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56)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56화(55/201)
56화 뺄 수가 없다
환상적인 9월과 10월을 보낸 아스날은 11월에 들어 예상치 못한 징크스에 시달렸다.
서하가 경기에 뛰지 않거나 중간에 나오면 승리하지 못하는 패턴이었다.
W.B.A전 75분 교체-결과 2대2.
노리치전 86분 교체–결과 1대1.
풀햄전 89분 교체–결과 2대2.
처음에는 우연일 줄로만 알았지만, 점점 데이터가 쌓이고 말이 현실이 되자 공식으로 이어졌다.
[W.B.A전과 풀햄에 이어 노리치전에서도 무승부? 도대체 아스날에 무슨 일이?] [다 잡은 경기들을 놓친 아스날, 최악의 11월을 보내는 중!] [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일수록 경기에 더 집중해야 해.’] [윤을 빼면 실점, 아스날 팬들 벵거의 선수 교체에 불만 제기.]W.B.A전부터 노리치까지.
매 경기 실점이 나왔다.
사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늘 그렇듯 주도권을 쥐고 일방적으로 상대를 두들겨 팼다.
강한 전방 압박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덤.
아스날은 리그 1위다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경기력을 매 경기 보여 줄 수 있는 이유는 서하 덕분이었다.
팀의 핵심인 서하는 쏟아지는 관심에도 부담을 가지지 않았다.
침착하게 볼을 돌리고 동료들이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
적절한 위치 선정, 예측 플레이,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팀을 이끌었다.
중원의 지휘자. 마에스트로.
괜히 서하가 빠지면 팀이 흔들린다는 말이 나온 게 아니었다.
공격에서 수비까지 해 주는 역할이 정말 많았다.
아스날도 줄곧 지적을 받은 서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술에 많은 변화를 줬다.
변화 이후에도 서하는 여전히 가장 많은 볼 터치 횟수와 패스를 기록했지만, 공격 전개에서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먼저 반 페르시가 달라졌다.
기존에는 최전방에서만 움직였다면 지금은 위아래로 많이 움직이며 수비수를 끌고 내려왔다.
양 윙어들은 반 페르시가 만들어 준 공간에서 재미를 많이 봤다.
새로운 세부 전술은 주전 경쟁에도 변화를 주었다.
마르세유전 이후 양 윙어에는 중앙 지향적인 벨라와 아르샤빈이 자주 기용됐다.
서하는 이 과정에서 좀 더 아래로 내려오거나 측면으로 이동해 공간을 커버하는 데 집중했다.
밸런스를 잡아 주는 역할이었다.
제한된 역할에 불만이 없었다.
공격 포인트를 많이 생산하는 것도 좋지만, 서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안정성이었다.
안정적으로 굴러가야 사고 없이 승리에 도달할 수 있을 테니까.
이외에도 전술에 미세한 변화를 주며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다.
이런 눈물 나는 노력에도 아스날이 3연속 무승부를 거둔 이유는 역시 서하에게 있었다.
벵거는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자 이겼다고 생각한 경기에서는 여지없이 서하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관리해 주겠다는 의도였다.
취지는 정말 좋았다.
유망주들을 혹사시켜 부상자로 만든 전적이 많았던 터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문제는 서하가 빠지면 팀 밸런스가 무너진다는 점이다.
서하의 역할을 동료들이 메꿔야 했지만,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
그 결과 약점으로 지목된 오른쪽 풀백에서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설상가상으로 상대 팀들은 발이 느린 메르테자커를 노려 발 빠른 윙어들을 출전시켰다.
뒷공간으로 찔러 주는 빠른 역습에 아스날은 실점할 수밖에 없었다.
악재가 반복되자 벵거도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된 무승부 행진에 아스날은 리그 1위가 위태로워졌다.
리그 2위인 맨체스터 시티가 턱 끝까지 쫒아왔기 때문이다.
불과 승점 3점 차.
기세가 꺾인 아스날과 달리 맨체스터 시티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앞세워 승리를 거뒀다.
리그 3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야금야금 승점을 쌓으며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었다.
반전이 필요했다.
무승부가 아닌 깔끔한 승리.
징크스를 날려 버릴 완벽한 승리가 필요했다.
칼링컵 8강전, 아스날은 맨체스터 시티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로커 룸 분위기는 사뭇 비장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고도 연이은 무승부로 아쉬운 결과를 만들었던 터라 다들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강박증을 안고 있었다.
특히 오늘 경기는 더욱 중요했다.
리그 1위와 리그 2위의 맞대결.
승점이 걸린 경기는 아니었으나 전초전으로 봐도 손색이 없었다.
정확히 한 달 후에 리그에서 승점을 걸고 다시 붙을 테니까.
팻 라이스가 선발 라인업에 들어간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했다.
축구화를 고쳐 신는 서하에게도 다가와 물었다.
“윤, 몸은 좀 어때?”
“좋아요.”
“불편하면 언제든지 말해.”
“물론이죠.”
팻 라이스는 서하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하는 축구화 앞을 한 번 꾹 눌러 주며 선발 라인업을 확인했다.
에딘 제코
콜라로프-나스리-아담 존슨
데 용-오언 하그리브스
클리시-투레-사비치-오누오하
판틸리몬
맨체스터 시티는 전부 서브 선수들을 내보냈다.
컵 대회는 적당히, 리그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반면 아스날은 주전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반 페르시
제르비뉴-윤서하-벨라
아르테타-송
몬레알-베르마엘렌-코시엘니-료
파비안스키
골키퍼를 제외하면 이번 시즌 아스날의 베스트 11이 가동됐다.
아스날의 진심이 담긴 의지였다.
이 경기도 이기지 못한다면 11월은 혹독한 가을로 기록될 테니까.
로커 룸에 들어온 벵거는 언제나 짧고 간단하게 말했다.
“긴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 저들이 말하는 징크스는 잊고 우리의 플레이를 보여 주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선수들의 눈빛은 어느 경기 때보다도 강렬했다.
단지 징크스 때문만은 아니었다.
맨체스터 시티에는 아스날을 배신하고 떠난 선수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패배를 안겨줘야 했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걸 알려 주려면 반드시 이겨야 했다.
양 팀의 견해 차이와 마음가짐.
아스날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 * *
후반전 24분, 스코어는 0대0.
득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스날은 주도권을 꽉 쥔 채 맨체스터 시티를 계속해서 흔들었다.
무너질 듯 말 듯, 맨체스터 시티는 악착같이 버텼다.
툭! 툭툭툭! 툭툭!
서하는 지체하지 않고 왼쪽 사이드에서 공을 몰고 올라갔다.
“올라가!”
제르비뉴와 몬레알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반 페르시가 언제든지 내려와서 공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중앙이 시장에 온 듯 북적거렸다.
서하는 호시탐탐 중앙으로 침투하려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툭. 툭툭.
변칙적인 짧은 터치.
“…….”
클리시는 속지 않았다.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중앙을 내주는 것보다는 측면을 내주는 편이 좋다는 걸 이미 많은 경기에서 증명했기 때문이다.
서하는 전방을 주시하다가 콜라로프가 압박하러 들어오자 라인을 타고 빠르게 전진했다.
클리시는 침착하게 따라붙었다.
거리를 둔 채 서하의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서하의 질주는 엔드 라인에 가까워진 후에야 멈췄다.
“윤!”
서하는 콜라로프가 압박하기 전에 제르비뉴에게 공을 내줬다.
서하는 중앙으로 움직이며 제르비뉴와 자리를 바꿨다.
클리시는 서하를 따라가지 않고 제르비뉴를 압박했다.
제르비뉴는 왼발로 방향을 살짝 바꾼 후 가랑이 클리시의 사이로 공을 강하게 밀어 넣었다.
“……!”
패스 질이 별로 좋지 않았다.
툭툭 튀는 공이었다.
하지만 서하는 박스 안을 슬쩍 흘겨본 후 등을 진 채로 사비치의 압박을 견뎌 냈다.
쿵!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밸런스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더러운 몸싸움을 즐기는 센터백답게 피지컬로 밀어붙이려 했다.
서하는 이를 역으로 이용했다.
왼발 발등으로 공을 위로 툭 찍어 차 올렸다.
“어?”
빠른 속도를 그대로 살려 두 사람의 머리를 훌쩍 넘겨 버렸다.
공은 박스 안으로 날아갔다.
니어 포스트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 어느새 몬레알이 빠르게 달려가 좋은 자리를 잡고 고개를 살짝 돌려 공의 방향을 바꿨다.
절묘한 헤더였다.
공의 위치를 보던 판틸리몬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뒤! 저 녀석을 막아!”
골 냄새를 맡은 반 페르시가 귀신 같이 달려들었다.
콜로 투레가 뒤늦게 유니폼을 잡아당겼지만, 반 페르시는 공이 잔디에 닿은 순간 왼발로 강하게 때렸다.
판틸리몬이 황급히 다리를 오므려 슈팅을 막으려 했지만, 너무 늦어 버렸다.
공은 판틸리몬의 가랑이를 무자비하게 돌파하여 골망을 흔들었다.
팽팽하던 경기에 균열을 일으킨 멋진 골이었다.
출렁!
“우아아아아아!”
홈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클리시, 나스리를 ‘유다’라고 적어 둔 걸개가 활짝 펼쳐졌다.
그리고 아래에는 ‘R.V.P is man’이라고 적혀 있었다.
선제 득점의 주인공, 반 페르시는 공을 품에 안고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입맞춤을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멋진 장면이었다.
선제골 이후 아스날은 천천히 공을 돌리며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을 끌어냈다.
“좋아! 잘하고 있어!”
최근 많은 비판을 받은 미야이치 료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수비 위치 선정도 좋았고 아담 존슨의 돌파를 잘 저지했다.
“윤! 급하게 하지 마. 천천히.”
아르테타의 패스를 받은 서하는 측면으로 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중앙.
나스리의 압박은 먼지를 털어 내듯 가볍게 흘려보냈다.
홈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나이젤 데 용과 하그리브스의 중원은 단단하지 않은 편이었다.
한 번도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없는 조합이라 물꼬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둑과 같았다.
데 용의 거친 플레이가 마음에 약간 걸렸지만, 서하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혼자가 아니었다.
동료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물줄기처럼 뻗어 나가자 순간적으로 선택지가 많아졌다.
송이 쭉 올라왔다.
서하는 오랜만에 출전한 하그리브스를 앞에 두고 노 룩 패스로 송에게 전달했다.
데 용이 몸을 들이 밀자 송은 황급히 서하에게 내줬다.
패스 세기가 강했지만, 서하는 왼발로 완벽하게 속도를 죽이며 공을 받았다.
반 페르시가 아래로 내려오자 하그리브스와 데 용 사이로 공을 보냈다.
“돌아서지 못하게 해!”
양 윙어들이 중앙으로 들어왔음에도 반 페르시는 서하의 위치를 확인했다.
서하는 하그리브스를 따돌리며 하프 스페이스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반 페르시는 툭 내줬다.
적당한 속도로 굴러오는 공.
나쁘지 않았다.
서하는 정확한 타이밍에 왼 발을 디딤 발로 삼고 오른발 안쪽으로 그대로 감아 찼다.
파 포스트 상단을 노린 슈팅.
서하의 오른발이 잔디로 내려온 순간, 공은 맨체스터 시티의 골망을 흔들고 있었다.
전반전 막바지에 터진 서하의 추가 득점이었다.
“우와아아아아!”
홈 팬들의 환호성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서하는 동료들의 팔을 뿌리치며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다.
촤아아악!
멋지게 미끄러진 후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곧바로 동료들이 뒤에서 덮쳤다.
“이 자식! 그걸 감아 차다니!”
“윤! 잘했어! 정말 잘했다고!”
서하는 마구잡이로 깔고 뭉개는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지금이 아니면 서하를 막 대할 기회는 많지 않았으니까.
넝마가 된 서하는 아르테타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괜찮냐?”
“온몸이 아파.”
아르테타는 서하의 등을 가볍게 때리며 피식 웃었다.
순식간에 두 골을 얻어맞은 맨체스터 시티는 이제 수비에만 전념할 수 없게 됐다.
만치니 감독은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질 경기는 완벽하게 버리는 감독이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는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스리와 하그리브스를 빼고 아구에로와 데니스 수아레즈를 투입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4-4-2로 공격적인 포메이션으로 전환하자 아스날은 지친 아르테타와 료를 빼고 프림퐁과 주루를 투입했다.
수비를 강화해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서하는 걱정하지 않았다.
“무리수를 뒀어.”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두 명의 센터백과 데 용을 제외하고 모든 선수들을 공격시킨 맨체스터 시티는 올인에 가까웠다.
서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맛있는 먹잇감을 어떻게 사냥할지 고민했다.
우선 지금은 공세를 버틸 때다.
“끝까지 집중해!”
서하의 외침에 선수들은 흐트러지려는 집중력을 다시 끌어올렸다.
맹공을 퍼부었음에도 아스날이 흔들리지 않자 맨체스터 시티가 되레 흔들리기 시작했다.
슬슬 움직일 때였다.
두 다리가 조금 뻐근했지만,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야 했다.
서하는 아담 존슨의 무지성 크로스를 받아 맨체스터 시티 골문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했다.
“끊어 내!”
데니스 수아레즈가 거칠게 몸을 밀려고 했지만, 서하는 슬쩍 물 흐르듯 흘려 내며 밸런스를 다시 잡고 달렸다.
단숨에 중앙선을 넘어 미들 서드까지 진입할 때까지 서하의 치달을 막지 못했다.
“우와아아아!”
서하가 경기 막바지에 멋진 드리블을 보여 주자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쏟아졌다.
툭! 툭툭툭! 툭툭!
데 용이 달라붙어 파울로 끊어 내려 했지만, 길게 툭 차고 달렸다.
데 용의 팔이 허공을 갈랐다.
이제 박스 앞까지 네 발자국.
서하의 앞을 가로막은 선수는 사비치였다.
서하에게 몇 차례 농락당했던 사비치는 신중하게 두 발을 움직이며 기다렸다.
중앙을 틀어막은 대신 측면을 열어 주었다.
이건 현명한 수비였다.
서하는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속도를 줄이고 오른쪽 측면으로 벌렸다.
사비치가 발을 뻗어 막으려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측면으로 빠져나가고 벨라가 받았다.
“산쵸!”
벨라는 공을 몰고 박스 안으로 파고들었다.
오누오하가 다급히 막아섰다.
벨라는 오누오하를 앞에 두고 바디 페인팅으로 속인 후 공을 니어 포스트로 붙였다.
반 페르시와 투레가 경합했다.
반 페르시가 반박자 빠르게 공에 발을 가져가 댔지만, 투레의 발에 맞고 튀어나왔다.
“마이 볼!”
공을 잡기 위해 판틸리몬이 서둘러 나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공의 주인이 된 서하가 있었다.
서하는 가볍게 머리로 밀었다.
중심을 잃어버린 판틸리몬은 또다시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우와아아아아!”
후반전 90분.
정규 시간 종료를 남겨 두고 아스날의 세 번째 골이 터졌다.
칼링컵 4강전 진출을 결정 짓는 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