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0)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20화(19/201)
20화 쾰른전(1)
2011년 8월 2일.
쾰른과의 친선 경기.
쾰른은 분데스리가에서 중하위권에 있는 팀으로 꽤 까다로웠다.
경기 이틀 전 팀 미팅이 열렸다.
아스날은 쾰른의 전술과 주요 선수들을 분석하고 대비하는데 집중했다.
서하는 전술 자료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쾰른에 루카스 포돌스키가 있었구나.”
루카스 포돌스키라.
오랜만에 들으니 정말 그리운 이름이었다.
내 안의 작은 아이라 말하며 팀을 떠난 반 페르시를 대신해 서하와 함께 팀을 이끌었던 에이스였다.
아스날의 12-13시즌 더블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린 호흡이 잘 맞았지.”
눈빛만 봐도 어디로 어떻게 움직일지 다 예측된다고 해야 할까.
전생에 부부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득점을 많이 합작했다.
재미있게도 호흡과 별개로 성격이 맞지 않아 어울리지 못했다.
사실 포돌스키뿐만아니라 동료들과 거리를 뒀지만 말이다.
서하는 예전 동료를 필드에서 만날 생각하자 기분이 묘했다.
“아스날에 오기 전에는 성격이 거지같다는 말은 들었는데.”
멘탈이 약해서 조금만 건드리면 폭발했다고 했던가.
로시츠키가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서 빨리 폴디 왕자님(Prinz Poldi)을 만나고 싶었다.
“겨울 이적 시장 때 오라고 바람 넣을까.”
11-12시즌에는 제대로 된 공격수가 반 페르시 하나뿐이었으니까.
오전 훈련을 가볍게 한 후 벵거는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벵거는 그 자리에서 선발 라인업을 발표했다.
“미묘하네.”
얻어 걸렸다고 해야 할까.
프림퐁의 말대로 벵거는 쾰른과의 친선 경기에서 영입생과 유망주를 섞어서 경기에 내보냈다.
포메이션은 4-2-3-1.
반 페르시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서고 레프트 윙에는 제르비뉴, 라이트 윙에는 미야이치 료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내가 선발?”
예상치 못한 출전에 미야이치 료가 멍청한 표정을 짓는다.
생각해보면 라이트 윙에 료 말고는 선수가 없었다.
주전 윙어인 시오 월콧은 부상.
카를로스 벨라도 부상.
그나마 뛸 수 있는 잭 윌셔는 장기 부상,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컨디션 저하.
쾰른전은 료에게 기회였다.
눈도장을 찍는다면 시오 월콧의 서브로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서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Just relax. okay?”
“Thank you. Yoon.”
서하는 쾰른 레프트 백이 어떤 성향인지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만 뒀다.
최근에야 조금씩 영어 단어들을 외우고 있었으니까.
프림퐁도 기운 내라며 료의 등을 강하게 치고는 따봉을 날렸다.
료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윤, 료가 잘할 수 있을까?”
“본인에게 달렸지.”
“뭔가 어렵다는 말을 돌려하는 느낌인데?”
서하는 반박하지 않았다.
현재 기량으로는 월콧의 반도 되지 않았다.
달리기가 빠르다는 것 하나로는 절대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다른 무기가 필요하지.’
그래도 기회를 얻었으니 잘 해주길 바랐다.
벵거는 세 사람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임무를 부여한 후 미드필더 선수들을 발표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아론 램지.
램지를 받쳐줄 볼란치에는 코클랭과 알렉스 송이 출전했다.
계속해서 포백은 키어런 깁스, 베르마엘렌, 로랑 코시엘니, 바카리 사냐.
골키퍼는 일찌감치 주전으로 낙점받은 슈체스니가 장갑을 꼈다.
서하와 프림퐁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벤치에 앉았다.
“예상했던 바야.”
부상으로 중원 자원들이 나올 수 없다 해도 서하의 위상은 낮았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했다.
내심 선발 라인업에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었다.
누구보다 빛나기 위해.
감독의 눈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훈련에 임했으니까.
그래도 아직 기회는 있었다.
“윤, 경기 시작됐어.”
“응.”
프림퐁의 옆에 앉은 서하는 붉은색과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을 바라봤다.
프리 시즌이고 쾰른 구단에서 표를 제한했는지 관중들은 적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경기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강렬하면서도 울림이 느껴졌다.
Ehrenfeld, Raderthal, Nippes, Poll, Esch, Pesch un Kalk
(이레펠트, 라더탈, 네페스, 폴, 에슈, 페슈 그리고 칼크)
Üvverall jitt et Fans vom FC Kölle
(어디에도 FC 쾰레 팬이 있다)
En Rio, en Rom, Jläbbisch, Prüm un Habbelrath
(리우에도, 로마에도, 이레비슈와 프륌 및 하버라트)
Üvverall jitt et Fans vum FC Kölle
(어디에도 FC 쾰레 팬이 있다)
“와! 엄청난데?”
프림퐁의 입에서 순수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러게.”
서하는 관중석에서 다시 필드를 바라봤다.
전반전부터 치열한 몸싸움으로 선수들 간에 충돌이 발생했다.
아스날이 생각보다 강하게 압박하자 쾰른도 이에 질세라 강하게 맞섰다.
친선경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다행히 심판이 거친 흐름을 끊으며 분위기는 소강상태가 되었다.
“료! 뭐해! 수비 가담 안 해?”
가까스로 상대의 역습을 막아낸 사냐가 고래고래 소리를 친다.
료는 거친 목소리를 듣고 자신에게 하는 소린 줄 눈치 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는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느린 압박, 위치 선정 실수.
오른쪽 풀백인 사냐는 그야말로 독박 축구였다.
“료가 정신을 못 차리네.”
“윤, 료가 우리를 보는데?”
길을 잃은 어린 양이 된 료는 패닉에 가까운 얼굴로 서하와 프림퐁을 바라봤다.
서하는 괜찮다며 긴장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사냐가 원하는 대로 뛰어다녔다.
“그렇지! 그렇게 하라고!”
“오케오케.”
“뭐라는 거야? 어쨌든 이렇게! 오케이?”
“오케오케.”
공격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수비 가담을 열심히 하자 사냐는 료를 칭찬했다.
칭찬은 기가 막히게 알아듣는 료.
뒷머리를 긁적였다.
프림퐁은 한심한 얼굴로 말했다.
“쟤, 윙포워드 맞아? 완전 윙백처럼 뛰는데? 15분 동안 크로스 한 번 올리는 걸 못 봤네.”
“처음이니까.”
“같은 아시아인이라고 료한테 너무 관대한 거 아니야?”
“그런가.”
대충 얼버무린 서하는 자신의 포지션에서 뛰는 램지를 바라봤다.
동 포지션으로 출전한 램지의 컨디션은 괜찮아 보였다.
여전히 투박한 퍼스트 터치로 공격 템포를 끊어먹고 있었지만, 경기장을 활발히 뛰어다니며 링커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어디에서 공격하든 램지가 보였고 모든 공격에 관여했다.
“컨디션이 좋네.”
홍길동처럼 서해 번쩍 동해 번쩍 나타나자 경기 초반 주도권은 아스날이 잡았다.
이후 아스날은 알렉스 송을 중심으로 볼을 천천히 돌리며 쾰른을 공략해나갔다.
이번 시즌 처음 꺼내드는 볼 점유율을 높이는 전술.
입에 단내가 나도록 훈련했다.
아직 미숙한 부분은 많았다.
오랜만에 경기에 뛰어서 그런지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고 기존 철학인 패스 앤 무브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램지와 송만이 돋보였다.
서하는 송의 플레이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보다 송의 패스의 질이 나쁘지 않았다.
분명 기억 속에는 피지컬은 좋지만, 수비가 약한 수비형 미드필더에 로빙 스루 패스 원툴이었는데.
“왜 조율을 잘 하지?”
창의적인 패스는 없었다.
롱 패스도 없었다.
하지만 동료들과 짧은 패스를 주고받다가 한 번에 찔러주는 패스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그걸 받아서 처리하는 로빈 반 페르시가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알렉스 송의 로빙 스루 패스가 날카롭다고 해야 할지.
서하를 헷갈리게 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득점 없이 전반전 38분이 흘렀다.
종횡무진 뛰어다닌 램지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팀의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서하는 램지의 플레이를 분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저 조합이 괜찮네.”
“무슨 조합? 중원?”
옆에서 입을 삐죽이며 경기를 보던 프림퐁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서하는 세 선수를 언급했다.
“응. 램지, 송, 코클랭.”
“우리 경쟁자들이네.”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인데 잘 돌아가고 있어.”
프림퐁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코클랭을 가리켰다.
“코클랭은 좀 불안하지 않아? 패스 미스도 좀 있잖아.”
“맞아. 수비는 나름 괜찮은데 패스가 불안정했지.”
“네가 봐도 그렇지?”
서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림퐁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램지와 알렉스 송이 제몫을 해주는 것과 달리 코클랭은 위치 선정도 별로고 공이 오면 처리하는데 바빴다.
딱 봐도 몸이 굳어 있었다.
프림퐁은 슬쩍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윤, 우리 뛸 수 있을까?”
“감독님의 의중에 달려 있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응, 나도 뛰고 싶다.”
“분명 뛸 수 있을 거야.”
4-2-3-1 포메이션으로 나왔지만, 지금 선수들 위치를 보면 4-3-3에 가까웠다.
램지가 위아래로 많이 뛰면서 빈 공간을 메꿔줬다.
왼쪽으로 많이 움직였다.
오른쪽은 료가 아래로 많이 내려오면서 공간이 났다.
그러자 전진성이 강한 송이 오히려 램지보다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송! 올라가지 마! 내려와!”
벵거는 송의 위치를 잡아줬다.
강하게 질책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송은 다시 전진성을 드러내며 포지션을 파괴시켰다.
그 자리를 코클랭 그리고 정신을 차린 료가 내려와서 메꿔줬다.
“료! 위로 올라가! 왜 자꾸 내려오는 거야! 송! 네 역할을 망각하지 마!”
벵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정도로 오른쪽이 참 엉망이었다.
미드필더인 송은 올라가서 내려오질 않고 료는 내려와서 메꾸고.
풀백인 사냐가 높이 올라가서 크로스하는 기이한 현상.
프림퐁은 수비가 좋으니 이참에 윙백으로 포지션을 바꾸면 어떠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프림퐁의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실제로 윙백으로 포변하지.’
독일 무대에서 꽤 잘 버텼다.
지금이라도 포지션을 변경한다면 자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부동의 라이트백인 사냐도 이번 시즌은 잔부상이 심해서 코클랭이 땜빵할 정도였으니까.
료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가능해보였다.
오랜만에 나온 반 페르시의 멋진 왼발 발리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자 심판은 휘슬을 불었다.
선수들이 통로로 들어가고 벤치에 앉은 선수들도 삼삼오오 모여 통로로 향했다.
“윤!”
수석 코치, 펫 라이스가 서하를 불렀다.
서하가 다가오자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동무를 했다.
“윤, 몸은 어때?”
“좋아요.”
“후반전에 램지를 대신해서 20분 정도 뛸 테니 준비해둬. 전술 자료는 코치에게 달라고 하고.”
“네!”
드디어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