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44)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44화(43/201)
44화 때려 치워
선수들에게 발언권이 주어졌다.
다들 할 말이 많은 얼굴이었지만,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먼저 나섰다가는 집중 포화를 맞을 수 있던 터라 다들 사렸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내가 먼저 의견을 내겠네. 우리가 진 이유는 체력이 부족해서야. 경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낼 강철 체력! 우리는 이걸 만들어야 해.”
체력 코치인 토니 콜버트가 꼬장꼬장한 얼굴로 목소리를 내자 선수들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원론적인 이야기고 다 맞는 말이었지만, 선수들의 체력이 부족해서 진 거라며 더 강도 높은 훈련 세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체력 찬양론을 펼친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이상일세.”
이후에도 코치들이 의견을 냈고 지루한 시간이 이어졌다.
서하는 고개를 돌리며 하품을 해대는 코시엘니를 바라봤다.
코시엘니는 파벌에 관심이 없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정확히는 프랑스 선수들과 친분이 있을 뿐 다른 선수들과는 그럭저럭 잘 지냈다.
‘싫은 소리를 안 하는 편이라 은근히 인기도 많지.’
타겟을 정한 서하는 코시엘니의 옆구리를 툭툭 찔렀다.
코시엘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며 물었다.
‘윤, 무슨 일이야? 네가 먼저 말을 다 걸고.’
‘너도 알잖아. 팀 분위기.’
‘알지. 개판인 거. 근데 그건 왜?’
‘내가 좀 바꿔볼까 하는데 도와줄 수 있어?’
코시엘니는 흥미로운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뭘 도와주면 될까?’
‘수비를 지적해줘.’
‘오, 재미있겠는데? 알겠어.’
자신 있게 대답한 코시엘니는 조용히 손을 올렸다.
허락이 떨어지자 코시엘니는 입을 움직였다.
“나는 공격보다는 우리 수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어. 우리는 지금 매 경기마다 실점했어. 매우 공격적인 운영에 뒷공간을 많이 노출하는 전술이라 선 수비 후 역습하는 팀에 약하기 때문이지. 나는 풀백들이 너무 과도하게 전진하지 않았으면 해.”
“로랑, 네 제안은 우리 전술 방침에 어긋나. 풀백들이 과감하게 공격을 가담해주기 때문에 윙어들에게 공간이 생기고 득점까지 이어지는 거야. 풀백들의 공격 가담을 줄이면 득점도 줄어들 거라고.”
몬레알의 지적에 코시엘니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전술 상 우리 풀백들은 굉장히 공격적이지. 덕분에 공격에서 많은 이득을 봤어. 다득점이 나올 수 있던 이유지. 하지만 그만큼 뒷공간 노출이 많아지고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가 커버할 공간이 많아지게 돼.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과부화가 올 수 있다는 거군.”
팻 라이스가 침묵을 깨고 나오자 코시엘니는 동의했다.
“맞습니다. 문제는 우리 팀의 센터백의 발이 빠르지 않다는 점이죠. 이건 도르트문트전에서도 드러난 약점입니다. 윤이 3선으로 내려와준 덕분에 수비를 보강할 수 있었지만, 윤도 사람입니다. 모든 공간을 홀로 막을 수 없죠.”
“그렇다면 풀백들을 내려야 한다는 건가? 그렇게 되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많은 이득을 봤네. 그걸 포기하기에는 조금 과격한 의견인 것 같은데 아닌가?”
“그건.”
벵거의 날카로운 질문에 코시엘니는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서하가 신호를 보냈다.
대답하지 말라고.
코시엘니가 침묵하자 벵거는 선수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내 질문에 대답해볼 사람 있나?”
벵거는 온화한 얼굴로 의견을 제시할 사람을 찾았다.
서하는 재빨리 손을 들었다.
“제가 대답해도 되겠습니까?”
“…으음, 좋아. 말해보게.”
“비대칭으로 움직이면 됩니다.”
“비대칭?”
벵거가 관심을 드러내자 서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드판으로 설명해도 될까요?”
“물론일세. 기대하지.”
벵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서하는 앞으로 나와 보드판을 중앙으로 끌고 왔다.
자석으로 4-2-3-1 포메이션을 만든 후 입을 열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공격 상황에서 양 풀백이 상대 진형 깊숙이 파고들고 양 윙어들은 안쪽으로 들어와 박스 안 숫자를 순간적으로 늘려줘.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오는 선수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수적 우위를 가져가지. 이렇게 말이야.”
척! 척! 척!
서하는 사이드에 윙어와 풀백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 자석을 삼각형 형태로 만들었다.
이후 선수들의 움직임을 쉽게 설명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풀백이 높게 올라와줬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공격 전개를 할 수 있었어. 하지만 우리가 공을 빼앗겼을 때 빠르게 압박하지 못하면 상대에게 역습을 내주게 돼. 도르트문트전처럼 말이지.”
“하긴 압박만으로는 힘들더라.”
“맞아. 걔들 엄청 빠르게 역습하더라고. 그게 또 정교해서 애를 많이 먹었지.”
선수들이 한마디씩 거들자 서하는 미소를 지으며 대책을 내놓았다.
“그래서 양 풀백들이 전부 높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 풀백이 엔드라인까지 올라가면 왼쪽에 있는 풀백은 덜 올라가는, 비대칭적인 움직임이 필요해. 이 때 엔드라인까지 올라간 풀백은 윙어처럼 플레이하고 윙어는 중앙으로 좁히는 거지. 아, 측면 공백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커버해주면 돼.”
“나쁘지 않았네만, 이렇게 하면 어떤가? 내 생각에는…”
벵거는 질문을 던졌고 서하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서하의 전술 지식에 선수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훈련하고 경기에 뛰면서 축구 지능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깊은 지식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벵거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하를 바라봤다.
“좋은 의견이었네만, 선수들에게 개념을 심어주기에는 시간도 부족하니 천천히 연구해보겠네.”
“감사합니다.”
서하는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서하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괴물을 보는 듯했다.
코시엘니는 서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 넌 진짜 미친놈이야.”
“칭찬으로 들을게. 로랑, 도와줘서 고마워.”
“꼬맹이가 어떤 계획을 꾸미는지 정말 궁금한 걸?”
“보면 알아.”
코시엘니가 포문을 열고 서하의 원맨쇼가 끝나자 선수들의 발언이 시작됐다.
첫 주자는 송이었다.
블랙번전 전술을 이야기하던 그는 갑작스레 미켈을 소환했다.
“미켈, 우리가 블랙번에 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나에게 묻는 이유가 뭐야? 좋은 의도로는 안 보이는데?”
“그날 네가 우리가 진 원흉은 나 때문이다. 내가 공격 가담에 정신이 팔려서 진 거라고 했었잖아.”
“그랬었지.”
“그 말을 듣고 좀 화가 났어. 하지만 동료인데. 이번 시즌 동안 같이 뛸 사이인데 얼굴을 붉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봤어.”
“내 말은…”
송은 아르테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잘못만은 아닌 것 같더라고. 감독님도 말씀하셨듯이 윤이 정말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었어. 아! 엠마누엘이 못했다는 건 아니야. 주어진 임무를 잘 완수했지. 첫 선발인데도 정말 잘해줬어.”
송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프림퐁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프림퐁은 첫 선발 출장 경기였음에도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들 그의 활약을 인정했다.
아르테타는 송이 화제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다시 붙들어 맸다.
“그래서 요지가 뭔데?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거야?”
“정확히는 둘 다 잘못했지.”
송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며 아르테타를 물고 늘어지자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선수들은 숨을 죽인 채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고 코칭스태프들은 가만히 지켜봤다.
다들 두 사람 간에 묵은 감정이 잘 풀리길 바랐다.
하지만 송의 이어지는 발언을 들은 아르테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뭐라고? 다시 말해 봐!”
“내가 4. 네가 6이라고. 미켈, 너는 윤 대신에 공격 미드필더로 나서서 팀의 공격을 이끌었어. 그런데 한 게 뭐야? 패스 정확도 90%? 그거 다 백패스, 횡패스로 만든 거잖아. 그 자리에서 백패스만 할 거면 왜 뛰는데?”
“알렉스!”
“자자! 화 내지 말고 내 말 끝까지 들어봐. 너는 결과적으로 공격에서 낙제점을 받았어. 그리고 나는 수비에서 낙제점을 받았지. 대신 나는 로빈의 골을 어시스트하면서 내 잘못을 약간이나마 탕감 받았지. 내 말이 틀려?”
송의 말에 아르테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지만,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바로 반격에 나섰다.
“좋아! 조금은 인정할게. 하지만 그날 네 역할은 엠마누엘과 함께 풀백을 보호였어. 사전 회의에서 감독님이 블랙번의 역습 전개를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었잖아. 그건 기억나지?”
“기억나지.”
“그런데 넌 어떻게 했지? 공격 가담을 했지. 좋아! 매우 훌륭해. 하지만 넌 올라가서 내려오질 않았어! 단 한 번도!”
“엠마누엘이 있었잖아.”
“그렇다고 쳐! 그럼, 네가 공격 가담해서 뭘 했는데? 윤처럼 휘젓기를 했어? 돌파를 했어? 찬스를 만들었어? 아니잖아! 네가 한 건 전방으로 로빙 스루 패스를 넣어준 것밖에 더 있어? 그게 성공률이 높았으면 내가 언급도 안 했지. 그런데 성공률이 몇 프로야? 와우! 놀라워! 10%도 안 되다니! 아! 턴 오버는 몇 프로지?”
아르테타가 송의 자부심을 건드리자 송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난 확신을 가지고 시도했어! 그리고 너와 다르게 난 공격 포인트도 많이 올렸다고!”
“확신? 확신? 확신!? 지금 장난 쳐? 그게 확신이었다고? 네가 말도 안 되는 패스로 무의미하게 공격이 끝난 적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 확신이라는 말이 나와?”
“그래서 네가 뭘 했는데! 나는 공격 포인트라도 올렸어! 그런데 넌 윤 대신에 2선에서 한 게 뭐지? 맞다! 윤이 잘 차려준 밥상에서 맛있게 먹었지? 그러다가 옐로카드나 받고 그 스노우볼로 윤이 퇴장을 당했고 말이야. 왜? 내 말이 틀려?”
송이 리버풀전을 들고 나오자 아르테타는 움찔거리며 서하를 슬쩍 바라봤다.
서하는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감을 얻은 아르테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좋아! 그건 내 잘못이라고 쳐. 그런데 어제 경기는 생각 안 나나 보지? 네가 무리하게 드리블하다가 공을 뺏겨서 실점했고 사냐 부상도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잖아. 그리고 이게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지 않았나?”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서로 감정이 격해지자 조용히 지켜보던 팻 라이스 수석 코치가 책상을 강하게 때렸다.
쾅! 쾅! 쾅!
“보자보자 하니까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 자리가 서로 비난하는 자리야? 블랙번전에서 우리가 진 이유를 찾고 보완하기 위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야! 그런데 왜 지난 경기들을 끌고 와서 동료들을 비난하는 거지? 이럴 거면 다 때려치워!”
아르테타와 송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자 팻 라이스는 더욱 화를 냈다.
이번에는 반 페르시였다.
“로빈! 넌 주장이 돼서 뭐하는 거야? 가만히 있는 이유가 뭐야!”
“그게…”
“선수들 중재도 못할 거면 주장 반납해! 어차피 너 말고도 할 사람 많아!”
“그렇지만…”
“앞으로 내 앞에서 이런 개 같은 일이 한 번 더 발생하면! 다른 녀석에게 넘길 테니 그렇게 알아!”
팻 라이스는 벵거를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고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회의실.
폭언을 들은 반 페르시는 인상을 찡그렸지만, 반박하지 못했다.
“하아.”
주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까.
아르테타와 송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자리에 슬쩍 앉았다.
이 사태를 조용히 지켜본 벵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선수들에게 말했다.
“감정도 격해지고 다들 피곤한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토니, 뒷정리를 맡기겠네.”
“알겠습니다. 먼저 들어가시죠.”
“고맙네.”
벵거가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서하의 폰이 진동했다.
바지 주머니에서 슬쩍 꺼내 확인하니 수십 통이 쌓인 메시지에 팻 라이스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팻 라이스]잠시 내 방으로 올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