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1)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41화(40/201)
41화 서하의 빈자리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블랙번 원정 경기.
징계를 받은 서하는 벤치에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 앉았다.
관중석에 앉자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적진 한복판에 떨어져서 아군이 적들을 물리쳐주길 기다리는 병사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서하는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챙 넓은 모자를 꾹 누르며 주변을 살폈다.
다들 오늘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바빴다.
“우리에게는 기회야! 윤이 없을 때 아스날을 잡아야 해!”
“솔직히 쉽지 않아 보이는데.”
“아스날의 핵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윤이야! 윤만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윤이 그렇게 잘해? 16살에 다가 아시아인이라면서.”
“해리! 요즘 축구 안 보고 살아? 윤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핫한 선수라고!”
“걔 오늘 못 뛴다면서.”
“어쨌든! 아스날의 중원이 약해진 지금이 적기야. 이때가 아니면 잡기 힘들다고.”
다행히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특등석이라 관중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기도 했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느라 바빴다.
물론 눈치 빠른 카메라는 서하를 발견하고 비춰줄지 모른다.
좋은 먹잇감이었으니까.
“오오오오오! 오오오오!”
경기 시작 전부터 이우드 파크는 홈 팬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리그 1위 팀과 맞붙는 경기임에도 홈팬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목 놓아 승리를 외쳤다.
어느 팀이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응원가에서 묻어나왔다.
“가사가 참 재밌네.”
윤이 없는 아스날은 아무것도 아니니 당당히 맞서라며 노골적으로 아스날을 깎아 내렸다.
어이가 없었다.
서하는 블랙번이 얼마나 잘하는지 궁금해서 리그 순위를 확인했다.
“뭐야. 19위잖아.”
절로 코웃음이 나왔다.
방심은 금물이라지만, 4연패하는 팀에게 질 아스날이 아니었다.
서하는 자신이 빠졌다 해도 남은 선수들을 믿었다.
매 경기 득점 행진을 이어나는 반 페르시, 중원을 휘젓는 아르테타, 든든한 풀백, 도르트문트전에서 선방쇼를 펼친 슈체스니까지.
약간의 불안 요소는 있었으나 그건 사소한 문제였다.
블랙번전에서 일어날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을 보던 중 은디아예가 옆에 앉았다.
“음료수 사왔는데 마실래요?”
“주면 감사하죠.”
“자, 여기요. 윤, 오늘 경기 어떻게 생각해요?”
무언가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서하는 목을 축인 후 선발 라인업을 떠올리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코시엘니가 생각보다 빠르게 복귀해서 다행이지만, 메르테자커와 호흡을 생각하면 불안하죠. 맞춰본 경기가 많지 않잖아요.”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중원도 불안해요. 아르테타와 송의 호흡은 괜찮지만, 프림퐁이 두 사람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잘 해줄 수 있을지. 프림퐁에게 수비적인 역할만 맡긴다면 삐거덕거리진 않겠지만.”
서하는 말을 줄였다.
그 뒤에 이어질 말은 굉장히 박한 평가였으니까.
은디아예는 진실을 캐묻지 않고 코를 훌쩍거렸다.
“오늘이 첫 선발이던가요?”
“아마 그럴걸요.”
“긴장 많이 했겠네요.”
“네,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되 과감할 때는 확신을 가지고 플레이하라고 조언해줬는데 모르겠네요.”
“에이! 윤의 조언을 받았는데 잘 하겠죠.”
서하는 조금 걱정됐다.
프림퐁의 기량으로는 주전은 물론 로테이션도 힘들었다.
원래라면 명단에도 들지 못했을 테지만, 핵심 미드필더인 서하는 징계.
윌셔, 로시츠키, 램지, 디아비는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던 터라 프림퐁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물론 오늘 기회를 잘 살린다면 벵거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서하는 프림퐁이 긴장하지 않고 잘 해주길 바랐다.
***
[후반전 10분. 아스날이 홈 팀인 블랙번을 상대로 1대0으로 앞서는 상황! 오늘도 아스날의 볼 점유율은 63%를 넘겼습니다! 천천히 볼을 돌리다가 창의적인 패스와 침투로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은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아스날 선수들이 윤의 빈자리를 잘 메꿔주고 있어요. 좀 더 많이 뛰고 빈공간으로 침투하면서 블랙번 선수들을 끊임없이 흔들었죠. 물론 윤의 창의적인 공격 전개가 사라졌지만, 양 날개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위협적이에요.] [확실히 제르비뉴와 카를로스 벨라의 발끝이 굉장히 날카롭네요. 송! 송! 사냐에게 패스! 사냐! 사냐가 중앙으로! 어? 사냐가 쓰러집니다! 프림퐁이 공을 멀리 걷어냅니다! 주심이 의료진을 부릅니다. 부상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사냐가 여기서 쓰러지면 아스날에게는 재앙이죠. 오른쪽에서 뛸 수 있는 벤치 멤버는 요한 주루와 칼 젠킨슨뿐이거든요. 블랙번이 빈틈을 파고들 여지가 생겼어요!] [아! 결국 교체 사인을 보냅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바로 요한 주루를 투입시키네요.] [갑작스러운 부상은 흐름을 타던 아스날에게 정말 치명적입니다. 이에 발맞춰 블랙번이 마르틴 올손을 준비하네요. 측면을 집요하게 노리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아스날이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사냐의 부상을 본 서하는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혀 재빨리 머릿속에서 블랙번전 결과를 불러왔다.
경기 결과는 3대4 역전패.
자책골 두 번, 세트피스 두 번에 총합 네 골을 먹히며 맥없이 패배했다.
물론 그때 선발 라인업과 현재 선발 라인업에는 차이점이 있었다.
램지 대신 프림퐁, 산토스 대신 몬레알, 아르샤빈 대신 벨라.
현재 선발 라인업이 그때보다 훨씬 좋았다.
전술도 다르고 공격진 컨디션이 워낙 좋아서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사냐의 부상은 똑같았다.
사냐가 나오고 주루가 들어오면서 이변이 발생했다.
교체로 들어간 마르틴 올손은 주루가 지키는 오른쪽 측면을 탈탈 털었기 때문이다.
주루도 발이 느리고 오른쪽 센터백으로 나선 메르테자커도 발이 느렸던 터라 올손의 완벽한 먹잇감이 되었다.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곤 하나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윤,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서하는 애써 불안한 감정을 지우며 경기에 집중했다.
요즘 선수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르테타와 메르테자커가 집중력이 흐트러진 동료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좋은 행동이었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는 재개되었다.
[아르테타가 많이 내려와서 플레이해줍니다. 오늘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프림퐁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움직임입니다. 하지만 이러면 공격이 헐거워지죠. 중앙이 빈 아스날은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할 수밖에 없어요.] [아르테타, 프림퐁에게. 프림퐁이 다시 아르테타에게 패스합니다. 아르테타가 줄 곳을 찾다가 천천히 몰고 올라갑니다. 아스날은 급하지 않아요! 1점 차 리드를 지키면 됩니다!] [추가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블랙번 선수들이 전부 내려가서 줄 공간이 보이질 않습니다. 단단하게 지키다가 아스날의 뒷공간을 노리는 전형적인 역습 전술을 들고 나왔는데 전반전에는 잘 먹히지 않았어요.] [아스날의 포백 라인이 굉장히 훌륭했죠!] [맞습니다. 양 풀백인 몬레알과 사냐가 측면을 단단히 지키고 중앙에서는 코시엘니와 메르테자커가 괜찮은 호흡을 보여주며 야쿠부를 꽁꽁 묶었거든요. 프림퐁도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꽤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죠.]서하는 아스날의 신중한 경기 운영 방식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팀에서 사냐가 맡은 역할은 대단히 중요했다.
측면 커버, 공격 지원, 송이 전진할 때 공간 커버, 측면 빌드업.
전반전에는 리그 정상급 풀백다운 활약을 보여주었다.
만점 활약을 펼치던 사냐가 빠졌으니 공백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사냐의 역할을 주루가 완벽하게 해낸다면 신중한 운영이 아닌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갔을 거다.
하지만 주루는 풀백이 가능한 멀티 자원이지 본래 포지션은 센터백이었다.
사냐처럼 안정적으로 공격 가담이 되는 선수는 아니었다.
오버래핑 나가면 발이 느려서 복귀하는데 오래 걸렸다.
“개 같은 새끼들아! 시간 끌지 말고 덤벼! 덤비라고!”
“겁먹었냐! 겁쟁이 자식들아!”
“축구 존나 지루하게 하네!”
“너희들이 리그 1위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우우우우우! 나가 죽어라!”
홈 팬들은 아스날의 경기 운영에 야유를 보냈다.
신나게 욕지거리를 내뱉는 아저씨들도 많았다.
지루한 시간이 계속 이어지자 은디아예는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접근방식은 나쁘지 않네요.”
“영리한 방법이죠.”
전반전 초반에 벨라의 천금 같은 중거리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아스날도 급했을 거다.
하지만 앞서는 상황이고 실점한 블랙번은 텐 백으로 전환했다.
초반에 맞불을 놓아다가 아스날의 공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으니까.
“우와아아아아!”
벨라의 패스 미스로 블랙번이 공을 잡고 역습에 들어갔다.
도르트문트보다는 느리지만, 속도는 나쁘지 않았다.
공을 뺏은 스티븐 은존지는 전방으로 길게 찼다.
정확한 롱 패스가 아니었다.
프림퐁이 한 발 앞서 공을 잡고 안전하게 뒤로 돌렸다.
짝짝짝!
프림퐁을 향한 박수가 아니었다.
모처럼 시원하한 공격 전개를 보여준 은존지에게 보내는 홈팬들의 응원 박수였다.
은디아예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서하에게 동의를 구했다.
“프림퐁 선수 괜찮은데요?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예측했어요. 확실히 재능 있는 선수에요.”
서하는 프림퐁이 긴장하지 않고 안전하게 패스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낙하지점을 잘못 예측했다면 허무하게 뒤를 내주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프림퐁은 물이 올라왔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자신의 장기를 뽐냈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수비.
서하는 만족스러웠다.
‘조언대로 잘 해주고 있어.’
아스날은 계속 볼을 돌렸다.
블랙번 선수들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블랙번 선수들은 인내심이 강했다.
쉽게 끌려 나오지 않았다.
이럴 때 서하의 시원한 드리블 돌파가 해결책이 되곤 했다.
저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 플레이메이킹할 수 있는 선수는 아스날에서는 서하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오늘 서하는 없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르테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쉽지 않네.”
빈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이우드 파크는 폭이 좁고 길어 선수들이 중앙으로 밀집되는 환경이었다.
수비하는 팀이 굉장히 유리했다.
제르비뉴와 벨라의 감각이 좋다 해도 두 선수를 활용하려면 뛸 공간을 만들어줘야 했다.
전반전에는 이런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지만, 후반전은 어려웠다.
블랙번 선수들이 더욱 촘촘하게 그물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해! 우리가 유리해!”
메르테자커의 외침에도 아르테타는 서하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서하는 2선이든 3선이든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뛰며 없는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선수였다.
드리블, 개인기, 창의적인 패스 등으로 동료들이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르테타가 팀에 빠르게 녹아든 이유도 서하 덕분이었다.
서하가 만들어주는 공간에서 다양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으니까.
“미켈! 패스!”
송의 외침에 아르테타는 잠시 고민했지만, 그를 믿고 전진 패스를 넣었다.
송은 부드럽게 터치하며 몸을 크게 돌아 블랙번 선수들의 압박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아악!”
무리한 시도였다.
송이 밀려 넘어졌다.
“뒤에서 밀었어요!”
프림퐁이 반칙을 주장하자 주심은 양팔을 뻗어 경기를 진행시켰다.
아스날 선수들이 잠시 멈춘 사이.
블랙번의 역습이 시작됐다.
공을 가로 챈 마르틴 올손이 공을 빠르게 몰고 달렸다.
중앙에는 센터백 둘, 블랙번 선수는 야쿠부 한 명뿐.
마르틴 올손은 주루가 중앙을 차단하자 오히려 측면으로 빠르게 공을 몰았다.
뒤늦게 의도를 파악한 주루가 황급히 손을 뻗었다.
“안 돼!”
올손은 팔을 뿌리치며 측면으로 크게 돌아 주루를 제쳤다.
메르테자커가 길을 차단했다.
올손은 메르테자커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밀어 넣었다.
메르테자커가 다급히 발을 좁히자 공은 발뒤꿈치를 맞고 굴절되어 뒤로 굴러갔다.
코시엘니가 야쿠부가 동시에 몸을 날리며 공에 발을 댔다.
야속하게도 야쿠부에 몸싸움이 밀린 코시엘니가 잔디에 미끄러지며 발끝에 공이 닿았다.
출렁!
아스날의 골망이 크게 흔들렸다.
코시엘니의 자책골이었다.
“우와아아아아!”
동점골이 터지자 엄청난 함성이 이우드 파크를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