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7)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27화(26/201)
27화 역시 선수는 뛰어야 한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서하는 순식간에 열기가 사라졌다.
두 다리를 지탱하던 힘이 쭉 빠져나갔다.
“역시 무리했나.”
전반전 초반부터 드리블을 치고 땀내 나도록 경기장을 뛰어다녔던 서하였다.
다득점이 나온 후로는 패스 위주로 바꾸며 3선과 2선 사이를 오가며 메이킹에 집중했다.
하지만 첫 경기다 보니 힘이 많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녹초가 되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속이 후련해.”
오늘처럼 마음껏 필드를 누빈 적이 언제였던가.
데뷔 후 2년을 제외하면 입에 단내가 날만큼 뛴 경기는 없었다.
부상 때문에 몸을 사렸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가능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물이 차올랐던 무릎, 조금만 무리해도 올라오던 햄스트링, 심심하면 고통이 찾아오던 등 부상은 이제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굴리면 안 돼.”
오늘처럼 뛰면 얼마 못가 몸이 퍼질 거다.
벵거의 전술은 많은 체력을 요구했던 터라 잘 관리해야 했다.
서하는 잔디를 느릿하게 걸었다.
저 멀리서 승리를 자축하는 동료들이 보였다.
베르마엘렌은 서하를 발견하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강하게 포옹했다.
“윤! 정말 잘했어!”
“너도 고생했어.”
“윤! 데뷔전 축하한다!”
“고마워.”
서하는 남은 기운을 짜냈다.
고생한 팀원들과 포옹을 나눴다.
오늘 공이 오질 않아 할 일이 없던 슈체스니.
든든하게 버텨준 코시엘니.
무난한 활약을 펼친 깁스.
튼튼한 수비를 보여준 사냐.
역시 무난한 활약을 보여준 송.
전방을 누비며 서하와 함께 뉴캐슬의 중원을 털어버린 로시츠키.
데뷔전 골을 터트린 제르비뉴.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한 아르샤빈.
기회를 많이 날렸지만, 해트트릭으로 MOM에 선정된 반 페르시.
그리고 램지, 프림퐁, 료까지.
“나쁘지 않은 출발이야.”
어느새 카메라맨이 서하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서하는 카메라를 슬쩍 바라보더니 원정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윤! 정말 멋졌어! 넌 최고야!”
“우오오오오!”
2500여명의 원정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함성으로 화답했다.
슬슬 다리에 힘이 풀려갈 때.
요안 카바예가 서하를 불렀다.
“윤!”
서하는 그와 가볍게 포옹했다.
땀 냄새가 코끝에 스며들었다.
동료들과의 땀 냄새와는 조금 다른 슬픔이 담겨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완벽하게 망쳐버린 카바예는 서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얼굴이었다.
그는 유니폼 교환부터 신청했다.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니폼을 벗어 카바예와 교환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 정말 최악이었어.”
프랑스어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대충 뜻은 알아들었다.
자신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입술을 잘근 깨물었으니까.
서하는 프랑스어로 답변했다.
“다음에는 나아질 수 있을 거야.”
“오! 프랑스어 발음이 좋네. 언제 배운 거야?”
“학교에서. 잘하진 못해.”
카바예는 피식 웃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아무튼 다음에 만나면 오늘처럼 당하지는 않을 거야.”
이내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아주 천천히 어눌한 영어로 설명했다.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할게.”
카바예와 헤어지고 뉴캐슬 선수들과 가볍게 포옹을 나눴다.
이제 좀 쉴까 하던 찰나 악동, 조이 바튼이 다가왔다.
살짝 긴장하긴 했지만, 다행히 폭행을 한다거나 기이한 행위를 벌이지 않았다.
평범하게 포옹으로 마무리했다.
“윤, 아까는 미안했다.”
“뭘?”
바튼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반전에 백태클 걸었잖아.”
“아, 다치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그러냐.”
그제야 그는 굳은 얼굴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심판한테 잘 말해줄까?”
“됐어. 대충 3경기 정지겠지. 어차피 팀을 떠…아니다. 내가 너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다음에 만나면 좀 살살해라!”
“생각해볼게.”
바튼은 서하의 등을 가볍게 치며 뉴캐슬 선수들에게 향했다.
진우원과 눈이 마주친 서하는 밝은 얼굴로 다가가 인사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어, 그래. 반가워.”
진우원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경이로움이 담겨 있었다.
“서하야, 오늘 정말 잘하던데?”
“하하. 컨디션이 좋아서 그렇죠.”
“나도 그런 컨디션 있었으면 좋겠네. 아 참! 번호 좀 알려줄래?”
서하는 흔쾌히 번호를 알려줬다.
진우원과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다음에 밥이나 한 번 먹자.”
한국인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걸어갔다.
벵거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를 강하게 안으며 등을 두드렸다.
“윤, 고생 많았네.”
“감사합니다.”
길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니까.
코치진들과도 포옹을 나누고 통로를 따라 락커룸에 들어갔다.
먼저 들어와 있던 프림퐁이 반색하며 물병을 건넸다.
“크! 정말 멋진 데뷔전이었어. 아 참! 애들이 축하한다고 메시지 보냈는데 확인했어?”
“아니.”
“어서 확인해봐!”
프림퐁의 재촉에 서하는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를 비롯해 수십 개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전화는 부모님과 은디아예였다.
애초에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터라 연락 올 사람은 적었다.
“나 인맥이 정말 좁았구나.”
저번 회 차에서는 좁은 인간관계를 추구했던 터라 연락할 사람이 많지 않았다.
지금이 좀 나아진 정도였다.
예전에는 연락 온 사람이 부모님과 파커뿐이었으니까.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서하는 민망한 듯 볼을 긁적이다 서둘러 메시지를 확인했다.
[아버지]서하야! 정말 멋진 데뷔전이었어! 아빠가 경기장에 못 가서 섭섭한 건 아니지? 우리 아들은 마음도 넓고 이해심도 깊으니까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어머니]역시 우리 아들이야! 엄마는 믿고 있었단다. 서하야, 네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걸 알고 있지? 너무 급하게 행동하지 말고 언제나 차분하게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해야 해. 부상 꼭 조심하고. 사랑해. 우리 아들.
“미안해하실 필요 없는데.”
서하는 코 먹은 소리를 내며 다음 메시지를 확인했다.
[대머리가 될 고마운 남자]윤! 내가 늘 말했잖아! 넌 최고의 선수가 될 거라고! 최연소 출장 기록도 세우고! 데뷔전 데뷔골도 터트렸으니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어! 나중에 잘 되면 나 잊지 마? 알겠지? 잊으면 안 돼!
“어떻게 잊겠어.”
끝까지 믿어준 사람인데.
[메이사 은디아예]윤! 정말 어메이징한 경기였어요! 제가 본 데뷔전 경기들 중 가장 최고였어요! 제가 당신의 에이전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제 동료들이 저보고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부러워하네요! 그리고 유명 브랜드에서 후원을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조만간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해드릴게요! 오늘은 다 잊고 즐기세요!
서하는 많이 늦은 편에 속했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은 일찌감치 잠재력이 높은 유망주들을 후원했으니까.
“저번에는 아**스였는데 이번에는 다른 브랜드와 해볼까?”
어느 쪽이든 후한 조건이면 수락할 생각이었다.
[나중에 뮌헨 갈 놈]윤! 데뷔전 데뷔골 정말 축하해! 다음 시즌에는 꼭 1군에서 같이 뛰자! 그리고 나 게임 실력 많이 늘었어! 절대 안 질 거야!
[머리 엄청 큰 놈]축하해.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겠다고 말하더니 진짜 했네. 윤, 정말 넌 대단한 놈이야. 그러니 딱 기다려. 리저브 팀에서 활약해서 1군으로 올라갈 거니까.
[기억 안 나는 놈]윤! 데뷔골 정말 멋있더라! 심장이 짜릿했다니까. 데뷔전 축하하고 다음에 게임 같이 하자! 설마 우리 잊은 건 아니지?
서하는 뭔가 뿌듯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였으니까.
서하는 상체를 벗고 난리 부르스를 치는 프림퐁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끼얏호!”
“크하하핫! 엄청 잘 추는데?”
“맞아! 어디서 춤을 배운 거야?”
선수들이 격하게 호응해주자 프림퐁은 배를 꿀렁거리며 두 팔을 흐느적거렸다.
서하는 못 볼 걸 봤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
개막전에서 완승을 거둔 아스날은 단숨에 리그 1위에 등극했다.
아스날의 전력을 낮게 봤던 전문가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타 팀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핵심 선수들이 떠났음에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서하에 대한 의견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아스날의 새로운 신성.
아카데미를 정복하고 주전을 꿰찬 16살 소년.
6대0 완승을 이끈 플레이메이커.
서하의 충격적인 데뷔전은 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었다.
정말 놀라운 경기였어!
└난 1점 차 승부라 생각했는데 6대0 대승일 줄이야.
오늘은 공격과 수비 모두 완벽했어! 흠잡을 곳이 없었다고!
└윤은 진짜 잘 하더라.
└맞아. 고작 한 경기였지만, 세스크하고 윌셔가 그립지 않았어.
└겨우 한 경기했을 뿐인데 더 두고 봐야지 않을까? 물론 난 구너야. 윤의 플레이에 매료됐다구.
└친구, 눈치 좀 챙겨.
오늘 윤 스탯. 터치 156회, 패스 정확도 98%, 키 패스 9회, 롱 패스 8/8, 드리블 7/7.
└완전 미쳤네.
└말이 되는 스탯인가?
└오늘 반 페르시가 윤의 패스를 다 받아서 넣었다면 더블 해트트릭까지 가능했을 거야.
난 정말 놀라운 점이 데뷔전인데도 긴장하지 않고 자기 능력을 보여줬다는 거야.
└맞아. 그런 선수는 많지 않지.
└메시도 데뷔전에서는 윤만큼 화려하지 못했잖아. 안 그래?
웰컴! 이블 지니어스!
└윤의 애칭으로 정해진 거야?
└괜찮지 않아?
정작 주인공인 서하는 커뮤니티를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3일 후에 있을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우디네세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날에게는 중요한 경기였다.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추가 영입이 결정될 테니까.
벵거는 강도 높은 훈련보다는 회복 훈련에 집중했다.
하지만 리그의 여파 때문인지 선수들의 회복이 꽤 더뎠다.
이번 시즌 풀타임을 뛴 서하는 체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벤치에서 출발했다.
‘불만은 없어.’
11/12시즌은 이제 막 시작했다.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아 있었다.
가뜩이나 아스날은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가 큰 상황.
얇은 스쿼드로 리그와 대회를 나가야 했던 터라 적절한 휴식과 안배는 당연했다.
‘이해는 하는데.’
서하는 말을 하려다가 삼켰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2차전 이탈리아 원정에서 고난을 겪게 될 거다.
옆에 앉은 료가 슬쩍 눈치를 보다가 짧은 영어로 물었다.
“윤, 괜찮아?”
“괜찮아.”
“그, 그래.”
아스날은 뉴캐슬전과 동일한 포백 라인과 로시츠키 송 조합에 제르비뉴, 램지, 벨라를 출전시켰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반 페르시가 아닌 샤막이 나섰다.
반 페르시는 뉴캐슬전에서 약간의 발목 통증을 느꼈던 터라 부상 방지 차원에서 벤치에서 시작했다.
서하는 여유로운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는 반 페르시에게 물었다.
“로빈, 발목 어때? 괜찮아?”
“나쁘지 않아. 왜? 걱정돼?”
장난스러운 눈빛에 서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반 페르시는 서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디네세는 만만한 팀이 아니야. 저력이 있지. 사미르 한다노비치, 마우리시오 이슬라 ,안토니오 디 나탈레까지. 오늘 홈이 아니었다면 많이 밀렸을 거야.”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디네세 선수들은 각성제를 맞은 듯 활발하게 뛰어다니며 아스날을 압박했다.
아스날은 리그 여파 때문인지 무거운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우디네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강하게 압박해 공을 탈취해 빠른 역습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슈체스니가 아니었다면 실점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장면이 많이 나왔다.
“로사가 오늘 컨디션이 별론가? 자꾸 공을 뺏기네.”
로사는 로시츠키의 애칭이었다.
서하가 실수로 로사라고 했다가 그대로 굳어졌다.
“오우우우우!”
디 나탈레의 슈팅을 슈체스니가 막아내며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서하는 살짝 답답한 얼굴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뉴캐슬전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측면부터 중원까지 싹 털렸다.
전반에 약속했던 강한 전방 압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반 페르시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좀 어렵겠는데.”
전반전 35분 동안 공격 한 번 하지 못하고 계속 밀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깁스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벤치가 분주해졌다.
센터백 자원이지만, 풀백도 소화가 가능한 요한 주루가 몸을 급하게 풀고 경기에 투입되었다.
경기는 여전히 좋지 못했다.
결국 펫 라이스 수석 코치가 심각한 얼굴로 서하에게 다가왔다.
“윤, 몸은 좀 어때?”
“나쁘지 않아요.”
“좋아. 후반전에 들어갈 테니 몸 풀어둬.”
“알겠어요.”
서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사실 이 말만을 기다렸다.
답답했던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
굳어 잇던 표정이 살짝 풀렸다.
부상이 조금 염려되긴 했지만 플레이 스타일을 간결하게 가져간다면 버틸 수 있었다.
‘역시 선수는 뛰어야 해.’
경기를 뛰어야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
스코어는 0대0.
후반 15분, 토마스 로시츠키가 나오고 윤서하가 투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