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4)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24화(23/201)
24화 프리미어리그 개막전(1)
지난 시즌 리그 4위와 리그 12위와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식 경기.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경기장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의 컨디션은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원정 경기라는 핸디캡이 있었음에도 얼굴 표정이 밝았다.
“프리 시즌 전승이 팀 분위기에 많은 도움이 됐지.”
새로운 전술이 선수들의 몸에 잘 맞는 이유도 한몫했다.
기존의 전술에서 크게 수정하지 않고 약점을 보완하고 공격 루트를 늘렸다.
파이널 써드에서 선수들에게 무작정 자율권을 부여하지 않고 어느 정도 세부 전술을 만들어둔 효과도 톡톡히 봤다.
“윤!”
서하는 1군 코치이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인 보로 프리모락의 부름을 받았다.
고깔 사이를 경쾌한 스텝으로 통과한 후 굴려주는 공을 오른발 인사이드로 강하게 감아 찼다.
오늘 일찌감치 선발 출장을 낙점받은 골키퍼 슈체스니는 몸을 날려 겨우 밖으로 쳐냈다.
서하는 혀를 내두르며 슈체스니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걸 막아내네.”
슈체스니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장갑을 툭툭 털며 일어났다.
“예측해서 몸을 날린 덕분이지. 조금만 늦었으면 먹혔을 거야.”
“둘 다 컨디션이 굉장히 좋은데?”
“감사합니다.”
프리모락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서하의 몸놀림은 평소보다 가벼웠고 공의 회전수가 눈에 보였다.
감각이 날카롭게 서 있었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해.”
가진 능력 이상으로 쏟아낸다면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몸은 생각만큼 단단하지 않았으니까.
서하는 흥분을 식히며 필드 반대편을 바라봤다.
뉴캐슬 선수들이 진지한 얼굴로 몸을 풀고 있었다.
선수들 사이에서 앳된 얼굴을 한 동양인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진우원이었다.
그는 간단한 영어와 바디 랭귀지로 팀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잘 적응하고 있네.”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아직 헤매고 있는 료가 문제지.
숫기가 없어서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고 의사소통은 통역사 없이 불가능했다.
서하와 프림퐁이 외롭지 않게 해주고는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본인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윤, 관중석에 아시아인들이 많이 보이네. 다 너를 보러 왔나봐.”
질투심이 살짝 섞인 프림퐁의 말에 서하는 피식 웃었다.
“나 말고 료도 있고 뉴캐슬에도 한국인 선수가 있어서 그럴걸?”
“엥? 뉴캐슬이 한국인 선수를 영입했어? 언제?”
“일주일 전에.”
“무슨 포지션인데?”
“내가 알기로는 공격형 미드필더나 윙어에서도 뛸 수 있고 최전방에서 가짜 공격수도 잘 하고. 다재다능해서 뉴캐슬 감독이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 모르겠어.”
프림퐁은 가볍게 패스를 보내며 혀를 내둘렀다.
“만능 치트키네.”
“팀에서는 멀티 자원이 많으면 좋잖아. 그래서 영입했겠지. 패스 왜 이래? 공이 튀잖아.”
“아, 미안. 집중할게.”
서하는 땅으로 바짝 깔려서 들어오는 공을 빵에 생크림을 바르듯 부드럽게 터치했다.
살짝 회전이 걸리며 느릿하게 앞으로 움직이는 공.
발등으로 공을 찍어 프림퐁의 발 앞에 떨어지는 묘기를 선보였다.
“와! 패스 죽이네.”
어설픈 한국어로 말하는 프림퐁.
서하는 피식 웃으며 원 터치 리턴 패스를 받기 좋게 돌려주었다.
“윤! 오늘따라 너무 좋은데?”
“나쁘지 않네.”
“오늘 일 내는 거 아니야?”
“스타팅 라인업에 들어갔는데 당연히 내야지.”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놓칠 수 없었다.
서하는 날아오는 공을 보며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캐치했다.
공을 가볍게 가슴으로 받고 지면에 닿기 전에 왼발로 툭 찍었다.
프림퐁은 딱 한 걸음만 움직여 공을 받아냈다.
퍼스트 터치가 좋지 못해 공이 불규칙하게 튀어 올랐다.
서하는 날카롭게 노려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공을 부드럽게 받는 법을 알려준 지가 언젠데 아직 감을 못 잡았어?”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실수가 계속되면 그게 습관으로 자리 잡혀. 경계해야 해.”
프림퐁은 뭔가 반박하려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았어. 연습하면 되잖아.”
“그래도 처음보다는 좋아졌어.”
“정말?”
“패스를 받는 자세가 불안했는데 이제는 꽤 여유로워졌잖아. 많이 좋아진 거지. 한 번 더 차 봐.”
“오케이!”
프림퐁은 재능이 있는 선수였다.
긴장하지 않고 발 위치를 잘 잡는다면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될 잠재력은 충분히 있었다.
부상만 조심한다면 말이다.
팀에게 주어진 훈련 시간이 끝나고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락커룸으로 향했다.
***
[사랑하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프리미어리그 2011-12시즌 1라운드 아스날 대 뉴캐슬 경기를 중계하는 HBS 스포츠의 캐스터 김윤하입니다.] [해설 심훈기입니다.] [심훈기 위원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축구 경기가 없는 동안 매일 이적 시장을 확인하면서 전력 분석하며 지냈지요. 나름 바빴습니다.] [오! 그렇다면 심 위원님께서는 어느 팀이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릴 거라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처음부터 곤란한 질문을 던져주시면.] [역시 Big4인가요? 아니면 신흥 강호로 떠오른 맨체스터 시티?]심훈기는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대답하라는 사인을 받고 입을 움직였다.
[그러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을 선택하겠습니다.] [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야 당연히 우승 후보라 생각했지만, 리버풀은 조금 의외인데요?] [물론 리버풀이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지난 시즌 리그 6위 팀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선방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겨울 이적 시장에서 팀의 주포인 토레스를 첼시로 보내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지 않았습니까? 오늘 경기를 중계할 뉴캐슬에서 앤디 캐롤을 거액에 주고 데려왔는데 활약하지도 못했죠.]심훈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 캐스터님의 말이 맞습니다만,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리버풀은 큰 손이었습니다. 포지션 보강을 알뜰하게 잘 하면서 전력이 매우 좋아졌거든요.]두 사람은 만담을 나누다가 PD가 신호를 보내다가 요즘 한국에서 떠오르는 선수들을 꺼냈다.
[오늘 경기는 매우 특별한 날입니다. 바로 윤서하 선수와 진우원 선수의 코리안 더비인데요! 정말 놀랍게도 윤서하 선수는 선발 라인업에 올라가며 각 종 커뮤니티에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심 위원께서는 윤서하 선수의 선발을 예상하셨나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프리 시즌에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아직 어리고 1군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교체 명단에 이름이 올라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당당히 선발로 출전했죠!] [그렇습니다! 오늘 윤서하 선수가 선발로 나오면서 아스날의 최연소 출장 기록이 바뀌게 되었습니다!]심훈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료 화면이 등장했다.
[이전 기록자가 바르셀로나로 떠난 세스크 파브레가스였군요!] [윤서하 선수는 종전 기록이던 16세 177일을 16세 26일로 앞당기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죠! 한국인이 유럽으로 넘어가 유스부터 시작해 1군에서 뛴 기록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걸 우리 윤서하 선수가 해냈다는 거죠!]해외 축구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진짜 미쳤다! 윤서하가 선발로 뛸 줄 누가 알았냐 ㅋㅋㅋㅋㅋ
└난 오늘 아스날 선발 명단을 본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만 16세 26일 ㅋㅋㅋㅋㅋㅋㅋ 태극기 펄럭!
└돌았네. 절대 안 깨지겠다.
└리그 최연소는 못 깨나?
└ㅇㅇ 절대 못 깸. 내가 알기론 14세였나 그럴 거임.
└14세? ㄷㄷ 중학생이 프로 리그에서 뛰었다고? 그것도 미쳤네.
오늘 선발로 출전하는 한국선수는 윤서하뿐이냐. 네가 희망이다.
진지하게 벵거 미친 거 아님? 리그 무관하더니 정신이 돌았나?
└우리 과학자님 음해 ㄴㄴ
└벵버지가 미쳤다니! 한국뽕 다 빼도 윤서하 선발이 정배임.
└ㅇㅇ 맞음. 프리 시즌에 윤서하가 뛴 경기들 보면 그냥 축신임.
└존나 잘하더라.
우리나라에도 테크니션이 나올 줄이야…빨리 국대에서 보고 싶다.
역시 유럽에서 훈련받으니까 다르긴 다르네. ㅋㅋㅋㅋㅋ
윤서하 프리시즌 기록 아는 사람?
└4경기 4골 8도움
└상대는?
└쾰른, 보카 주니어스, 뉴욕 레드불스, 벤피카
└개돌았네. ㅋㅋㅋㅋㅋㅋ
근데 윌셔하고 파브레가스는?
└윌셔는 3개월 부상 끊었고 파브레가스는 말도 하지 마!
와! 진짜 간지 난다. 8번.
배신자 새끼는 경기 나왔냐?
└나스리? ㄴㄴ 벤치임.
[그렇군요. 자, 드디어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윤서하 선수의 얼굴을 비춰줍니다! 역시 잘 생겼습니다! 멋집니다!] [긴장한 기색은 없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프리시즌에 보여줬던 퍼포먼스의 반만 보여줘도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생각하거든요?] [프리시즌의 반만 보여준다면 오늘 경기에서 1골 2도움을 한단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정말 소원이 없겠습니다.] [윤서하 선수가 긴장하지 않고 잘 해주길 바라며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을 보시겠습니다. 먼저 원정 팀 아스날입니다.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네요. 골키퍼 슈체스니. 키어런 깁스, 토마스 베르마엘렌, 로랑 코시엘니, 바카리 사냐가 포백을 형성하겠고요. 더블 볼란치에는 토마스 로시츠키, 알렉스 송이. 양 윙어는 안드레이 아르샤빈, 제르비뉴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우리 윤서하 선수가 뛰겠습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반 페르시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왔네요.] [앗! 제가 잠시 흥분해서 선수 소개를 까먹었습니다. 팬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홈 팀 뉴캐슬 선수들의 이름이 나오고 있습니다.]뉴캐슬이 홈구장, 세인트제임스 파크는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봐온 개막전 중에 가장 특이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바로 아시아인들이 많이 들어차 있다는 점이었다.
국기도 두 개였다.
대부분은 태극기였지만, 일장기도 곳곳에 보였다.
양 국가 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한국인 두 명과 일본인 한 명을 경기장에서 볼 수 있었으니까.
‘료가 명단에 들어갈 줄이야.’
주전 윙어인 월콧이 2개월짜리 부상을 끊자 임대를 떠날 예정이었던 카를로스 벨라는 구단의 만류로 함께 하게 되었다.
하지만 벨라도 무리하게 역기를 들다가 햄스트링 부상을 입는 바람에 남은 윙어가 두 명뿐이었다.
미야이치 료와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
이중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은 본래 중앙 미드필더라 윙어에서 뛰어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자연스레 순수 윙어인 료가 교체 멤버로 낙점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아스날의 얇은 스쿼드와 부상이 맞물린 결과였다.
생각보다 많은 아시아인이 들어왔지만, 관중석은 흑백 물결이 거세게 굽이치고 있었다.
뉴캐슬 팬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그들의 응원가를 불렀다.
E I E I E O Up the Premier League we go!
When we get to Europe,
This is what we’ll sing,
We are the Geordies,
Super Geordies,
EDDIE is our king
오랜만에 상대 팀의 응원가를 듣자 서하의 입에 미소가 드리웠다.
다시는 듣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응원가는 잔잔하던 호수에 커다란 파동을 일으켰다.
두근! 두근!
얼어있던 서하의 심장이 거칠게 날뛰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울림.
어디선가 감미로운 바이올린이 팬들의 목소리를 연주하고.
피아노가 함께 어울려주었다.
긴장감이 점점 차오르고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이제야 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을 감지한 반 페르시가 걱정 어린 얼굴로 다가왔다.
“윤, 괜찮아? 어디 아픈 거야?”
서하는 가볍게 호흡을 고르며 피식 웃었다.
“아니, 기분이 좋아서.”
“진짜 이상한 녀석이네.”
“맞다. 로빈, 준비됐어?”
“뭘?”
“10번 넘겨줄 준비.”
반 페르시는 킥킥 웃으며 서하의 머리를 만지려다가 저지당하자 재빨리 배를 툭 쳤다.
“조건이나 달성하고 말해.”
“무르지 마.”
“집요한 자식! 알겠어. 자자! 다들 모여 봐! 길게 말하지는 않을게. 우리가 준비해온 것들을 녀석들에게 보여줄 수만 있다면 이길 수 있어!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무조건 상대보다 한 발 먼저 뛰고 동료들을 도와줘. 그리고.”
반 페르시는 서하를 슬쩍 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오늘 꼬맹이의 프로 데뷔전이니까 좋은 경험을 선물해주자고!”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