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95)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95화(194/201)
195화 우천 경기
뿌우우우우우!
“오오오오! 오오오오오!”
시작 전부터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펼쳐졌다.
마치 원정 경기에 온 듯한 분위기였으나 한국 선수들은 내색하지 않고 몸을 풀며 자리에 섰다.
국가 행사가 끝나고 서하는 동료들과 함께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악수를 나눴다.
리오넬 메시를 본 서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리오, 좋은 경기 펼치자.”
“그래.”
가볍게 포옹을 나누고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바라봤다.
PSG의 에세키엘 라베시, 맨체스터 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
리오넬 메시를 보좌할 선발 공격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엔소 페레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루카스 비글리아.
마르코스 로호, 에세키엘 가라이, 마르틴 데미첼리스, 파블로 사발레타, 세르히오 로메로까지.
공격진을 제외하면 16강전에서 나온 멤버들이 그대로 나왔다.
체력적인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도 총력전으로 나왔다는 건 한국을 그만큼 경계한다는 뜻이었다.
“방심해 줘도 좋을 텐데.”
서하는 부질없는 말을 내뱉으며 자리를 잡았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전반전이 시작됐다.
“우와아아아아아!”
경기 초반은 예상대로 아르헨티나가 일방적으로 두들겼다.
이에 맞서 한국은 서하와 한건우를 중심으로 블록을 쌓고 간격을 좁혀 수비에 집중했다.
풀백과 윙어들도 사이드를 비워두되 중앙으로 들어와 공간을 최대한 틀어막았다.
이중 서하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메시였다.
메시가 중앙에서 영향력을 펼치지 못하도록 거칠게 압박했다.
“사람 잡아! 오른쪽으로 돌아가잖아! 좋아! 나이스!”
한건우는 깔끔한 태클로 메시를 무너뜨리며 공을 빼앗았다.
아쉽게도 주심이 휘슬을 불어 반칙이 선언되었지만, 서하는 한건우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동료들의 위치를 빠르게 잡아 줬다.
자신감을 얻은 한건우는 계속해서 메시의 공격 작업을 교묘하게 끊어 냈다.
“오! 나이스 태클!”
“형! 방금 태클 좋았어요!”
“왜 이렇게 잘해!”
한건우는 동료들의 칭찬에 씩 웃고는 재빨리 자리로 돌아갔다.
12/13시즌 J리그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로 보여 주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한 한건우는 부상을 당한 기선우를 대신해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비록 세트 피스를 내주긴 했지만, 그리 위험한 위치는 아니었다.
삐익!
모처럼 얻어낸 프리킥, 발목에 실은 힘이 좀 강했는지 관중석으로 멀리 날아갔다.
“좋아! 쟤들 템포에 따라갈 필요 없어! 안전하게 하자!”
한국은 급하지 않았다.
천천히 볼을 돌리며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압박을 견뎌냈다.
“양 사이드로 벌려 줘!”
서하는 센터백들이 원활하게 빌드 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센터백 사이로 들어와 플레이했다.
김영원의 패스를 받자마자 메시가 달라붙자 부드럽게 한 바퀴 돌아 나왔다.
메시는 서하의 유니폼을 잡아당겼으나 아귀는 억세지 않았다.
가볍게 뿌리치며 왼쪽 사이드로 벌려준 김영원에게 돌려줬다.
“천천히! 무리해서 패스하지 말고 어려우면 돌려줘!”
서하의 외침을 들은 김영원은 아구에로에게 압박받기 전에 윤석형에게 패스했다.
윤석형은 볼을 끌지 않고 중앙으로 패스해 압박에서 벗어났다.
볼을 받은 한건우가 앞으로 나온 서하에게 빠르게 공을 굴려 줬다.
서하는 메시를 슬쩍 보더니 공을 잡지 않고 반대편으로 흘렸다.
어느새 장연수가 전진해 서하가 흘려 준 공을 받아 빈 공간으로 몰고 올라갔다.
“오우우우우!”
한국의 서하의 탈압박에 이은 빠른 연계 플레이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확실히 빌드 업에 강점이 있는 장연수가 알아서 해 주자 서하가 받는 압박감이 줄어들었다.
장연수는 오른쪽 사이드로 벌려 주고 다시 자기 자리를 잡았다.
서하와 공을 주고받으며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끌어들인 후 단숨에 김장수에게 넘겨줬다.
툭!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로 볼을 컨트롤한 김장수는 터치라인을 타고 순식간에 중앙선을 넘어 아르헨티나 진형으로 달렸다.
“형! 자신감 있게 해도 돼!”
서하의 외침에 가속 페달을 밟은 듯 거침없이 질주했다.
도르트문트로 이적해 높은 무대를 경험한 덕분인지 한층 스텝 업 한 기량을 보여 주며 아르헨티나 진형을 휘저었다.
“주고 앞으로 뛰어!”
윙어인 이건호가 중앙으로 들어와 길을 열어 주면서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김장수는 힐끗 본 후 자신의 앞을 가로 막은 마르코스 로호를 두고도 멈추지 않았다.
좀 더 확실한 타이밍에 볼을 주고 달리기 위해 로호를 끌어들였다.
파이터형 센터백답게 로호는 그새를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김장수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둘러싸인 이건호에게 주지 않고 뒤로 공을 보냈다.
로호의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로호가 상황을 파악하고 김장수를 잡으려고 했지만, 공을 받은 서하는 절묘한 오른발 아웃 프런트 킥으로 로호의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툭!
김장수는 악착같이 달려가 공을 잡고 즉시 니어 포스트로 바짝 붙여 줬다.
조용히 라인을 타던 박재영이 에세키엘 가라이의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왔다.
공을 잡으려고 나오려던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 소리쳤다.
“막아!”
하지만 느린 발을 가진 가라이는 먼저 출발한 박재영을 잡을 수 없었다.
박재영은 프리한 상황에서 왼발로 방향만 살짝 꺾어 공을 파 포스트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니어 포스트로 올 줄 알고 미리 자리를 잡아 둔 로메로가 순간적으로 역동작에 걸렸다.
하지만 로메로는 오른팔로 간신히 슈팅을 쳐 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 냈다.
뒤늦게 달려온 데미첼리스가 손호민을 밀어내고 멀리 걷어 냈다.
“오우우우우우우!”
아르헨티나 관중석에서 안심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멋진 선방을 펼친 로메로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박재영은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첫 번째 유효 슈팅이 한국에서 나오자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 하늘도 흐려졌다.
온통 하얀색과 하늘색으로 물들었던 관중석에 짙은 그림자가 뒤덮이자 하늘에서 물이 떨어졌다.
쏴아아아아!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음에도 주심은 경기를 중단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우천 경기에도 양 팀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대신 플레이 방향성이 달라졌다.
필드에 물이 들어차자 짧은 패스가 아닌 공간으로 길게 때리는 시도가 부쩍 늘었다.
괜히 짧게 패스했다가 공이 중간에서 멈추는 순간 바로 역습 전개가 이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하는 이 점을 동료들에게 열심히 주입했다.
‘지난번에는 경기가 끝날 때쯤 비가 쏟아졌는데 이번에는 전반전부터 올 줄이야.’
그래도 가시거리는 괜찮았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다 보였다.
똑같은 악조건이라면 전력이 약한 팀이 좀 더 유리한 조건이었다.
물론 남미 선수들이 이런 환경에 더 익숙했기에 들뜨지 않고 인내심을 갖춰야 했다.
여전히 공격의 주도권은 아르헨티나에게 있었으니까.
아르헨티나는 무리해서 공을 전진시키지 않았다.
한국도 강한 전방 압박보다는 지키는 수비로 다시 돌아왔다.
이런 악조건에서는 반드시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아르헨티나라 해도 공이 갑자기 멈추는 걸 다시 굴러가게 할 능력은 없었다.
서하와 장연수는 동료들의 수비 위치를 계속해서 잡아 줬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비좁은 공간으로 들어가서 공격할 마음이 없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데다 공을 제대로 컨트롤하기 어려웠던 터라 지금은 조금씩 전진하며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편이 나았다.
금방 지나갈 것 같았던 비는 10분이 지나도록 그치지 않았다.
전반전도 33분이 지나가고 관중석은 비닐우산으로 뒤덮였다.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동료들과 소통하기에는 좋았으나 빗소리가 굉장히 거슬렸다.
서하는 계속해서 사이드로 공을 보내 찔러 보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비가 그칠 생각이 없네.”
사이드에서 공격을 전개하고 싶어도 여기저기에 빗물이 고여 있어 컨트롤이 쉽지 않았다.
물이 빠지는 속도보다 고이는 속도가 워낙 빨랐으니까.
이대로라면 전반전은 양 팀 다 소득 없이 끝날 확률이 높았다.
“나쁘지는 않아.”
전력이 열세인 한국은 전반전을 0대0으로 마친다면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었다.
자연으로 메시를 봉쇄하고 아르헨티나의 공격성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이었으니까.
하지만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
남미 특유의 현란한 퍼포먼스가 나오지 못한다고 해도 아르헨티나에는 리오넬 메시가 있었다.
메시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의심해야 했다.
“집중해! 쟤들이 갑자기 치고 들어올 수 있어!”
서하의 외침에 동료들은 바짝 정신을 차린 얼굴로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위치를 수시로 체크했다.
특히 한건우는 메시를 맨 마킹하다시피 하며 공에서 멀리 떨어지게 만들었다.
메시가 볼을 터치할 기회가 사라지자 아르헨티나의 공격성이 급감했다.
윙어로 나온 아구에로와 라베시가 압박을 풀어 보려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효과가 없었다.
초호화 공격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색무취로 지워졌다.
“우리도 공격 전개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야.”
부진한 공격진과 달리 아르헨티나의 중원과 포백은 달랐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필두로 루카스 비글리아와 엔소 페레스가 버티는 중원이 매우 탄탄했고 뒤를 받쳐주는 포백 라인도 별다른 약점이 없었다.
센터백들이 발이 느리다는 약점이 있었으나 강한 피지컬과 조직력으로 메꿨다.
한국의 주요 역습 루트로 알려진 손호민과 이건호가 오늘 경기에서 힘을 쓰지 못한 이유였다.
구재칠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열심히 뛰어다녔으나 팀에서 볼 터치 횟수가 가장 적을 정도로 완전히 먹혀 버렸으니까.
닮은 듯 닮지 않은 양 팀, 비가 내린 덕분에 더욱 닮아 보였다.
“후우.”
유니폼이 피부에 쫙 달라붙은 탓인지 몸이 약간 무거웠다.
서하는 자신의 발에 맞고 공이 나가자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쏴아!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가 가늘어 지고 있었다.
다행일까 아닐까.
전반전 남은 시간은 5분이었고 추가 시간은 1분이 주어졌다.
양쪽 모두 한 번에서 두 번의 공격 기회가 주어질 터.
위험을 무릎 쓰더라도 공격을 펼쳐야 할까?
“아니, 집중하자.”
서하는 볼을 가볍게 두드리며 스로인을 받으려던 라베시를 몸으로 밀어내고 헤딩으로 공을 따냈다.
흘러나온 공은 구재칠이 잡고 턴 동작으로 압박을 견뎌 냈다.
라베시가 억울한 얼굴로 넘어진 채로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그럴 시간에 일어나서 압박해야 했지만, 한국도 시간이 없었다.
구재칠의 고질적인 문제인 템포 죽이기가 나오자 서하가 사이드로 뛰며 강하게 소리쳤다.
“형! 공 넘겨!”
구재칠은 엔소 페레스의 압박을 견뎌 내고 서하에게 패스했다.
하지만 물기를 머금은 공은 서하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중간에서 멈춰 힘차게 회전했다.
서하는 즉시 몸을 돌렸으나 항의하던 라베시가 한 발 빨랐다.
라베시는 한국의 수비 뒷공간으로 길게 때리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멀리 나가지 못했다.
김영원이 메시를 누르고 헤딩으로 따내며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나이스 헤딩!”
“아직 안 끝났어! 사이드 봐!”
공이 터치라인 밖으로 굴러갔으나 바로 앞에서 멈췄다.
윤석형은 나갔다고 생각했으나 아구에로는 끝까지 달려가 다시 공을 가져왔다.
툭툭. 툭툭툭.
공을 몰아 윤석형을 압박하는 아구에로.
윤석형은 중앙을 가로 막았다.
그 순간 사발레타가 터치라인을 따라 미친 듯이 뛰었다.
윤석형이 인지하고 달라붙으려 했으나 가불기에 걸려 움직이지 못했다.
아구에로는 사발레타의 침투 타이밍에 맞춰 윤석형의 뒷공간으로 길게 때렸다.
김영원이 다급히 달려갔으나 가속도가 붙은 사발레타가 먼저 공을 차지했다.
사발레타는 잡지 않고 바로 크로스를 올렸다.
하지만 발목에 너무 힘이 들어갔는지 크로스 슈팅으로 변질되어 직접 골문으로 향했다.
골키퍼 장소룡은 안전하게 공을 잡으려고 했으나 애매하게 골대 위로 날아오자 손으로 걷어 내고자 점프를 뛰려 했다.
“어?”
정소룡이 빗물에 미끄러졌다.
탕!
사발레타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어 나왔다.
안도할 시간이 없었다.
한건우가 빠르게 달려와 공을 걷어 내려 했으나 그보다 더 먼저 달려간 선수가 있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리오넬 메시가 빗속을 뚫고 달려가 헤딩으로 밀어 넣었다.
한건우가 뒤늦게 등을 밀었으나 실점을 막을 수 없었다.
출렁!
한국의 골망이 흔들렸다.
답답했던 흐름을 한 번에 부숴 버리는 메시의 해결 본능.
빗속에 침묵했던 관중석에서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아!”
함성 소리를 들은 메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골문을 확인한 후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빗물에 몸을 맡겼다.
촤르르르륵!
동료들도 그를 따라 미끄러졌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선제 득점을 기뻐하며 메시를 연호했다.
선수들을 따라 관중들도 메시를 연호했다.
메시는 빗속에서도 뜨거운 성원을 보내 주는 팬들에게 박수와 환한 미소를 보냈다.
그 순간 미친 듯이 쏟아지던 비가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