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87)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87화(186/201)
187화 여정의 끝, 마지막 경기
남은 시간은 5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에게는 칠흑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뛰고 또 뛰어도 잡히지 않았다.
겨우 옷깃을 잡아도 상식 밖의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실전에서 써먹기 어렵다는 고난도 개인기를 비롯하여 이리저리 다리를 휘저으며 농락하는 드리블 등.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투쟁심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퍼포먼스였다.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서하는 노골적으로 치욕스러운 플레이로 돌려주었다.
반칙으로도 막아 낼 수 없었다.
태클을 시도했다가 되레 실려 나간 동료들을 직접 목격했으니까.
제발 태클을 걸어 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화려한 개인기에도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선뜻 발을 내밀지 못했다.
겁쟁이처럼 물러설 뿐이었다.
반면 아스날 선수들은 서하의 독보적인 퍼포먼스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공이 오지 않더라도, 서하가 혼자 독식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진출해 빅이어를 들어 올릴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이기적인 플레이를 허용해 줄 수 있었다.
멋진 플레이가 연달아 나오면 감탄사를 내뱉으면 됐고 공을 줄 때 잘 받아서 돌려주면 1인분은 한 셈이었다.
철저한 조연, 불만은 없었다.
단지 서하가 무리한 플레이로 부상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을 뿐이었다.
터치라인 바로 앞에서 라보나 킥 모션으로 롱 패스를 받은 서하는 관중들의 환호성을 끌어냈다.
“우와아아아아!”
람이 바짝 다가와 마크하자 공을 툭툭 치더니 라보나 킥 모션을 취하다가 왼발 발을 공 앞에 내디뎌 중심을 잡았다.
즉시 오른발로 공을 앞으로 몰아 람의 가랑이 사이로 집어넣고 그대로 부드럽게 돌파했다.
람은 황급히 서하의 유니폼을 잡아당겼으나 서하는 공을 스루 패스로 수아레스에게 내준 후였다.
완벽한 득점 찬스를 잡은 수아레스는 왼발로 반대편 골포스트를 향해 강하게 때렸다.
순간적으로 역동작에 걸린 노이어는 다급히 반대편 손을 뻗었으나 골을 쳐 내지 못하고 넘어졌다.
탕!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은 골라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의 골망이 폭풍우를 만난 배처럼 흔들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수아레스의 챔피언스 리그 8번째 골이었다.
수아레스는 자신에게 멋진 패스를 준 서하에게 달려와 안겼다.
“윤!”
서하는 수아레스의 등을 거칠게 두드려 주며 득점을 축하해 줬다.
사실 돌파 이후 수아레스에게 패스해 줄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워낙 침투 타이밍이 좋았던 데다 여전히 단단한 보아텡을 돌파해 슈팅까지 가져가기에는 수고가 많이 들었다.
어쩌다 보니 이용한 셈이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수아레스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차마 진실을 말할 용기가 사라졌다.
이럴 때는 웃는 편이 좋았다.
동료들과 골 세리머니를 즐긴 서하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Arsenal FC 4
FC Bayern Munich 0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스코어.
박빙의 대결을 펼칠 거라던 전문가들의 예측은 모두 틀렸다.
예측은 예측에 지나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은 패배를 받아들일 시간이었다.
정규 시간이 모두 끝나고.
추가 시간이 1분 주어지자 5만 명의 홈 팬들은 기립했다.
누가 선창하지 않았음에도 다 같이 발을 구르고 리듬에 맞춰 손뼉을 쳤다.
둥둥! 짝! 둥둥! 짝! 둥둥! 짝!
모두가 기다려온 시간이었다.
홈 팬들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He’s not from North Korea,
그는 노스 코리아가 아니라,
He’s from South Korea!
사우스 코리아에서 왔다네!
His name is Yoon! His name is Yoon!
그의 이름은 윤! 그의 이름은 윤!
The Boy Who Will Be the Best Player!
최고의 선수가 될 소년!
We love his passion, he’s Arsenal.
우리는 그의 열정을 사랑하네, 그는 아스날이네.
His name is Yoon! His name is Yoon!
그의 이름은 윤! 그의 이름은 윤!
You’ll never forget it!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야!
응원가가 끝나자 주심은 기다렸다는 듯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삐익! 삐익! 삐이익!
“우와아아아아아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2차전 결과는 홈 팀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홈 팬들과 선수들은 승자가 되어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하이버리 시즌 이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한 역사적인 날.
지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는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아스날은 많은 전문가와 팬들의 예측을 넘어서는 경기력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건 기적이 아니라 실력이었다.
실력이 있었기에 전통의 강자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함께 호흡하며 목소리를 높여준 홈 팬들에게 다가가 박수를 보내며 인사했다.
홈 팬들은 위건에게 지고 나서 들은 찬트가 매우 마음에 들었는지 그대로 차용해서 화답했다.
Arsenal beat Bayern!
We go to Wembley!
For the championship!
Arsenal beat Bayern!
We go to Wembley!
For the championship!
굉장히 부담스러운 찬트였으나 서하는 부담을 느끼지 못했다.
동료들도 그저 웃을 뿐 부담감 때문에 물러서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한 명 있었다.
프림퐁이 서하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말을 건넸다.
“윤, 빅이어 못 들면 정말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뭐가 문제야? 들면 되잖아.”
“어… 맞지. 들면 되지! 그까짓 거 한번 들어 보자고! 사실 단상 위에서 빅이어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는 게 내 소원이었거든!”
서하는 피식 웃으며 프림퐁의 뒤통수를 가볍게 때렸다.
제법 손맛이 나쁘지 않았다.
* * *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티켓을 따낸 아스날은 남은 리그 경기를 소화했다.
QPR 원정에서 3 대 0 승리, 뉴캐슬 원정에서 2 대 1로 승리를 거두며 아스날은 지난 시즌과 동일한 승점을 기록했다.
리그 마지막 라운드 위건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리그 최다 승점 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는 상황.
물론 아스날은 무승부를 원하지 않았다. 복수를 원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생각해서 선수들 체력을 관리해 줘야 한다?
선수들은 관리를 원하지 않았다.
복수를 원했다. 트레블을 망친 주범에게 복수를 원했다.
다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 대 0으로 누르고 FA컵을 우승한 점은 죄를 덜어 줄 만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시즌을 무관으로 끝낸 팀이었으니까.
“강등권으로만 떨어지지 않도록 패주면 죄를 뉘우치지 않을까?”
옆에서 서하의 중얼거림을 들은 로이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말은즉, 강등권 코앞까지 떨어뜨려주겠다는 말로 들렸으니까.
실제로 위건은 승점과 득실로 강등권 팀들보다 조금 앞서 있었다.
강등 경쟁에서 우위에 있던 터라 서하의 말을 실천하려면 10골을 넣어야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강등보다 더 잔혹한 형벌이었다.
‘희망’이라는 고문은 정신적은 고통을 수반하니까.
“윤, 혹시 악마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
로이스의 말에 서하는 피식 웃으고는 마저 축구화를 신었다.
선수들이 하나둘씩 준비를 마치자 벵거 감독은 환한 미소로 입을 열었다.
“이번 시즌 마지막 홈경기니 언제나 그렇듯 최선을 다해 뛰어 주길 바라네.”
“알겠습니다!”
필드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은 우렁찬 함성으로 환영하는 홈 팬들의 응원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시즌 마지막 홈경기라 그런지 관중석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가득 찼다.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자 홈 팬들은 목소리를 높여 호응했다.
동료들이 모두 호명되고 마지막으로 서하 차례가 되자 장내 아나운서는 보다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The Korean boy! The future of Arsenal! The devil’s talent everyone recognized! His name is, Seo-ha Yoon!
“우와아아아아아아!”
“윤! 윤! 윤! 윤! 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서하의 이름을 연호하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서하는 홈 팬들의 성원에 박수로 보답하며 차분한 얼굴로 자리에 섰다.
프림퐁이 부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질투심을 느끼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오히려 떨어지지 않도록 꽉 붙잡고 끝까지 늘어져야 했다.
조금만 방심해도 자신의 자리는 금세 다른 선수로 대체될 테니까.
서하는 위건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며 반가운 얼굴들은 포옹으로 친분을 알렸다.
미야이치 료는 제발 살살 해 달라고 부탁해 왔고, 세르주 그나브리는 아스날을 이기겠다는 만용을 부리다가 동료들의 눈총을 샀다.
두 사람이 어떤 말을 했든 서하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12/13시즌 프리미어 리그 마지막 경기가 펼쳐졌다.
* * *
서하는 뜨거운 환영 인사에 여유로운 미소와 손짓으로 화답하며 마이크 앞에 섰다.
“윤! 프리미어 리그 마지막 경기를 7 대 0 대승으로 장식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해 팬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다음에는 더 많은 골로 보답하겠습니다. 약속할게요.”
“오우! 위건 선수들과 팬들이 듣는다면 화들짝 놀라겠는데요? 윤! 이런 자신감의 원천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실력이죠. 아스날이 강한 팀이라는 사실은 이미 경기를 통해 증명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경기를 통해 호흡을 맞추고 갈등을 겪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보며 달려왔기에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팬들의 응원도 빠질 수 없죠.”
“아스날은 오늘 승리를 가져감에 따라 프리미어 리그 최다 승점 기록을 제 손으로 갈아 치웠는데요. 기분이 어떤가요?”
“사실 기록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는데 며칠 전에 수석 코치님께서 알려 주더라고요. 그때 알게 됐죠. 기분이 좋긴 한데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앞에 두고 있어서 그런지 감흥은 없네요.”
“오늘 후반전 75분에 교체돼서 아쉽게 해트트릭을 기록하지 못했죠.”
“네, 맞습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체력 안배 차원에서 불러들였다고 하는데 불만은 없었나요?”
서하는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불만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죠. 하지만 저는 감독님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비하면 오늘 경기는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고,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시기죠. 하지만 다음에도 해트트릭 하기 전에 교체된다면 조금은 불만을 품을지도 모르겠네요.”
“보스가 들으면 화들짝 놀라겠네요! 앞으로 조심하셔야겠어요!”
“하하하! 농담입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이 있듯 저는 아스날을 정말 사랑합니다. 아스날이 위대해질 수 있다면 해트트릭 정도는 포기할 수 있죠.”
“자부심이 정말 대단하네요! 그럼 이제 챔피언스 리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바르셀로나가 결승전에 올라갈 줄 알고 예상하셨나요?”
“대진이 완성되었을 때부터 예상했습니다. 도르트문트는 훌륭한 팀이지만, 바르셀로나의 막강한 화력을 감당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작년에 이어 리오넬 메시와 두 번째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작년에 만났을 때는 흥분해서 제 플레이가 나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한 명이 퇴장당하기도 했고 또 제가 수비적인 역할을 맡았던 터라 제대로 보여 줄 기회가 없었죠. 그래서 결승전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
“바르셀로나의 감독, 티토 빌라노바 감독이 윤을 핵심 선수로 지목하며 반드시 봉쇄하겠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서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많은 감독들이 자신 있게 말했지만, 성공한 감독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이번에도 그럴 겁니다.”
“며칠 전 인터뷰에서 리오넬 메시가 윤은 최고의 선수라며 높게 평가했는데 윤은 리오넬 메시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리오넬 메시는 제 우상이죠.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