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53)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53화(52/201)
53화 서북런던 더비 (2)
선제 득점 이후 기세를 탄 아스날은 첼시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서하는 측면과 중앙을 쉴 새 없이 오가며 공을 잡고 침투하는 선수들에게 원터치 패스로 넣어 줬다.
서하의 발을 거친 패스는 하나하나가 위력적이었다.
“미친 자식!”
“짜증나게 하네.”
절로 욕설이 나올 정도였다.
패턴도 다양하고 발뒤꿈치 같은 신체 여러 부위로 공을 컨트롤하는 묘기는 첼시 선수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처럼 예측하기 어려웠다.
몬레알의 횡 패스를 받은 서하는 오른쪽으로 침투하는 송을 보고 원 터치 패스로 내줬다.
뒤늦게 하미레즈가 붙었지만, 이미 공은 서하에게서 떠난 후였다.
송은 박스 바로 앞에서 램파드를 두고 멈췄다.
툭. 툭툭.
중앙 침투는 어려워 보였다.
측면도 여의치 않았다.
리그 최정상 풀백인 애쉴리 콜이 월콧을 꽁꽁 묶고 있었으니까.
서하는 송의 고민을 덜어 주려 직접 아수라장으로 뛰어들었다.
중앙으로 침투하는 서하를 본 송은 강한 신뢰로 보답했다.
공을 툭 건드리는 툭 찍어 램파드의 키를 넘기는 로빙 스루 패스를 구사했다.
정확히 서하의 침투에 맞춰 낙하 지점에 떨어지는 정교한 패스.
서하는 공을 받으려 했지만, 이바노비치가 강하게 밀자 몸이 크게 흔들렸다.
“흡!”
강한 충격이 전신으로 퍼졌다.
골문과 등을 진 서하는 고통을 참으며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뒤에는 이바노비치, 왼쪽에는 반 페르시와 존 테리.
측면에는 보싱와와 제르비뉴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줄 곳이 없어.’
그렇다면 여기서 해결해야 했다.
서하는 공이 잔디 위에 떨어지기 전에 왼발 안쪽으로 툭 건드려 이바노비치의 뒤로 흘려보냈다.
이바노비치는 갑자기 공이 뒤로 흐르자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서하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바노비치를 팔로 밀치고 골문을 향해 발을 내밀었다.
“안 돼!”
실수를 알게 된 이바노비치가 무너진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미 서하는 슈팅을 가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첼시에는 체흐가 있었다.
체흐는 골문 구석으로 달려가는 공을 빠르게 손을 뻗어 걷어 냈다.
슈퍼 세이브였다.
“오우우우우우!”
관중석에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힘찬 박수가 들려왔다.
체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하를 보며 포효했다.
완벽한 득점 기회를 날려버린 서하는 혀를 내밀며 애써 아쉬움을 감췄다.
들어가기만 했다면 이주의 골은 물론 프리미어 리그 역대 최고의 골에 선정됐을 것이다.
아스날의 레전드 데니스 베르캄프의 플레이를 보는 듯했으니까.
“가랑이 사이로 차야 했나.”
구석을 정확하게 노리려다 체흐에게 읽히고 말았다.
반 페르시가 서하의 등을 가볍게 때리며 말했다.
“윤! 나한테 줬어야지!”
서하는 반 페르시를 강하게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완벽한 상황이었어.”
“그건 득점했을 때 할 소리고.”
“가서 코너킥이나 차.”
“욕심쟁이 녀석.”
“누가 할 소릴.”
아스날의 공격은 계속됐다.
서하는 애쉴리 콜에게 꽁꽁 묶인 오른쪽을 풀기보다는 왼쪽 위주로 공격을 풀어 나갔다.
스터리지와 보싱와 측면 라인은 굉장히 공격적이지만, 수비에서 약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서하는 몬레알와 패스로 풀어 나가다가 제르비뉴의 침투를 보고 다양한 패스를 넣어 줬다.
제르비뉴의 침투는 훌륭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이바노비치를 드리블로 벗기고 슈팅을 가져가려다가 타이밍을 놓치고 뺏기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제르비뉴는 서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욕심 좀 그만 내지.”
물론 서하는 제르비뉴의 마음을 이해했다.
최근 4경기 동안 득점도 없고 도움도 올리지 못하며 자신감이 많이 낮아져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방금 전만 해도 박스 안으로 패스를 넣었다면 반 페르시의 왼발 슈팅이 나왔을 테니까.
좋은 기회를 날린 반 페르시도 굉장히 화를 냈다.
제르비뉴는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보냈으나 탐욕은 놓지 못했다.
오픈 찬스에서 골대 위로 날려 버리자 반 페르시가 폭발했다.
“패스 좀 해!”
“다음에는 꼭 할게.”
“도대체 언제! 또 놓치고 나서?”
“아, 하겠다고! 하면 되잖아!”
“지금 너 때문에 몇 개를 날린 줄 알아?”
“그게 다 내 탓이야?”
“그러면 누가 잘못했는데?”
서하는 더 큰일이 일어나기 전에 황급히 달려와 두 사람 사이를 떼어 놓았다.
“지금 싸울 때야? 둘 다 그만해!”
관중석에서 야유와 함성이 쏟아졌고 첼시 선수들은 약간 흥미진진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뒤늦게 몬레알과 송도 합세해 두 사람을 말리자 어느 정도 소란이 진정됐다.
이를 그냥 두고 볼 주심이 아니었다. 휘슬을 불며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주심은 서하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반 페르시와 제르비뉴를 부르고 구두로 경고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언젠가 일이 날 줄 알았다.
4경기 동안 공격 포인트 올리지 못한 제르비뉴와 반 페르시의 리그 득점왕 욕심이 빚어 낸 결과물이었다.
서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싸웠으니 바로 화해하기는 어려웠다.
두 사람이 엇갈리자 아스날은 주도권을 완벽하게 쥐고도 추가 골은 나오지 않았다.
“오른쪽! 좋아! 역습!”
첼시 선수들도 아스날의 공격 템포에 적응했는지 심심찮게 패스를 끊어 내는 장면들이 나왔다.
전반전이 끝나갈 때쯤에는 서서히 주도권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서하는 2선에서 내려와 3선에서 첼시의 공격을 막는 데 급급했다.
첼시가 마음먹고 공격에 나서니 측면 공격이 위력적이었다.
스터리지와 후안 마타의 측면 플레이에 료와 몬레알이 탈탈 털리고 있었다.
그나마 서하가 지원하는 왼쪽은 어떻게든 틀어막았다.
몸싸움을 싫어하는 스터리지에게 몸싸움을 강요하면 됐으니까.
문제는 오른쪽.
후안 마타의 테크닉에 료는 완벽히 무너지며 메르테자커와 송에게 부담을 줬다.
“하아. 하아.”
창백하게 변한 얼굴.
후안 마타는 패닉에 빠진 료를 맛있게 요리했다.
결국 마타의 스루 패스를 받은 램파드의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이 터지며 경기는 원점이 됐다.
“우와아아아아아!”
종횡무진 필드를 누볐던 서하는 힘이 빠지는 결과였다.
아르테타는 허탈해하는 선수들을 독려했다.
“괜찮아! 아직 시간은 많아! 료! 성급하게 하지 말고 차분하게.”
료는 혼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교체는 무리였다.
료 대신에 나올 선수는 칼 젠킨슨과 주루뿐이었으니까.
주도권을 내준 아스날은 남은 10분 동안 첼시의 파상공세를 버텨 내야 했다.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온 힘을 짜내 압박하기 시작했다.
정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아스날은 첼시의 강한 압박에 공을 뺏기기 일쑤였다.
첼시 선수들은 서하가 공을 때마다 거칠게 끊어내며 아스날이 원활하게 빌드 업 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했다.
집중 타깃이 된 서하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서하가 어려움을 겪자 전반전 막바지 아스날의 경기력은 정말 형편없어졌다.
추가 실점이 나오지 않아서 다행일 정도였다.
삐익! 삐이익!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길고 길었던 전반전이 끝났다.
예상대로 쉽지 않은 경기였다.
* * *
필드로 나온 서하는 로커 룸 분위기를 떠올리다 허탈하게 웃었다.
화합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말다툼이라니.
그나마 아르테타가 나서서 진정시키고 팻 라이스가 지원 사격에 나서 줘서 다행이었다.
“어떻게든 봉합은 시켰다만.”
하나로 뭉친 첼시를 상대로 버텨 낼 수 있을까?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반 페르시와 제르비뉴 둘 중 한 사람을 빼는 방법이 베스트였다.
하지만 누굴 빼야 하는가?
설령 뺀다고 해도 뒤가 문제였다.
경기에서 빠진 사람은 불만을 품을 테니까.
“우아아아아!”
다시 탐색전이 이어졌다.
공을 쥔 아스날은 템포를 낮추고 주도권을 되찾아오려 했다.
가만히 두고 볼 첼시가 아니었다.
첼시 선수들은 강하게 압박하며 공을 원활하게 주고받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서하와 아르테타가 2대1 패스로 풀어 나오면 태클로 끊어 냈다.
“쟤들 작정하고 나왔네.”
서하는 아르테타를 일으켜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주심 성향이 몸싸움에 관대해서 강하게 나오는 것 같아.”
오늘 첼시의 컨셉은 야수였다.
어디서든 몸싸움을 걸어왔다.
서하도 몸싸움을 피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미친개는 피해야 했다.
서하가 부상당하는 순간 아스날은 무너질 테니까.
드리블로 첼시의 압박을 벗어나기보다는 패스로 풀어 나갔다.
아스날의 숏 패스 워크가 나오자 첼시도 강하게 압박하지 않았다.
후반전 초반이 지나고 어느 정도 압박이 느슨해지자 서하는 본격적으로 위아래를 오가며 공격을 지휘했다.
모든 공격 과정에 관여하기 시작하자 빠르게 안정되기 시작했다.
“윤!”
서하는 미켈의 손을 뿌리친 후 반 페르시의 침투 타이밍에 맞춰 스루 패스를 넣어 줬다.
정확한 타이밍에 도달한 공.
반 페르시가 한 번 접고 슈팅을 가져가려는 순간 존 테리의 슬라이딩 태클이 들어왔다.
“아악!”
얼핏 보면 깔끔하게 공을 빼낸 것처럼 보이지만, 하마터면 발목이 돌아갈 뻔한 위험한 태클이었다.
위험한 태클이었음에도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이건 파울이잖아요!”
월콧이 강하게 어필했음에도 첼시의 공을 선언했다.
결국 참지 못한 팻 라이스가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가 강하게 항의했다.
“선수들 넘어진 거 안 보여?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라고!”
앞에 있던 물병까지 차자 주심이 팻 라이스를 바라봤다.
벵거가 나서서 그를 말렸지만, 이미 늦었다.
판정에 비난을 받은 주심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흥분한 상태인 팻 라이스에게 다가가 레드카드를 꺼냈다.
“퇴장.”
“하!”
팻 라이스가 떠나고 반 페르시도 치료를 위해 밖으로 나가자 주심은 경기를 진행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반 페르시는 간단한 치료를 받고 필드로 돌아왔다.
“괜찮아?”
“어, 괜찮아. 윤, 너도 조심해.”
거친 태클을 당했던 반 페르시는 소극적으로 변했다.
포스트 플레이는 사라지고 공을 받는 즉시 다시 돌려주기를 반복했다.
반 페르시를 봉쇄한 첼시는 다음 타깃을 선정했다.
“나네.”
아스날의 공격을 주도하는 서하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서하는 미련하게 버티지 않았다.
최대한 다치지 않게 넘어지며 부상을 방지했다.
나름 버틸 만했다.
주심도 눈은 달렸는지 공이 발에서 떠난 후에 들어오는 태클들에는 반칙을 선언했으니까.
“윤!”
서하는 몬레알에게 패스를 받는 척 공을 슬쩍 흘리며 하미레즈를 속였다.
하미레즈는 황급히 뒤를 돌아 서하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서하는 비틀거리며서도 밸런스를 잃지 않고 공을 차지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램파드의 슬라이딩 태클에 전진하지 못하고 스텝이 엉키며 크게 미끄러졌다.
삐익!
공만 보고 달려든 태클이었지만, 지나치게 위험했다.
주심은 반칙을 선언했다.
하지만 옐로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후우.”
서하는 유니폼을 툭툭 털어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곧바로 통증이 느껴졌다.
램파드의 태클을 피하다가 잘못 넘어졌는지 옆 허벅지 부근이 조금 쓰라렸다.
바지를 살짝 걷어서 확인했다.
허벅지가 벌겋게 올라와 있었다.
아무래도 잔디에 넘어지면서 피부가 쓸려 나간 듯했다.
애써 표정을 관리했지만, 이상함을 눈치 챈 월콧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윤, 괜찮아?”
“약간 따끔거리기만 해.”
“어디 봐. 헉! 소독부터 받아!”
갑자기 피가 흘러나왔다.
주심도 서하의 허벅지에 난 상처를 보고는 의료진을 불러들였다.
신호를 받은 의료진이 황급히 필드에 들어왔다.
“걸을 수 있어요.”
서하는 의료진의 부축을 거부한 채 라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주심은 곧바로 경기를 재개했다.
또다시 한 명이 빠지자 수적 우위를 차지한 첼시가 아스날을 강하게 압박했다.
서하는 지금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팀 닥터가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바지를 걷어 올렸다.
생각보다 피가 많이 흘러나왔다.
“좀 따끔할 거야.”
서하는 상처를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도 굉장히 위태로웠다.
아스날은 첼시의 파상공세를 막아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포인 반 페르시가 아래로 내려올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전선은 계속 밀렸다.
서하는 마음이 급해졌다.
“더 빨리요.”
“거의 다 됐어. 보채지 좀 마.”
팀 닥터가 소독을 마치고 붕대로 감을 동안 서하는 발을 동동 구르며 필드를 바라봤다.
아르테타가 줄 곳이 없어 망설이자 토레스가 공을 탈취했다.
토레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료 뒤로 침투하는 후안 마타에게 패스했다.
패스를 받은 후안 마타는 메르테자커를 앞에 두고 한 번 접고 그대로 슈팅을 가져갔다.
슈체스니는 니어 포스트 상단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아아아!”
역전 골이 나오자 스탬퍼드 브리지는 함성으로 가득 메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