살짝 비틀어 파 포스트를 향해 공을 때렸다.
노이어가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공을 살짝 스치며, 공은 골대를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전 시작한 지 17초 만에 나온 서하의 환상적인 동점 골에 홈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우아아아아아아!”
서하는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높이 점프하며 오른손을 높이 올리고는 포효했다.
세리머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깃발이 보이자 발로 거칠게 차 부러뜨리고 다시 포효했다.
홈 팬들은 서하의 거친 세리머니에 더욱 열광했다.
서하는 전반전에 활약하지 못했던 울분을 토해 내기라도 하는 듯 평소에 보여 주지 않던 현란한 개인기를 마음껏 펼쳤다.
[윤서하 선수! 오늘따라 평소와 다른 플레이를 보여 줍니다! 뭔가 감정이 담긴 것 같아요!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윤서하 선수를 막을 수 없습니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예요!] [윤서하 선수가 무서운 점은 이런 거죠. 모든 부분에서 우수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거죠! 와! 제가 지금 뭘 본 거죠? 레인보우 플릭이었나요? 저걸 실전에서 구사하는 선수는 거의 없거든요? 윤서하 선수도 보여 준 적이 없는데 저걸 필립 람을 상대로 보여 주네요. 정말 감탄밖에 안 나옵니다!] [수아레스가 공을 받아서 원터치 패스로 윤서하 선수에게 돌려줍니다! 윤서하! 오른발로 공을 잡고! 부드럽게 몸을 돌아 마르티네즈를 돌파합니다!]“우와아아아아아!”
서하는 보아텡을 상대로 기본적인 스텝 오버를 보여 주며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후 슈팅을 가져가려는 모션을 취하자 즉시 발을 뻗었다.
서하는 보아텡의 움직임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반대편으로 공을 차 놓고 가볍게 벗겨 냈다.
하프 스페이스가 완전히 비었다.
슈팅 각이 나오자 반 박자 빠른 타이밍에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가져갔다.
노이어가 힘껏 몸을 날렸다.
하지만 공은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파 포스트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고오오오오올! 골입니다! 윤서하 선수의 멀티 골! 환상적인 감아 차기가 터졌습니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골입니다!] [정말 웃음밖에 안 나오네요. 평소에는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면 오늘 후반전은 전혀 다른 플레이 스타일로 바이에른 뮌헨을 침몰시키고 있어요. 이기적인 플레이! 세계적인 스타들처럼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은 걸까요?] [윤서하 선수는 아직 만족하지 못하는지 뭔가 뚱한 표정을 짓네요. 욕심이 많은 모습 좋습니다!] [아! 생각났습니다. 저 플레이 어디에서 많이 봤나 기억을 뒤져 찾아봤는데 확실하네요. 윤서하 선수가 유스 시절에 보여 줬던 플레이들이에요.] [아! 이블 지니어스 시절이군요!] [악마의 재능이라 불리며 상대 선수들뿐만 아니라 동료들, 심지어 심판까지 혀를 내두르게 했다던, 윤서하 선수의 압도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던 시기의 플레이와 굉장히 흡사하네요! 솔직히 이게 프로에서도 통할까 싶었는데 하하하하. 이게 통하네요.]마음껏 날뛰었음에도 아직 배가 고팠다.
더 많은 골, 더 많은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싶었다.
12/13시즌 최강의 팀이라 불렸던 바이에른 뮌헨 앞에서.
뒤늦게 바이에른 뮌헨이 공세를 펼쳤으나 서하의 폭주를 막기에는 늦었다.
통제 불가능한 맹수가 헤집고 다니자 바이에른 뮌헨의 단단한 조직력이 발톱에 찢겨 나갔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은 서하를 노리기 시작했다.
“그냥 담가!”
전반전과 똑같이 견제가 들어왔음에도 서하는 전반전처럼 온순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똑같이 돌려 줬다.
크로스가 양발로 들어 올리며 태클하자 서하는 걸려 넘어지는 척 옆구리를 팔로 강하게 눌렀다.
“끄악!”
서하의 몸을 온전히 다 받은 크로스는 일어서지 못했다.
들것에 실려 나갔다.
리베리는 경합 과정 중에 발등이 밟혀 부상을 입었고 마르티네즈는 서하의 강력한 슈팅에 가슴을 맞고 쓰러졌다.
이외에도 서하와 조금이라도 얽힌 선수들은 부상을 당하거나 쓰러지거나 둘 중 하나였다.
주심은 영악하게 플레이하는 서하에게 노란 치즈를 주지 못했다.
카드를 주기는 애매했으니까.
서하는 계속해서 이 점을 파고들어 바이에른 뮌헨을 마음에서부터 무너뜨렸다.
유스 시절에 하던 대로 영악하게.
서하의 유스 시절을 약간 경험했던 프림퐁은 질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끔찍했던 추억들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으니까.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라면 저렇게 플레이할 수 없다고.”
현재 스코어는 2 대 1, 총합은 3 대 1로 아스날이 앞서는 상황.
남은 시간은 충분했으나 서하의 인간 같지 않은 플레이에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벤치에 앉아 경기를 바라보다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스타 플레이어를 봉쇄했던 경험을 그대로 서하에게 적용했다.
전반전에는 잘 작동했으나 후반전에는 완전히 망가졌다.
단순히 재능이 넘치는 소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저건 악마였다. 악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플레이들이었다.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창적인 플레이. 왜 사람들이 유스 시절의 서하를 이블 지니어스라고 불렸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악마를 깨웠어.”
후회해 봤자 늦은 후였다.
서하는 알라바를 앞에 두고 스텝 오버를 보여 준 후 상체 페인팅 모션을 줬다.
알라바의 무게중심이 왼쪽으로 쏠리자 빠르게 오른쪽으로 치고 나와 오른발로 때렸다.
노이어가 달려나와 슈팅 각도를 좁혔으나 서하가 노린 곳은 노이어의 가랑이 사이였다.
“……!”
공은 가랑이 사이를 통과해 골라인을 넘어 골망을 흔들었다.
서하의 챔피언스 리그 첫 해트트릭이 터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