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0)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30화(29/201)
30화 올드 트래포드(1)
무더운 열기가 내리쬐는 8월.
8월의 마지막 주 경기는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이었다.
4연승을 달리는 아스날과 커뮤니티 쉴드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역전승으로 꺾고 리그 2연승을 달리며 저력을 보여준 맨유.
축구 팬들의 시선은 양 팀의 경기에 쏠려 있었다.
현지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한국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축구를 이끈 선배와 16살에 빅클럽 주전을 꿰찬 후배의 대결.
윤서하와 진우원 이후 시즌 두 번째 코리안 더비였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아스날! 배지석의 출전 가능성은?] [주전으로 뛰는 윤서하와 교체로 나오는 배지석, 만날 수 있나?]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에 도전하는 윤서하, 아스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선배님, 이제는 쉬세요! 천재 미드필더 윤서하의 당찬 포부!] [차세대 한국 축구를 이끌 윤서하, 한 수 가르쳐드릴게요!]기자들은 온갖 어그로를 끌어대며 엄청난 클릭 수에 비명을 질렀다.
서하는 전술 자료를 읽으며 스피커 모드로 바꿨다.
“괜찮아. 부모님이면 몰라도 난 한국 기사는 잘 안 보거든.”
-그래, 잘 생각했어. 봐봤자 정신 건강에만 해롭지.
진우원은 기자들과 축구 팬들에게 시달렸던 경험을 아낌없이 전수해줬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적절히 호응해줬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는지 진우원은 제법 신이 난 목소리로 별 것도 아닌 정보를 퍼 날랐다.
서하는 이야기가 산으로 흘러가자 화제를 전환했다.
“형은 요즘 어때? 괜찮아?”
-나? 나야 뭐, 그저 그렇지. 네 말대로 영어도 열심히 익히고 최대한 팀에 녹아들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다행히 팀원들도 그걸 좋게 봐주고 있어. 아! 네 이야기 엄청 하더라.
“내 이야기? 왜?”
-개막전에서 털렸잖아. 조이 바튼이 이번 시즌 영플레이어는 네가 될 거라고 떠들어대던데?
조이 바튼 이야기가 나오자 서하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성격 문제는 둘째 치고 손을 대선 안 될 곳에 손을 댔으니까.
“형, 조이 바튼이랑 친해?”
-음, 나쁘진 않지. 성격이 괴팍하다는 소문을 들어서 좀 쫄았는데 꽤 괜찮던데? 사람이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걔하고 친하게 지내지 마. 형만 손해야.”
-응? 왜?
차마 불법 배팅이라고 말할 수 없어 대충 잡아뗐다.
“아무튼 그런 게 있어.”
-그러냐. 안 그래도 조이 바튼이 팀을 떠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친해질 일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네.”
-아 맞다. 서하야, 지석이형 번호 알려줄까?
“아냐. 괜찮아. 경기장에서 직접 물어볼게. 슬슬 나가봐야 해.”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을 끝으로 종료 버튼을 눌렀다.
서하는 구단 분석 팀에서 제공한 자료와 은디아예가 구해준 자료를 꼼꼼하게 읽었다.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력은 약해졌다.
맨유의 황금세대를 이끈 레전드들의 퇴장.
신입생들의 적응 문제 등.
전력 공백이 두드러졌다.
문제는 아스날이 이 팀에게 참패를 당했다는 점이다.
프리미어리그 창단 이후 아스날의 가장 굴욕적인 경기로 남은 8대2 가르마 대첩.
징계, 부상 및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 등 아스날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선발 라인업은 그럭저럭 꾸렸지만, 당시 벤치에 앉았던 선수들은 마루앙 샤막을 제외하고 전부 유망주들이었다.
그만큼 아스날은 심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징계 받은 선수는 없었다.
발 빠르게 선수들을 영입해 부상으로 약화된 전력 공백을 채웠다.
이번 시즌 4연승으로 좋은 기세를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스날의 돌풍을 이끄는 특급 유망주 윤서하의 존재.
조건이 달라지고 환경이 변했다.
전력 차는 크지 않았다.
충분히 해볼 만했다.
가르마 대첩은 없다.
***
올해는 굉장히 무더웠다.
뜨거워진 필드를 식히려 스프링클러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관중석은 팬들로 가득 찼다.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올드 트래포트.
아스날은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 적이 없는 경기장이었다.
서하는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발목을 가볍게 돌렸다.
부드럽게 돌아가는 발목들.
“좋아.”
회귀한 이후 습관으로 굳어졌다.
건강하게 뛰고 있다는 의미였다.
맨유 홈 유니폼을 입은 금발 꼬맹이가 흥미롭게 쳐다봤다.
꼬맹이는 개구쟁이처럼 웃다가 서하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서하는 아무 생각 없이 악수하려고 손을 가져갔다.
“빼앱!”
손을 쭉 빼며 혀를 내미는 소년.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꾹 참고 꼬맹이의 볼을 만져줬다.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입꼬리를 씰룩이자 아예 머리를 망가뜨렸다.
그 모습을 본 로시츠키는 낄낄 웃어대며 서하를 놀려댔다.
“웃지 마. 로사.”
“까칠하긴. 오늘 컨디션 어때?”
“너보단 좋은 듯?”
“난 원래 슬로우 스타터라고.”
로시츠키가 슬로우 스타터라니.
서하는 고개를 흔들며 정면을 바라봤다.
주심이 손목시계를 슬쩍 확인하고 카메라가 들어오자 선수들의 잡담이 점점 줄어들었다.
늠름한 척. 긴장한 척.
서하는 맨유 선수들을 바라봤다.
웨인 루니, 대니 웰백, 애슐리 영, 안데르손, 톰 클레버리, 루이스 나니, 파트리스 에브라, 조니 에반스, 필 존스, 크리스 스몰링 그리고 데 헤아.
괜찮은 전력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전성기보다 허약해진 중원과 포백 라인을 상대로 가르마를 당한 아스날.
얼마나 허약했던 걸까.
‘아니야. 생각하지 말자. 이제 그 기억은 없어.’
오늘부로 바꿀 테니까.
주심이 선수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앞으로 걸어갔다.
선수들은 주심을 따라 통로를 벗어나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아아아아아아!”
7만 명이 넘는 홈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선수들을 뜨겁게 맞이했다.
이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응원가 중 가장 유명한 Glory glory Man United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Glory! glory, Man United
Glory! glory, Man United
Glory! glory, Man United
As the reds go marching on! on! on!
열성적인 응원.
맨유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선수와 팬들의 얼굴들.
아스날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정신 무장이 잘 되어 있었다.
서하는 락커룸에서 주장 반 페르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솔직히 강팀이 맞아. 우리가 올드 트래포트에서 승리를 거둔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을 만큼 고전을 면치 못했지. 하지만! 오늘은 달라! 세스크와 나스리가 떠났음에도 우리는 당당하게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에 성공했어! 그러니 보여주자. 실점을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우리가 잘하는 공격으로 더 많은 득점을 하자. 더도 말고 녀석들보다 하나만 더 넣으면 돼! 자! 그러니 우리는 좀 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아스날은 엄청난 클럽이고 너희들은 이 클럽에서 뛰는 선수니까!’
반 페르시답지 않은 멘트였다.
바로 추궁해보니 자신은 생각하고 아내가 대신 써줬다고 대답했다.
서하는 진실을 감춰주기로 했다.
‘알려져서 좋을 건 없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가볍게 악수를 나누고 운명을 바꿀 경기가 시작됐다.
맨유는 공을 뒤로 돌리며 아스날 선수들을 깊숙이 끌어들였다.
반 페르시, 제르비뉴, 벨라가 강하게 압박하자 맨유 센터백 듀오는 길게 찰 수밖에 없었다.
베르마엘렌은 낙하지점을 잘 잡고 루니가 압박하기 전에 헤딩으로 떨궈줬다.
“천천히! 풀어가!”
원정 팀인 아스날은 템포를 높일 이유가 없었다.
천천히 경기를 조율해나갔다.
경기 초반은 뜨거운 열기와 다르게 잔잔하게 흘러갔다. 양측 모두 급하게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맨유는 볼 소유권을 잃자 지역 방어를 선택하며 아스날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상대가 들어오면 강하게 압박해 볼을 탈취한 후 양 윙어를 통해 빠른 역습으로 전개하는 방식.
오래된 축구였음에도 아직까지 잘 먹히고 있었다.
아스날은 후방 빌드업에 공을 들이며 슬쩍 슬쩍 찔러 넣었다.
생각보다 맨유는 단단했다.
“나이스 커버!”
특히 클레버리의 활동력이 눈에 띠었다.
저러다가 체력이 방전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과하게 뛰었다.
아스날은 맨유의 촘촘하게 짠 수비를 뚫지 못했다.
“우와아아아아!”
홈 팬들의 거센 환호성과 야유 섞인 목소리에 소통이 어려웠다.
하지만 서하를 비롯한 아스날 선수들은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볼 점유율을 높였다.
“윤!”
3선까지 내려온 서하는 로시츠키에게 패스하고 중앙으로 뛰어 들어갔다.
“잡아!”
루니가 다급히 서하를 쫒아갔다.
로시츠키가 숨통이 트이자 안전하게 측면으로 돌렸다.
볼을 받은 사냐는 압박해오자 리턴 패스로 로시츠키에게 내줬다.
로시츠키는 송에게 패스하고 움직이며 맨유 중원에 균열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괜찮아! 차분하게!”
서하는 다시 아래로 내려와 백패스를 요구했다.
송은 공을 내주고 위로 올라갔다
서하는 다시 루니가 압박해오자 공을 발로 툭툭 치며 원을 만들며 손쉽게 따돌렸다.
손으로 유니폼을 붙잡아보지만, 서하는 팔로 쳐냈다.
툭툭. 툭.
왼발과 오른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치고 올라갔다.
클레버리와 안데르손은 진격을 늦추려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계획적이고 경직된 움직임.
나쁘지 않은 움직이지만, 지금은 서하의 탐스러운 먹잇감이었다.
이미 몇 차례 좋은 킥력을 선보인 서하의 오른발이 왼쪽 측면으로 공을 보냈다.
“굿 패스!”
로시츠키가 공을 받고 전진했다.
클레버리가 막아서자 로시츠키는 기다렸다는 듯 빈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클레버리가 지키고 있던 지역.
그곳으로 로시츠키의 전매특허.
아웃프런트킥이 꽂혔다.
서하는 가슴으로 공을 받았다.
안데르손이 다급히 달려와 막아서지만, 공을 툭 치자 순식간에 안데르손의 머리 위로 넘어갔다.
“앗!”
안데르손이 돌아본 사이 이미 서하는 공을 받으러 가고 있었다.
서하와 로시츠키의 환상적인 호흡에 맨유의 중원이 무너졌다.
서하는 골대를 바라봤다.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데 헤아가 아직 경험이 적은 골키퍼라지만, 이 거리에서 골을 내주는 골키퍼는 아니었다.
‘뚫는다.’
상황도 매우 좋다.
전방에는 반 페르시.
양 측면에는 제르비뉴와 벨라.
4대4 상황이라 공격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리고 이를 집도하는 사람은 서하였다.
결정적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빠르게 공을 툭툭 치며 달렸다.
막아서는 선수는 없었다.
측면에서 다급히 좁혀 들어오지만, 서하에게 선택지를 늘려주는 움직임이었다.
숨이 조금 거칠어진 사이.
머릿속에서는 완벽한 선택지가 그려진다.
왼쪽으로 슬쩍 몸을 틀었다.
센터백 필 존스가 따라붙었다.
과감한 태클도 서슴지 않는 그야말로 파이터형 수비수.
굳이 맞설 필요는 없었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으니까.
“윤!”
여기저기서 서하를 불렀다.
반 페르시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센터백 뒤로 돌아가려는 움직임.
역시 좋은 스트라이커였다.
최근 컨디션도 좋고 4경기에서 7골을 터트렸으니 골 냄새를 맡는 감각이 살아 있을 수밖에.
하지만 서하는 반 페르시에게 눈을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긴장한 얼굴로 공과 서하를 주시하는 필 존스 뒤로 초조한 얼굴이 보였다.
데 헤아는 몸을 살짝 웅크리며 애매한 위치에서 골문을 지켰다.
서하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분석이 안 되어 있네.”
상대가 양발잡이라는 걸 모른다면 벌을 받아야 했다.
슈팅 공간은 제법 넉넉했다.
필 존스가 성질을 참지 못하고 몸을 날리려하자 서하는 오른쪽으로 공을 툭 건드렸다.
필 존스가 움찔했고 데 헤아가 옆으로 움직였다.
‘지금!’
오른발로 안쪽으로 공을 왼쪽으로 치자 필 존스의 몸이 무너졌다.
서하는 기다렸다는 듯 반 박자 빠르게 왼발 슈팅을 가져갔다.
무게 중심을 잃은 상태로도 발을 쭉 뻗는 필 존스.
공은 이미 지나간 후였다.
갑자기 왼발로 찰 줄 몰랐던 데 헤아는 역동작에서 빠져나와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역시 괴물은 괴물이었다.
미친 반사 신경과 우월한 신장과 팔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우와아아아!”
“집중해!”
환상적인 세이브에 홈 팬들이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르비뉴가 측면에서 쇄도하며 튀어나오는 공을 머리로 가져갔다.
오뚝이처럼 일어선 필 존스가 악착같이 달려가 몸을 날렸다.
처절한 수비였다.
필 존스의 얼굴에 맞고 굴러오는 공, 서하가 가장 앞서 있었다.
홈 팬들의 어깨가 들썩이기 전에 오른발로 강하게 때렸다.
데 헤아는 손도 뻗지 못하고 거친 파도처럼 흔들리는 골망을 바라 볼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