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2)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42화(41/201)
42화 개판 5분 전(1)
동점골이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날의 위기가 찾아왔다.
교체로 들어온 주루가 불안한 플레이를 보여주자 블랙번은 오른쪽 측면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아아! 이게 뭔가요! 주루가 바닥에 미끄러집니다!] [치명적인 실수예요! 마르틴 올손이 이걸 놓칠 리가 없죠!] [송이 재빨리 커버하러 갑니다! 마르틴 올손! 측면에서 중앙으로 공을 툭툭 치다가 크로스! 우왓! 골! 골입니다! 올손의 크로스가 송의 맞고 굴절되어 아스날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우드 파크에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블랙번이 아스날을 상대로 2대1! 역전에 성공합니다!] [알렉스 송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골망을 바라보고 있네요. 사실 송의 실수라고 보기에는 어려워요. 주루의 볼 컨트롤 실수에서 비롯된 실점이거든요.] [블랙번 선수들이 정말 기뻐합니다! 이우드 파크가 뒤집어집니다! 기뻐서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보입니다! 아! 카메라가 윤을 잡아주네요! 윤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경기장을 바라봅니다. 아스날이 블랙번을 상대로 고전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윤의 플레이메이킹이 없는 아스날은 무딘 창과도 같죠. 공격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후방에서 볼을 돌리다가 이런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로시츠키와 윌셔가 있었다면 오늘 경기가 이렇게까지 안 풀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자! 아스날에게는 위기입니다! 남은 시간은 14분! 14분 안에 어떻게든 동점골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스날 벤치에서 교체 사인이 들어옵니다! 주루를 빼는군요?] [주루가 동료들의 위로를 받으며 들어오네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뛰어서 그런지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플레이를 보여줬어요. 바꾸는 건 당연하죠.] [주루를 대신해서 들어오는 선수는 일본에서 건너온 미야이치 료입니다! 료가 윙어였죠? 이건 매우 공격적인 교체 카드인데요?] [맞습니다. 벵거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미야이치 료를 마지막 카드로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네요. 무조건 동점골을 노리겠다는 거죠.] [아스날이 승부수를 던졌군요!] [블랙번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하네요. 아스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지 아니면 버티기에 돌입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아스날이 공격적으로 올라갑니다. 아르테타가 공을 잡고 몬레알에게 패스합니다.]아스날은 뒤가 없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이 동률이었다.
압도적인 득실차로 리그 1위를 지키겠지만, 강등권 팀을 상대로 승점을 따내지 못한다면 나중에 발목을 잡힐 수 있었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계속 공격해!”
자신감을 얻은 블랙번은 마르틴 올손을 중심으로 오른쪽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교체로 들어온 미야이치 료는 최대한 안전하게 플레이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안정.
백패스를 남발해대도 상관없었다.
실수를 줄이는 플레이에 집중하며 경기에 적응해나갔다.
“료! 그거야! 안전하게 돌려! 정말 잘했어! 그렇게만 해!”
메르테자커는 살짝 굳어 있는 료에게 아낌없이 칭찬했다.
미야이치 료가 적응하는 동안 아스날은 왼쪽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스페인 듀오, 몬레알과 아르테타는 패스를 주고받으며 블랙번을 끊임없이 흔들었다.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여!”
왼쪽 윙어로 출전한 제르비뉴는 빈 공간을 찾아다녔다.
꽁꽁 묶인 반 페르시도 압박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다.
패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아스날의 선수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자 조금씩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조급한 마음이 플레이에서 드러나자 잔 실수가 연이어 나왔다.
“아!”
반 페르시가 어렵게 받은 공을 리턴으로 돌려주었지만, 제르비뉴의 퍼스트 터치가 너무 길었다.
허무하게 공격이 끝나자 반 페르시가 제르비뉴를 강하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정신 차려! 집중해! 집중!”
문제는 제르비뉴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서도 실수가 나왔다.
알렉스 송은 또다시 무의미한 로빙 스루 패스를 남발하기 시작했고 부상에서 회복해 교체로 들어온 월콧도 무리한 드리블로 블랙번에게 역습을 허용하고 말았다.
“뭐하는 거야! 똑바로 안 해?”
아르테타가 강하게 질책했다.
실수가 연달아 나오자 선수들의 얼굴에는 점점 불만이 쌓여갔다.
공격진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의외로 미야이치 료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마르틴 올손의 드리블을 끊어냈다.
발이 빠른 점을 장점으로 살려 마르틴 올손을 강하게 묶었다.
“료! 나이스 플레이!”
프림퐁이 엄지를 치켜세우자 료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재빨리 위치를 잡았다.
세얼간이 브라더스들은 준수한 퍼포먼스로 밥값을 해내고 있었다.
문제는 팀의 주축 선수들이었다.
차분하게 플레이해도 모자를 판에 제멋대로 공을 차니 블랙번이 쉽게 공격을 막아냈다.
“후우.”
서하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면서도 료의 플레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포지션 변경하고 처음으로 출전했음에도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커버 범위도 넓고 패스도 정확했으며 속도에서 밀리지 않았다.
활발하던 블랙번의 역습이 꽁꽁 묶인 건 미야이치 료의 빠른 커버 덕분이었다.
물론 수비 기술은 아직 부족해서 좀 더 갈고 닦아야 했다.
마르틴 올손이 기술적인 선수는 아니었던 터라 료의 매치 상대로는 나쁘지 않았으니까.
양 팀이 치열하게 싸우는 사이.
어느새 정규 시간이 끝났다.
홈 팬들은 아스날 선수들을 향해 한 마음 한 뜻으로 소리쳤다.
승리의 찬트에서 가사만 살짝 바꾼 찬트였다.
오랜 친구여! 잘 가게나!
우리는 승리했다네!
우리는 승리했다네!
그 순간 전광판에 서하의 얼굴이 비춰지자 홈 팬들은 환호했다.
“우와아아아아!”
조롱 섞인 목소리가 아니었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목소리였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은 팀 승리에 더 집착했다.
아스날을 이기고 강등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에게는 기쁨이고 행복이었으니까.
카메라는 다시 필드를 비췄다.
몬레알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반 페르시의 머리에 연결됐다.
하지만 폴 로빈슨의 동물적인 감각이 블랙번을 살려냈다.
짝짝짝!
자리에서 일어난 홈 팬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아스날의 코너킥.
마지막 공격이 주어졌다.
키커는 반 페르시, 그는 잔뜩 굳은 얼굴로 손을 올렸다.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박스 안은 혼돈으로 가득했다.
선수들은 치열하게 자리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날카롭게 휘어오는 공을 폴 로빈슨이 손쉽게 잡아냈다.
다시 한 번 박수가 들려왔다.
폴 로빈슨은 공을 떨어뜨렸다.
반 페르시가 달려오자 길게 찼다.
삐익! 삐익! 삐익!
경기 종료 휘슬이었다.
“우와아아아!”
홈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원정 팬들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스날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서하는 경기장을 바라봤다.
꽤 빠른 시일 내에 파열음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지만, 블랙번전에서 일어날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충격은 꽤 오래갈지 모른다.
좋았던 흐름이 끊겼고 빈틈이 보이지 않던 아스날은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서하의 플레이메이킹 부재.
사냐의 부상으로 인한 믿을만한 오른쪽 풀백의 부재.
그리고 선수들 간의 불신.
오늘 후반전에 보여준 실망스러운 경기력은 그동안 쌓아둔 신뢰를 부숴버리는데 일조했다.
아르테타와 송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흘렀다.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말려야 할 반 페르시는 패닉에 빠졌고 몇몇 선수들은 방관했다.
프림퐁과 료 등 신입생들은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펫 라이스 수석 코치가 심각성을 느끼고 한걸음에 달려와 두 사람을 떼어냈다.
충돌은 면했지만, 이건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오히려 잘 됐어.’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했다.
그동안 쌓아온 고름들을 한꺼번에 짜낼 기회.
우승을 향한 열망과 위닝 멘탈리티를 심어줘야 했다.
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죠.”
연승이 깨진 지금.
지금이 팀을 개편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
다음날.
훈련장으로 출근한 서하는 싸늘한 분위기를 느꼈다.
선수들은 서하에게 반갑게 인사하면서도 끼리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
서하는 먼저 와 있던 프림퐁에게 말을 걸었다.
“어제 싸웠어?”
“윤, 이쪽으로.”
프림퐁은 눈치를 살피다가 서하를 구석으로 끌고 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휴! 말도 마. 어제 라커룸 분위기 완전 난리도 아니었어. 구단 홍보팀이 영상을 찍으려다가 그냥 나가더라니까. 그때 나도 나갔어야 했는데. 아 참! 싸웠냐고 물었었지?”
“어.”
“싸웠어. 미켈하고 알렉스가 말다툼을 벌였거든. 처음에는 누가 잘못했는지 따졌는데 거기까지는 괜찮았어. 다들 수긍했는데 알렉스가 선을 넘어버렸지.”
“무슨 선?”
“미켈의 플레이를 지적했어. 오늘 소극적으로 플레이했다면서 왜 블랙번 선수들에게 겁을 먹냐고. 윤이었다면 다 뚫었을 거라면서 엄청 비난했지.”
“그래서 미켈이 뭐라고 했어?”
“뭐라 했긴. 그대로 돌려줬지. 병신 같은 패스를 남발하다가 공격 기회를 날려 먹고. 뭐, 수비 전환이 늦어서 오른쪽 측면이 뚫렸다고 전부 송의 잘못으로 돌렸지. 아, 자책골까지 언급했다. 이기적인 축구를 그만하라고 했었나.”
“말리는 사람은 없었어?”
“페어가 말렸는데도 두 사람은 듣지도 않더라.”
주먹다짐 전까지 갔다며 어제 라커룸 분위기를 자세하게 말했다.
메르테자커가 나서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거라며 프림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네 이야기도…아이씨! 깜짝이야! 료, 너 언제 왔어?”
“방금.”
서하가 돌아보자 료는 어색한 미소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윤, 안녕?”
“일찍 왔네?”
“노, 아까 왔었어. 한 시간 일찍. 코치하고 수비 연습했어. 나 연습 많이 해. 매일.”
프림퐁이 질린 얼굴로 료의 목을 강하게 옭아맸다.
“혼자만 연습하니까 좋냐?”
“에무마누에로는 연습 안 해.”
“제발 내 이름 좀 똑바로 말해!”
“그럼, 폰폰 어때? 폰폰.”
“폰폰? 이야! 이제는 내 이름도 마음대로 바꿔?”
서하가 그만하라고 말하자 프림퐁은 입을 삐죽이면서도 료의 목을 놔줬다.
료는 씩 웃으며 프림퐁에게 폰폰이라는 괴상한 이름을 붙여준 걸 만족스러워했다.
“아무튼, 윤, 끝나갈 쯤에는 네 이야기가 나왔어.”
료가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윤은 폰폰보다 잘해. 많이.”
“나도 알거든! 어제 잘했다고 우쭐거리지 좀 마.”
“내가 언제? 난 안 그랬어.”
“안 그러긴 뭘 안 그래! 어젯밤에 자랑하듯 장문의 메시지를 보낸 게 누군데.”
“어려워서 이해 못하겠어.”
“이럴 때만 이해 못한다고 말하지? 진짜 편리한 능력이네.”
준수한 활약을 펼친 료는 선발로 나온 프림퐁과 함께 평점 6점을 받았다.
프림퐁은 개처럼 뛰고도 교체로 뛴 료와 같은 점수를 받은 사실에 대해 굉장히 불만이 많았다.
서하는 두 사람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칭찬했다.
“둘 다 잘 했으니까 그만해.”
“알겠다고.”
“역시 윤은 착해.”
프림퐁은 료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혀를 내둘렀다.
“야, 그러다가 윤 똥꼬 헐겠다.”
“응? 무슨 뜻이야?”
“이해 못했으면 됐어. 윤, 어제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네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경기력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어. 참고로 로빈의 입에서 나온 거야.”
“로빈 입에서?”
“어. 뭐라고 했더라. 아! 오늘 패배한 이유는 윤의 부재일지 모르지만, 그걸 메꾸지 못한 우리들의 잘못이 더 크다면서 우리끼리 다투기보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어.”
모처럼 주장의 역할을 한 걸까?
서하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펫 라이스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회복 훈련 시간이었다.
“나머지는 훈련 끝나고 말해줘.”
“아! 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왜?”
프림퐁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어제 이후로 친한 선수들끼리 뭉친 것 같거든. 다들 너를 자기 그룹에 들이려고 할 테니까 잘 대처해야 해. 잘못하면 팀이…알지?”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름을 짜내고 우승을 향한 열망과 위닝 멘탈리티를 넣으려고 했던 계획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걸 지금 당장 실행했다가는 팀이 터지게 생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