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9)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9화(18/201)
19화 독일 트레이닝캠프
독일 쾰른 트레이닝캠프.
아스날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벵거는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공을 주고 움직이라는 손짓을 보냈다.
신입생들은 새로운 축구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악착같이 움직였다.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테니까.
“주고! 움직이고! 그렇지! 그렇게 움직이면 되는 거야!”
“압박해! 압박! 좋아! 굿!”
코치들은 선수들을 칭찬하며 열정이라는 기름을 퍼부었다.
이에 선수들은 화답이라도 하듯 피치를 끌어올렸다.
“가만히 서 있지 말고 공간을 찾아들어가!”
오랫동안 아스날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공간을 찾아 뛰어 들어갔다.
방해물을 지나 반대편에서 낮게 깔려오는 공을 받고 그대로 슈팅을 가져갔다.
발등에 제대로 걸린 슈팅이 상단을 완벽하게 파고들었다.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
예술적인 왼발 슛을 보여준 반 페르시의 작품이었다.
“좋은 슈팅이었어!”
베테랑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 이에 질세라 유스 아카데미에서 축구 철학을 배워온 어린 선수들도 완벽하게 지시를 이행했다.
시작은 서하였다.
“윤!”
서하는 알렉스 송에게 패스했다.
발에서 공이 떠나자마자 몸이 앞으로 움직였다.
촘촘한 칸막이를 빠르게 지나자 송이 보낸 공이 도착했다.
서하는 오른발이 아닌 왼발로 공을 앞으로 살짝 툭 찬다.
원 터치로 방향을 돌려세웠다.
원하는 지점에서 속도가 죽었다.
오랜만에 공의 회전 횟수가 보이자 서하의 입꼬리는 씰룩였다.
‘나쁘지 않네.’
회귀 첫날과 다르게 감각이 바짝 날이 서 있었다.
물론 전성기보단 조금 모자랐다.
서하는 반대편에 있던 램지를 향해 네 번째 발가락과 새끼발가락의 힘을 사용해 공을 보냈다.
공의 궤적이 부메랑처럼 휘었다.
“미친놈!”
램지의 입에서 감탄이 섞인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일련의 동작들이 너무나도 간결하고 빨랐다.
램지는 속으로 혀를 차며 칸막이 끝에 도착했다.
서하가 보낸 공이 자기 발 앞에 툭 떨어지고 가져가 대자 착 달라붙는 느낌에 화들짝 놀랐다.
가장 좋아하는 부위에 닿자 완벽하게 볼 터치가 이어졌으니까.
“램지! 뭐해! 움직여!”
코치의 외침에 램지는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이동한 프림퐁에게 공을 보냈다.
프림퐁은 발이 꼬여 램지의 패스를 헛발질로 날려버렸다.
평소라면 프림퐁을 놀려먹었겠지만, 선수들은 램지의 완벽한 터치에 시선이 가 있었다.
“방금 뭐였어?”
“내가 잘못 본 건가?”
소위 긁히는 날에도 볼 터치가 좋지 않은 램지였다.
좋은 침투를 가져가도 불안한 터치로 기회를 날린 전적이 많았다.
그래서 약점을 보완하려고 퍼스트 터치만 수도 없이 연습했다.
하지만 자신감이 떨어졌는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터치가 좋아졌다?
노력이 빛을 발한 걸까?
아니, 그건 아닐 거다.
그렇다면 원인은 역시.
램지는 서하를 슬쩍 바라봤다.
“…”
뭐가 좋은지 만족스러운 미소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며 다음 세션으로 향하고 있었다.
램지는 고개를 저었다.
고작 한 번이었다.
“우연이겠지.”
다음 세션에 도착한 서하는 하얀색 선 앞에 섰다.
앞에는 붉은색 고깔이 일정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단거리 전력 질주를 세 번에 나눠 하는 세션이었다.
서하는 가볍게 다리 근육을 풀고 달렸다.
첫 번째 고깔을 지나 두 번째, 세 번째까지 완수하자 기록을 체크한 코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윤! 오늘 컨디션이 정말 좋은데?”
“감사합니다.”
서하는 아이스박스에서 물병을 집어 들고 가볍게 목을 축였다.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엄살을 피우거나 불성실하게 임하는 선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적 협상 중인 파브레가스도 그동안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 온 나스리도 팀에 녹아들어 있었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주어지자 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좋은 현상이야.”
“뭐가?”
프림퐁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다.
서하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아이스박스에서 물병을 꺼내 건넸다.
“땡큐! 하아. 이제야 살 것 같다.”
“힘들어?”
“힘들어도 참아야지.”
모처럼 맞는 말을 하는 프림퐁.
서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뭐야 갑자기. 소름 돋게.”
“실전에서는 헛발질 하지 말라고 등 두드려주는 거야.”
“윤! 프림퐁!”
코치의 부름에 프림퐁은 화를 내지 못하고 서하의 옆구리를 강하게 치고 도망쳤다.
거리가 멀어지자 프림퐁은 얼굴을 돌리고 혓바닥을 쭉 내밀었다.
서하는 피식 웃었다.
한 대 맞긴 했는데 딱히 아프거나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서하가 마지막으로 도착하자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5대5로 공수를 나눠서 플레이할 테니 2팀은 조끼 입어.”
서하는 조끼를 입었고 프림퐁은 조끼를 입지 않았다.
서하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어떻게 하면 친구가 더 좋은 선수가 될지 고민했다.
생각보다 결론은 쉽게 나왔다.
바로 수비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억제하는 능력이었다.
리저브 팀에서는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프림퐁이었다.
하지만 1군에서 통할까?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프림퐁은 아직 많이 부족했다.
‘그리고 너무 태평하지.’
친한 친구로서 가르쳐줘야 했다.
방식은 시간이 없으니 과격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독기를 품을 수 있도록.
“다 널 위해서야.”
옆에서 조끼를 입던 미야이치 료가 흠칫 놀라곤 살짝 떨어졌다.
서하는 진한 미소를 숨기고는 거리를 벌린 료에게 물었다.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야.”
“다들 준비 됐지? 조끼를 입은 쪽을 공략하는 거야! 제한 시간은 5분! 5분 안에 득점하지 못하면 공수 교대야!”
서하는 중앙에 자리 잡았다.
마침 프림퐁도 중앙이었다.
가르침을 주기 딱 좋았다.
1 팀은 알렉스 송과 반 페르시를 중심으로 공략에 나섰다.
반면 2 팀은 베르마엘렌과 코시엘니를 중심으로 1 팀을 강하게 압박했다.
알렉스 송은 좁은 공간에서 동료들과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으며 압박을 풀어나가려 했다.
“뭐해! 압박해! 물러서지 마!”
베르마엘렌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을 막아내긴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구멍이 있었으니.
바로 엠마뉘엘 프림퐁이었다.
“프림퐁!”
알렉스 송이 빈 공간에 있던 프림퐁에게 패스했다.
이를 노리고 있던 서하는 득달처럼 달려들어 프림퐁을 막아섰다.
“어딜 가려고.”
나아갈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절묘한 위치에서 길을 차단했다.
동료들은 압박 받는 상황.
서하를 뚫거나 동료들이 압박을 풀고 나올 때까지 지켜야 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응? 크윽!”
프림퐁은 어깨를 밀고 들어온 서하에게 몸싸움에서 밀리며 밸런스가 깨지고 말았다.
서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코치의 눈이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옆구리를 꼬집어줬다.
“아악!”
비명과 함께 공을 완벽하게 탈취해낸 서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괜찮아?”
“쪼잔한 자식!”
“다 널 위한 거야.”
“뭐라는 거야.”
프림퐁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하를 노려봤다.
서하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이후에도 서하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을 전수해주었다.
프림퐁은 포기하지 않고 맞섰지만, 서하를 넘지 못했다.
결국 1 팀의 실패로 끝나자 프림퐁은 항복을 선언했다.
“프림퐁.”
“왜.”
얼굴부터 목소리까지.
삐진 티가 확연히 드러났다.
서하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져서 분하지?”
“…”
“날 이기고 싶으면 마음을 독하게 먹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제압할 줄 알아야 해.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어.”
프림퐁은 서하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표정을 풀었다.
“하아…넌 진짜 대단한 놈이다.”
“내가 좀 그렇긴 해.”
“좋아! 무슨 말인지 알겠으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수비만큼은 자신 있거든!”
“기대할게.”
각오와 다르게 결과는 참혹했다.
서하는 온갖 기술을 활용해 프림퐁을 가루로 만들었다.
***
독일에 온 지도 이틀이 지났다.
강도 높은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선수들은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고된 훈련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주지만, 부상이라는 암초에 무척 취약했다.
[시오 월콧, 훈련 도중 발목 부상. 복귀 시점 미정.] [아부 디아비, 또다시 수술에 들어가. 아르센 벵거,‘수술 후 복귀하는데 10주 걸릴 듯’] [파브레가스, 미약한 통증을 느껴 며칠 동안 훈련에서 제외될 것.] [카를로스 벨라, 훈련 도중 정강이를 다쳐. 경과를 지켜보고 런던으로 복귀할지 결정할 듯.]FC hospital이라는 별명답게 프리시즌부터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선수들의 부상 소식을 접한 팬들은 허탈해 했다.
또 시작이네. 지긋지긋하다.
└아부 디아비는 또 언제 다친 거야? 저번에 복귀했다면서.
└휴가 복귀하고 다쳤대. 재활 훈련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이번에는 수술하겠다고 함.
└돌아버리겠네.
로시츠키는 건강하대?
└아직까지 부상 소식이 없는 걸로 봐선 괜찮은 듯.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잘 뛰다가 갑자기 부상당하겠지.
이 정도면 보스의 훈련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훈련도 훈련인데 의료진들부터 갈아치워야 해!
└맞아! 얘들 실력 형편없음!
코치진은 부상자들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훈련 강도를 낮췄다.
한 차례의 전술 미팅과 활성화 훈련 위주로 세션을 바꿔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틀 후에 있을 쾰른 원정 경기가 첫 번째 프리시즌 경기인 만큼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만 했으니까.
“음.”
서하는 침대에 누워 분석관이 준 전술 자료를 읽었다.
쾰른 선수들과 지난 시즌에 사용했던 전술들이 담겨 있었다.
“구닥다리네.”
처음에는 흥미가 동했다.
지난 회 차에서는 프리 시즌에 참가하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읽다 보니 영 맛이 별로라 흥미가 싹 사라졌다.
정보는 둘째 치고 중요한 전술 분석은 두루뭉술하게 적혀 있었다.
딱 봐도 대충 만들었다.
쾰른을 무시했다기보다는 분석팀에서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
“저번 회 차에서도 그러더니.”
목에 칼이 들어와야 일을 하려나.
서하는 쓰레기통에 버릴까 고민하던 중 문이 벌컥 열렸다.
룸메이트인 프림퐁이었다.
“윤! 뭐해?”
“뭐하긴 전술 자료 읽고 있지.”
“와…천재가 노력까지 하면 나 같은 평범한 놈들은 어떻게 따라잡으라는 거냐?”
“잘.”
서하는 전술 자료를 나무 테이블로 던졌다.
허공을 날아 테이블 위를 달리던 종이 뭉치들은 아슬아슬하게 끝에 걸리며 구사일생했다.
“아 참!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이번 원정 경기에서 신입생들과 유망주들을 내보낼지도 모른대!”
“누가 그래?”
프림퐁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소문의 출처를 밝혔다.
“당연히 내 머릿속이지!”
“…”
서하는 한심한 얼굴로 바라봤다.
역시 프림퐁과 말을 섞으면 시간만 낭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