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6화(5/201)
6화 성공하는 선수
툭툭툭.
서하는 양발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며 공을 안정적으로 트래핑했다.
일정한 높이와 일정한 박자가 어우러지자 발등이 아닌 허벅지와 머리, 등을 사용해 역동적인 자세로 공을 허공에 띄웠다.
묘기에 가까운 움직임이었음에도 공은 바닥에 닿지 않았다.
툭툭. 툭툭툭!
미리 그려둔 원 밖으로 벗어나지 않은 채 공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나쁘지 않네.”
서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뒤꿈치로 공을 툭 찍어 머리 위로 넘긴 후 오른발을 들고 발등과 정강이 사이에 끼워 넣었다.
공이 슬쩍 옆으로 흘러나오려하자 균형을 잡고 조심스레 공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공을 왼발로 천천히 굴렀다.
서하는 빠르게 자세를 잡고 제 자리에서 인사이드로 감아 찼다.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왼쪽 상단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
골망이 우아하게 흔들렸다.
멋진 슛이었음에도 서하는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발목 힘이 부족해.”
날아가는 속도가 조금 느렸다.
여기서는 통할지 모르나 프로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골키퍼가 큰 실수하지 않은 이상 여유롭게 막아낼 슛이었다.
서하는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조급한 마음은 버리자.”
조급함은 독이 될 뿐이었다.
지금 당장 1군에 들어갈 것도 아닌데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서하는 공을 주우며 툭툭 양발로 공을 차며 중앙선까지 몰고 갔다.
툭툭. 툭툭툭툭! 툭툭.
천천히 몰고 가다가 속도를 높였다가 다시 줄이고를 반복했다.
이제 볼 컨트롤은 문제없었다.
정교하고 섬세해졌다.
첫날에 보여줬던 투박한 터치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후우. 나쁘지 않아.”
삼 주 정도 공을 몸에 붙이고 다녔더니 미묘하게 어긋났던 타이밍을 줄일 수 있었다.
서하는 플립플랫으로 변화를 주고 다시 라 크로케타로 가상의 수비수를 손쉽게 벗겨냈다.
두 번째 가상의 수비수가 바로 나타나자 바디 페인팅으로 속이고 똑같이 라 크로케타로 돌파했다.
상대가 너무 쉬웠던 걸까?
서하는 고민 끝에 엘마누엘 프림퐁을 현실로 꺼내왔다.
프림퐁은 과거로 돌아온 후 지금까지 만난 선수들 중 가장 대인 마킹이 좋은 선수였다.
서하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 그냥 털털 벗겨주지.”
지난 며칠 동안 함께 훈련을 해오면서 어떤 성향을 지닌 선수인지 파악했던 터라 쉽게 형상화됐다.
크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툭툭. 툭툭툭.
공을 몰고 들어오자 곧바로 강하게 압박해 들어오는 프림퐁.
서하는 공을 잡고 360도로 빙글빙글 돌아 압박에서 벗어났다.
프림퐁은 몸을 허우적거리다가 서하가 빠르게 치고 나가자 잡지도 못하고 역동작에 걸려 넘어졌다.
데뷔 시즌에 꽤 괜찮은 평가를 받은 프림퐁은 서하의 드리블에 맥없이 당하고 말았다.
“뭐지?”
기본적인 바디 페인팅에 속아 넘어가 슈팅 각도를 내주자 서하는 지체하지 않고 슈팅을 가져갔다.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
골망을 가볍게 흔들었다.
출렁!
서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석이 잘못됐나.”
서하는 지난 몇 주 동안 프림퐁의 플레이를 유심 있게 관찰했다.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는지.
어떤 수비를 하는 편인지.
자주 사용하는 버릇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분석해 머릿속에 저장한 후 그대로 현실에 불러왔다.
아마 잘못되지 않았을 거다.
과거에도 자주 활용해 좋은 성과를 거둔 훈련이었으니까.
“내가 컨디션이 올라왔거나 선수 선택을 잘못했거나 아니면 둘 다 맞을 수도 있겠네.”
어느 쪽이든 자만하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는 괴물들이 득실대는 와일드한 생태계였다.
빠르고 거친 리그기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인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후우. 좋아.”
서하는 살짝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며 가상의 프림퐁을 치우고 개인 훈련을 이어나갔다.
팀 훈련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던 터라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하는 시간을 200% 활용했다.
재능만 믿고 뛰어들기에는 프리미어리그는 만만하지 않았다.
한창 구슬땀을 흘리던 때.
“윤!”
리저브 팀 감독, 벤필드가 손을 흔들며 훈련장으로 들어왔다.
서하는 드리블을 멈추고 반갑게 인사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일찍 왔네?”
“열심히 해야죠.”
벤필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학업도 게을리 하면 안 돼.”
“그럴게요.”
벤필드도 더 말하지 않았다.
지나친 조언은 반발을 불러올 수 있었으니까.
특히 욱하는 성격을 지닌 유망주를 다룰 때는 더 조심해야 했다.
도자기를 만지듯 세심하게.
벤필드는 서하에게 공을 패스하며 말했다.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첫날보다 드리블이 훨씬 깔끔해졌네.”
“노력하니까 되더라고요.”
“그게 노력으로 되면 다들 1군에서 뛰고 있겠지.”
“하하하.”
서하의 탈압박을 차단한 벤필드는 씩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겸손 떨 필요 없어. 내 생각에는 프림퐁이 아니라 널 1군으로 콜업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하하하. 그런가요.”
“녀석은 좀 더 여기서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아니, 내가 왜 너하고 이걸 이야기하고 있는 지 원.”
서하는 말하지 않고 씩 웃었다.
벤필드는 혀를 내둘렀다.
축구도 잘하고 학업 성적도 훌륭하다는 말은 들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숫제 괴물이었다.
겉은 애인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왠지 모르게 동년배와 이야기하는 기분을 받았다.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었다.
“감독님, 오늘은 무슨 훈련해요?”
“응? 아, 팀 전술 회의.”
“오, 재미있겠네요.”
벤필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녀석들은 전술 회의를 재미없다며 끔찍하게 생각하는데. 윤은 정말 특이하구먼.”
“걔들은 1군에 들어갈 생각이 없나 보죠.”
“아무튼 열심히 들으면 도움이 많이 될 거야.”
“알겠습니다. 감독님!”
서하가 씩씩하게 대답하자 벤필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억지로 애처럼 말하지 말고.”
“하하! 티 났나요?”
“됐고 훈련 전까지 내가 도와줄 테니까 가볍게 패스 연습할래?”
서하는 흔쾌히 수락했다.
“도와주시면 감사하죠!”
“좋아. 차고 점점 거리를 벌리고 다시 좁혀보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공을 보내며 점점 거리를 벌렸다.
서하는 낮게 깔아 차는 패스부터 롱 패스까지 다양한 패스로 정확하게 배달했다.
패턴이 다양하고 창의적이었다.
벤필드는 공을 받고 여기저기 보내주며 생각에 잠겼다.
‘기본기도 탄탄하고 이를 응용하는 능력도 탁월해.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 좋은 게 아니야. 축구 지능이 좋아도 너무 좋지.’
지금 당장 데뷔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다.
이번 여름에 바르셀로나로 이적한다는 소문이 도는 파브레가스는 생각나지도 않았다.
몇 년 후면 윤서하가 빈자리를 대체할 테니까.
다만 너무 마른 체형이라 피지컬적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몸싸움에서 크게 밀리는 편은 아니나 밸런스가 종종 무너질 때가 있어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게 근육량을 늘리면 도움이 될 거야.’
반 년 정도 꾸준히 근육을 늘려준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거다.
바로 1군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당분간은 감독 권한으로 묵살할 생각이었다.
아직 좀 더 다듬어야 했다.
“방금 롱 패스 어땠어요?”
“정말 좋았어! 다시 차볼래?”
“네! 한 번 더 갑니다!”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벤필드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며 즐거운 얼굴로 공을 차는 서하를 바라봤다.
진심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얼굴.
지도자 생활이 그리 길진 않았지만, 이런 선수들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경기를 즐길 줄 알고 승부욕이 강한 선수들이 성공하는 법이니까.
***
“존나 재미없어.”
“맞아. 차라리 공차는 게 낫지.”
“윤! 오늘 같이 공 찰래?”
자료를 챙기던 서하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됐어. 너희들끼리 차.”
“알겠어! 내일 보자!”
“그래, 내일 봐.”
지난 회 차에는 첫날 청백전에서 10대 0으로 박살내는 바람에 팀원들과 친해지지 못했다.
이블 지니어스라는 별명과 함께 따돌림 당했다는 말이 정확했다.
그때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혼자라서 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축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닌 팀 스포츠였다.
전 회 차처럼 시작부터 불화로 튈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혹시 모르지 않은가.
과거로 돌아온 사람이 있을지.
서하는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프림퐁을 흔들어 깨웠다.
“으응. 끝났어?”
“어 끝났어.”
“하암! 잘 잤다. 역시 전술 회의할 때 자면 잠이 잘 온다니까.”
“곧 1군 갈 녀석이 잠이 오냐?”
프림퐁은 하품을 쩍쩍 해대며 눈을 비비적거렸다.
“1군은 네가 가겠지. 난 아직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했거든.”
“거의 다 회복했잖아.”
“노노. 아직 몸 상태는 별로야. 내가 제 실력만 발휘하면 잭은 내 상대가 안 돼.”
“네가? 잭 윌셔보다 잘한다고?”
“당연하지! 너 내가 부상 전에 어떻게 플레이했는지 모르지?”
“당연히 모르지.”
프림퐁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헛다리짚기를 보여주었다.
“이걸로 다 털고 다녔어.”
“어, 그래 보이네.”
프림퐁은 슬쩍 어깨동무를 하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스윽 하고 찔러주고 네가 골을 넣는 환상적인 그림을 1군에서 보여주자고!”
“그래.”
서하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알던 미래보다는 밝게 빛나길 바랄뿐이었다.
서하가 프림퐁과 시청각 자료실에서 나가려하자 벤필드가 불렀다.
“윤!”
“네! 감독님.”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
“물론이죠! 오늘은 먼저 가.”
프림퐁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주차장에서 기다리면 안 돼?”
“오늘도 게임하게?”
“당연하지! 어제 너한테 능욕만 당했잖아! 반드시 복수할 거야!”
프림퐁의 선언에 벤필드는 10분 만 잡고 있다고 말했다.
프림퐁은 신이 난 얼굴로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벤필드와 서하는 자리를 이동하며 대화를 나눴다.
감독과 선수가 나눌 대화는 정해져 있었다.
축구, 그저 축구뿐.
두 사람은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그러니까 네 말은 동료들의 움직임을 읽고 패스를 준다는 거지?”
“네, 움직임도 하나의 습관이잖아요. 물론 제가 얼마나 여유를 갖고 볼을 키핑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물론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네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좋겠다만.”
“할 수 있어요.”
벤필드는 자신감 넘치는 서하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특급 유망주라 해도 그건 불가능해보였으니까.
창밖을 보던 서하는 언제 끝나냐는 프림퐁의 행위를 발견했다.
적당히 놀아주고 개인 훈련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감독님.”
“아, 윤, 벵거 감독님이 이번 주 안으로 널 만나고 싶어 하는데 시간 괜찮지?”
서하는 기다렸다는 듯 씩 웃었다.
“물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