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98)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98화(197/201)
198화 꿈을 현실로
[오늘 대한민국의 경기 운영은 굉장히 역동적입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적인 축구에 브라질 월드컵 돌풍이 주역! 웨일스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윤서하 선수의 본 포지션 복귀와 아르헨티나전에서 맹활약한 한건우 선수와 장연수 선수를 더블 볼란치로 세워 윤서하 선수의 수비 가담을 덜어 준 점이 오늘 경기의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죠. 전력이 약화된 웨일스를 확실하게 잡고 가겠다는 홍인수 감독의 의지가 보이네요.] [조 앨런이 윤서하를 압박하지만! 정교한 볼 컨트롤과 피지컬로 압박에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사이드에서 파고드는 진우원에게! 진우원! 한 번 접고! 두 번! 슈우우웃! 골! 골입니다! 대한민국의 선제 득점이! 전반전 28분에 나왔습니다!] [윤서하 선수의 환상적인 턴 동작에 이은 감각적인 스루 패스! 진우원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네요!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두 선수가 멋진 그림을 만들어 내네요!] [웨일스 선수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핵심 선수들이 빠진 웨일스는 산들바람에 불과하네요. 공세를 버텨 내기도 벅찹니다.] [정신적 지주였던 라이언 긱스의 부상, 아론 램지와 가레스 베일이 나오지 않는 웨일스는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거든요. 중원에서 조 앨런과 앤디 킹이 몸을 비틀어 가며 변수를 만들어 보려고 하지만 이 선수들로는 역부족이에요. 윤서하 선수를 마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거든요.]흐름이 좋았다.
생각보다 선제 득점이 늦은 감은 있었지만, 어쨌든 웨일스의 골망을 흔들었다는 점이 중요했다.
중심을 잡아 줄 선수가 없는 웨일스였기에 계속해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이를 노려야 했다.
실점 이후 웨일스는 차분하게 공을 주고받으며 한국의 흐름을 끊어 보려 했으나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서하가 아니었다.
서하는 동료들과 함께 강하게 전방 압박을 걸었다.
“전진하지 못하게 막아! 길목을 틀어 막으라고!”
“길게 걷어 내게 만들어! 나이스!”
한국의 전방 압박을 견디지 못한 웨일스는 롱 볼로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무의미한 롱패스는 김영원이 가볍게 헤딩으로 따냈다.
다시 공격권을 가져온 한국은 서하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받고 즉시 움직여! 가만히 있지 마! 계속 흔들어 줘야 해! 그렇지! 그렇게! 받고 주고!”
서하의 외침에 좌우 풀백들은 공을 받으면 뒤에서 멀뚱멀뚱 가만히 있지 않았다.
패스 앤 무브, 공을 주고 움직이며 끊임없이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를 썼다.
풀백뿐만 아니라 윙어와 미드필더들도 웨일스 진형에서 활발하게 돌아다녔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연스레 스위칭 플레이로 이어졌다.
윙어가 중앙으로 미드필더가 사이드로 빠져나가기도 했고 풀백이 최전방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동료들이 볼을 빠르게 처리하며 패스 앤 무브를 실천하는 동안 반대로 서하는 소유 시간을 늘렸다.
툭툭. 툭툭툭.
웨일스 선수들의 시선과 움직임을 자신에게도 당겨오면 빈공간으로 찾아 들어가는 동료들에게 슬쩍 찔러 줬다.
“막아!”
서하의 감각적인 힐 패스를 받은 김장수는 빠르게 좁혀 오는 압박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사이드로는 진우원이, 센터백 사이에는 박재영이 받을 준비를 끝냈다.
서로 공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살짝 욕심이 들었다.
앞에 있는 웨일스 선수를 제친다면 슈팅할 타이밍이 나왔으니까.
성공 확률은 반반.
하지만 김장수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자신의 강점은 왕성한 활동량과 활발한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 그리고 커버였다.
드리블은 그의 장기가 아니었다.
김장수는 욕심을 접고 진우원을 선택했지만, 박재영 앞으로 파고드는 서하와 눈이 마주쳤다.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툭.
무의식적으로 공을 굴렸다.
서하는 오른발로 공을 앞으로 살짝 차 놓고 옆으로 따라붙은 애슐리 윌리엄스를 슬쩍 바라봤다.
바짝 달라붙지 않고 거리를 유지한 채 슈팅 각도를 좁히는 수비 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괜히 박스 안에서 불필요한 반칙을 범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느껴졌다.
그렇기에 무너뜨려야 했다.
웨일스 수비의 핵심인 애슐리 윌리엄스의 멘탈을 무너뜨린다면 웨일스는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질 테니까.
서하는 재차 공을 잡고 잠시 멈춰 섰다.
애슐리 윌리엄스는 차분한 얼굴로 서하를 가로 막았다.
페널티 박스로 들어왔던 터라 골키퍼와 거리는 굉장히 가까웠다.
‘역시 빈틈이 없네.’
비집고 들어갈 수는 있지만, 영리한 애슐리 윌리엄스는 공격자 파울을 의도할 확률이 높았다.
서하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뒤에서 진우원이 공을 달라고 소리쳤다.
서하는 등을 돌리는 척 진우원에게 패스하려는 동작을 취하다가 순간적으로 직각으로 우회했다.
공이 발에 붙은 듯 부드럽게 움직이다가 애슐리 윌리엄스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갔다.
“……!”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 애슐리 윌리엄스는 자기도 모르게 서하의 유니폼을 잡아당겼다.
서하는 끝까지 저항하는 척하다가 애슐리 윌리엄스의 힘을 역으로 이용해 옆으로 넘어졌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며 달려왔다.
바로 페널티킥을 찍었다.
웨일스 선수들이 주심 주변으로 몰려들어 거칠게 항의했다.
박재영과 진우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동작을 연달아 선보이며 웨일스 선수들의 신경을 긁어 댔다.
점점 격해지는 경기장.
팬들도 야유와 함성을 쏟아 내며 주심에게 압박을 가했다.
오늘 경기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장면이었기에 양 팀 모두 사활을 걸었다.
주심은 양 팀 선수들을 진정시키며 반칙을 범한 애슐리 윌리엄스를 불러냈다.
멘탈이 살짝 나간 애슐리 윌리엄스가 주심에게 다가갔다.
주심은 그에게 옐로카드를 꺼냄과 동시에 페널티킥 판정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고개를 숙인 그에게 동료들이 다가와 위로를 건넸다.
“서하야, 네가 찰 거야?”
진우원이 욕심을 그득한 얼굴로 공을 꼭 끌어안자 서하는 피식 웃으며 강제로 빼앗았다.
“내가 만들었잖아.”
“아주 그냥 네가 다 해 먹어라!”
진우원은 궁시렁거리면서도 웃으면서 물러났다.
서하는 차분한 마음으로 페널티 박스에 들어와 공을 놓았다.
골대를 바라보니 웨일스의 골키퍼, 웨인 헤네시가 양 팔을 흔들거리며 서 있었다.
2m에 가까운 신장을 가진 헤네시는 큰 키치고는 굉장히 날렵한 반사 신경을 보유하고 있었다.
커버 범위도 넓어서 슈팅 방향을 읽힌다면 막힐 확률이 컸다.
그러니 완벽하게 속여야 했다.
방점을 찍기 위해, 서하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사방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우우우우우우!”
웨일스 팬들도 알고 있었다.
서하의 성공 여부에 따라 웨일스의 운명이 결정되리라는 걸.
헤네시는 서하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고개를 슬쩍 오른쪽으로 움직이자 왼발이 살짝 움직였다.
그 이상은 움직이지 않았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자 서하는 힘차게 달려와 오른쪽 골문 구석을 바라보며 발을 가져갔다.
웨인 헤네시가 방향을 읽고 미리 몸을 날리자 서하는 속도를 확 줄였다.
“……!”
적당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 그대로 가운데로 꽃혔다.
헤네시는 넘어진 채 골망이 흔들리는 장면을 볼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이 들고 일어섰다.
폭발적인 함성이 경기장을 뒤흔들자 웨일스 사람들은 절망적인 얼굴로 경기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따라잡아야 할 팀에게 이번 추가 골은 치명적이었으니까.
서하는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고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점프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결승전을 앞두고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경기장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았던 터라 무릎 슬라이딩을 펼쳤다가는 피부가 벗겨질 위험이 있었다.
이제 단 한 걸음뿐.
결승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4강 신화가 아닌 우승 신화를 쓸 수 있는 기회였다.
착착!
서하는 두 볼을 가볍게 때렸다.
이번 득점으로 웨일스를 넉다운시켰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 때까지 집중해야 했다.
결승전 진출 기쁨은 그때 가서 누려도 늦지 않았으니까.
* * *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 돌풍의 주역! 웨일스를 3대0으로 꺾고 사상 최초로 월드컵 결승전 진출!] [선배들이 이뤄 내지 못한 대기록을 쓴 홍인수호! 독일을 잡는다면 월드컵 우승의 꿈도 아니야.] [홍인수 감독,‘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 하지만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고 싶다.’ 내친김에 우승까지!]월드컵 결승전 진출이 현실이 되자 한국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결승전 상대가 독일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즐겼다.
유럽과 남미에서는 한국의 월드컵 결승 진출을 놀라워하면서도 냉정하게 바라봤다.
스쿼드 차이와 한국의 강한 조직력을 부술 수 있는 유일한 팀은 독일뿐이라며 월드컵 우승할 가능성을 낮게 바라봤다.
한국의 월드컵 결승전 진출을 예언하며 스타 오브 스타가 된 티에리 앙리도 이번만큼은 독일의 손을 들어 줬다.
“독일이 높은 확률로 우승할 겁니다. 윤은 제 절친한 친구지만, 한국과 독일의 전력 차이는 무척 크죠. 스페인과의 혈전으로 승부차기까지 갔지만, 하루 더 쉬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고 준결승전 경기장과 결승전 경기장 이동 거리가 멀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이 조금 더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이 보여 준 놀라운 성과는 박수 받아야 마땅합니다. 아시아의 희망이자 월드컵 역사를 다시 쓴 주인공이니까요. 하지만 독일에게는 기적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냉정하거든요.”
한국을 제외한 많은 사람이 독일의 우승을 점치고 있을 때 서하는 결승전 이틀을 앞두고 동료들을 한자리에 불렀다.
서하는 동료들의 얼굴을 천천히 살피며 첫 마디를 내뱉었다.
“나는 결승전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실망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야.”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하는 사이 손호민이 피식 웃으며 반박했다.
“와! 승부욕의 화신인 네가 그러겠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서하는 손호민의 말을 적당히 씹어 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월드컵 시작 전에 우승하겠다고 기자들 앞에서 선언했지만, 그건 단지 희망 사항이었어. 솔직히 우리 전력으로 월드컵 우승을 노린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 펠레나 마라도나가 있어도 못 해. 내 말이 틀려?”
“그건 맞지.”
“솔직히 여기까지 온 건 기적이야. 우리도 그건 알고 있다고.”
이번에는 서하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동감을 표했다.
이번 월드컵에 진출한 팀들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으니까.
실력보다는 운이 조금 더 따라 준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서하는 동료들의 시선을 받아 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당사자인 우리들도 공감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더더욱 공감할 거야. 한국의 기적은 여기까지라고.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은 독일이라고. 이변은 없다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겉으로는 승리를 외쳐도 속으로는 독일의 우승이 정배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만큼 독일은 강했다.
뚜렷한 약점이 없었다.
지금의 독일은 1년 전의 독일이 아니었다.
한국에게 패배한 이후 절치부심한 독일은 냉정해졌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방심하지 않고 존중했다.
스페인전에서 졸전을 펼쳤다지만, 독일은 스페인을 리스펙트했기 때문에 수비 전술을 고집했고 결국에는 결승전 진출을 이뤄냈다.
승리를 향한 집요함과 냉철한 판단, 지금의 독일을 있게 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서하는 이런 사실을 선수들에게 알려 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두려움에 갇혀 있는데 그걸 강화해 줘야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대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었다.
“나는 우리가 결승전까지 오는 동안 많은 축구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 줬다고 생각해. 이탈리아전과 알제리전에서는 다득점을, 벨기에전과 미국전에서는 공격적인 축구를, 아르헨티나전에서는 강팀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웨일스전에서는 주도권을 쥐고 때리는 모습을. 우리는 다채로운 색깔로 눈이 즐거운 경기를 보여 줬어. 결승전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았어. 오히려 맞서 싸웠지! 그러니 보여 주자, 우리가 해온 축구를. 그러니 결과는 신경 쓰지 마. 운에 맡겨! 우리는 그냥 무대를 즐기면 되는 거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손호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한마디로 대책 없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즐기라는 거고. 하지만 뭐, 마음에 들었어. 책임 없는 쾌락을 즐겨라. 그냥 좋잖아!”
“야, 그 말은 여기에서 쓰는 말이 아니잖아.”
기선우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옆에 있던 구재칠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어때. 뜻만 통하면 됐지!”
“독일에게 지는 게 뭐 대수라고. 그냥 운이 없는 거지.”
“이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 우린 우리의 축구를 하면 된다는 거잖아. 쉽네. 그런데 책임은 누가 져?”
“아마 감독님이?”
“와! 너 진짜 못됐다.”
“솔직히 우리가 우승 못 한다고 뭐라고 할 사람 있냐? 뭐, 찾아보면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그러니 서하 말대로 축제라고 생각하고 즐기면 돼.”
“그건 맞지.”
“원래 즐기는 자가 대단한 거야.”
“이게 맞는 건가.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한번 놀아 보자고!”
동료들이 웃고 떠들며 부담감을 훌훌 털어 내자 서하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딱 하나만 생각해. 결승전에서 우리의 축구를 보여 주면 된다는 걸. 그거면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