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8)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28화(27/201)
28화 영웅은 난세에 등장하는 법
“우아아아아아!”
“윤! 윤! 윤! 윤!”
서하가 들어오자 홈 팬들은 함성을 지르며 간절히 바랐다.
답답한 흐름을 바꿔줄 수 있기를.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기를.
자신들을 비겁하다해도 좋았다.
승리를 위해 어린 소년에게 무거운 짐을 강요했으니까.
“윤! 한 골만 넣어줘!”
“오늘 경기는 꼭 이겨야 한다고!”
“파스타 놈들에게 질 수 없어!”
서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했던 팀을 꿋꿋하게 응원해온 팬들이었다.
이번 시즌도 우승과는 거리가 먼 스쿼드였으니 지칠 만도 했다.
그들은 희망을 찾고 싶어 했다.
화려한 시기가 오지 않을 거란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주축 선수들이 다 떠났음에도 스타플레이어 영입은 요원했다.
그렇기에 깜짝 등장한 성골 유스에게 기대를 걸었다.
잭 윌셔 이후 나온 최고의 재능.
윤서하에게 말이다.
“윤!”
램지와 송이 다가오자 서하는 재빨리 전술을 전달했다.
“나 혼자 3선, 송은 올라가.”
“응? 혼자서 괜찮겠어?”
“난 원 볼란치가 익숙해. 그리고 우디네세의 왼쪽 측면이 불안하니까 거기를 중점적으로 노리래. 하프 스페이스. 알지?”
“알겠어.”
램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서하는 연이어 빠르게 말했다.
“쟤들은 빠른 템포로 우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거든? 급하게 플레이하지 말고 볼 점유율을 높여서 템포를 죽여야 해.”
“그게 쉽지가 않아. 쟤들 압박이 엄청 강하거든.”
“나한테 공을 줘. 어떻게든 만들어볼게.”
자신감이 넘치는 서하의 말에 송은 피식 웃었다.
“알았어. 너무 무리하지 말고.”
“걱정하지 마.”
잠시 멈췄던 경기는 속개됐다.
서하는 시작부터 센터백 사이로 들어가 공을 받았다.
아래로 깊숙이 내려와 후방 빌드업에 관여했다.
우디네세 선수들은 자기 진형으로 내려가 아스날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원정이니 안전하게 하는 거지.’
현명한 선택이었다.
전반전에 유기적인 역습으로 재미를 봤던 터라 전술을 수정할 필요도 없었다.
‘찔러봐야겠어.’
서하는 툭툭 공을 몰며 전진했다.
중앙선을 넘자 디 나탈레가 강하게 압박했다.
마음 같아서는 돌파하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육에 무리가 가는 플레이는 부상을 불러올 수 있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해.’
서하는 오른쪽으로 벌려준 코시엘니에게 패스했다.
코시엘니는 풀백인 사냐에게.
사이드에서 강하게 압박받자 사냐는 다시 코시엘니에게 돌려줬다.
“이쪽!”
서하는 앞으로 나와 공을 달라는 손짓을 보냈다.
코시엘니가 공을 내주자 디 나탈레가 뒤늦게 따라온다.
디 나탈레의 위치를 확인한 서하는 오른발 뒤꿈치로 공을 받았고 방향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동시에 몸을 돌려 순간적으로 디 나탈레의 뒤를 점했다.
서하는 압박을 손쉽게 벗겨 냈다.
“!”
화들짝 놀란 디 나탈레.
서하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몰고 올라갔다.
우디네세 선수들이 중앙으로 밀집해 공간을 좁혔다.
공간들 사이로 아스날 선수들이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패스한다면 뺏기겠지.’
램지와 송은 볼 키핑이 괜찮은 편이지만, 촘촘하게 그물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중앙에 숨통을 틔워줘야 했다.
그렇다면 역시 측면뿐.
측면으로 벌려줘야 중앙에 공간이 생겼다.
서하는 무리하지 않고 롱 패스로 왼쪽 사이드에 있던 제르비뉴에게 전달했다.
“굿 패스!”
굿 패스라 말하는 베르마엘렌.
서하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제르비뉴는 간신히 점프해 헤딩으로 공을 받고 램지에게 넘겨줬다.
아직 몸이 덜 풀리고 약간 힘이 실렸는지 하마터면 제르비뉴의 머리를 넘길 뻔했다.
“패스!”
아직까지 팔팔한 램지는 등을 지고 버티던 샤막에게 패스했다.
샤막은 침투해 들어가던 램지를 보고 원 터치 패스로 넣어줬다.
아쉽게도 오늘 우디네세의 수비진은 컨디션이 좋았다.
발을 쭉 뻗어 패스를 차단했다.
공이 우디네세에게로 돌아갔다.
“아아아아아!”
위기는 곧 기회였다.
서하는 다급히 소리쳤다.
“돌아와!”
우디네세는 아스날 풀백들이 비워둔 공간으로 침투했다.
바로 측면으로 공을 보냈다.
전반전 내내 당했던 빠른 역습 전개가 펼쳐졌다.
서하는 공의 위치와 선수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수비 숫자는 4, 공격 숫자는 2.
역습 전개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효율적인 역습은 어렵다.
역습은 3명일 때가 가장 효과적이었으니까.
‘우디네세가 좋은 플레이를 하고도 골을 넣지 못하는 이유지.’
팀의 주포인 디 나탈레가 측면으로 빠지는 플레이도 득점에 영향을 줬다.
주루는 공을 잡은 디 나탈레를 두고 천천히 시간을 끌었다.
서하는 빠르게 지원했다.
서하의 압박을 인지한 디 나탈레는 무리하게 주루를 뚫으려했다.
주루는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밸런스가 깨진 틈을 타 서하는 발바닥으로 볼만 탈취하는 묘기를 보여주며 전방을 주시했다.
“윤! 뒤로!”
베르마엘렌의 외침이 들려온다.
하지만 돌아보지 않고 전방에 있는 선수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왼쪽은 막혔고 중앙도 어렵다.
그 순간 오른쪽 사이드를 침투하는 카를로스 벨라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똑같이 돌려줄 때였다.
서하는 빠르고 살짝 높게 때렸다.
공이 공중에 떠 있던 체감 시간은 길지 않았다.
“사이드! 사이드 막아!”
뒤늦게 우디네세 선수들이 공에서 시선을 떼고 벨라를 바라본다.
공은 정확하게 벨라의 발 앞에 떨어졌다.
벨라는 길게 드리블을 치며 뻥 뚫린 사이드를 유린했다.
우디네세 풀백이 죽기 살기로 따라가 따라잡지만, 벨라는 이를 역이용해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해 무게 중심을 무너뜨렸다.
“벨라!”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는 송.
송의 움직임은 우디네세 선수들의 시선을 확 잡아 끌었다.
벨라는 송에게 주지 않았다.
반대편에서 쇄도하는 제르비뉴를 보고 왼발로 툭 찍어 올렸다.
“막아!”
멀리서 뛰어온 제르비뉴가 몸을 날려 이마로 공을 맞혔다.
한다노비치의 장갑에 맞고 골망을 흔드는 공.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은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우아아아아!”
팬들의 함성을 들은 제르비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갔다.
동료들의 팔을 뿌리치며 달려간 제르비뉴는 어퍼컷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후반전 69분에 터진 첫 득점!
정말 소중하고 필요했던 득점이라 팬들의 함성은 길게 이어졌다.
서하는 멀리서 달려와 멋지게 득점한 제르비뉴를 축하해줬다.
벨라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서하의 목을 팔로 감쌌다.
“윤! 롱 패스 정말 끝내줬어!”
“네 움직임도 좋았어.”
벨라가 한 마디를 덧붙이려할 때 부주장 베르마엘렌이 손뼉을 치며 선수들에게 지시했다.
“자자! 자만하지 말고 평소대로 플레이 해! 놈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면 공을 뒤로 돌리고. 무리할 필요 없어. 알겠지?”
“좋아!”
늦은 시간대에 득점이 나오자 양 팀 벤치가 분주해졌다.
우디네세는 공격 카드를 꺼내들었고 아스날은 지친 선수들을 빼주면서 좀 더 단단하게 가져갔다.
삐익!
송이 빠지고 프림퐁이 들어왔다.
수비에 중점을 둔 교체였다.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은 우디네세는 웅크렸던 몸을 피며 라인을 끌어올렸다.
오버래핑을 자제했던 풀백들이 올라오고 중원을 단단히 지켰던 미드필더들이 공격적으로 나왔다.
맞불 작전.
‘오히려 좋아.’
안정을 버리고 변화를 꾀한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서하의 눈에는 새끼 얼룩말이 발악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아무리 대포가 녹슬었다고 해도 얼룩말들을 사냥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 초반만 버티면 된다.
“초반 공세만 버텨내면 돼! 침착하게 밀어내!”
벵거의 외침에 선수들은 단단하게 뭉쳐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전반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수비 라인을 내리고 버티는 쪽을 택한 아스날은 열리지 않았다.
우디네세 선수들은 초조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정도.
예상치 못한 실점이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
“측면! 측면으로!”
동점골로 흐름을 가져와야 했다.
그러나 한 번 흐름을 탄 아스날은 만만하지 않았다.
약점으로 지목된 왼쪽 측면을 공략하려 해도 워낙 촘촘하여 뚫기 쉽지 않았다.
서하는 프림퐁이 놓친 선수를 어깨를 밀어 넘어뜨렸다.
“아악!”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정당한 몸싸움으로 인정했다.
“윤! 굿 태클!”
“자자! 다시 천천히 가자! 급한 건 쟤들이야!”
서하는 공을 빼앗으려는 우디네세 선수를 드래그 백으로 무위로 돌려세웠다.
깔끔하게 볼 키핑에 성공하자 다시 주도권을 가져왔다.
급하게 플레이할 필요가 없었다.
서하는 센터백들 사이에서 패스를 주고받았다.
골키퍼인 슈체스니에게도 전달하며 우디네세 선수들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압박한다! 윤! 뒤로 돌려!”
코시엘니의 외침에 서하는 공을 내주는 척 자세를 취했다.
상대가 코시엘니 쪽을 의식하고 움직이려하자 역으로 이용해 압박에서 벗어났다.
“오우우우!”
영리한 탈압박 퍼포먼스였다.
서하는 전방을 주시했다.
우디네세 선수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웠다.
흐름을 바꾼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툭. 툭툭툭툭!
공을 앞에 두고 두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길게 한 번, 짧게 두 번.
근육에 불이 붙은 듯 뜨겁다.
아직은 괜찮다.
체력은 아끼고 있었으니까.
서하는 단숨에 중앙선을 넘어 우디네세 중앙을 돌파했다.
갑작스러운 드리블에 깜짝 놀란 우디네세 선수들이 달라붙었다.
느렸다. 이미 가속도가 붙은 서하를 막기에는 너무나 느렸다.
“반칙으로 끊어내!”
서하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반칙뿐이었다.
선수들은 몸을 억지로 우겨넣고 유니폼을 손으로 붙잡았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서하는 팔로 뿌리치고 몸이 크게 흔들렸지만, 버텨내고 달렸다.
멈추지 않고 빠르게 치고 달렸다.
“우와아아아아!”
“윤!”
함성이 터져 나오고 서하를 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서하는 천천히 귀를 닫아갔다.
어느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숨을 언제 쉬었는지 모르겠다.
폐가 터질 것 같았다.
결국 숨 쉬는 행위로 버텨낸다.
잠시 몸이 들썩이며 속도가 살짝 느려졌다.
“@%!^#&$”
뭐라고 하는 지 들리지 않았다.
스터드를 들고 태클하는 우디네세 선수는 방향만 바꿔 피했다.
우디네세 선수들의 표정이 암담함으로 변해갔다.
하프 스페이스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좁은 시야가 점점 넓어졌다.
박스에는 샤막이 있고 제르비뉴가 측면으로 벌려줬다.
가장 좋은 선택은 제르비뉴.
무방비 상태에 놓인 제르비뉴를 활용해 2대1 패스로 뚫어낸다면 손쉽게 추가 득점을 가져갈 수 있으리라.
하지만 서하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욕심이 났다.
공을 오른쪽으로 몰았다.
몸이 따라 틀어지고 앞을 가로 막고 있던 우디네세 수비수가 따라 움직인다.
마음이 급했는지 발을 뻗었다.
서하는 왼쪽으로 드리블을 쳐 수비수의 옆을 손쉽게 통과했다.
입을 뻐끔거리는 수비수를 뒤로 하고 박스 안으로 진입했다.
골키퍼와 1대1 찬스.
한다노비치가 달려 나와 슈팅 각도를 좁히는 선택을 했다.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서하의 슈팅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을 뿐.
왼발로 공을 툭 찍어 골키퍼의 머리를 가뿐히 넘겼다.
골대를 맞고 안으로 들어가는 공.
그 순간 적막이 깨지고 소음으로 뒤덮였다.
“우아아아아아!”
서하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함성을 지르는 팬들에게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어서 고개를 두 번 끄덕이며 지그시 카메라를 바라봤다.
승리를 확정 짓는 세리머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