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2)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32화(31/201)
32화 단독 기자 회견
삐이익! 삐이익! 삐익!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아스날 선수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반면 홈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씁쓸한 얼굴로 잔디를 내려다봤다.
“윤!”
세 번째 골의 주인공 반 페르시가 필드로 달려 나왔다.
후반전 80분에 셰인 롱과 교체됐던 터라 힘이 꽤 넘쳐흘렀다.
물론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강하게 저항하고 반격해 반 페르시의 머리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어떻게 한 번을 안 져주냐?”
“져줄 이유도 없잖아.”
“그래, 너 잘났고 고생했다.”
“너도.”
반 페르시는 씩 웃으며 서하의 등을 때리고 도망쳤다.
그 나름의 애정표현이었다.
서하는 동료들과 악수와 포옹을 나누며 고생했다는 말을 건넸다.
아스날 선수들은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 올드 트래포드를 찾아준 원정 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원정 팬들이 기립 박수로 선수들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아스날의 마지막 승리는 2006년.
5년 만에 거둔 뜻 깊은 승리였다.
“주인공! 우리 말고 카메라 봐야지.”
송의 짓궂은 말투에 서하는 피식 웃었다.
오늘도 카메라가 붙어있었으니까.
그들이 노리는 그림은 뻔했다.
서하는 동료들과 악수를 나누는 배지석을 발견하고 다가가 인사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아, 네가 서하구나. 만나서 반갑다. 너 오늘 진짜 잘하더라.”
“선배님도 잘하시던데요?”
배지석은 활짝 웃지 못했지만, 나름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카메라가 비추자 재빨리 미소를 숨기며 서하와 악수를 나눴다.
“반갑다야. 아 반말해도 되지?”
“물론이죠. 선배님 편하신 대로 말씀해주세요.”
“그래, 우원이한테 듣던 대로 예의가 바르네. 와, 너무 아쉽다.”
“네? 뭐가 아쉬우세요?”
“내 무릎 상태가 괜찮았으면 대표 팀에서 합을 맞춰봤을 텐데. 서하야, 왜 이렇게 늦게 태어났니? 좀 더 일찍 나오지.”
“하하하. 그러게요. 몸은 좀 어떠세요?”
“무릎이 좀 쑤시는 것 빼고는 다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맙다.”
“당연히 해야죠! 선배님 몸은 국보급 몸이신데요.”
“국보급은 너무 나갔고. 아, 맞다. 루니가 너하고 유니폼을 교환하고 싶어 하던데 해줄 수 있어?”
“전 선배님이랑 하려고 했는데.”
“내 거는 다음에 받아. 어차피 내일부터 A매치 기간이니까 런던에 갈 일이 있거든? 그때 만나서 유니폼을 줄게.”
“감사합니다!”
배지석은 서하의 등을 두드려주고는 다시 동료들에게로 돌아갔다.
그리고 바통터치를 하듯 루니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
“왔다!”
미소를 지으며 프레스룸에 들어오는 서하는 번쩍이는 플래시 세례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찰칵! 찰칵! 찰칵!
기자 수십 명이 서하 한 명을 위해 모여 있었다.
대부분은 영국인이었고 곳곳에 한국인과 일본인 기자들이 보였다.
플래시 세례가 끝나자 서하는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가져갔다.
손가락으로 툭툭 살짝 건드리며 마이크를 체크했다.
마이크 상태는 훌륭했다.
서하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없었고 여유가 넘쳐흘렀다.
“제가 지명한 분만 발언할 수 있습니다. 지명하지 않은 분이 발언하면 퇴장시키겠습니다.”
구단 직원이 기자들에게 몇 가지 안내 사항을 전달한 후 단독 기자 회견이 시작됐다.
얼굴에 주름이 넉넉한 중년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를 포함하여 아스날의 경기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리그 3연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연승을 거두며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데 지금 팀 분위기는 어떤지 묻고 싶습니다.”
무난한 질문에 서하도 무난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좋죠.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프리시즌에 열심히 준비해온 것들이 빛을 발휘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죠. 팀 분위기는 정말 좋습니다. 특히 아스날의 무덤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승리를 했기 때문에 더욱 기쁩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질문을 허락받은 행운의 기자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전문가들이 아스날의 패배를 점쳤는데 윤의 환상적인 플레이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원을 완벽하게 무너뜨렸습니다.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승리할 수 있던 요인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적막한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자 서하는 살짝 볼을 긁적이고는 피식 웃었다.
“마법을 부렸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봐요. 축구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포츠입니다. 저도 나쁘지 않았고 동료들의 좋은 퍼포먼스 있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서하는 물을 마시며 숨을 골랐다.
목구멍이 시원해지자 다시 말을 이었다.
“저희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길 수 있던 이유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 주장이 했던 말이 많은 도움이 되었죠. 원 팀이 되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자.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기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서하는 반 페르시에게 공을 돌렸다. 정확히는 그의 부인에게.
이후 기자들의 공세에도 서하는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대답했다.
쏟아지는 관심과 압박감에 말실수를 할 법했지만, 서하는 당황하지 않았다.
“코리안 지단. 나쁘지 않은데 왠지 지단이 한국 사람처럼 느껴지네요. 차라리 제 2의 지단이라는 별명이 괜찮은 것 같아요.”
오히려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여줬다.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다.
“이번 시즌 아스날은 저번 시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바뀌었는지 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제가 아카데미에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번 시즌은 도약의 시기라는 겁니다. 성적도 그렇고 선수 구성도 그렇고 전술 변화도 많은 걸 변화시켰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믿고 있고요.”
“윤은 올 시즌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에 모두 출장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은지 또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힘들지만, 힘든 만큼 많은 경험을 얻었습니다. 체력을 관리하는 방법, 회복하는 방법 등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 부상을 걱정하는 팬들이 계신데 저는 전부 선발로 출장하지 않았습니다. 감독님의 배려로 벤치에 앉아 있을 때도 많거든요.”
5경기 3선발 2교체.
혹사 논란과는 거리가 멀었다.
출전 시간도 팀 내에서 8번째라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래도 항상 주의하고 있었다.
부상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선수가 있었나요?”
“아무래도 후반전에 교체해서 들어온 라이언 긱스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결정적인 패스를 보여주기도 했고요. 게다가 38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명문 구단에서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울 점이 많은 선수입니다.”
서하의 입에서 긱스가 나오자 기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드디어 먹잇감을 찾았다는 듯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들었다.
구단 직원은 망설이다가 가장 얌전해 보이는 젊은 기자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더 선의 로버트입니다. 윤, 오늘 긱스의 활약이 인상적이라고 대답했는데 그를 존경한다는 뜻으로 봐도 될까요?”
뻔히 보이는 함정 유도 질문.
서하는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축구 선수로서 라이언 긱스는 두 번 말할 필요도 없는 레전드입니다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자는 다시 질문을 던지려고 했지만, 구단 직원은 재빨리 엘리스를 지목했다.
엘리스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
“윤은 아카데미에서 리저브 팀으로 그리고 1군까지 올라오는데 한 달밖에 안 걸렸죠. 아마 아스날 최초가 아닐까 싶은데.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요?”
“언젠가는 1군에 올라갈 거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보다 빨리 올라가서 놀랐습니다. 당황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외에도 최연소 출장 기록 등 여러 질문이 들어왔고 서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가장 친한 선수는 프림퐁과…료입니다. 프림퐁은 리저브 팀에 있을 때 많이 도와줘서 친해질 수 있었고 료는 챙겨주다가 친해졌습니다.”
나올 질문은 거의 다 나왔다.
현지 기자들도 만족한 얼굴로 키보드를 두들겼다.
구단 직원이 서하의 눈치를 보다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윤, 한국 기자하고 일본 기자 질문 받을 건가요?’
서하는 고민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기사를 쓰게 두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방향을 정해주는 편이 좋았다.
먼저 한국인 기자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둥근 안경에 평범한 얼굴, 비쩍 마른 체형을 지닌 중년 남자.
어디서 많이 본 기자였다.
서하는 머릿속을 빠르게 뒤졌다.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못해 흐릿할 뿐 정확하게 떠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질문을 듣고 알게 됐다.
“오늘 선배인 배지석 선수와 맞대결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는데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한 가지 더. 경기가 끝나고 배지석 선수와 태극 마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지 말씀해주세요.”
이름은 이현기.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는다며 온갖 유언비어가 가득한 기사를 쓰던 기자였다.
부상으로 긴 공백기를 가졌을 때도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구단에서 접근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 기자는 서하에게만 삐뚤어진 관심을 보내지 않았다.
해외파 선수들을 못살게 군 기자로 굉장히 유명했다.
특히 유럽 무대에 일찍 진출한 배지석이 주 타겟이었다.
인성이 좋은 배지석조차 기자 이야기만 나오면 진저리를 낼 정도로 평가가 나빴다.
‘그동안 잊고 지냈는데 ’
역시 질문부터가 끔찍했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온 배지석과 이제 막 발을 내디딘 새싹을 비교하는 질문이라니.
웬만하면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하든 제 입맛대로 바꿔 기사를 실을 테니까.
“윤?”
구단 직원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서하는 미안하다는 손짓을 보내며 차분한 얼굴로 기자를 바라봤다.
심보가 고약한 얼굴에다가 꼬투리를 잡으려는 눈빛.
다시 보니 정말 못생겼다.
어찌되었든 질문을 들어왔고 대답은 해야 했다.
시간이 잠시 지체된 사이 웅성거림이 조금씩 커져갔다.
더 지체했다가는 기자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터.
순간 머릿속에서 엉뚱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배지석 선수는 정말 훌륭한 선수입니다. 저는 그의 축구를 보며 자라왔고 언젠가 함께 경기장에서 뛰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꿈을 이뤘지요. 결과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위대한 선수와 함께 뛴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배지석 선수와 밥 먹자는 이야기밖에 안 했네요.”
서하의 입에서 유창한 스페인어가 흘러나오자 기자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뜬금없이 스페인어라니.
하지만 제일 당황한 사람은 질문을 던진 이현기였다.
영어도 못하는데 스페인어를 알아들을 리가 없었으니까.
“마크 씨. 진행하시죠.”
서하는 씩 웃으며 구단 직원에게 진행을 요청했다.
유창한 스페인어 구사에 넋을 놓고 있던 구단 직원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그는 손을 번쩍 들고 있는 일본인 기자에게 발언권을 줬다.
하지만 막상 발언권을 주자 머뭇거렸다.
‘영어를 못하진 않을 텐데.’
물론 발음이 좋지 않아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았다.
서하는 그녀를 배려해줬다.
“日本語で質問してもいいですよ(일본어로 질문해도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유창한 일본어가 입에서 나오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신기해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를 통달했을 줄은 몰랐으니까.
일본인 기자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조심스레 물었다.
“本当に大丈夫ですか?(정말 괜찮나요?)”
“어려운 단어는 구사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말할 수 있어요.”
그녀는 안도한 눈빛을 지으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아까 누구와 가장 친하냐는 질문에 윤은 미야이치 료를 언급하셨는데 두 사람은 어떻게 친한 사이가 되었나요? 또 일본 음식을 대접받은 적이 있나요? 어떤 일본 음식이 맛있는지 궁금해요!”
한국 기자나 일본 기자나 질문 수준이 거기서 거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