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3화(2/201)
3화 청백전
청백전은 6대6 축구로 진행했다.
풋살 경기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며 동료들의 얼굴을 살폈다.
엠마누엘 프림퐁을 제외하면 기억나는 선수가 없었다.
이 나이 대에 1군 무대에 걸맞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이미 올라갔거나 임대를 떠났기 때문이다.
서하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여기며 발목을 꾹꾹 눌러줬다.
한 번 꺾였던 전적이 있던 터라 굉장히 조심스럽게 돌렸다.
부드럽게 돌아가는 발목.
“좋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감각.
어서 경기에 뛰고 싶었다.
서하가 생기 넘치는 몸에 적응하고 있을 때, 프림퐁이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의 오른팔에는 완장이 있었다.
레드 팀의 주장을 뜻했다.
“원래는 뛸 생각이 없었는데 감독님이 부탁하셔서 뛰는 거니까 다들 내 말을 잘 들어줬으면 해.”
“오! 알겠어!”
프림퐁은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1군에 합류하지 못했다.
현재 리저브 팀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프림퐁은 대충 지시를 내렸다.
“대충 포지션대로 가자. 맷하고 샘이 수비. 나하고 윤이 미드필더, 로버트가 스트라이커니까 최전방. 다들 불만 없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프림퐁은 가장 어린 서하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의젓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윤, 굉장히 다이나믹한 경기가 될 테니까 공을 오래 소유하기보다는 아카데미에서 배운 대로 빠르게 패스하고 움직이면 돼.”
“알겠어.”
“아까 훈련할 때 보니까 음, 침착하게 볼만 받으면 될 것 같아.”
“공을 받으면 너한테 보내면 돼?”
프림퐁은 씩 웃었다.
“어. 내가 다 해줄게.”
“그래.”
서하는 감각을 회복하기 전까진 두각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안정적으로 플레이하고 번뜩이는 모습 약간 해준다면 적어도 평가는 내려가지 않을 거다.
‘그런데 괜찮으려나.’
그저 그런 선수라 생각했지만, 프림퐁은 탈 아카데미급 선수였다.
동갑내기 친구인 잭 윌셔와 함께 구단에서 촉망받는 유망주였고 1군 데뷔도 상당히 빨랐다.
데뷔 시즌에 꽤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며 이름을 알렸다.
1군 무대에 데뷔한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 지 잘 알고 있었다.
퍼포먼스는 문제없어 보였다.
예전에도 지금처럼 같은 팀으로 미니 게임에 나섰을 텐데 머리에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는 점이 약간 불안요소.
‘그땐 내가 다 해먹어서 말이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압도적인 기량으로 썰었던 터라 프림퐁의 축구 실력을 보지 못했으니까.
서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다.
그래도 1군에 들어갈 선수인데 2군을 못 털어먹을까.
“다들 준비됐어?”
코치가 양 팀을 바라보자 각 팀의 주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후반 15분씩 할 거야. 선축은 레드 팀부터.”
코치가 호루라기를 힘차게 불자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로버트가 공을 뒤로 돌렸다.
프림퐁이 공을 잡자 블루 팀 선수들이 늑대처럼 달려들었다.
프림퐁은 재빠르게 반대편에 있던 수비수에게 공을 넘겼다.
‘느낌이 나쁘지 않은데?’
오랜만에 경기에 뛴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서하는 언제든지 패스를 받을 수 있도록 움직여주었다.
“…”
옅은 금발을 지닌 맷은 서하를 힐끔 쳐다보더니 공을 건네지 않고 골키퍼에게 공을 돌렸다.
골키퍼는 다시 반대편 수비수에게 수비수는 프림퐁에게 패스하며 주도권을 가져왔다.
프림퐁은 거센 압박이 들어오자 서하에게 공을 돌렸다.
투툭.
여전히 퍼스트 터치가 깨끗하지 못해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건강한 몸으로 공을 차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서하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지금은 안전하게 하자.’
압박이 강하게 들어오기 전에 로버트에게 전진 패스했다.
바로 몸을 움직였다.
패스 앤 무브.
하지만 로버트는 공을 잡자마자 버티지 못하고 바로 빼앗겼다.
서하는 빠르게 자리로 복귀했다.
“윤! 오른쪽 잘 봐!”
프림퐁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이며 위치를 잘 잡고 서 있었다.
프림퐁이 다른 건 몰라도 수비 선정 위치는 나쁘지 않았다.
프림퐁과 라인을 맞추자 공간이 메워졌다.
상대 선수는 혀를 내두르며 공을 돌렸다.
서하는 공보다는 선수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며 동료들의 위치를 쉬지 않고 확인했다.
‘기본만 하자. 기본만.’
서하는 발을 쭉 뻗어 상대의 스루 패스를 차단했다.
공을 잡고 돌리자 프림퐁이 공을 달라며 손을 흔들었다.
“윤! 공 줘!”
서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의 눈에는 패스 길이 보였다.
수비수인 샘이 위로 치고 올라가는 선택지와 로버트에게 넘겨주는 선택지.
전부 공격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프림퐁에게 패스한다면 안전하고 뺏길 위험이 없었다.
사실상 백패스였다.
이건 감독과 코치들이 기대했던 축구 신동의 모습은 아닐 거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면 급하게 올렸다고 생각해 다시 U-18 팀으로 내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절대 안 돼.’
성인 선수들 사이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기대에 걸맞은 활약이 필요했다.
살짝만 보여주기로 했다.
서하는 상대가 압박해 들어오자 짧은 드리블을 치다가 순간적으로 라 크로케타로 돌파했다.
“!”
“뭐야!”
모두가 깜짝 놀라고 있을 때.
서하는 사이드를 따라 올라가는 샘에게 공을 전달했다.
샘은 로버트에게 내주고 로버트는 버티다가 반대편으로 열어줬다.
툭.
프림퐁이 간결한 터치로 공을 받아내고 그대로 슈팅을 날렸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공.
승천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프림퐁은 머쓱한 얼굴로 서하를 바라보더니 씩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서하는 살짝 굳은 표정을 지었다.
“감각은 나쁘지 않았지만.”
조금 전 라 크로케타 일명 팬텀 드리블은 상대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통했다.
아직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 공이 통통 튀었던 터라 서하는 아직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말 많이 부족했다.
“젠장.”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이런 간단한 것도 못하는지.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 답답함이 짜증이 났다.
“윤! 공 줘!”
서하는 화를 꾹 참고 이번에도 프림퐁에게 패스했다.
최대한 많이 공을 받고 안정적으로 패스하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조금씩 감이 잡히고 있었다.
패스 강도와 속도가 점차 나아지자 동료들도 한결 편안하게 공을 받기 시작했다.
“윤! 굿 패스!”
“다들 한 골만 넣자!”
수차례나 기회를 날려 먹은 프림퐁은 의기소침해하지 않았다.
혼자 템포를 죽이고 기회도 날려버리는데 코치들은 그의 플레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프림퐁은 플레이메이커 옆에 서야 빛이 나는 선수라는 걸.
사실 그 역할을 서하가 해줘야 하는데 스스로 안정적인 플레이에 주력하고 있었으니 프림퐁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5분 남았다!”
코치의 외침에 서하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부상 이후에는 자신을 낮추고 얌전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원래 서하는 평소에는 얌전하다가도 경기만 들어가면 성난 황소로 돌변했다.
승부욕이 강해서 이기지 못하면 필드에 분노를 뿌리고 다녔다.
태클을 건 선수들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심한 태클이면 넘어지는 척하면서 발로 밟아버렸다.
도발하면 열 배로 돌려줬고.
거친 욕도 서슴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잘 억누르고 있었지만, 점점 어린 몸에 익숙해지자 예전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고삐 풀린 망나니로 말이다.
“하아.”
서하는 안간힘을 다해 꾹 누르고 점수를 바라봤다.
스코어는 아직도 0대0.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았다.
경기는 시종일관 레드 팀이 공을 잡고 주도했고 자연스레 블루 팀은 역습 위주로 나왔다.
지공 상태에서는 서하와 프림퐁에 막혀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하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갔다.
“짜증나네.”
레드 팀의 조합이 좋지 않았다.
로버트는 버티고 내주는 스타일.
샘이 그나마 윙백처럼 움직이는데 움직임만 좋지 다른 기본기는 별로였다.
맷은 임무에 충실한 센터백.
프림퐁은 그냥 역적이었다.
밥을 차려줘도 먹질 못했으니까.
도대체 몇 번이나 허공으로 날리고 소녀 슛을 보여주는지.
인내심이 바닥이 날 지경이었다.
“윤! 공 빨리 줘야지!”
당당하게 공을 요구하는 프림퐁.
서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단전 끝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라리 공격하다 먹히는 게 낫지.
이런 경기력은 용납할 수 없었다.
즐기면서 축구하자 오케이.
하지만 즐기려면 이겨야 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무승부로 끝난다?
전혀 기쁘지 않았다.
서하는 가면을 벗어던졌다.
“윤!”
프림퐁의 말을 무시했다.
사이드를 따라 올라가는 빨간 머리 샘도 무시했다.
로버트는 그냥 서 있는 나무였다.
이 미칠 듯한 답답함을 어떻게든 풀어야 했다.
안 그러면 병이 날지 몰랐다.
“후우.”
서하는 공을 툭툭 치며 나아갔다.
한 차례 벗겨진 전적이 있는 상대 선수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어려져서 그런지 혈기가 왕성해지고 승부욕이 끌어 올랐다.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분비되며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윤! 뭐해! 패스하라고!”
“닥쳐.”
한국어로 강하게 쏘아붙이며 공을 발에 붙이듯 몰고 올라갔다.
툭툭. 툭툭툭.
속도가 점점 붙었다.
예전보다 터치가 투박했음에도 상대는 쉽게 압박하지 못했다.
달라졌다는 걸 눈치 챈 걸까.
서하는 무시하고 전진했다.
금세 공격 진형까지 넘어오자 공간을 줄인 상대 선수들이 달라붙었다.
서하는 한 발로 바깥 발 방향으로 공을 모는 척하고 페인트를 주다가 다시 공을 안쪽 발 방향으로 치며 빠져 나왔다.
“미친!”
한 사람을 벗긴 서하는 곧바로 압박해 들어오는 상대 선수를 다시 한 번 라 크로케타로 벗겨냈다.
조금 전보다 훨씬 깔끔해진 팬텀 드리블이었다.
“갑자기 뭐야!”
“저 자식 막아!”
서하는 이를 악 물었다.
거리를 생각하지 못하고 보폭을 크게 주는 바람에 넘어질 뻔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할 문제였던 터라 서하는 경기에 집중했다.
일반적인 태클로는 막기 힘들다 생각했는지 몸으로 욱여넣으며 들어왔다.
움찔!
수 차례 부상으로 몸싸움을 꺼려했던 서하는 우격다짐으로 밀고 들어오는 선수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 몸은 건강했다.
부상이 없는 깨끗한 몸이었다.
들이박아 넘어뜨리고 싶었다.
하지만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냉정해야해.’
더 훌륭한 선택지가 있었으니까.
서하는 무게 중심을 낮게 잡고 등을 지고 버텼다.
거의 완성한 몸을 지닌 선수와 몸싸움을 벌였음에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15살임에도 신장은 180cm에 힘도 또래들보다 좋은 편이니까.
“윤!”
가장 좋은 선택지는 프림퐁.
솔직히 무시하고 싶었다.
하지만 짜증나게도 로버트는 막혀 있었고 샘은 사이드에 있었다.
프림퐁은 기회도 못 살리는 주제에 절묘한 타이밍에 쇄도했다.
서하는 마지막으로 프림퐁을 믿어보겠다는 심정으로 뒤꿈치로 공을 찍어 찼다.
“!”
수비수의 발 맞고 굴절되어 수비수 사이로 쇄도하는 프림퐁의 발에 완벽하게 배달되었다.
굴절되지 않았다면 프림퐁을 그대로 지나쳤을지도 몰랐다.
우연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이제 프림퐁의 발에 달려 있었다.
“이번에는 넣어라. 좀!”
믿음에 보답할 수 있을까.
프림퐁은 구석을 노리고 찼다.
하지만 슈팅 각도가 좋지 못했다.
골키퍼는 즉시 발을 뻗어 쳐냈다.
“으악!”
프림퐁의 절규가 이어졌다.
하지만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사실 프림퐁의 발에 공이 닿은 순간 서하의 믿음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었으니까.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서하는 수비수를 제치고 짐승처럼 달려가 왼발로 툭 찍어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출렁!
“와아아아!”
“윤! 이 자식! 대단한데?”
“이제 몸이 풀린 거야?”
“잘했어! 정말 잘했다고!”
서하는 오랜만에 골 맛을 본 기분을 느끼기도 전에 동료들의 함성과 둘러싸여 정신이 없었다.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등을 때리며 번쩍 안아 올리기까지.
서하는 과거로 돌아온 후 처음으로 골 맛을 봤음에도 기쁘다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냥 답답한 경기력에 화가 나서 끝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골을 넣어서 그런지 화는 조금 풀렸다.
“왜 축구 신동이니 뭐니 호들갑을 떠나 했는데 이제 알겠네!”
“완전 메시를 보는 줄 알았어!”
원인이 된 인간은 싱글벙글 웃으며 목을 조르고 있었다.
놔달라고 해도 프림퐁은 뭐가 그리 좋은지 놓아주지 않았다.
서하는 녀석을 얼굴을 보자마자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녀석만 아니었어도!’
날려 먹은 기회 중 두 번만 살렸다면 답답할 일은 없었을 텐데.
그래도 팀원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니 화가 좀 풀리는 기분이었다.
전 회 차에서는 동료들과 서먹해서 말도 붙일 일이 없었는데.
와서 축하해주니 괜히 고마웠다.
“다 내 덕분이라니까! 내가 아니었으면 윤은 넣지 못했을 거야! 내 말이 맞지 윤?”
“…”
프림퐁의 변비 걸린 플레이와 답답함이 합쳐지자 오랫동안 가둬뒀던 성격이 완전히 뚜껑을 열고 나오려 했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순수한 얼굴로 바라보는 프림퐁.
서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분노를 점점 가라앉혔다.
지금은 화를 죽여야 했다.
서하는 애써 웃는 얼굴로 잠깐 열린 상자를 꾹 눌러 닫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
“어.”
“윤.”
“왜?”
“오후 훈련 끝나고 우리 집에서 게임 한 판 할래?”
서하는 최대한 비즈니스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다.
“미안.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셔서 빨리 가봐야 해. 다음에 갈게.”
정석적인 대답에 프림퐁의 얼굴이 장난기가 어렸다.
“흐흐흐. 혹시 윤은 마마보이야?”
“진짜 뒤지고 싶어?”
성질을 죽이려고 했던 계획은 한순간에 프림퐁의 말에 무너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