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54)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54화(53/201)
54화 원맨쇼
후반전 남은 시간은 20분.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서하는 압박 붕대를 감은 허벅지를 확인한 후 손을 들었다.
주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두 번 굽혔다.
들어와도 좋다는 신호였다.
“윤!”
서하는 들어오자마자 아르테타의 패스를 받았다.
곧바로 강한 압박을 받았다.
등 뒤에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하지만 서하는 버티지 않고 앞으로 넘어졌다.
램파드가 두 손을 번쩍 들며 주심을 바라봤다.
주심은 반칙을 선언했다.
아르테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몸은 어때? 괜찮아?”
“괜찮아. 벤치에서 내려온 지시는 없어?”
아르테타는 고개를 저었다.
서하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현재 아스날이 꺼낼 카드는 마땅치 않았으니까.
전술은 수정할 수 없었다.
오로지 플랜 A로 리그 선두에 올라섰으니 플랜 B를 고민하지 않았다.
서하는 지금 전술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첼시의 거친 플레이와 압박에 고전하고 있을 뿐, 정신을 차리고 집중한다면 다시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었다.
‘문제는 교체 자원이지.’
카를로스 벨라는 가벼운 부상.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몸살감기.
셰인 롱과 마루앙 샤막이라는 공격 카드가 있었지만, 아직 팀에 녹아들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못 써먹을 카드들은 아니었다.
자동문으로 변한 오른쪽 풀백보다 나았으니까.
선발 출장한 미야이치 료는 전반전에 좋은 기량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팀이 주도권을 잃은 후부터 후안 마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빠른 발은 후안 마타의 테크닉까지 커버하지 못했다.
두 골 모두 오른쪽에서 나오자 경험이 부족한 료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벤치로 불러들이고 싶어도 폐급인 칼 젠킨슨과 주루밖에 없었다.
서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진퇴양난이었다.
수비에 가담하면 공격 작업이 어려워지고 수비에 가담하지 않으면 위기는 계속될 테니까.
“자유롭게 움직일게.”
“그게 좋겠어.”
“미켈, 볼 점유율부터 높이자.”
“알겠어.”
아르테타도 뾰족한 수가 없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서하의 움직임만으로도 동료들은 압박을 덜 받을 테니까.
서하는 차분하게 호흡을 골랐다.
왼쪽 허벅지 부근이 따끔거렸다.
팀 닥터가 붕대를 너무 강하게 감았는지 불편했다.
지금은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동점 골을 만들고 역전 골까지 바라봐야 했다.
서하는 아르테타에게 패스한 후 대각선으로 움직였다.
약속한 대로 아르테타는 공을 후방으로 돌렸다.
볼 점유율부터 확보해야 했다.
주도권을 되찾아야 했으니까.
“롤로! 패스!”
서하는 3선으로 내려와 코시엘니에게 공을 받고 바로 측면으로 벌려줬다.
램파드가 빠르게 달라붙으려다가 즉시 물러났다.
몬레알은 측면으로 전진했다.
서하는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언제든지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었다.
압박을 받아도 볼을 처리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자 첼시 선수들은 환장할 수밖에 없었다.
“쟤 잡아! 프리하게 두지 마!”
첼시는 이런 윤이 성가셨다.
강하게 압박하면 좋은 위치로 움직이는 서하에게 공이 굴러갔기 때문이다.
몬레알, 송, 아르테타, 제르비뉴, 반 페르시, 월콧 모두 여의치 않으면 서하에게 패스했다.
공을 뺏기지 않을 거란 신뢰가 담겨 있었다.
아스날이 서하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며 주도권을 회복해 나가자 첼시는 다급해졌다.
“압박해!”
서하는 전반전처럼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았다.
볼 터치는 간결하게, 볼 처리는 빠르게.
압박받기 전에 이미 공은 발에서 떠나 있었다.
오랜만에 빈 공간으로 침투한 월콧에게 공이 전달됐다.
월콧은 애쉴리 콜을 앞에 두고 발재간을 부리다가 여의치 않자 뒤로 공을 돌렸다.
그곳에는 서하가 있었다.
서하는 송에게 숏 패스를 주고 다시 좋은 위치로 찾아 들어갔다.
송은 다시 서하에게 공을 돌려주며 압박에서 벗어났다.
아스날 특유의 패스 앤 무브가 살아나기 시작하자 선수들의 얼굴에 부담감이 조금씩 사라졌다.
서하도 변주곡을 꺼내들었다.
과감한 드리블을 보여 주며 온갖 어그로를 끌었다.
아스날에는 투지가 필요했다.
되찾는데 만족하면 안 됐다.
더 강해져야 했다.
“윤!”
서하가 심하게 몸부림치자 아스날 선수들도 과감하게 움직였다.
강렬한 눈빛을 장착하고 적극적으로 첼시를 몰아붙였다.
그동안 자제해 왔던 거친 태클도 서슴지 않았다.
태클, 태클, 또 태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양 팀 선수들의 투지가 필드를 뜨겁게 달궜다.
실려 나가는 선수가 없는 게 신기할 정도로 굉장히 거칠었다.
치고 박고 싸우는 경기에 팬들의 입도 덩달아 거칠어졌다.
“저 새끼 죽여 버려! 담그라고!”
“!$!^@^!$#@!”
“발목 부러뜨려! 좋아! 잘했어!”
아스날 선수들은 기죽지 않았다.
더 과감하게, 더 거칠게 맞섰다.
전반전에 보여 준 첼시처럼.
미친개처럼 물어뜯었다.
반 페르시도 소극적인 플레이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전반전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며 첼시 수비진을 흔들었다.
“로빈!”
반 페르시와 시선을 마주친 서하는 센터백 사이로 과감하게 패스를 찔러 넣었다.
반 페르시의 중앙 침투를 읽고 시도한 스루 패스.
존 테리가 발을 쭉 뻗어 공을 걷어 내려고 했으나 한 발 늦었다.
그의 과감한 수비 시도는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등을 돌린 채 공을 받은 반 페르시는 전반전 실패를 딛고 일어나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넣었다.
다만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무조건 왼발로 찰 거라는 체흐의 판단을 완벽하게 속이는 데 성공했다.
체흐는 파 포스트 구석으로 흘러가는 공을 막지 못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동점 골이 터졌다.
“우와아아아!”
원정 팬들의 함성이 스탬퍼드 브리지를 수놓았다.
서하는 서둘러 공을 품에 안았다.
그 모습을 본 반 페르시는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며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한 골 더 넣자!”
달라진 반 페르시의 모습에 축하해 주려던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흐름은 아스날로 넘어왔다.
남은 시간은 대략 15분.
양 팀 벤치에서 동시에 교체 사인이 나왔다.
먼저 아스날은 두 장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제르비뉴와 료를 빼고 셰인 롱과 주루를 투입했다.
전술 변화는 없었다.
첼시는 미켈과 스터리지를 빼고 말루다와 루카쿠를 투입했다.
공격 숫자를 늘리고 4-4-2로 포메이션을 전환했다.
사실상 총력전이었다.
아르테타와 송이 다가와 물었다.
“윤, 어떻게 할까?”
서하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게 몰아주면 돼.”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경기에서 단 한 번도 턴 오버가 없던 선수가 바로 서하였다.
변칙적이고 막기 어려워서 첼시 선수들은 파울로 끊어 낼 수밖에 없었다.
아르테타는 서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무리하지 말고.”
“체력 조절하면서 뛰고 있어.”
“그러면 다행이지.”
전반전에 서하가 빠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체험했던 터라 아르테타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현재 아스날은 서하의 의존도가 굉장히 높았으니까.
경기는 다시 진행됐다.
“경기 안 끝났어! 다들 집중해!”
루카쿠의 긴 터치를 끊어 낸 아르테타는 서하에게 패스했다.
서하는 아까보다 헐거워진 압박을 느끼며 느긋하게 전방을 살폈다.
말루다가 다가와 압박하러 나오자 360도로 턴하며 가볍게 돌려세우고 빈 공간을 향해 달렸다.
마지막 힘까지 짜낸 폭발적인 드리블이 서하의 발에서 나왔다.
“우와아아아!”
원정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서하는 차분하게 호흡을 고르며 하미레즈를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가며 공을 치며 가볍게 벗겼다.
존 테리가 목이 터져라 외쳤다.
“파울로 끊어!”
램파드가 재빨리 달라붙었다.
이번에도 양발로 공을 드리블하며 돌파하려던 서하는 램파드의 거친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안전하게 넘어졌지만, 유니폼이 더러워지는 걸 막지 못했다.
이번 반칙은 심하다 생각했는지 오랜만에 옐로카드를 꺼냈다.
램파드는 강하게 어필했다.
“이게 왜 파울이에요! 발에 닿지도 않았는데. 쟤가 연기하는 거라고요!”
“이번에는 위험했어.”
주심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첼시 선수들이 죽일 듯이 노려봤음에도 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을 조금 끌었다.
힘을 짜내 드리블을 시도했던 터라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의료진이 들어오자 고통스러운 얼굴로 발을 부여잡던 서하는 의료진에게 간단히 치료를 받았다.
팀 닥터도 서하의 의도를 눈치채고 조금 시간을 끌었다.
서하는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왼쪽 허벅지를 만졌다.
아직도 조금 쓰라렸다.
하지만 뛰는 데는 문제없었다.
“후우.”
프리킥 위치는 굉장히 좋았다.
페널티 박스에서 다섯 발자국 떨어진 지점이었다.
내심 욕심이 났지만 이 자리는 반 페르시 존이었다.
훈련할 때 단 한 번도 이 자리에서 득점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
승리를 위해, 이번에는 양보해야 했다.
“윤, 괜찮아?”
“응, 괜찮아. 네가 찰래?”
반 페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 줘! 이번에는 넣을게!”
“그럼, 그거 ㅊ래?”
“좋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서하는 벽 옆에 나란히 섰다.
존 테리가 강하게 노려봤다.
“저리 꺼져.”
서하는 농담으로 돌려줬다.
“아이 러브 유.”
“…지랄하고 있네.”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서하의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했다.
일단 신경을 끄는 데 성공했다.
반 페르시와 눈이 마주친 서하는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검지로 자리를 가리키자 반 페르시의 고개가 위아래로 끄덕였다.
반 페르시는 손을 들어 올렸다.
삐익!
주심의 휘슬에 맞춰 반 페르시는 천천히 달려오다가 왼발로 강하게 때렸다.
푸른 벽이 높게 떠오른 동시에 서하는 재빠르게 엎드렸다.
서하의 움직임을 본 존 테리는 공중에 뜬 채로 소리쳤다.
“!*#!%”
안타깝게도 함성에 섞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반 페르시의 슈팅은 서하가 서 있던 자리와 존 테리의 옆을 빠르게 지나갔다.
훈련장에서 보여 준 궤적과 속도가 그대로 실전에서 나왔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공에 체흐는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골문 상단으로 휘어 들어가는 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완벽한 프리킥 득점.
“우와아아아아!”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터진 역전 골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벵거 감독은 자리를 박치고 달려 나왔다.
마음이 통했는지 반 페르시는 벵거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다.
서하를 비롯한 선수들도 한걸음에 달려가 둥글게 감쌌다.
3대2 펠레 스코어를 만들어 낸 아스날, 이제 남은 건 버티기였다.
벵거 감독은 고심 끝에 마지막 교체 카드를 꺼냈다.
[08] [24]“나야?”
지친 서하를 빼고 수비에 강점이 있는 프림퐁을 투입해 점수를 지키겠다는 의도가 담긴 교체였다.
서하는 아쉬워하면서도 벵거의 결정을 존중했다.
4일 후에는 챔피언스 리그 경기도 있었고 허벅지에 큰 상처를 입고 계속 뛰는 건 무리였으니까.
대신 최대한 천천히 걸었다.
여유로운 얼굴로 원정 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
박수 소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우우우우우!”
사방에서 야유와 함성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적장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였기에 더 꿋꿋하게 걸었다.
뛰고 싶어 안달이 난 프림퐁이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무시했다.
램파드가 달려와 서하의 등을 강하게 떠밀었다.
“빨리 나가!”
하지만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주심이 달려오려는 기미가 보이자 그제야 서하는 조금 속도를 높여 프림퐁과 교체되어 나왔다.
벵거는 서하와 가볍게 포옹을 나눴다.
“고생했네. 어서 치료부터 받게.”
“알겠습니다.”
서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료가 기다렸다는 듯 물을 건넸다.
“고마워.”
물을 한 모금 마시자마자 팀 닥터가 달라붙었다.
“윤, 바지 걷어 봐.”
팀 닥터는 압박 붕대를 풀었다.
상처를 본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미친!”
생각보다 상처가 심했다.
붕대와 갈라진 피부에 붉은 피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옆에 있던 동료들이 굉장히 놀랄 정도로 심각한 상처였다.
팀 닥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었다.
“윤, 아프지 않았어?”
“참을 만했어.”
지금보다 심한 부상을 달고 뛴 경험이 있던 터라 고통은 익숙했다.
“뼈는 이상 없는 것 같네.”
“다행이다.”
“이걸 잘도 참고 뛰었네. 윤, 소독약도 잘 참아 봐.”
팀 닥터는 거친 손길로 상처 부위를 향해 소독약을 발랐다.
끔찍한 고통이 뒤따랐다.
“아으윽!”
서하는 인상을 쓰며 팀 닥터를 타박했지만, 무시하고 치료했다.
소독약을 바르고 연고까지 바른 후 다시 붕대로 감았다.
“최소 일주일 정도는 쉬어야 해.”
“챔피언스 리그…….”
“뛸 생각 하지 마. 뛰었다가는 상처가 더 벌어질 거야. 자세한 건 병원 가서 이야기하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만, 원정 경기에서 그것도 첼시를 상대로 승점 3점을 확보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훈장이었다.
일주일 휴식도 나쁘지 않았다.
챔피언스 리그 조 1위에 승점도 여유로웠기 때문이다.
이제 추가 시간도 전부 흘러갔다.
“어?”
눈을 감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던 중 료의 멍청한 소리를 듣고 필드를 바라봤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존 테리의 머리에 닿은 공이 아스날의 골망을 가르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