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2화(1/201)
2화 11-12시즌 여름
암전이 끝나고 밝은 빛과 함께 무한한 색채로 이뤄진 현실이 눈으로 들이닥쳤다.
서하는 눈을 두어 번 껌뻑였다.
익숙한 환경이 보였다.
푸른 잔디와 철근 골대 그리고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20살에서 21살 정도 되는 선수들이 대화를 나누며 잔디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서하는 멍하니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을 바라봤다.
“하얀색, 빨간색…”
자신이 가르쳤던 아이들은 푸른색과 검은색을 사용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저들보다 어렸고 전부 한국인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런데 저들의 외모에서 동양인의 얼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하는 눈을 비비고 다시 살폈다.
시간이 지나고 의식이 점점 돌아오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엠마누엘… 프림퐁?”
프림퐁을 본 서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와 같이 뛴 적은 많지 않았다.
반 시즌 정도 뛰어봤을 뿐이었다.
그의 얼굴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잭 윌셔와 함께 촉망받는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름이네.”
다만 아스날에서 몇 시즌 동안 활약한 윌셔와 달리 프림퐁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딱히 친한 편도 아니라서 다른 동료들과 달리 연락한 적이 없었다.
부상을 달고 살다가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어이! 꼬맹이!”
서하와 눈이 마주친 프림퐁이 실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자신감에 차 있는 얼굴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서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프림퐁은 피식 웃고는 다시 동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눴다.
서하는 슬쩍 주변을 살폈다.
“내 주변에 아무도 없네.”
유스 시절은 혼자가 익숙했다.
거듭된 월반으로 친구를 만들 기회가 없었으니까.
불같은 성격도 한몫했고 말이다.
서하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뭐지?”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과거로 돌아오는 꿈.
하지만 꿈이라기에는 잔디 냄새와 선수들의 땀 냄새가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신선하다고 해야 할까.
“꿈은 아니라는 건가.”
서하는 천천히 상황을 되짚었다.
오후 훈련이 끝나고 감독실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메일함을 정리하던 중 수상한 메일을 발견.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메시지를 클릭한 순간 하얀 빛이 쏟아지며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니 2011년 여름, 리저브 팀 합류 첫날이었다.
“정말 과거로 돌아온 건가?”
서하는 다가올 미래를 떠올렸다.
리저브에서 머문 시간은 적었다.
대략 4개월 정도 머물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량을 보여주자 벵거 감독은 서하를 1군으로 불러들였다.
서하는 최연소 출장 기록을 갈아치우며 데뷔전을 치렀다.
정말 센세이셔널한 데뷔전이었다.
데뷔전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감독과 팬들의 머릿속에 윤서하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승승장구할 줄 알았지.”
모두가 그럴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부상을 입기 전까지 서하는 유럽의 떠오르는 신성이었다.
사람들은 메시와 호날두의 자리를 위협할 선수라 평가하며 지단 이후에 계보가 끊긴 클래식한 플레이메이커의 등장을 무척 반겼다.
하지만 부상이 모든 걸 앗아갔다.
“짧은 전성기는 한 번으로 족해.”
이제는 오랫동안 필드를 누비고 싶었다.
십대에 프로 무대에 데뷔해 서른 후반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간 우상 리오넬 메시처럼.
끝없이 증명하고 팬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유리몸 기질을 예방해야 해.”
잔부상에 시달렸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과도한 경기 소화였다.
매 시즌 50경기를 뛰고 A매치를 비롯해 연령별 대표 팀 경기를 전부 뛰었다.
몸이 아파도 꾹 참고 뛰었으니 탈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그때는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저 뛰는 것이 즐거웠으니까.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했다.
“이번에는 클럽에 집중하자.”
서하는 대표 팀 차출을 거부하기로 했다.
연령별 대표 팀 차출은 독이었다.
FIFA가 차출을 강제하는 대회가 아니라면 구단과 선수가 차출을 거부할 수 있었다.
협회에서 여론을 들먹인다면 구단을 방패막이로 삼으면 된다.
“구단에서도 원치 않았으니 내 말을 따라줄 거야.”
그리고 두 번째, 미래가 창창한 선수들을 영입해야 했다.
아스날의 고질적인 문제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었다.
FC 병동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아스날은 유독 부상 선수들이 많았다.
그래서 뎁스가 약해 선수들이 갈려나갔고 다시 부상을 입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유망주에 불과한 서하는 구단의 영입 방침을 바꿀 수 없었다.
하지만
“아스날이 영입하려고 했던 선수들 중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았지. 그들을 영입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원활하게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을 거야.”
아스날이 강하면 강해질수록 서하가 짊어져야 할 짐은 줄어들고 부상 방지는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벵거 감독님도 선수를 갈고 싶어서 갈아버리는 것이 아니니까.
어느 정도 계획이 만들어지자 수석 코치가 서하를 불렀다.
“윤! 윤!”
“아, 네!”
서하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표정을 숨기고 코치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코치도 익숙했다.
머리가 홀라당 벗겨진 중년 남성.
이름이 스미스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윤, 오늘 청백전에 나설 거야.”
“아.”
“너무 부담 가지지 마. 네가 어리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감독님도 감안하고 보실 거야.”
“알겠습니다.”
“좋아! 간단하게 몸 풀고 이따가 경기 뛸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
알겠다고 대답한 서하는 부러움과 시기의 눈길로 바라보는 선수들을 애써 모른 척했다.
자체 청백전에 나간다는 말은 다가오는 2군 리그에 출전할 스쿼드에 포함된다는 뜻.
그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고작 15살 먹은 꼬맹이가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언짢을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자리를 뺏길 수도 있으니까.
‘이 당시 나는 축구 신동으로 소문나 있었지.’
겉보기에는 즐겁게 떠들고 웃고 있었지만, 여긴 야생이었다.
리저브 팀은 프로 무대에 올라가기 전 마지막으로 담금질하는 중요한 단계였다.
아카데미에서는 볼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이 가득했다.
서하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다 보여줄 필요는 없겠지?”
지난 회 차에서는 자체 청백전에서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여줬다.
홀로 10골에 관여하며 리저브 팀 선수들의 멘탈을 붕괴시켜버렸다.
그때 붙은 별명이 이블 지니어스.
꽤 많은 선수가 서하에게 벽을 느끼고 팀을 떠나기도 했다.
“동료들과 불화도 있었지.”
여러 요인들로 인해 1군 콜업이 빨라졌으니 어떻게 보면 행운이 따라준 셈이었다.
하지만 서하는 어린 선수들의 마음을 꺾고 싶지 않았다.
오랫동안 유망주들을 가르쳐왔던 터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생각들을 잘 알고 있었다.
딱 실력의 반만 보여주기로 했다.
“잡담 그만하고 다들 일어서.”
수석 코치의 지도하에 선수들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여전히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코치들이 단단히 일러뒀는지 인종차별 발언은 들리지 않았다.
최고의 선수가 된 이후에도 종종 듣던 터라 별 감흥이 없었다.
서하는 차분히 몸을 점검했다.
깨어나자마자 정신도 못 차리고 경기를 뛰게 되었지만, 생기가 넘치는 몸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최고의 상태네.”
몸이 아프지 않았다.
무릎도 쑤시지 않았고 다리를 신나게 움직여도 문제없었다.
은퇴하고 나서는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건강한 다리가 생기니 기뻐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여! 기분이 좋은가 보네?”
프림퐁이 슬쩍 말을 걸어왔다.
거부감이 없는 순박한 얼굴.
서하는 치기 어린 소년을 연기하며 프림퐁을 바라봤다.
“당연히 좋지!”
“흐흐흐. 그래, 한창 좋을 때지. 뭐, 네 소문은 많이 들었으니까 한 번 열심히 해 봐.”
프림퐁은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스트레칭에 집중했다.
서하는 다리를 번갈아가며 들어 올리며 프림퐁을 슬쩍 바라봤다.
생각해보니 프림퐁은 11-12시즌이 데뷔 시즌이었다.
1군 스쿼드에 포함될 거란 소식이 흘러나오는 중이었으니 한참 자신감에 차 있을 시기였다.
참고로 녀석은 한 시즌 반짝했다.
그 이후에는 잔부상으로 고생을 하다가 기량이 서서히 하락했다.
윌셔와 달리 프림퐁은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가 아니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였다.
그런 선수를 사자 우리에 던져 버렸으니 망가질 수밖에.
“데뷔를 막을까.”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남을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다가올 경기에 집중해야 했다.
스트레칭이 끝나고 코치들은 청백전에 출전할 선수들을 호명했다.
“윤! 엠마누엘 프림퐁!”
프림퐁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같이 뛴 경기가 적어서 어떤 선수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인 건 기억나는데
‘홀딩 미드필더였나.’
같이 뛰어보면 알겠지.
1군에 뛰었을 정도면 수준급 실력일 테니 호흡만 맞는다면 중원을 쓸어 담을 수 있겠지.
서하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어.’
시작부터 나댈 필요는 없었다.
적당히 살짝 눈에 띠는 정도.
이 정도만 해도 코칭스태프들은 알아봐줄 거다.
서하는 같은 팀이 된 선수들과 한데 모였다.
코치는 경기 시작 전에 팀원끼리 론도 훈련을 지시했다.
론도는 공 뺏기 훈련으로 사각형 안에서 수비수의 발에 걸리지 않게 서로 공을 주고받는 간단한 훈련이었다.
항상 시키는 입장이었는데 오랜만에 훈련을 받는 입장이 되니 기분이 묘해졌다.
공을 잡은 프림퐁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올렸다.
“시작할게.”
프림퐁은 가볍게 오른쪽으로 패스했다.
수비수 두 명이 빠르게 압박했다.
패스를 받은 선수는 당황하지 않고 공을 돌렸다.
아슬아슬하게 전달됐다.
서하는 공의 움직임과 수비수의 움직임을 잘 살피며 기다렸다.
다시 공을 잡은 프림퐁이 논스톱으로 수비수 사이를 통과하는 패스를 넣어줬다.
“윤!”
패스 속도는 빨랐다.
하지만 못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땅으로 깔려오는 쉬운 공이었다.
“이 정도는 기본…응?”
공은 발끝에 맞고 굴절되었다.
다행히 왼쪽에 있던 동료에게 전달되었지만, 서하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머리로 들어오는 정보와 몸의 움직임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우연이 아니었다.
‘계속 해보자.’
동료들은 계속해서 공을 돌렸다.
또다시 서하에게 공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수비하는 두 명이 강하게 압박해왔다.
서하는 공을 잡지 않고 방향을 틀어 빈 공간으로 보내려 오른발을 내밀었다.
“어?”
발을 내미는 속도가 조금 빨랐다.
발 안쪽이 아닌 바깥쪽을 맞았다.
아웃프런트킥으로 수비수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공.
비록 몸에 걸렸지만, 절묘한 아웃사이드 패스가 나오자 동료들은 웃으면서 한마디씩 던졌다.
“벌써 묘기를 부리는 거야?”
“대단한데? 역시 신동이야.”
“하지만 내 허벅지에 맞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 됐네?”
곧바로 견제가 들어온다.
서하는 대충 말을 받으면서도 속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자꾸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감각은 나쁘지 않은데 어딘가 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전체적으로 이상했다.
‘뭐지?’
의문을 품을 때가 아니었다.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수비를 할 때는 나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패스 길을 읽고 길목을 차단해 공을 멈춰 세웠다.
“오! 꽤 하는데?”
“칭찬 고마워.”
“열심히 해봐.”
프림퐁은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서하는 다시 사각형 밖으로 나와 팀원들과 공을 주고받았다.
처음보다 괜찮았다.
하지만 여전히 맞지 않았다.
공은 뺏기지 않는데 묘하게 무언가 어긋났다.
“왜 이러지?”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서하는 공을 받고 양발로 투 터치를 한 후 페인트 모션으로 수비수를 벗기고 패스했다.
수비수 가랑이 사이로 빠지는 절묘한 패스.
이번에는 타이밍이 맞았다.
“아.”
이제야 문제점이 발생한 이유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몸은 덜 여물었는데 생각은 부상에 시달리던 때처럼 하고 있었으니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었다.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서하는 양 볼을 가볍게 두드리며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과거로 돌아가야 해.’
부상을 입고 움츠렸던 시절이 아닌 화려했던 비상을.
그 시절을 떠올리며 서하는 다시 한 번 빠르게 왼쪽으로 보냈다.
이번에도 깔끔하지 못한 퍼스트 터치에 공이 튀어나와 수비수의 발에 걸리고 말았다.
서하는 머리를 긁적이며 수비수와 교체했다.
‘아직 갈 길이 머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즐겁게 공을 찰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이 행복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