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5)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25화(24/201)
25화 프리미어리그 개막전(2)
아스날은 전반전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쳤다.
제르비뉴, 반 페르시, 아르샤빈 삼각편대는 뉴캐슬의 수비진을 강하게 압박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뉴캐슬의 숨통을 끊어 놓겠다는 듯 수비 라인을 높게 올리고 측면으로 몰아세웠다.
서하는 뉴캐슬의 핵심 플레이어 요안 카바예가 공을 잡자마자 태클로 끊어냈다.
“아악!”
서하의 고의적인 차징에 카바예는 무게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주심은 바로 반칙을 선언했다.
선수의 부상을 유발하는 태클은 아니었던 터라 카바예는 인상을 쓰며 바로 일어났다.
서하는 프랑스어로 물었다.
“괜찮아?”
카바예는 서하의 입에서 프랑스어가 나올 줄 몰랐는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발목을 돌리다가 뒤로 공을 내줬다.
‘카바예의 플레이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어.’
뉴캐슬은 선 수비 후 역습.
롱볼 축구로 재미를 본 팀이었다.
역습은 창조성이 뛰어난 플레이메이커가 존재한다면 보다 더 정교하고 날카롭게 상대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수 있었다.
요안 카바예는 역습의 전개를 담당하는 선수였다.
그와 더불어 호나스 구티에레즈를 꽁꽁 묶는다면 뉴캐슬은 의미 없는 롱볼 축구로 자멸하게 된다.
그렇기에 아스날이 들고 나온 전략은 단순하면서도 강했다.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해 상대가 잘하는 걸 방해한다.’
다소 거칠게 플레이하더라도 역습 시도 자체를 무너뜨려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포인트였다.
“아르샤빈! 측면으로 몰아!”
“아무것도 못하게 밀어붙여!”
“우리가 공을 잡을 때는 천천히! 윤! 좋은 플레이였어!”
벵거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은 필드를 거침없이 누볐다.
유니폼도 잡아당기고 슬쩍 걸어 넘어뜨리며 뉴캐슬 선수들이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도록 유도했다.
상대 진형에서 공을 탈취한 즉시 빠른 역습.
발이 빠른 제르비뉴가 선봉장이 되었고 아르샤빈과 반 페르시가 중앙으로 침투했다.
훈련 때 맹연습했던 플레이였다.
프리시즌에 이어 개막전에서도 높은 짜임새를 보여줬다.
“좋아! 나쁘지 않았어! 송! 좀만 더 천천히!”
뉴캐슬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얻어맞았다.
그 중심에는 서하가 있었다.
공을 잡으면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뉴캐슬의 수비를 어렵게 만들었다.
측면이다 싶으면 중앙으로 찔러주고 중앙이다 싶으면 과감하게 슈팅을 가져갔다.
뉴캐슬 입장에서는 정말 얄밉게 플레이했다.
결국 서하에게 농락당한 카바예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개자식! 너 다리 조심해!”
욕이지만, 최고의 칭찬이었다.
서하는 피식 웃었다.
“고마워.”
서하는 신사답게 태클로 돌려주고 카바예에게 손을 내밀었다.
카바예는 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서하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거칠어? 아스날이 이런 팀은 아니었잖아.”
영어와 프랑스가 섞인 말에 서하는 대충 알아듣고 대답했다.
“변해야지 살아남아. 그리고 효과가 좋잖아. 좋으면 써먹어야지.”
다시 뉴캐슬의 공격.
카바예가 공을 잡았다.
서하는 기다렸다는 듯 또다시 카바예에게 달려들었다.
프랑스어 욕이 날아들었다.
카바예는 짝꿍으로 나선 셰이크 티오테에게 공을 내줬다.
이를 예측한 서하는 한 발 앞서 발을 쭉 뻗어 패스를 차단했다.
뉴캐슬 선수들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윤!”
반 페르시가 뉴캐슬의 센터백 사이로 침투해 들어갔다.
센터백들은 반 페르시의 침투에 물러서며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반 페르시에게 공간을 주지 않은 대신 서하에게 드넓은 공간을 내주고 말았으니까.
서하는 섣불리 중거리 슈팅을 가져가지 않았다.
선택지는 많았고 중거리 슈팅은 상중하 중 중책에 불과했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다.
서하는 측면에서 달려드는 셰이크 티오테의 다리 사이로 공을 집어넣었다.
알까기를 당한 티오테.
“!”
당황한 티오테가 서하의 유니폼을 잡아당겼지만, 서하는 손을 뿌리치고 빠르게 뒤를 점했다.
그리고는 오른발로 우아하게 툭 찍어 왼쪽 측면으로 넣어줬다.
제르비뉴가 부드러운 터치로 공을 받았다.
제르비뉴는 수비수를 앞에 두고 발재간을 부리다가 침투하는 반 페르시를 보고 안으로 넣었다.
“막아!”
골키퍼의 외침에 수비수가 발을 쭉 뻗어 공을 차단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태클이었다.
공을 받으려고 침투하던 반 페르시는 이를 눈치 채고 수비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삐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우우우우우!”
박스 안에서 넘어진 반 페르시는 발목을 붙잡으며 고통스러워했다.
태클을 한 스티븐 테일러가 주심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발에 안 닿았어! 안 닿았다고!”
“연기하는 거라고요!”
주심은 단호했다.
“다들 뒤로 물러나!”
주심과 뉴캐슬 선수들 그리고 슬쩍 레드카드를 줘야한다고 바람을 불어넣는 아스날 선수들.
서하는 마경이 펼쳐진 곳으로 가지 않고 의료진에게 치료받는 반 페르시에게 다가갔다.
“발목 괜찮아?”
“약간 따끔거려.”
“거짓말.”
반 페르시가 묘한 표정을 짓는다.
서하가 다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다시 발목을 붙잡으며 고통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역시 연기가 어색했다.
발에 걸리긴 했어도 아주 살짝 닿았던 터라 넘어지지 않아도 됐다.
본인이 좋아하는 왼발 논스톱으로 공을 찼다면 들어갔을 텐데.
“로빈, 넌 배우하지 마.”
“닥쳐. 꼬맹이. 부축이나 해.”
서하는 반 페르시를 일으켰다.
의료진은 벤치에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심판은 태클을 한 스티븐 테일러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거칠게 항의한 조이 바튼에게도 옐로카드를 줬다.
반 페르시가 눈을 찡긋거렸다.
“봤지? 이게 베테랑의 힘이다.”
“별로 배우고 싶진 않네.”
“아직 뭘 모르네. 야, 페널티킥은 내가 찬다.”
“그러든가.”
어쨌든 좋은 기회였다.
원정에서 선제득점을 가져간다면 경기는 쉽게 풀릴 터.
반 페르시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공을 두고 골키퍼를 바라봤다.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우우우우우!”
듣기 거북한 욕설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반 페르시는 평온한 얼굴로 가볍게 달려가 툭 찍었다.
공은 느릿한 속도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골키퍼는 살짝 황당한 얼굴로 가볍게 공을 품에 안았다.
반 페르시는 머리를 감싸 쥐며 절규했고 관중석에서는 조롱 섞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아아아아아!”
뉴캐슬 선수들이 반 페르시에게 달려가 조롱을 날려댔고 아스날 선수들이 맞받아치며 다시 경기는 중단됐다.
서하는 급발진 하는 제르비뉴를 뉴캐슬 선수로부터 떨어뜨렸다.
“저 개자식들!”
“제르비뉴, 참아.”
저번 회 차에서 조이 바튼에게 싸대기를 날려 데뷔전에 퇴장을 당한 요주 인물이었다.
다행히 조기에 진압한 덕분에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대신 주심은 양 팀 주장과 소란을 일으킨 선수들을 불러 경고를 먹였다.
전반전 15분.
벌써 카드가 6장이 나왔다.
“이러다가 신기록을 세울지도 모르겠네.”
벤치에서 압박 강도를 낮추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분위기가 격해지니 템포를 늦추고 볼 점유율을 높여 지공으로 나가라는 지시였다.
아스날은 로시츠키와 서하를 중심으로 볼을 돌리며 뉴캐슬의 빈틈을 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빈틈이 보였다.
“제르비뉴!”
서하의 외침에 제르비뉴는 공을 받은 즉시 뒤로 내줬다.
측면으로 빠르게 달려 공간을 벌어줬다.
뉴캐슬의 측면 수비수가 딸려 들어가고 서하의 앞에 작은 공간이 생겼다.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충분했다.
“윤! 뒤!”
답답했는지 조이 바튼이 뒤에서 강하게 들어왔다.
발이 상당히 높았다.
자칫 심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서하는 그의 성질머리를 모르지 않았다.
‘카드 먹었는데도 저러네.’
전반전 초반 두들겨 맞았으니 많이 참았다고 보는 게 맞다.
서하는 들어오는 태클에 맞춰 몸을 틀며 왼쪽 뒤꿈치로 공을 건드렸다.
그리고 공이 움직인 방향을 따라 치고 달렸다.
아슬아슬하게 서하가 있던 자리로 거친 태클이 지나갔다.
“오우우우우!”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거친 백태클을 손쉽게 빠져나오는 어린 선수의 당돌함.
서하는 쏟아지는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빈공간을 향해 달렸다.
카바예가 측면에서 달려온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가속이 붙은 서하의 드리블을 막을 수 없었다.
“윤!”
안 되겠다 싶었는지 태클을 시도하는 카바예.
거친 플레이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라 서하는 그의 태클을 보지도 않고 살짝 공을 띄워 피했다.
순간적으로 그와 눈이 마주친다.
당황한 얼굴로 바라보는 카바예.
서하는 그를 매몰차게 지나쳐 가볍게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제 그의 앞에 있는 수비수는 센터백 둘 뿐.
‘반 페르시가 시선을 끌어주고 있으니 실질적으로는 한 명이지.’
서하는 공을 툭툭 치며 흰색 선 안으로 들어왔다.
언제든지 슈팅을 가져갈 수 있는 좋은 위치였다.
좋아하는 감아 차기도.
아니면 바디 페인팅으로 뉴캐슬 센터백, 스티븐 테일러를 속인 후 니어 포스트로 차는 선택도 나쁘지 않았다.
스티븐 테일러가 주춤거리며 슈팅 각도를 내주지 않으려 애쓴다.
서하가 내린 수비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
‘나를 분석하지도 않았네.’
오히려 좋다고 해야 할까.
서하는 오른쪽으로 툭 찼다.
라이언 테일러가 따라 움직였다.
‘지금!’
다시 왼쪽으로 몰자 그 순간 스티븐 테일러가 크게 흔들렸다.
춤을 추듯 팔이 허우적거렸다.
왼발로 차기 좋게 공이 굴러온다.
그리고 반 페르시가 움직였다.
공을 달라는 강렬한 눈빛을 보내며 센터백 콜로치니의 뒤로 돌아간다.
서하는 쉬운 선택을 두고 어려운 선택을 하는 머저리가 아니었다.
과감하게 왼발로 슈팅을 가져가는 척 모션을 취하자 스티븐 테일러가 무대에서 퇴장했다.
눈앞에 공간이 쫙 펼쳐졌다.
“안 돼!”
골키퍼 팀 크롤이 황급히 왼쪽으로 움직였다.
콜로치니가 반 페르시를 내팽개치고 허우적거리며 공간을 메꾸려 했다.
서하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나쁘지 않은 무대야.”
완벽하게 짜인 각본에 조연들이 멋진 활약을 펼쳤다.
이제 주인공이 나서서 마무리를 지으면 1막은 끝난다.
무게 중심을 바로 잡았다.
자세는 살짝 불안하게.
모든 감각을 발끝으로 보냈다.
‘제대로 걸렸어.’
서하는 왼쪽 세 번째 발가락과 네 번째 발가락 사이로 공의 아래 오른쪽 측면을 때렸다.
강한 회전이 먹인 공은 기이하게 꺾이며 콜로치니가 뛰쳐나온 자리를 빠르게 통과했다.
“아.”
반 페르시는 자기 앞으로 지나가는 공을 바라만 봤다.
바나나처럼 휘는 궤적.
예상하지 못한 슈팅, 각도, 궤적에 모두가 공만 바라본다.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공은 파 포스트 상단으로 빨려 들어가며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17분에 터진 원정 팀 아스날의 선제득점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원정팀의 함성이 홈 팀을 깔아뭉개며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서하는 동료들의 팔을 뿌리치고 원정팀 관중석으로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다.
촤아아아악!
고개를 두 번 끄덕이자마자 뒤에서 동료들이 덮쳤다.
“이 자식! 데뷔전 데뷔골이라니!”
“윤! 정말 멋진 골이었어!”
“야야! 머리 망가뜨려!”
“그냥 차도 될 걸 굳이 멋을 부렸어야 했냐? 아무튼 축하한다.”
동료들의 농담 섞인 축하와 함께 서하는 엉망진창으로 변해갔다.
후회로 가득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가 사라졌다.
그때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이 서하의 얼굴에 비쳤다.
하지만 이제 그런 미래는 없다.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다.
서하는 차분한 얼굴로 손을 강하게 움켜쥐고 내려쳤다.
수천, 수만 개로 갈라져나갔다.
쪼개진 기억들은 파편화되고 다시 한 줌의 먼지로 변했다가 반짝거리며 사라진다.
홀가분해지자마자 몸이 아팠다.
동료들이 때리고 꼬집은 흔적들.
서하는 반 페르시에게 헤드락을 걸린 채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왜 나한테 공 안 줬냐고! 이 망할 꼬맹이 자식!”
“네 위치가 나빴어.”
“프리시즌에는 다 줬잖아!”
“주면 날려 먹었으면서.”
서하의 반격에 반 페르시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입꼬리는 씰룩이고 있었다.
그는 팔을 풀며 말했다.
“아, 윤!”
“왜?”
“이제야 봐줄만한 얼굴이네.”
서하는 피식 웃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