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51)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51화(50/201)
51화 봉사 활동
서하와 파커는 차를 타고 런던 교외로 향했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자 오래된 주택들이 두 사람을 반겼다.
서하는 풍경에 큰 관심이 없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최신 유행 노래에 집중했다가 흘려보냈다가를 반복했다.
끝날 때까지 무슨 노래인지 알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오늘 행사도 그렇게 될 테니까.
파커는 서하의 얼굴을 살피며 슬쩍 말을 걸었다.
“윤, 아직도 불만이야?”
“불만은 없어요.”
“네가 제안한 거라면서.”
“제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봐요.”
파커는 낄낄거리며 부드럽게 핸들을 돌렸다.
서하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그래도 구단 첫 행사니까 웃으면서 해야지. 따라 해봐. 스마일.”
“제가 애도 아니고.”
“그럼 네가 성인이냐?”
나이 공격에 서하는 반박하지 않고 침묵으로 무시했다.
파커도 적정선을 지키며 화제를 돌렸다.
“학교생활은 어때?”
“치열하면서도 지루해요.”
“반박할 수 없는 말이네. 반 친구들하고는 잘 지내고?”
서하는 불편한 얼굴로 파커를 바라봤다.
“지금 취조하시는 거예요?”
“취조라니. 난 네가 평소에 뭘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제 부모님 부탁을 받을 건 아니고요?”
“그럴 리가.”
목소리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서하는 코웃음을 쳤다.
“제 관심보다는 본인 연애 사업이나 신경 쓰세요. 매번 이번에는 느낌이 좋다! 크리스마스에는 솔로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차이기나 하고.”
“윤!그, 그만!”
서하는 그만 둘 생각이 없었다.
이 재미있는 걸 왜 그만두겠는가.
“이번에 인사 관리팀에 들어온 여성분께 접근했다가 까였다면서요? 어떻게 매번 레퍼토리가 똑같은지. 이제는 좀 식상해요.”
“아니, 느낌이 확 꽂혔다고…”
“그놈의 느낌! 사전 준비도 없이 갑자기 ‘저 당신을 보고 삘을 받았는데 데이트 신청해도 될까요?’ 이러면 어느 여성 분이 승낙하겠어요?”
파커는 잔뜩 기가 죽은 얼굴로 페달을 밟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안 해. 아이콘택트도 하고 시야에 자주 들어가고. 저번에는 나에게 미소도 지어줬다고.”
“와! 진짜 답답하네. 피지컬이 좋으면 뭐해. 테크닉이 이 모양인데. 그 머리로 어떻게 구단에 입사한 거예요?”
“면접에서 만점 받았어.”
“와우! 미스터리하네요.”
서하가 보기에 자연스러운 만남은 글러먹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지 않은 이상 이번 회 차도 홀로 남아야 할 운명이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머지사이드주 리버풀에 들어섰다.
오늘 목적지인 병원은 중심부에 위치에 있었다.
파커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충실히 따르며 무사히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린 후 병원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리 나와 있던 구단 직원과 병원 직원이 반갑게 맞이했다.
서하는 두 사람과 가볍게 포옹을 나눴다.
“다들 위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어서 가시죠.”
“윤, 먼저 올라가 있어. 구단에 보고하고 바로 뒤따라갈게.”
“알겠어요.”
병원 직원의 안내에 따라 서하는 강당에 들어갔다.
강당에는 오늘 주인공들이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중앙을 기준으로 아스날 선수 셋과 리버풀 선수 넷이 따로 무리를 지어 앉아 있었다.
자연스레 서하는 아스날 무리로 향했다.
서하를 발견한 아르테타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윤!”
“아직 안 늦었지?”
“우리도 온 지 얼마 안 됐어. 윤, 불편하겠지만, 인사하고 오자.”
서하는 아르테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최근 리버풀의 성적을 보여주듯 분위기는 좋아보이지 않았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4인방 중 3명이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초반 성적을 말아먹는 중이니까.
그중 두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
찰리 아담과 조던 헨더슨.
찰리 아담은 미래에 한국에서 찰장군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선수였다.
안 좋은 의미로 말이다.
반면 조던 헨더슨은 지금은 죽을 쑤고 있었지만, 향후 리버풀의 중원을 책임질 선수로 발돋움했다.
서하는 두 사람의 엇갈린 미래를 생각하다가 남은 두 사람의 얼굴도 살폈다.
리버풀의 부주장 다니엘 아게르와 루카스 레이바였다.
두 사람이 다가오자 리버풀 선수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게르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윤, 오랜만이네.”
서하는 손을 맞잡으며 늘 하던 안부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푸흐흐. 지금 우리 놀리는 거야? 리그 순위 봤으면 잘 지냈냐는 말이 안 나올 텐데.”
“미안. 내가 타 구단 성적은 안 보는 편이라서. 불편했다면 사과할게.”
“사과할 것까진 없어. 자, 서로 인사들 나눠.”
서하는 루카스 레이바와 조던 헨더슨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찰리 아담과 가볍게 포옹을 나눴다.
서하는 포옹하기 싫었지만, 아르테타가 억지로 밀어 넣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포옹한 두 사람은 서로 어색한 얼굴로 바라보며 인사를 건넸다.
“윤, 리버풀에 온 걸 환영해.”
“환영해줘서 고마워.”
당사자인 두 사람이 어색해하자 아르테타와 아게르는 대화에 참여해 어색함을 걷어내려 했다.
노력이 가상했는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서하는 멋쩍은 얼굴로 뒤통수를 긁적이는 찰리 아담과 시선을 마주치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램지가 입원한 병원까지 찾아와 사과하고 램지가 사과를 받아줬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서하는 그를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찰리 아담이 한 행동은 한 선수의 축구 인생을 완전히 박살내는 폭력적인 행동이었으니까.
아르테타는 아게르와 함께 말을 짜내다가 할 말이 떨어졌는지 서하를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
“윤, 인상 좀 펴. 좋은 취지로 하는 행사인데 네가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병실을 돌아다니면 누가 좋아하겠어?”
“미안. 숨긴다고 했는데 다 티가 났나 보네. 봉사할 때는 표정 관리할게.”
“내 말은. 됐다. 아직 어리니까 다 이해해주겠지.”
“언제까지 서 있을 거야?”
슈체스니의 불평 어린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르테타와 서하는 얌전히 따랐다.
폴란드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터라 심기가 불편해 있었다.
최근 활약을 보면 뽑혀야 마땅했지만, 폴란드 감독은 이해하지 못할 이유를 내세우며 배제시켰다.
대표 팀에 들어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슈체스니였던 터라 실망감은 더 컸다.
서하는 그가 가진 자부심을 알고 있던 터라 옆자리를 피했다.
가장 편한 프림퐁 옆에 앉았다.
프림퐁은 먹잇감을 찾은 맹수의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윤, 인상 좀…”
“조용히 해. 뒤지기 싫으면.”
프림퐁의 입을 막은 서하는 자연스레 아르테타가 주도하는 대화에 참여했다.
“그렇게 차면 받기 힘들지 않아?”
“윤은 어떻게든 다 받던데?”
“그건 윤이니까 그렇고. 나는 통통 튀는 패스는 안전하게 받기 힘들어.”
조용히 듣고만 있던 서하는 아르테타의 말에 동의했다.
“나도 그런 패스는 안 좋아해. 깔끔한 패스를 좋아하지.”
“거 봐! 윤도 좋아하지 않잖아. 다음부터는 무조건 낮게 깔아서. 엠마누엘, 내 말 듣고 있어?”
아르테타가 딴청을 피우는 프림퐁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프림퐁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서하를 원망하며 마지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고.”
“믿을게. 아 맞다! 다들 잭의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 들었지?”
“응, 어제 축하한다고 메시지 보냈어. 이름이 아치라고 했나?”
“아치 잭 윌셔. 나쁘지 않네.”
대화를 나누던 중 각 구단 직원들과 병원 직원들이 강당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꽤 많았고 그들 중 중년인이 단상에 올라왔다.
그는 밝은 미소로 부원장이라 밝히며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사전에 합의된 사항이었던 터라 선수들은 흔쾌히 수락했다.
오늘 하루 사진 기사가 된 파커는 선수들을 지적하며 말했다.
“자자! 서로 친해보여야 하니까 좀 더 가까이! 윤! 옆으로 붙어!”
서하는 딱 반 발자국만 움직였다.
양옆에는 찰리 아담과 조던 헨더슨이 서있었다.
두 사람은 서하의 반응을 신경 쓰다가 파커의 외침에 비즈니스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들 웃어요! 찍습니다!”
***
봉사 활동은 생각보다 유쾌했다.
서하는 조던 헨더슨과 함께 병실을 돌아다니며 구단에서 준비한 작은 선물과 선수 사인이 새겨진 유니폼을 환자들에게 전달했다.
아스날과 리버풀 유니폼 두 장을 받은 아이들은 굉장히 기쁜 얼굴로 두 사람을 반겼다.
어른들은 굉장히 신기해했다.
아스날과 리버풀이 함께 행사를 진행할 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두 사람은 환자들과 사진도 찍고 말동무도 해주며 시간을 보냈다.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서하는 헨더슨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거닐었다.
“넌 어쩌다가 오게 됐어?”
헨더슨은 피식 웃었다.
“구단에서 가라고 해서?”
“나 때문에 끌려온 거네.”
“네가 제안했다고 했지? 괜찮아. 좋은 취지에다가 팬 미팅의 일환이잖아. 오히려 좋지.”
“여기가 마지막 병실이에요.”
구단 직원의 말에 두 사람은 선물을 품에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머리를 박박 깎은 어린 소년들이 두 사람을 보자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 조던이다!”
“윤도 왔어!”
“거짓말 아니었잖아! 누가 거짓말이라고 한 거야!”
아이들의 기운 찬 목소리에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하며 가져온 선물을 나눠줬다.
“우와! 유니폼이다!”
“사인도 있어!”
“아, 아스날 유니폼은 필요 없는데 조던 사인이 있어서 버릴 수도 없고.”
“버리긴 왜 버려. 아스날 홈 유니폼에 리버풀 선수의 사인은 유니크하잖아. 소장하면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서하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전 토미에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윤의 말이 맞아요.”
“그래, 토미, 내 말을 들어줘서 고마워.”
두 사람은 가볍게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축구 이야기로 빠졌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하는 이 꼬맹이 콥 친구가 마음에 들었다.
이 아이의 눈은 놀라울 정도로 굉장히 정확했다.
이번 시즌 리버풀이 힘들 거라며 영입한 선수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리버풀 직원들 앞에서 대놓고 말했다.
리버풀 직원들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당사자인 헨더슨의 얼굴은 빨갛게 변했다.
다행히 헨더슨은 좋은 선수라고 가장 듬직하다고 말해 헨더슨의 기분이 풀릴 수 있었다.
용기가 가상한 어린 친구였다.
“윤.”
“왜?”
“혹시 리버풀에 올 생각 없어요?”
까다로운 질문이었지만, 서하는 당황하지 않고 피식 웃었다.
이 아이는 조던 헨더슨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
리버풀의 미래를 책임질 거라나.
그렇다면 해답은 여기에 있었다.
“내가 리버풀로 가게 되면 헨더슨은 뛰지도 못할 텐데? 괜찮아?”
“어이. 윤, 말이 너무 심하잖아. 공존하는 방법도 있는데.”
서하의 의도를 눈치 챈 헨더슨이 지원사격에 나서자 소년은 풀이 죽은 얼굴로 다시 물었다.
“같이 못 뛰어요?”
“뭐, 헨더슨이 포지션을 바꾼다면 뛸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 헨더슨은 중앙 미드필더에 어울려. 다른 포지션에서는 뛰지 못해. 토미도 내 의견에 동의하지?”
“네! 조던 헨더슨은 최고의 선수가 될 거예요! 이번 시즌에 가장 기대하는 선수라고요!”
이번 시즌은 힘들 텐데라고 말하려다가 꾹 참았다.
헨더슨의 포텐이 터지는 시기는 앞으로 3년 후였으니까.
서하는 적당히 응원의 말을 골라 토미에게 말했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겠지만, 언젠가 빛을 낼 기회는 찾아올 거야. 그때가 오면 네 병이 씻은 듯이 낫지 않을까?”
“네! 분명 그럴 거예요!”
서하는 씩씩하게 말하는 토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줬다.
이를 지켜보던 구단 직원들과 헨더슨은 서하의 말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결국 헨더슨의 입에서도 지겹게도 들은 그 질문이 흘러나왔다.
“너 정말 16살 맞아?”
“영국의 행정처 능력을 시험하는 질문이네.”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헨더슨은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후 서하와 헨더슨은 병실을 청소하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슬슬 떠날 때가 되자 청소 도구들을 정리하던 중 토미의 질문이 날아왔다.
“그래서 윤은 오겠다는 거예요, 안 오겠다는 거예요?”
서하는 토미의 강렬한 시선을 바라보다가 슬쩍 피했다.
정말 집요한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