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4)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34화(33/201)
34화 등교
9월의 런던.
서하는 눈을 뜨자마자 상체부터 일으켰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들을 풀어준 후 시간을 확인했다.
7시 반. 슬슬 움직일 시간이었다.
오늘은 굉장히 바빴으니까.
서하는 방에서 걸어 나와 식탁부터 확인했다.
얼굴이 절로 찡그려졌다.
아침 메뉴는 어제와 같았다.
싱싱한 샐러드, 삶은 계란 그리고 잡곡밥과 닭 가슴살.
돌아온 이후로 질리도록 먹었던 터라 식욕이 뚝 떨어졌다.
‘그래도 먹어야지.’
먹어야 힘을 내서 학교도 가고 오후 훈련도 버틸 수 있을 테니까.
윤종석은 피식 웃으며 잘 익은 베이글에 딸기잼을 발랐다.
“왜? 한 입 주랴?”
“됐어요.”
“탄수화물도 적당히 먹어줘야 균형 잡힌 식사라고 할 수 있지.”
“베이글은 도움 안 돼요.”
서하는 양상추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아삭하게 씹히는 맛과 신선한 맛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졌다.
드레싱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구단 트레이너는 드레싱에 들어간 당분은 몸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괜히 식단을 말했다가 트레이너에게 붙잡혀서 제대로 관리를 받게 되었다.
“아 참. 사진 찍어야 하는데.”
서하는 폰을 꺼내 아침 식사 인증 사진을 트레이너에게 보냈다.
[ok!]곧바로 답장이 왔다.
서하는 다시 포크를 들었다.
양상추를 뒤적거리자 김미선이 안쓰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들, 오리 고기라도 줄까?”
“저녁에 먹을게요.”
“너무 무리하지 마. 아직 자랄 때니까 여러 가지 챙겨 먹어야지.”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서하는 퍽퍽한 닭 가슴살에서 약간의 짭짤한 맛을 느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야채와 생선 위주의 식단으로 부상을 예방하겠다는 원대한 목표.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싱싱한 채소들이 독초로 보였고 생선의 비릿한 냄새는 식욕을 뚝 떨어뜨렸다.
고기, 선홍빛 윤기가 좔좔 흐르는 고기가 먹고 싶었다.
매일 마시는 과일주스도 질렸다.
목이 따끔거리는 탄산을 원했다.
서하는 반으로 자른 삶은 계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채식주의자들이 존경스럽네.”
“그럼, 그게 쉬운 줄 알았냐?”
윤종석은 신문을 펼치며 의도적으로 베이글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콤한 딸기잼이 서하의 코끝을 맹렬히 자극했다.
서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순간 딸기잼을 바른 베이글을 달라고 외칠 뻔했다.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입 근육들을 단속해서 다행이지.
서하는 살짝 신경질적인 눈빛으로 방울토마토를 푹 찍었다.
그걸 본 김미선은 윤종석을 타박하며 베이글 앞에 에그 스크램블을 놓았다.
“당신도 참. 애를 왜 놀려요.”
“내가 언제 놀렸다고 그래. 난 그냥 베이글을 먹었을 뿐인데. 서하야, 아빠가 잘못했냐?”
“…아뇨.”
“거 봐. 서하도 아니라잖아.”
김미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 앉았다.
아들을 놀리고 싶은 장난꾸러기 아버지와 달리 그녀는 서하와 똑같은 식단을 고집했다.
윤종석은 모자의 눈치를 보다가 헛기침을 내뱉으며 아침 신문을 읽었다.
“어디 보자. 정치는 넘어가고. 오! 아스날 기사가 실렸는데? 서하야, 한 번 읽어 볼래?”
서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윤종석은 바로 신문을 건넸다.
살짝 구겨진 신문을 펼친 서하는 윤종석이 말한 기사를 읽었다.
[아스날의 깜짝 개막 3연승! 이유 있는 자신감!]아스날이 리그 3라운드 숙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올드 트래포트에서 3대1 승리를 거두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스날은 원정 경기였음에도 전반전부터 파상공세를 펼쳤다.
그들이 이번 시즌에 보여준 초반 전방 압박에 이은 높은 위치에서 역습은 위력적이었다.
빠른 득점은 실패했지만, 상대를 안으로 집어넣는 전략으로 주도권을 잡고 끊임없이 흔들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스날의 흔들기를 버티지 못했다.
아스날은 노련한 사냥꾼처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첫 번째 득점은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부터 시작했다.
윤과 로시츠키를 앞세운 아스날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퍼포먼스로 중원을 무력화시켰다.
중원이 무력화되자 측면이 무너졌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자랑하는 측면을 이용한 빠른 역습은 딱 한 번 밖에 나오지 못했다.
아스날은 주도권을 내주지 않은 채 3대1 승리로 올드 트래포트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었다.
이로써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경기를 포함하여 5연승을 달렸다.
04-05시즌 이후 7년 만이다.
수많은 주축 선수들이 떠났음에도 오히려 아스날은 더욱 강해졌다.
그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들! 점심 도시락 준비했는데 가져갈 거지?”
“가져가야죠.”
“쓸쓸하게 혼자 도시락 먹는 건 아니지?”
김미선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서하는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요. 다들 저랑 같이 먹고 싶어서 안달인데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서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여자애들은 문제가 없었다.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아이들은 없었다.
문제는 남자애들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몰려와서 질문을 쏟아냈던 터라 정신이 없었다.
온통 축구 이야기뿐이었다.
‘예전에는 다가오지 않았지.’
성격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학교에 퍼져서 서하를 내버려뒀다.
그래도 접근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서하는 차갑게 대했다.
애초에 졸업할 생각이 없었다.
축구에만 전념하려 했으니까.
학교 친구들과 어쭙잖은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구단 최연소 출장 기록 보유.
아스날의 돌풍을 이끄는 유망주.
쏟아지는 관심과 치솟는 인기.
학교에서 얌전히 지낼 수 없었다.
어딜 가든 보였다.
시립 아카데미에 다니는 아시아인은 굉장히 적었으니까.
그래도 지금은 꽤 안정됐다.
구단에서 직접 나서서 배려해줄 것을 학교에 요구했고 학교에서는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만약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학교를 그만둬야 했을 것이다.
“다 읽었니?”
“아뇨. 아직요.”
서하는 마저 남은 기사를 읽었다.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역시 이적 시장이다.
아스날은 가엘 클리시, 사미르 나스리를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보내고 핵심 선수인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바르셀로나에게 뺏겼다.
축구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아스날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제르비뉴, 아르테타, 메르테자커, 몬레알 등을 데려오며 큰 손을 자처했다.
이뿐만 아니라 헤일 엔드 아카데미의 특급 유망주 윤을 콜업했다.
특히 윤은 5경기 4골 6도움을 기록하며 아스날의 핵심이자 돌풍으로 떠올랐다.
그야말로 신성의 등장이었다.
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벵거볼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뉴캐슬을 개막전에서 6대0으로 격파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꽁꽁 묶은 플랜 A는 안정적이면서도 눈이 즐거운 축구를 보여주었다.
프리 시즌부터 잘 준비한 플랜 A는 선수들에게 확신을 주었고 그 결과 성적으로 이어졌다.
새로 장착한 전방 압박도 잘 준비해왔고 조직력이 잘 갖춰져 있다.
아스날의 연승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빡빡한 9월 일정에서 좋은 모습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기대된다.
서하는 윤종석에게 신문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
“나쁘지 않은 기사네요.”
“왜? 네 칭찬만 가득해서?”
“그런 것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죠.”
서하는 하나 남은 닭 가슴살을 입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각 종 과일과 채소를 갈아 넣은 주스를 꿀꺽꿀꺽 삼키고 빈 잔을 내려놓았다.
슬슬 학교 갈 시간이다.
“다녀올게요.”
“그래, 잘 다녀와라.”
서하는 부모님의 인사를 받으며 가방을 챙겨 집에서 나왔다.
파커가 기다렸다는 듯 손을 흔들며 차 옆에 서 있었다.
“늦겠다. 어서 타.”
“네.”
서하의 취향에 맞는 고전 음악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고.
파커는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며 차를 몰았다.
학교까지 거리는 10분 정도.
걸아가도 되는 거리였지만, 구단에서는 안전을 위해 파커를 서하에게 붙였다.
“난 아직도 네가 교복 입은 모습이 영 적응이 안 돼.”
“아마 색 때문일 걸요?”
“색? 아. 교복색이 어두컴컴해서 그럴지도. 저기서 내려줄까?”
학교 정문으로부터 한 블록 떨어진 건물 앞이었다.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커가 보도에 살짝 붙여 차를 대자 서하는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윤, 언제 데려오면 될까?”
“오늘은 2시에 오면 돼요.”
빵빵!
“이크! 윤! 수업 열심히 듣고 이따 보자!”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서하는 가방을 메고 교복 입은 학생들 따라 정문으로 등교했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등교했음에도 주변에는 학생들이 많았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했다면
“이상하게 보겠지.”
어쩔 수 없다. 정면 돌파다.
정문을 향해 거침없이 걸었다.
“어? 윤! 좋은 아침이야!”
“좋은 아침.”
“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야.”
“윤!”
“윤!”
학생들의 쏟아지는 관심에 서하는 벌써부터 피곤함을 느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간신히 시간을 맞춰 교실에 들어온 서하는 학급 친우들에게 인사해준 후 자리에 앉았다.
“윤 왔어!”
“오늘은 등교했잖아?”
“한창 바쁠 땐데 괜찮나?”
“지금 휴식기잖아. 경기도 없는데 학교는 나와야지.”
“근데 윤 정도면 학교 안 나와도 괜찮지 않나?”
데뷔 전만 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이슬링턴구에 있는 학교라 그런지 아스날 팬들이 많았다.
팀이 잘 나가고 서하가 핵심 선수로 떠오르자 학생들의 관심은 식을 줄을 몰랐다.
“윤! 좋은 아침이야!”
“응, 좋은 아침.”
학교 밖에 이어 교실에서도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러다가는 신경 쇠약에 걸릴 것만 같았다.
‘방패막이를 만들어야겠어.’
서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관심을 차단해줄 방패막이.
‘역시 얘밖에 없나.’
개학식 때부터 쭉 지켜보던 인물.
반장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외모도 괜찮고 체격도 좋고 열정도 넘쳤으며 공부도 잘했다.
학교에서 인기도 많아서 학생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소년이었다.
“자자! 다들 그만! 윤이 너무 힘들어하잖아. 관심 좀 그만 가져주고 사인 받고 싶으면 수업이 끝나고 정중히 부탁해.”
“반장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하긴 우리가 너무 극성이었지.”
“윤! 이따가 다시 올게!”
묵직하고도 정중한 말투로 말하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물러갔다.
물론 여전히 서하를 힐끔 보며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은 많았다.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또래가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수업을 받으니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반장이 미안한 얼굴로 다가와 서하의 옆에 앉았다.
“윤, 미안. 애들이 너무 귀찮게 굴었지?”
“아니야. 난 괜찮아.”
“괜찮긴. 내가 너였으면 답답해서 학교도 안 나왔을 거야. 아! 내 이름 알지? 저번에 대화 나눴었는데 혹시 까먹은 건?”
서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기억하지. 라이언 코츠잖아.”
라이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맞아! 날 기억해줬구나?”
“반장인데 모를 리가.”
“다행이다. 선생님께서 네가 잘 적응하도록 도우라고 하셨으니까 불편한 일 생기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다 해결할게!”
방패막이로 삼으려 했던 라이언이 나서자 서하는 거부하지 않았다.
“고마워.”
“고맙긴. 반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 그리고 나 말고도 반 친구들도 많이 도와줄 거야.”
서하가 슥 둘러보자 교실에 있던 아이들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교복 안에 아스날 유니폼을 입었다는 걸 보여주는 소년부터 서하의 친필 사인을 새긴 유니폼을 꺼내서 펼치는 소녀까지.
어제와는 전혀 다른 광경이었다.
생각해보면 시끄럽게 구는 아이들은 대부분 다른 교실에서 온 아이들이었다.
같은 반 아이들은 꽤 조용했다.
‘나름대로 배려해줬던 건가.’
라이언은 씩 웃으며 말했다.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우리 반 구성원 다수가 구너야. 정말 신기하지?”
“응, 신기하네.”
“원래는 좀 더 일찍 나섰어야 했는데 서로 의견 차가 좀 있어서 이제야 나서게 됐어. 그래도 다들 널 아끼는 마음은 같으니까 이해해주길 바라.”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방패막이가 아니라 방공호였다.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서하는 관심을 덜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아 참! 윤.”
“왜?”
“작문 과제 해왔어?”
“아.”
개인 훈련에 분석 자료를 머릿속에 입력하느라 잊고 있었다.
“못했구나?”
“어제 너무 바빠서 못했어.”
라이언은 씩 웃었다.
“걱정하지 마!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뒀거든. 스텔라.”
단발머리에 얼굴에 주근깨가 살짝 있는 소녀가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작문 과제를 건넸다.
“똑같이 쓰면 안 되고 살짝 변형해서. 윤, 무슨 말인지 알지?”
“응, 스텔라, 정말 고마워. 혹시 선수 사인 원하면 말해줘.”
“정말?”
서하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스텔라는 조심스레 물었다.
“램지 사인 받고 싶은데 괜찮아?”
“대표 팀에서 돌아오면 사인 받아서 줄게.”
“우와! 윤! 정말 고마워!”
“내가 더 고맙지. 그런데 이거 언제까지 제출해야 해?”
라이언이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정확히 15분 남았어. 윤.”
서하는 재빨리 펜을 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