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4화(3/201)
4화 내부 평가
훈련이 끝나고 리저브 팀 코칭스태프들은 회의실에 모였다.
그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오늘 훈련 내용과 앞으로 훈련 방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훈련 강도는 이대로가 좋겠지?”
“구단에서도 허락했습니다.”
“좋아. 벵거 감독님께서 특별히 지시하신 사항은 없나?”
“휴가에서 돌아오시면 그때 직접 아카데미를 방문하시겠대요.”
리저브 팀 감독 닐 벤필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코칭스태프들에게 물었다.
“그럼, 그때 물어보면 되겠고 오늘 선수들 상태는 어떻게 봤나?”
코치들은 눈치 보지 않고 저마다 의견을 냈다.
“아직 선수들의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감각을 회복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리 몸을 만들어온 선수들이 보이는데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근육량을 늘려서 그런지 밸런스가 깨져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피트니스 코치들이 이 부분을 잘 잡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잘못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벤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급격히 몸을 불리는 유망주들이 많았다.
구단에서 엄하게 잡았음에도 잘 지켜지지 않아 골치 아팠다.
1군으로 진입하고 싶어 하는 유망주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야 했다.
잘못된 훈련은 선수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구단과 이야기해보고 오늘 청백전은 어떻게 봤나?”
“샘은 오프 더 볼은 좋은데 기본기가 부족합니다. 윙백인데도 킥이 약해서 크로스도 좋지 못했고 패스도 잘려먹기 일쑤였습니다.”
“로버트의 포스트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시야가 좁아서 동료들을 이용하지 못하더군요.”
코치들은 기존 선수들에 대해 한 마디씩 던지며 의견을 나눴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던 터라 반론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기존 인원들의 평가가 끝나고 남은 사람은 구단의 기대주 엠마누엘 프림퐁과 축구 신동이라 불리며 리저브 팀으로 월반한 윤서하.
다들 보는 눈은 같은 지 진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벤필드는 이제 막 합류한 윤서하를 뒤로 미루고 엠마누엘 프림퐁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먼저 엠마누엘 프림퐁은 어떻게 생각해?”
수석 코치인 스미스가 그 말만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완전 최악이었어요. 팀원들이 만들어준 기회를 번번이 놓치며 사기를 떨어뜨렸죠.”
“본인 중심으로 짠 전략부터가 잘못됐죠. 보조하는 임무를 맡겨야 제 몫을 하는 선수라는 걸 다들 아시잖아요.”
벤필드는 엠마누엘 프림퐁의 자료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수비 상황에서는 윤과 함께 좋은 모습을 보였다곤 해도 다른 부분에서 너무 못했어요.”
“오프 더 볼은 괜찮은데 상대의 강한 압박을 풀어 나올 줄 몰라서 백패스하기 일쑤였죠.”
코치들의 혹평이 이어지자 벤필드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눌렀다.
“어쩔 수 없지. 장기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말이야. 감각이 돌아오면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거야.”
“그러길 바랄뿐이죠.”
“엠마누엘 프림퐁 이야기는 여기까지하고 자! 오늘의 주인공에 대해 말해보자고.”
벤필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코치들이 눈을 반짝이며 저마다 의견을 내놓았다.
“윤은 걸출한 물건이죠!”
“볼 컨트롤이 그냥 미쳤어요!”
“드리블 좋고 전진성도 훌륭하고 시야도 넓죠!”
“볼을 소유하는 능력도 좋아요!”
“갑자기 드리블로 두 명을 벗겨낼 때는 정말 놀랐다니까요? 마치 윌셔를 보는 것 같았어요!”
“어쩌면 더 뛰어날지도 몰라요!”
칭찬밖에 들리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자기보다 서너 살 많은 선수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드러낸 어린 선수였다.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 결과는 2대0이지만, 후반부에 보여준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오늘 한정으로는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윌셔보다 살짝 위.
과연 축구 신동이라는 소문은 헛소문이 아니었다.
직접 보니 플레이가 남달랐다.
장점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유망주들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수비도 꽤 탄탄해 보였다.
다들 흥분한 얼굴로 떠들어대자 스미스가 조용히 방점을 찍었다.
“왜 구단에서 윤을 특별하게 대하는지 알 수 있던 경기였죠.”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만 15살의 성골 유스.
윌셔의 뒤를 이를 특급 성골 유스가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지 정말 기대됐다.
스미스는 사탕 봉지를 새로 뜯으며 벤필드에게 물었다.
“감독님, 윤이 단 한 번도 공을 뺏기지 않았다는 걸 아시나요?”
“나도 봤네. 볼 키핑 능력이 정말 탁월하더군. 압박을 풀어 나오는 능력이 정말 좋았어.”
“네, 처음에는 긴장했는지 너무 안정적으로 플레이해서 신동치고는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몸이 풀렸는지 점점 도전적인 패스를 찔러주더라고요.”
“점점 팀의 중심으로 변하더군. 흐름이 뭐랄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게 정말 놀라운 점이죠.”
벤필드는 윤서하의 플레이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윤서하의 시선은 주로 공이 아닌 동료들을 향하고 있었다.
받고 움직이고 주고 움직이는 패스 앤 무브를 부드럽게 유지했다.
프림퐁이 과감하게 전진할 수 있던 것도.
로버트가 압박을 덜 받는 것도.
샘이 쉴 새 없이 오버래핑을 나갈 수 있는 이유도 윤서하가 중심을 잡아주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전반부에 보여준 안정적인 플레이는 동료들을 관찰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정말 16살이 맞나?”
“이제 곧 16살이 되죠.”
“미쳤군. 미쳤어.”
어린 나이에 데뷔한 선수들이 아예 없진 않았다.
파브레가스도 16살에 데뷔했고 잭 윌셔도 17살에 데뷔했고 다른 구단들도 은근 많은 편이었다.
펠레와 마라도나의 뒤를 이를 차기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도 어린 나이에 데뷔해 22살에 최연소 발롱도르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 리그에서 어린 동양인이 활약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독일에 한 명 있다던가.’
어쨌거나 그가 알기로는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소수의 동양인들은 자국 리그에서 베스트를 찍거나 국가대표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7살에 입단해 아스날의 색채가 짙게 묻은 아시아인은 윤서하가 유일했다.
벤필드는 윤서하의 자료를 빠르게 읽었다.
사락. 사락. 사락.
팀에 합류하기 전에 이미 몇 차례 읽어본 자료였지만, 자료를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웠다.
‘말도 안 되는 성적이야.’
소문은 알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윌셔를 뛰어넘을 동양인 축구 신동이 나타났다고.
벤필드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동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으니까.
그 나이 대에서는 신동일지 몰라도 막상 올라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많고 많은 유망주들 중 하나라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은 차원이 달라.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보는 것일지도.”
벤필드의 중얼거림을 들은 스미스는 입안에서 사탕을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지네딘 지단이 떠오를 정도로 플레이가 흡사하죠! 재미있는 건 윤이 뛴 경기 중에 패배는 물론 무승부도 없다는 점이에요. 승부욕이 정말 남다르고요. 감독님, 여기 윤의 유일한 단점 보이시나요?”
“승부욕이 지나쳐서 과하게 경기에 몰입하면 선수들에게 난폭하게 굴 수 있다는 거 말인가?”
“네, 평소에는 말수가 적고 얌전한데 필드만 들어가면 사람이 야수처럼 돌변한다더라고요.”
스미스의 말과 다르게 윤서하는 반칙 횟수가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5경기에 한 번 꼴로 퇴장 당했다는 기록을 보자마자 벤필드는 신음을 삼켰다.
어떻게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정말 궁금했다.
슬라이딩 태클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상대를 폭행한 건가?
심판에게 욕했나?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한 번도 안 졌다니. 이게 더 놀랍군.”
“정말 미스테리하죠.”
성질이 더러운 특급 유망주라.
오랜 기간 동안 어린 선수들을 가르쳐온 그였기에 성격을 교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멘탈이 약한 건가?”
“감독들의 평가로는 꼭 그렇지도 않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더 겪어봐야 알겠죠.”
“그렇겠지. 데뷔하기 전에 최대한 잡아봐야겠어.”
벤필드는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후우. 참자. 참아야 해.”
필드에만 들어가면 불같이 타오르는 성격은 줄여야 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퇴장을 당해 팀에 민폐를 끼쳤던 지난 회 차를 반복할 수 없었으니까.
가볍게 샤워하고 훈련장을 나오자 젊은 청년이 서하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서하!”
어눌한 발음으로 그를 불렀다.
서하는 오랜만에 보는 젊고 그리운 얼굴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건장한 체격에 전형적인 영국 남자 외모를 지닌 남자.
그의 이름은 해리 파커로 구단 직원이자 서하의 전담 매니지먼트로 고용된 남자였다.
이 시기 기준으로 서로 안면을 튼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서하의 든든한 지원자였다.
서하가 끔찍한 부상을 입고 고통스러운 재활에 임할 때 조급하지 않도록 노력했고 응원했다.
수도 없이 많은 좌절을 겪었을 때도 끝까지 옆에 머물렀다.
‘내가 아스날을 떠날 때 많이 슬퍼해줬지.’
파커는 호쾌한 얼굴과 다르게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이었다.
꾸준히 봉사 활동을 다녔고 돈이 없어 축구를 못하는 아이들을 보고 사비를 털어 후원자가 되어줄 정도였다.
서하도 그의 마음에 동화되어 꾸준히 기부해왔다.
이 사실일 언론에 알려지자 미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었다.
상을 받고 머쓱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괜히 부끄러워졌다.
‘내 인생의 선생님이었지.’
그는 서하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동료였고 친구였다.
은퇴 이후에는 서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었고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지 이틀 만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방황하기도 했었는데.
젊고 건강한 파커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정말로 과거로 돌아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서하! 오늘 훈련 끝났지? 집까지 데려다줄게.”
“좋아요!”
“오! 오늘따라 목소리에 힘이 있는데? 무슨 좋은 일 있었어?”
“그냥 구단에서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리저브 팀에 합류했잖아요.”
“1군 데뷔가 빨라질 것 같아서?”
“뭐, 그렇죠.”
파커는 피식 웃으며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서하, 조급해할 필요 없어. 넌 내가 본 아이들 중 최고의 재능을 지닌 선수거든! 조만간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할 수 있을 거야!”
“으음, 올해 구단에 입사한 신입의 말은 못 믿겠는데요?”
“뭐? 이 자식이?”
파커가 목을 조르기 전에 서하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파커의 말을 믿고 싶네요.”
“흐흐흐. 그렇지? 내가 이래 보여도 3살 때부터 축구를 보던 사람이야. 24년 차 축구 팬의 눈을 무시하지 마. 넌 꼭 성공할 거다!”
“하긴 구단에서 특별 취급해주는 걸 보면 성공하겠죠.”
“참나 그런 말은 어디에서 배운 거야?”
“음, 파커에게?”
파커는 금발 머리를 긁적거렸다.
“난 그런 거 가르친 적 없다만 아, 짐은 트렁크에 실어.”
“네.”
“안전벨트 착용하고.”
“제가 앤 줄 아세요?”
파커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네가 애지. 어른이야?”
“팰 게 없어서 나이로 패시네.”
“아니, 도대체 어디에서 이상한 말만 배워 온 거야? 학교에서 배웠어? 요즘 애들은 다 그러냐?”
“몰라요.”
“서하, 애는 애답게. 알지?”
“그럼 파커는 어른답게? 아, 장난이에요. 장난. 머리 만지지 마요! 아 진짜! 잘못 했다고요!”
서하는 짜증내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