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00)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200화(199/201)
200화 축제의 끝
로이스의 선제 득점 이후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은 채 전반전을 마친 한국은 빠르게 피드백에 들어갔다.
홍인수 감독은 먼저 중앙에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사이드를 지나치게 비워 둔 점을 언급했다.
“그러다 보니 독일이 양 사이드에서 너무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지. 후반전에는 간격을 조금 벌려서 사이드를 완전히 내주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해. 그러자면 재칠이가 좀 더 아래로 내려와서 중앙 커버를 맡아 주고 우원이도 좀 더 수비에 가담해서 장수가 일대일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도와줘야 해.”
“알겠습니다.”
지목된 선수들의 대답을 들은 홍인수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전반전은 우리가 너무 얻어맞아서 본실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고 생각해. 그러니 후반전은 좀 더 자신 있게! 겁먹지 않고 플레이한다면 멋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테니 힘들더라도 오늘 경기를 기대하는 국민들을 위해 끝까지 뛰자.”
“알겠습니다!”
“좋아! 이제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까지 합쳐서 48분 정도 남았어. 우리가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걸린 시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 그러니 힘들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마. 알겠지?”
“알겠습니다!”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월드컵 우승은 해 봐야죠!”
의욕이 넘치는 선수들.
어느새 우중충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밝은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잃어버렸던 흐름을 되찾자 덩달아 사라졌던 자신감도 돌아왔다.
홍인수 감독은 전반전과 달라진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물러났다.
분위기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이걸로는 조금 부족했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독일은 강하게 압박하면서 동시에 주도권을 쥐고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꾀하려고 할 테지. 그러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수비적인 운영? 아니었다.
독일은 한국이 빠른 역습 전개가 가능한 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이드를 집중적으로 패 윙어들이 역습에 나서지 못하도록, 나서더라도 낮은 위치에서 시작하도록 만들었다.
이 전략은 완벽하게 먹혀들고 한국은 힘을 쓰지 못하고 당했다.
그렇다면 한국이 선택할 길은 하나였다.
“감독님, 후반전에도 계속 맞불을 놓으면 어떨까요?”
“으음.”
서하의 의견에 홍인수 감독은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전 실점 원인이 맞불 작전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맞불을 놓지 않았다면 전반전을 실점하지 않고 끝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쉬움과 후회가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갔으나 홍인수 감독은 한국에게 남은 수가 얼마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부분 수정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선 수비 후 역습은 파훼당했고 계속 수비를 고집한다면 패배가 확실시되는 상황.
하지만 맞불은 달랐다.
변수가 생겨났다.
약팀에게 변수는 강팀에게 승리할 수 있는 필수 조건 중 하나였다.
이미 1실점을 한 상황, 지금 와서 2실점, 3실점해봤자 어차피 패배하는 건 똑같았다.
지더라도 보여 줘야 했다.
한국도 저력이 있는 팀이라는 걸.
홍인수 감독은 도박, 아니 운명을 걸었다.
“좋아. 한번 해 보자.”
두 사람은 의견을 교환한 후 빠르게 가다듬었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플레이로 메꾸면 그만이었다.
“감독님! 경기 시작 5분 전이에요! 이제 나가야 해요!”
“방금 알려 준 지시들을 머릿속으로 숙지하고! 경기가 끝나면 웃으면서 만나자!”
“알겠습니다!”
월드컵 우승이 걸린 후반전, 새로운 역사를 쓸 경기가 시작됐다.
독일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강하게 압박을 걸었다.
한국은 최대한 차분하게 패스를 주고받으며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쉽지 않았다.
장연수와 김영원은 빌드 업을 잘하고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 주는 한국 최고의 센터백이었지만, 독일의 강한 압박은 견디지 못했다.
김영원은 그나마 괜찮았다.
일찍이 유럽 무대로 진출한 김영원은 압박 축구에 익숙했고 새로운 무기인 롱 패스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트너인 장연수는 이런 고강도 압박을 받아 보지 못했다.
큰 실수는 나오지 않았으나 볼을 잡을 때마다 불안한 장면이 자주 나왔다.
“빠르게 볼 처리해!”
장연수는 허겁지겁 볼을 컨트롤해 간신히 사이드로 벌려 줬다.
김장수가 한 번 접고 서하에게. 서하는 오른쪽으로 치고 나가려는 모션으로 크로스를 속인 후 부드럽게 턴 동작으로 반대편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뮐러가 빠르게 압박하자 구재칠에게 주지 못하고 왼쪽 사이드로 벌려 줬다.
서하는 크라머에게 묶인 구재칠을 향해 강하게 소리쳤다.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여서 받아 줘!”
구재칠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지만 효율적이지 못했던 터라 여전히 한국은 독일에게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서하는 동료들을 격려하며 독일의 압박을 견뎌 내도록 계속해서 소리쳤다.
이번 턴만 버틴다면 한국의 흐름으로 충분히 가져올 수 있었다.
지금은 인내하고 기다릴 때였다.
진우원의 슈팅이 허공으로 뜨자 관중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거리도 멀고 제대로 맞지 않았던 터라 어림도 없었지만, 괜찮았다.
이번에는 독일의 공격이 공을 잡고 천천히 올라왔다.
사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한국 선수들은 공이 중앙선을 넘자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재영이형! 사이드로 밀어 줘!”
“좀 더 빨리! 좋아! 앞으로 못 가게 해! 나이스 커트! 거칠게 해도 돼! 깡으로 밀어붙여!”
한국은 전반전과 다르게 신사적으로 나가지 않았다.
악에 받친 플레이로 독일 선수들의 신경을 긁어 댔다.
주심의 성향이 몸싸움에 관대한 편이었기에 한국의 전략은 아주 잘 먹혀들었다.
플레이로 자신감을 되찾은 한국 선수들은 독일의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몇몇 선수는 이미 적응했는지 2대1 패스와 드리블을 시도해 압박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오른쪽으로 보내!”
서하의 외침에 김영원은 정확한 롱 패스로 진우원의 발 앞으로 떨궈 줬다.
진우원은 툭툭 치고 올라갔다.
앞을 가로 막은 회베데스를 보고 중앙으로 내줬다.
효율성은 제로였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던 구재칠이 드디어 한 건 해 주며 진우원과 함께 중앙선 돌파에 성공했다.
구재칠이 공을 터치하자마자 바로 사이드로 찔러 주자 진우원은 회베데스를 따돌리고 바로 공을 받아 터치라인을 타고 달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오랜만에 나온 시원한 돌파에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보냈다.
뒤늦게 커버를 나온 크라머가 진우원을 멈춰세우려 했지만, 진우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질주했다.
툭툭툭! 툭툭!
뉴캐슬에서 벌크업을 하고 볼 키핑 능력을 키운 진우원은 묵직한 드리블을 보여 줬다.
물러설 곳이 없던 크라머는 몸으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갑자기 사이드로 방향을 틀어 버린 진우원에게 배신감을 느낀 크라머는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쭉 뻗었다.
“아악!”
진우원은 크라머와 강하게 충돌한 후 발에 걸려 잔디를 뒹굴었다.
크라머도 진우원의 묵직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양 팀 선수가 일어서지 못하자 주심이 휘슬을 불며 달려왔다.
진우원은 발목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했고 크라머는 얼굴을 찡그리며 상체만 일으킨 채 복부를 만져 댔다.
주심은 벤치에 신호를 보내 의료진을 부른 후 크라머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크라머는 항의하지 않았다.
반칙으로 끊지 않았다면 사이드가 완전히 뚫렸을 테니까.
다만 위치가 좋지 않았다.
직선거리로 골문과 굉장히 가까웠으며 왼발잡이, 오른발잡이 모두 직접 때릴 수 있는 위치였다.
한국이 흐름을 타려고 발을 슬쩍 걸친 상태였기에 이번 세트피스에서 막고 다시 두들겨야 했다.
서하는 의료진의 치료를 받는 진우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형, 괜찮아?”
“괜찮아. 뛸 수 있어.”
진우원은 서하의 손을 잡고 일어나 왼발을 가볍게 움직였다.
다행히 이상은 없어 보였다.
진우원은 박스 안으로 들어가고 키커들이 모여들었다.
박재영이 욕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서하와 김영원에게 물었다.
“누가 찰까?”
서하는 김영원을 바라보며 키커를 양보했다.
“오늘 영원이 형 킥이 날카롭던데 한번 차 볼래?”
“이야! 웬일이야? 네가 양보를 다 하는 날이 있고.”
“차기 싫다고?”
“아니야! 찰게! 내가 찰 거야!”
김영원은 서하의 등을 밀어 공에서 멀리 떨어뜨렸다.
서하는 피식 웃으며 혼잡한 무리 속에 녹아들었다.
장신이라 그런지 독일 선수들의 견제가 상당히 심했다.
자리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삐익!
김영원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인간 벽 너머를 바라보며 달려와 왼발로 부드럽게 감아 찼다.
“어?”
공은 인간벽을 아득히 넘어 허공으로 향했다.
궤적이 굉장히 독특했다.
스핀을 많이 먹었는지 공이 불안정해 보였다.
밖으로 나갈 것처럼 굴던 공이 갑자기 아래로 뚝 떨어졌다.
공이 떨어진 장소는 니어 포스트 상단, 야신존이었다.
브라질 월드컵 최고의 골키퍼로 찬사를 받는 노이어도 막을 수 없었다.
출렁!
골망이 흔들렸다.
후반전 19분에 나온 김영원의 기가 막힌 프리킥 동점 골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기다렸던 동점골이 터지자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영원을 향해 열광했다.
이른 시간에 동점 골이 나온 순간 경기 흐름이 뒤틀렸다.
한국은 거침이 없이 몰아붙였다.
뒤가 없다는 듯 있는 힘을 쏟아 부어 독일을 강하게 압박했다.
독일도 여전히 전방 압박과 뒷공간을 파고드는 플레이로 한국을 괴롭혔지만, 한국도 똑같이 돌려줬다.
한국은 김영원의 자신감이 올라온 점이 정말 컸다.
짧은 패스로 동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롱 패스로 독일의 허점을 찔렀다.
“나이스 패스!”
이는 서하가 중앙에서 블랙홀처럼 독일 선수들을 빨아들인 덕분에 가능했다.
서하를 마크하지 않으면 포위망이 허물어졌던 터라 무조건 두 명이 주변에 있어야 했다.
자연스레 김영원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장연수도 살아나고 고통 받던 양 풀백들도 점점 폼을 회복하자 홍인수 감독은 칼을 빼들었다.
박재영을 빼고 이건호를 투입, 지친 구재칠을 빼고 이천량을 투입해 공격에 열을 올렸다.
휴식 시간에 가다듬었던 맞불 작전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자 굳건했던 독일이 밀리기 시작했다.
한국은 전방 압박으로 지나치게 앞으로 쏠린 상황을 틈 타 독일의 뒷공간을 공략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공 줘!”
크로스와 로이스가 양 사이드 압박해오자 서하는 등을 진 채 김영원의 패스를 발등으로 받아 찍어 올린 후 그대로 뒤로 돌았다.
“……!”
두 걸음을 뗐을 때 공이 뚝 떨어지자 완벽한 퍼스트 터치로 앞으로 굴렸다.
속도와 타이밍을 모두 잡자 두 사람은 서하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지네딘 지단을 연상케 하는 멋진 볼 컨트롤과 센스를 보여 주자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아아!”
서하의 움직임에 맞춰 동료들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서하는 전방을 슬쩍 바라봤다.
여전히 독일 선수들이 많았지만, 경기 내내 침묵하던 선수의 침투를 보고 독일의 골키퍼와 수비수가 만들어 준 빈 공간으로 롱 패스를 넣어 줬다.
툭!
손호민이 보아텡의 뒤에서 튀어나와 왼발로 공을 받았다.
워낙 절묘하게 선을 타고 오프사이드를 뚫었던 터라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항상 퍼스트 터치가 불안했던 손호민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안정적이었다.
“차!”
보아텡에게 방해받기 전에, 노이어가 자리를 잡기 전에 손호민은 오른발로 파 포스트 구석을 향해 강하게 때렸다.
노이어가 황급히 손을 뻗었으나 손호민이 마음먹고 때린 슈팅을 막을 수 없었다.
출렁!
또다시 독일의 골망이 흔들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
후반전 28분에 터진 역전 골!
역전 골의 주인공 손호민은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포효했다.
멋진 세리머니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고생했던 일들을 훌훌 털어 버리는 세리머니였다.
서하는 지나치게 기뻐하는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집중해! 아직 경기 안 끝났어! 방심하지 마!”
역전 골까지 만들어 낸 한국은 이제 지키는 입장이 되었다.
관중석에서 응원가가 펼쳐졌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없던 힘도 만들어 내는 팬들의 응원가, 한국 선수들은 끝까지 뛰어다녔다.
집념으로 끈기로 똘똘 뭉쳤다.
그러자 평정심을 잃은 독일은 계속해서 무리한 공격을 펼쳤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밸런스를 잡아 준 크라머를 빼고 메수트 외질을 투입해 공격 숫자를 늘렸다.
“괜찮아! 자신감을 가져!”
뢰브의 카드는 패착이었다.
한국이 품은 불씨는 아직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으니까.
메수트 외질의 스루 패스를 차단한 김영원은 지체하지 않고 사이드로 공을 보냈다.
김영원의 롱 패스를 받은 손호민은 쭉 달려 러닝 얼리 크로스로 파 포스트로 바짝 붙여 줬다.
교체로 들어온 이건호가 회베데스의 뒤에서 나타나 헤딩으로 공을 떨궈 줬다.
그리고 슈바인슈타이거를 따돌리고 달려온 서하가 다이빙 헤딩으로 연결시켰다.
서하는 바닥에 넘어진 채 절망에 빠진 노이어를 바라봤다.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아아!”
후반전 45분.
우승을 확정 짓는 쐐기골이었다.
서하는 마냥 엎드려 있지 않았다.
동료들이 방해하기 전에 벌떡 일어나 코너 에어리어로 달렸다.
촤르르르륵!
붉은 물결이 치는 곳으로.
거침없이 달려갔다.
촤르르르륵!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치며 환호성을 보내는 사람들을 말없이 바라봤다.
브라질 월드컵의 마지막 골 세리머니로 기억될 모습은 서하의 환한 미소였다.
그 미소를 끝으로 브라질 월드컵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