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0)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60화(59/201)
60화 레전드의 귀환
“공을 보지 말고 사람을 봐! 좋아! 먼저 자리를 잡고 같이 떠주면 공중 볼 경합을 이겨 낼 수 있다고! 롤로! 정말 좋았어!”
팻 라이스는 과장된 몸짓으로 메르테자커에게서 공중 볼을 따낸 코시엘니를 칭찬했다.
코시엘니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새어 나오는 미소를 막지 못했다.
반면 코시엘니에게 밀린 메르테자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장으로 밀어붙였음에도 위치 선정이 좋았던 코시엘니에게 밀려 버렸기 때문이다.
팻 라이스는 메르테자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네 신장을 활용하려는 방법은 나쁘지 않아. 오히려 권장되지. 하지만 롤로가 먼저 자리를 잡고 같이 떠 주면 몸으로 강하게 밀어 봤자 공격자 파울이 될 뿐이야. 그러니 몸싸움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임해. 알겠지?”
“알겠습니다.”
세트 피스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이번에는 메르테자커가 먼저 우위를 점하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공의 궤적도 좋았지만, 위치를 잘 잡고 몸싸움에서 이겨 내며 코시엘니를 완벽하게 무력화했다.
메르테자커는 아이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팻 라이스는 바로 기쁨의 감정을 표출했다.
“그래! 그거야! 움직임 정말 좋았어! 이렇게 대각선으로 침투할 때가 수비하기 가장 어려워!”
팻 라이스는 끊임없이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수비에 실패한 코시엘니를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기운을 북돋아 주며 선수가 성실히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정말 잘했어! 몸싸움에서는 밀리니까 위치를 잘 잡고 같이 떠 주면 돼. 알지?”
“물론이죠!”
“좋아. 이번에는 윤이 니어 포스트로 뛰어 들어가고 티티, 네가 윤을 마크해.”
앙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팻 라이스는 선수들의 수비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해 주며 빠르게 피드백했다.
“좋아. 공격자 역할을 맡은 선수들은 윤이 타이밍에 맞춰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줘. 로빈! 준비됐어?”
반 페르시가 손을 높이 올렸다.
팻 라이스가 호루라기를 불자 페널티 박스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서하는 발을 앞뒤로 움직였다.
앙리가 서하의 미세한 움직임에 움찔거리며 말을 걸어왔다.
“윤, 움직임이 좋은데?”
“부단히 노력한 결과죠.”
“16살 먹은 녀석이 그런 말 하니까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드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생각보다 앙리가 잘 따라오자 서하는 반 페르시의 도움닫기를 보며 뒤로 슬쩍 빠졌다.
경험이 많은 앙리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서하의 앞을 가로 막으며 몸을 밀착했다.
반 페르시의 발이 공에 닿는 순간 서하는 앙리의 팔을 뿌리치며 앞으로 잘라 들어갔다.
“……!”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빠르게 움직이자 앙리의 움직임이 많이 늦었다.
앙리는 서하의 날카로운 움직임에 대처하지 못하고 서하의 유니폼을 잡아당기려 했다.
하지만 박스 안으로 날아온 공은 서하의 이마에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완벽한 헤딩 슛에 슈체스니는 움직이지도 못했다.
앙리는 허탈한 얼굴로 완벽하게 타이밍을 빼앗은 서하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타이밍을 정말 잘 가져가네.”
“그게 윤의 장점이지. 자자! 집중하고! 티티! 이번에는 놓치지 말라고. 미켈!”
이번에는 오른발 키커인 아르테타 차례, 아르테타는 반대편에서 준비됐다는 듯 손을 들어올렸다.
도움닫기를 하기도 전에 박스 안과 밖에서 선수들이 뒤엉켰다.
대인 방어와 지역 방어를 적절하게 섞은 세트 피스 수비가 견고해 보였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이 나오지 않고 실점이 많아졌던 터라 한번 잡아 줄 필요가 있었다.
삐익!
팻 라이스는 멀찍이 떨어져서 호루라기를 입에 가져갔다.
서하를 열심히 막아서는 앙리를 바라보다가 적극적인 자세가 보기 좋았는지 피식 웃었다.
“윤! 이번에는 못 도망가!”
앙리의 선전 포고에 서하는 씩 웃을 뿐 말로 받지 않았다.
몸으로 직접 보여 줬다.
“어어?”
스텝으로 타이밍을 빼앗던 서하가 갑자기 강하게 밀어붙이자 앙리는 힘도 써 보지 못하고 밀렸다.
몸을 비틀거리는 사이 서하는 허리보다 낮은 높이로 파고드는 공을 바라봤다.
처리하기 굉장히 까다로웠다.
뒤를 슬쩍 바라봤다.
혼란스러운 박스 안에서도 살짝 밖으로 나온 벨라를 발견했다.
자리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스 밖에 있던 터라 활용할 공간이 충분했다.
서하는 앙리가 뒤늦게 달라붙자 오른발을 쭉 뻗어 공을 툭 찍어 머리 위로 넘겼다.
“미친!”
넋 놓고 감상할 시간이 없었다.
앙리는 아크로바틱한 동작에 시선이 뺏기지 않고 뒤를 돌아봤다.
서하의 공을 벨라가 받으려 하자 황급히 소리쳤다.
“뒤에 막아!”
벨라는 침착하게 낙하 지점을 잘 잡고 논스톱 슈팅을 가져갔다.
오른발 발등에 제대로 걸린 공.
뱀처럼 휘어지다 갑자기 드라이브로 뚝 떨어졌다.
슈체스니는 몸을 날리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아!”
환상적인 패스에 이은 정교한 논스톱 슈팅,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낸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다가가 포옹을 나눴다.
벨라는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겠는지 호들갑을 떨어 댔다.
“윤! 어떻게 한 거야? 갑자기 공이 붕 뜨더니 내 앞에 딱 떨어지던데.”
“발등으로 툭 찍어 올린 거지.”
“다른 건 열심히 훈련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의 그 미친 볼 컨트롤은 정말이지. 어우! 말도 안 나온다니까.”
서하는 벨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완벽하게 농락당한 앙리가 허탈하게 웃는 모습을 바라봤다.
절묘한 타이밍에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이번에도 놓쳤네.”
“타이밍이 좋았어요.”
“확실히 치고 나가는 타이밍이 좋았지. 의외로 힘도 좋던데? 내가 힘을 쓰기 전에 밀고 나와서 많이 놀랐어.”
앙리는 서하의 움직임을 칭찬하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상대로는 좋다고 보기 힘들어. 몸싸움에 자신 있다고 해도 매번 통하진 않거든? 그러니 지금처럼 동료를 이용해 봐.”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감독님에게 듣던 대로 똑똑해서 좋네. 코치님! 이번에는 제가 차도 될까요?”
“좋지!”
팻 라이스는 흔쾌히 허락했다.
본래 앙리는 프리킥을 굉장히 잘 차는 선수였다.
뛰어난 킥력으로 수많은 골을 만들어 내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
앙리가 공 앞에 서자 선수들의 얼굴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가득 찼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의 프리킥.
서하도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앙리가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정말 기대가 됐다.
선수들이 집중하지 못하자 팻 라이스가 강하게 다그쳤다.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여! 끊임없이 공간을 만들어 내고 없애!”
서하는 즉시 지시에 따랐다.
조금씩 앞뒤로 움직이며 마크맨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앙리 대신 수비 역할을 맡은 반 페르시는 이런 미세한 몸놀림에 신경이 잔뜩 곤두선 상태였다.
하지만 안 되겠다 싶었는지 두 팔을 쫙 벌리고 몸을 바짝 붙였다.
공격자 파울을 유도하기 위해 극단적인 수비 자세를 취했다.
서하는 반 페르시의 생각을 완벽하게 읽고 고개를 슬쩍 돌렸다.
선수들의 예측 동선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자신만의 동선이 선명하게 보였다.
삐익!
팻 라이스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선수들이 옷을 잡아당기고 밀치며 난리를 피웠다.
자리를 잡으려는 자와 버티는 자.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앙리는 자신의 존에서 오른발로 부드럽게 감아 찼다.
선수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공의 궤적을 바라봤다.
파 포스트로 빨려 들어가는 공.
출렁!
골망이 거세게 흔들렸다.
제자리에서 말없이 두 손을 번쩍 든 티에리 앙리.
레전드의 귀환을 알렸다.
* * *
12월 중순.
티에리 앙리의 팀 훈련 합류 소식은 발 빠르게 퍼졌다.
포털 사이트에는 티에리 앙리의 소식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전설의 귀환! 티에리 앙리, 벵거 사단에 합류하나?] [아스날, 뉴욕 레드 불스와 임대 계약 논의 중.] [티에리 앙리와 코리안 지단의 만남. 두 사람의 조합은 어떨까?] [승점 6점이 걸린 리그 16라운드! 아스날, 폭주하는 맨체스터 시티를 막아설 수 있을까?]– 와우!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 앙리가 런던으로 돌아온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 맞아! 아스날 역대 득점 기록을 갈아치울 좋은 기회거든!
└ 본인의 기록을 깨는 거지!
– 티티가 전성기에서 내려왔지만, 클래스는 사라지지 않는 법이지.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 앙리의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될 거야!
– 앙리는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야. 반드시 데려와야 해!
└ 그런데 자리가 없지 않아? 반 페르시하고 투 톱으로 쓰면 중원은 어떻게 해?
└ 보스가 투 톱은 안 쓸 것 같은데. 우리 중원 퀄리티가 나쁘지 않잖아.
└ 맞아. 성적도 좋은데 갑자기 전술을 틀 이유는 없다고 봐.
└ 나이도 있으니 주로 교체 출전하겠지. 득점 선두를 달리는 반 페르시를 뺄 수 없잖아. 안 그래?
└ 솔직히 윤하고 같이 뛰는 모습을 보고 싶긴 해.
– 코리안 지단과 앙리. 우리 프랑스 대표 팀을 볼 수 있는 거야?
└ 지주하고 티티가 호흡이 잘 맞는 편은 아니었지만, 윤은 어디서든 플레이가 가능하니 잘 어울릴 것 같아.
└ 나도 동의.
└ 앙리가 우리 팀에 올 수 있으면 난 아무래도 좋아!
└ 킹 앙리! 제발 돌아와요!
앙리의 합류로 훈련장을 찾는 팬들은 더욱 많아졌다.
물론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원소속 팀인 뉴욕 레드불스에서 허락하지 않는다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테니까.
팬들은 앙리가 아스날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간절히 바랐다.
전설의 귀환 소식도 잠시.
축구 팬들은 프리미어 리그 16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VS 아스날의 경기에 관심을 가졌다.
2011년 12월 18일.
에티하드 스타디움.
오늘 선발 출전하는 선수들의 얼굴에 두려움은 없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기세가 좋긴 했지만, 아스날도 밀리지 않았다.
최악의 달을 보냈던 11월 이후 경기들을 승리로 장식했으니까.
벵거 감독은 들어오자마자 선수들의 얼굴을 살피다가 분위기가 나쁘지 않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늘 우리가 준비한 전술을 잘 수행한다면 상대에게 말려들지 않고 충분히 이길 수 있네. 그러니 실점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우리가 잘하는 플레이가 무엇인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상기하게.”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짧고 강렬한 연설을 끝으로 벵거는 주장단에게 바통을 넘기고 로커 룸을 나갔다.
촬영 팀을 제외하고 코치진들도 모두 나가자 반 페르시가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들을 시선을 잡아끌었다.
길게 말 안 할게. 오늘 경기는 팬을 위해 뛰는 거다! 우리를 믿어 주는 팬이 있는 한,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 줘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하는 조금씩 갖춰 가는 반 페르시의 리더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다 보니 본인도 느끼는 것이 많은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였다.
달라진 자세뿐만 아니라 경기력도 좋으니 선수들이 자연스레 반 페르시의 말을 듣게 됐다.
아르테타를 주장단으로 합류시킨 팻 라이스의 선택도 훌륭했다.
자칫 쪼개질 수 있던 팀을 하나로 봉합했으니까.
감기 몸살로 명단에서 제외된 베르마엘렌을 대신해 아르테타가 힘을 실어 줬다.
“로빈 말이 맞아. 프로 선수라면 팬들을 위해 뛰어야지. 그렇다고 조급해하지 말자. 부담 가지지 말고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준비한 것, 우리가 잘하는 플레이를 보여 주자!”
“오오오오!”
“가볍게 이겨 보자고!”
선수들의 얼굴에 점점 열기가 가득 차올랐다.
불꽃이 타오르고 독기에 찬 얼굴들이 반갑게 느껴졌다.
후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프림퐁이 슬쩍 찬물을 끼얹었다.
“지면 단체 삭발 어때?”
전의에 불타오르던 선수들이 차갑게 식은 채 프림퐁을 노려봤다.
서하도 참을 수 없었다.
머리 스타일은 정체성이었다.
정체성을 버리라는 말은 죽으라는 뜻과 같았다.
민심이 좋지 않자 프림퐁은 재빨리 손을 내저으며 수습했다.
“농담이야! 농담! 분위기 엄청 살벌하네. 윤, 네가 제일 무섭게 노려보는 거 알아?”
“어쩌라고.”
서하의 강렬한 한마디에 선수들은 폭소하며 프림퐁을 놀려 댔다.
오늘도 광대가 된 프림퐁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었다.
뜨거워진 가슴을 냉정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으니까.
맨체스터 시티전은 그래야 했다.
반 페르시는 선수들을 가운데로 불러 모은 후 목소리를 높였다.
“자! 가자! 이기자!”
“오오오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로커 룸에서 나와 통로에 한 줄로 섰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긴장된 얼굴로 저마다 가볍게 몸을 풀었다.
서하는 옆에 선 아구에로를 슬쩍 바라봤다.
아구에로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씩 웃으며 말을 건넸다.
“잘해 보자.”
“그래.”
주심이 공을 옆구리에 가져가며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통로에서 밖으로 나가니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덕분인지 춥지 않았다.
하늘색 물결이 가득한 가운데 붉은색과 하얀색 조합을 이룬 이질적인 색이 눈에 들어왔다.
홈 팬들에 비하면 적은 숫자였지만, 목소리는 작지 않았다.
하나하나가 일당백이었다.
서하는 눈을 감았다 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따뜻한 저녁을 보낼 수 있길.’
주심이 휘슬을 불자 뜨거운 함성과 함께 프리미어 리그 1위 결정전이 시작됐다.